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자 아침 뉴스엔 어김없이 여야의 국회 대립이 등장한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그리고 채동욱 검찰 총장 사표 수리와 관련된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여야의 의견들이 국회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난립했다. 야당의 대표는 거리에서 노숙을 한 지 오래요, 전국을 떠돌며 국민을 상태로 토크 콘서트를 벌이며 국회에서 소통되지 못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느라 분주하다. 그런 야당과 달리, 여당은 복지부 장관 조차 소신에 따라 따를 수 없다는 기초 연금안의 정부 의견에 총대를 매느라 단호한 대통령의 복심을 따르느라 타협의 여지 따위는 없다. 그러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저는 저얘기, 나는 나얘기 했듯이, 국회에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질 밖에. 그런데, 그런 여, 야가 함께 어깨를 곁고, 하하호호 웃음을 터트리며, 화기애애하다 못해, 질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곳이 있다. 바로 jtbc의 '유쾌한 정치 토크쇼'를 표방하는 <적과의 동침>이다. 

<적과의 동침>의 본방은 월요일 밤 11시이다. 하지만 본방이란 표현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 날 저녁 6시55분이면 다시 <적과의 동침>은 등장한다. 8시까지 저녁 방송의 피크 타임에 재방송을 내보낼 정도로 성업 중이거나, 성업을 추진 중인 것이다. 



제목에서 풍겨지는 뉘앙스 그대로, <적과의 동침>은 '박터지게 싸우던 국회의 파이터들이 예능을 통해 소통을 하는, 유쾌한 웃음, 통쾌한 즐거움을 드리는, 비무장 정치쇼'란다.
출연진의 면면은 그때 그때 달라지지만, 여야의 국회의원, 혹은 강용석이나, 이철희처럼 여야의 입장을 대변하는 준 정치인들이 연예인 게스트와 편을 먹고 여러가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은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재밌다. 
국회의원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나리'취급을 해주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오락 프로에 나와, 말 대답 한번 제대로 못해 mc들에게 퉁바리를 먹고, 문제를 못풀어 치욕을 당하는 모습은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말이 국회의원이지, 우리도 뻔히 아는 상식적 문제에도 쩔쩔매는 모습은 한편에선 뭘하고 다니나 싶다가도, 그걸 아는 자신이 대견해 지기까지 한다. 
거기에 덧붙여,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독특한 생태계로 인해, 보이는, 짝짓기 게임에서 같은 편을 버리고 거침없이 같은 당 대표를 껴안는  김성태 의원의 '의원 본능주의,에 씁쓸해지는가 하면,  그런 와중에서도 처음엔 서먹하다가, 결국은 같은 편이 되어 게임을 하다보니, 여당의 중진 김무성 의원도, 야당의 중진 박지원 원내 대표도아이처럼 얼싸안고 좋아라 하는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대통령까지 해보고 싶다는 그들의 속내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하는 속시원한 보너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제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해도, 지금의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안다면, <적과의 동침>의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쯧쯧거리는 혀차는 소리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 오락 프로그램으로서 존립할 수 있는 제1 전제 조건은 거기에 출연하는 국회의원들이 지금 거기서 그런 게임이나 하고 있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국회의원들이 오르기를 바란다고 했던 것에 '연봉'이라고 대답을 했던 김영환 의원의 대답이 무색하게, 전국민을 상대로 한 여러번의 앙케이트에서, 국회의원들은 그들이 받는 세비의 값을 제대로 치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당장 오늘 아침자 방송에서도 자기 할 말만 내뱉고 사라지는 국회의원들로 인해 방송에 비춰지는 국회의사당은 텅 비었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얼굴 한 자락이라도 더 알려 보겠다고, 여야의 화해를 내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히히덕거리는 모습은 백번을 양보해도 한심해 보일 뿐이다. 더구나, 2013년에 들어 많은 정치적 사안들이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동안, 도대체 우리나라의 국회, 국회의원들이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해내는 것이 국민들에 눈에 띈 적이 없는 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거기서 서로 다른 당임에도 편을 먹고,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더 배알이 꼴린다. 오락 프로에서는 합심을 할 수 있고, 정작 자기들이 해야할 일에서는 무능과 나태를 일삼는 저 사람들을 낄낄 거리며 보아 넘기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그닥 편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적과의 동침>은 위험하기 까지 하다. 
현대 정치에 있어서 그의 능력이나, 실적보다도, 그가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가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중요한 판가름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걸 많은 정치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텔레비젼에 중개되는 유세, 토론회 한번에 따라 지지율이 춤을 추고, 당락이 좌우되기도 하는 아이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tv조선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신정아를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mc로 기용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한 사례가 있다. 그 신정아의 사례는 이제는 준 연예인이라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니는 강용석의 전례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어느덧 사람들은, 그의 지난 과실을 잊거나, 그저 농담처럼 희화화하며 넘겨버리고 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심지어 좋다고 하는 사람조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의 행적이 어떻든,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인지도가 높아지는 역설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적과의 동침>이 그래서 더 위험한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국회의원은 평생직이 아니다. 4년마다 재선을 해야하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그들은 재선이 되기 위해,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실적이 미비하여 양심에 따라 그만두겠다는 국회의원은 보기 힘들다. 단지 오락프로그램이라도, 이겨야 되는 지점에서는 눈빛이 달라지는 그들은 선거라는 진흙탕에서 단련된 전사들이다. 그런 전사들에게, 여야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오락프로그램만큼 좋은 호기가 어디 있겠는가. 단 3회만에 여야의 대표 중진들이 등장한 이유 또한 바로 그것이다. 국회에서는 얼굴도 마주하지 않을 사람들이, 한 편이 되어, 어깨를 곁고, 시키면 크레용 팝 춤까지 추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연예인과 국회의원의 공통점은 바로 인지도 이다.
그런데, <적과의 동침>이 시작한 이래, 가장 활기찬 행보를 보이는 김성태 의원은 벌써 3회째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다음 회에도 나올 모양새이다. 물론 <적과의 동침>에서 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다른 의원들이 쭈볏거리는 것과 달리, 여자 국회의원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음악만 틀어주면, 술 자리에서 꽤나 즐겼을 춤을 흥건하게 추어댄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횡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연예인이 아니다.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가 눈부신 활약을 보여 한방에 뜬 연예인은 좋은 수입을 가져가지만, 그간 도대체 그가 보인 국회에서의 활약은 눈에 띄지도 않는데,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보인 웃긴 모습으로, 인지도를 쌓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면, 이건 다른 문제인 것이다. 강용석이 인지도를 쌓아 국회에 도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말이다. 

<적과의 동침>은 <썰전>을 기획한 여운혁 피디의 작품이다. 
모든 것을 차치한 상태에서 순수한 기획 의도는 갸륵하다.  하지만 과연 2013년에 어울리는 정치쇼인지 의문이다. 하지만, 2013년 야당의 천막 당사가 휘날리는 대한민국에서, 불통이 키워드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적과의 동침>은 불쾌하거나, 역겹다. 국회에서는 결코 손을 맞잡지 않은 사람들이 오락프로그램 녹화장에서 얼싸안는 모습을 이해하기에 세상은 너무 고단하다. 
예고를 보니, 시기적 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4회에 등장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나 보다. 그래봤자, 사람들은 다 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을. 그들이 하는 쇼는 국회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3. 10. 2.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