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의 아이들>은 지난 해 방영되었던 <구해줘>의 속편처럼 시작되었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의해 자행된 집단 학살극, 그리고 그 현장에서 도망쳐 나온 부녀. 세월은 흘러 김단(김옥빈 분)은 경찰이 되었지만, 그녀를 규정하는 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환각'과도 같은 예지력.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찾아온 '비이성적인 감각'으로 혼돈스러워 하는 그녀에 대비되어 등장하는 오로지 '팩트'만을 신봉하는 천재 형사 천재인(강지환 분). 하지만 감각과 이성의 대비인 이 남녀 두 형사의 대비는 일찌기 <엑스파일>이래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수사극에서 익숙한 구도였다. 또한 그들이 함께 마주한 사건은 이젠 정말 장르물에서 '클리셰'에 가까운 연쇄 살인마. 


그렇게 <작은 신의 아이들>은 익숙한 갖가지 장르물의 설정을 뒤섞어 놓은 듯한 모양새로 시작되었다. 거기에 새로이 맞이한 캐릭터가 몸에 맞지 않은 듯한 배우들의 조금은 들뜬 듯한 연기는 그런 진부한 익숙함을 포장해줄 여지가 적었다. 그래서일까? 좀처럼 2%대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4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1회 2.540%, 4회 2.861% 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하지만 이런 초반의 뻔한 설정과 아직 무르익지 않은 연기만을 가지고 <작은 신의 아이들>을 예단하는 건 이르다. 3,4회 극 초반을 이끌던 '아폴로'의 죽음과 함께, 그 뻔하던 연쇄 살인이 걷어지면서 오히려 <작은 신의 아이들>이란 드라마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토일 밤 10시, 11시대의 시청률 쟁탈전이 <효리네 민박>, <미운 우리새끼> 등 예능의 선전과 함께, <미스티>의 화제몰이 등으로 공중파, 케이블, 종편을 막라하고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장르물로서의 <작은 신의 아이들>이 갈 길은 험해보이지만, 4회에 들어서 비로소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작은 신의 아이들>의 관전 포인트에는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아폴로, 뽀빠이, 그리고 별
무속의 영향력 아래 놓인 말단 경찰 김단과 천재 형사 천재인이 함께 맞이한 한상구의 연쇄 살인 사건은 '무속'과 '과학'의 대비점을 강조했음에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두 파트너의 불협화음을 보여준 장르물의 익숙한 구도였다. 하지만, 한상구의 첫 번째 연쇄 살인 이후 시간이 흐르고, 이제 형사와 노숙자의 처지로 역전되어 조우한 김단과 천재인가 만나게 된 백아현 실종 사건,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마주한 한상구, 그리고 그의 뜻하지 않은 죽음은 두 사람 앞에 그저 연쇄 살인범이 아니라, '아폴로'란 정체 불명의 인물을 불러들인다. 

김단을 '별'이라 부르던 한상구, 그는 죽어가며 자신을 '아폴로'라 불러 달라고 했고, 마치 김춘수의 시 '꽃'처럼 김단이 그를 아폴로라 불러주자, 연쇄 살인범 한상구는 간 곳이 없이, 피흘리며 죽어가는 어린 '아폴로'가 나타난다. 그리고 피해자였던 백아현이 비록 납치는 되었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칼로 찔렀던 '범죄', 그리고 그 범죄가 바로 '아폴로'였던 한상구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그저 또 한번의 흔한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것같았던 <작은 신의 아이들>은 그  '사이비'의 폐해 속에 희생된 '아이들'을 불러오며 비로소 살을 붙여가기 시작한다.

또한  한상구가 죽어가며 되뇌였던 '뽀빠이'에 대한 의문과 함께, 수사를 위해 방문했던 그 엄숙했던 교회에서 터지던 비웃음에서 부터, 한상구의 화장 현장에까지 슬픔인지 연민인지 모를 표정으로 김단과 때론 어긋나게, 때론 공감하며 조우하게 되는 주하민 검사(심희섭 분)가 모호한 존재로 천재인과 김단의 맞은 편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작은 신의 아이들>이란 드라마의 구도가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다. 아폴로와 뽀빠이와 그리고 사라진 별이란 아이들이 도대체 과거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어떤 일을 겪었으며, 그 일이 오늘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해지도록 만든다. 



천재인과 김단
이성을 넘어서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믿지 않으려 하는 천재인 형사와 그런 그의 앞에서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무속의 기운'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는 김단의 대비는 극 초반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지난 한상구의 사건으로 어긋나고, 이제 역전된 형사와 노숙자의 관계로 마주하면서 비로소 둘의 사연도 한 걸음 깊어져 간다.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간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천재인의 '언더 커버' 노숙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강지환의 진가를 비로소 드러내고, 그런 그와 함께 자신의 사명감, 혹은 연민으로 사건 속으로 한 발씩 내딛는 김단 역 김옥빈의 감성 연기는 극 초반의 불협화음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비로소 호흡이 제대로 맞아가는 두 사람이 동생이 파헤치던 사건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찾아간 섬, 왁자지껄한 섬 인심 너머로 풍기는 그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때론 코믹하게, 때론 진지하게 조화를 이루며 사건의 중심으로 한 발 성큼 내딛어 가는 과정의 이후가 주목된다. 또한 아직은 맛보기였던 '과학'과 '무속'의 콜라보도 본격적으로 펼쳐질 듯하니, 그 지점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사이비 종교 집단을 다루지만, '종교'에, 혹은 '믿음'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를 도구로 하여, 그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권력'을 형성해 왔는지, 그 권력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도구화시켜 희생해 왔는지를 갖가지 사건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그저 연쇄 살인범이었던 한상구가 알고보니 어린 시절 그 '사이비 집단' 속에서 '농락'당한 트라우마의 희생자였듯이, 이제 천재인과 김단이 찾아간 섬에서 그들이 찾아내는 진실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 쓰고, '권력'이라 읽어야 할 어둠의 실체, 그 허울을 한꺼풀 또 다시 벗겨낼 것이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걸 풀어가는 소재의 면에서, <작은 신의 아이들>은 마치 '잘 차려진 코스 요리'와도 같다. 그러기에 전채 요리 하나가 어설프다 하여, 이 풍성한 식탁을 외면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by meditator 2018. 3. 12.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