<내 연애의 모든 것>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6일 기자간담회를 보면, 제작진 측에서도, 혹은 혹자의 지적처럼, 로맨틱 코미디인 이 드라마가 너무 정치 풍자에 힘을 쏟기때문이라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니 애초에 대한민국에서 풍자를 화두로 한 드라마는 잘 되기 힘들다는 한계도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을 하겠다는 결의를 다졌고, 17일 방송분은 그걸 반영이라도 하듯이 김수영(신하균 분)과 노민영(이민정 분)의 두 사람에 보다 포커스가 맞춰져 진행이 되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5.6% ,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텔레비젼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 중 세태를 풍자한 드라마가 <내 연애의 모든 것>만이 있는 게 아니다. KBS2의 월화 드라마 역시 직장이란 '정글'을 철저한 갑을의 관계로 해부해 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직장의 신>이 매번 갱신하는 시청률에, 화제성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에,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보스를 지켜라>의 명콤비에, <브레인>의 신하균까지, 황금비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로서는 회복하기 힘들다는 5%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 결과만 놓고 보자면 세태 풍자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풍자를 했는가가 오히려 관건이 되는게 아닐까?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직장의 신>을 본 사람들은 이 드라마에 공감을 한다. 빨간 내복을 입고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를 흉내내는 미스 김을 비롯해서 주인공 격인 배우들이 슬랩스틱에 가까운 연기를 해도, <직장의 신>을 보다보면 짠해지는게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즉, 내가 직장을 다니던 다니지 않던, <직장의 신>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이 내 이야기로 공감이 된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신참 정주리는 언제나 그녀의 선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직장에서 이렇게 착하기만 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직원을 민폐라며 싫어하는데, <직장의 신>을 보다보면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되고 한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나 뛰는 그녀가 얼른 좀 더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가 되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에는 바로 이 지점, 공감이 없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세태 풍자, 그럴 듯하다. 하지만 풍자가 날선 비난을 넘어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주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주인공 누군가의 시점이 되어 잠시 사랑에 빠지는 장르일진대, 과연 <내 연애의 모든 것>이 그걸 해내고 있을까?

똑같은 풍자극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의 신>이 등장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는 반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무엇을 해도 '뭥미?'의 반응을 얻는 건, <직장의 신>이 우리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각축전은 익숙하지만 쟤네들 이야기이고, 여당이지만 여당같지 않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김수영이나, 열혈 야당 투사 노민영이 우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정서적 기조는 야당 노민영 의원의 도덕적 우위, 혹은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다. 쌈박질을 해도 국회 내에 진정성을 가진 소수 정당 노민영 의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민영 의원을 보면 연상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 시기를 통해 노민영 의원에서 연상되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던 소수 야당의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너무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기 당과 관련된 문제에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보여줌은 물론,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자중하기는 커녕 대통령 후보까지 나서서, 텔레비젼 토론에 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거기서 그녀는 대놓고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며 갖은 독설을 퍼부었다. 물론 그런 그 사람을 보면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마 뒤이어진 냉정한 평가는 그 사람의 안하무인 독설이 결과적으로 보수층이 결집을 낳았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그녀를 지지했던 사람들만 보는게 아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도덕적 우위 혹은 정당성마저 잃은 사람을 롤모델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다. 과연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질까?

 

차라리, 갓 정치판에 등장한 앳되고 순수한 보좌관이라면 모를까? 말끝마다 도덕을 들먹이며 여당을 통렬하게 논박하는 녹색당의 노민영 의원이 자꾸 어색하게 느껴지는 정치 풍자는 공감의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근소한 차이로 이겼지만, 50%를 겨우 넘는 그 근소한 차이도 무시할 수 없거니와, 여든야든, 그 과정을 통해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그 놈이 그놈이니 걔중 좀 미더운 놈을 뽑자'라는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언제나 뽑아놓으면 저들만의 리그가 된다는 걸 유권자들이 더 잘 안다. 그런 저들 중 누군가가 연애를 한다한들, 누가 그리 관심을 가지겠는가. 풍자를 덜 하건, 연애을 더 논하건, 이것이 <내 연애의 모든 것>의 태생적 한계일 듯하다.

by meditator 2013. 4. 18. 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