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중국 동방 위성 tv <여신의 패션>에 참가한 배우 윤은혜의 참가 의상이 온라인 상에서 문제가 되어 기사화되기 까지 하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속속 찾아내는 '표절' 확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윤은혜는 오히려 반박을 하거나, 그 사실에 대해 함구하여 논란을 증폭시켰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윤은혜가 보인 반응의 속내는 11월 발매 예정 인 중국 잡지 <보그 차이나>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은혜는 '중궁 생활이 편하고 기대되'며, '내게 중국은 새로운 시작'이고, '대중들 마음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생각을 밝힌다. 그녀가 했던 '표절'에 대한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오히려 이제부터의 중국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힐 뿐이다. 한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 들끓은 '표절' 시비에도 불구하고 동방 위성 tv <여신의 패션>에 참가한 윤은혜는 연일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고국의 표절 시비가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아니 그것을 무시할 만큼 중국 활동을 통해 얻고 있는 결과물이 더 큰 것이다. 이렇게 '표절' 시비조차 꿀꺽 삼켜버리는 한 여배우의 행보는 최근 한국 문화 산업계를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만든 이른바 중국 한류의 한 표상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끊임없는 구애
윤은혜의 사건은 이른바 '중국 한류'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중국 한류에 기댄 것은 윤은혜만이 아니다. 10월 14일 <라디오 스타>의 mc진들은 두번 째 출연한 fx의 멤버 루나에 대한 대우에 격을 달리한다. 그저 아이돌 그룹의 외국인 멤버였던 루나는 이제 중국 한류의 선두 주자로, 엄청난 출연료로 저절로 mc진의 고개를 수그리게 만든다. <라디오 스타>만이 아니다. 첫 방송을 선보였던 <해피 투게더>에 출연한 <런닝맨>의 동료 지석진과 개리를 대하는 유재석의 반응 조차 다르다. 여전히 동네 형 다루듯이 짖궃게 굴지만, 방송의 상당 부분은 개리와 지석진이 '중국 한류'로서 얼마나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에 대한 감탄과 존경(?)으로 채워진다. 더 이상 찌질한 동네 형이나, 이상한 동생이 아니라,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스타인 것이다.

이렇게 방송가의 문화나 관행조차 변화시킨 중국 한류, 그 현실에 대해 10월 15일 방영된 <추적 60분>이 다룬다. 그 시작은 지석진과 개리를 한류 스타로 등극시킨 <런닝맨>이다. 일요일 저녁 예능 <런닝맨>은 한국 내에서는 동시간대 타 방송사 예능에 비해 낮은 성적을 보이지만, 해외로 나가면 위상이 달라진다. 아이돌을 비롯한 핫한 스타들의 출연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출연진들이 중국내 한류 스타가 될 정도로 이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는 핫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청률 40%에 해당하는 5%의 기록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한류 붐의 시초가 되었던 <대장금>이 2.9%였음을 상기해보면 격세지감의 인기다. 심지어, 중국 위성 tv에서는 이와 비슷한 아류 프로그램들이 양산될 정도이고, 중국 내에서 <달리는 사람들>처럼 새로운 공동 제작 양식도 도입되고 있다. 

최근 중국 한류는 이전에 드라마를 중심으로 완성된 작품의 콘텐츠를 파는 형태에서 변화하는 중이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이제 <런닝맨>, <드림팀> 등 예능 프로그램이 그 중심에 놓여지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넘어 제작진의 중국 행과, 공동 제작 등 새로운 양식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검증을 받은 장태유 피디는 중국에서 두번 째 작품에 돌입하고 있으며, mbc 예능의 대부 이영희 피디 역시 중국 행을 선택했다. 

중국 한류의 변화는 여러가지 외적 내적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 정부가 '특정 국가 특정 지역에 편중해서 콘텐츠 구입을 자세하라'는 정책을 내건 것처럼, 자국 문화 보호와, 외국 콘텐츠 수입에 제동을 거는 등 무분별한 한류 수입에 통제를 가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중국에 수입되는 한국 드라마의 수입 단가가 한층 낮아졌다고 한다. 또한 중국 문화계 이제는 대부분의 한류 콘텐츠 상품들이 수입된 상황에서, 선별적인 수요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제작진, 그리고 합작을 통해 중국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자 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문화계가 변화되는 것과 달리, '러쉬'라는 말이 적당할 정도로 한국의 문화 인력들의 유출은 물밀들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15분 짜리 코너에 1억 5천의 제작비, 카메라 72대'를 쓸 수 있는 풍족한 제작 환경이 능력있는 문화 자원들의 유출을 독려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포화가 된 상황에서 열린 중국 시장', 돈과 시장이 있는 중국과, 재능이 있는 한국 사람들의 결합은 천생연분(장태유 피디)라는 것이다. 더욱이 경제 대국에 이어, 문화 콘텐츠 강국을 추구하는 중국의 정책은 말만 하면 헐리우드의 첨단 기자제를 빌려서라도 제작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여, 열악한 제작 환경에 시달리던 문화 인력들에겐 '엘도라도'처럼 여겨질 것이라 다큐는 전한다. 



얼마 남지 않은(?) 한류의 미래 
중국 시장으로 달려가는 인력은 비단 피디 등만이 아니다. 영화 <명량>에서 특수 효과를 맡았던 업체는 이제 중국 영화 <서유기>의 특수 효과를 담당한다. 우리 어린이들의 친구 뽀로로도 중국 시장을 향해 달린다. 중국에는 한국 감독들의 합숙소가 있다는 우스개가 돌 정도이다. 

이런 한국 인력의 중국 러쉬에 대해, <까칠한 시선>의 최광희 평론가는 한국 영화가 중국 영화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까 우려한다. '하청'도 만만치는 않다. 소규모 방송 제작사는 중국측의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돈을 못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이런 경우는 비단 소규모 제작사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제작사 역시 중국 측의 요구로 제작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시즌2를 제작할 처지에 놓였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거기에 심각한 것은 윤은혜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표절'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취약한 법적 장치도 문제다. 한국의 방송사, 혹은 제작사가 중국 측과 계약을 해도, 그 전에 타 위성tv에서 아류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해 버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개그 콘서트>, <무한 도전> 등이 그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인력들에게 그 모사 프로그램 제작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류 프로그램이든, 자체 프로그램이든 이미 한국 내 방영되고 있는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중국인들과 공유하는 현실이다. 중국 문화계는 이제 한류의 수입을 넘어, 공동 제작, 그리고 유능한 인력의 수혈을 통해 자신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현재 융성하고 있는 중국 한류의 미래가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정도의 기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한류'라면 '일본'이 대세였다. 하지만, 결국 '겨울 연가'붐을 피크로 재미를 보게 만들었던 일본 한류는, 일본내 한류 거리를 불황에 빠뜨릴 정도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말았다. 동방신기, jyj처럼 일본 내 자생력을 가진 몇몇 한류 스타를 제외하고는 일본 한류는 맥을 못춘다. 과연 중국 한류는 이와 같은 일본 한류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조만간 미국에 이어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등극하고자 차분히 준비해 가는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과연 우리는 한때 '한류'로만 남을 것인가, 재능있는 인력의 유출 이상, 콘텐츠 강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낙관은 쉽지 않아 보인다. 

by meditator 2015. 10. 15.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