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특집으로 꾸려졌던 여성 멤버 들의 화학제품 없이 일주일 살기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단 두 번의 특집 방송으로 여성 멤버들은 당당하게 <인간의 조건> 정식 멤버로 입성하게 되었다. 주어진 일주일이란 시간을 버티던 그녀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4주차에 걸친 방송을 통해 김숙, 김신영, 김지민, 박은영, 박지선, 박소영 여섯 여성 멤버들은 열성적으로 자신들이 <인간의 조건>을 이끌어 갈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였다.


'화학 제품 없이 살기'란 미션을 받아든 멤버들이 보인 과정은 마치 암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기 까지의 과정과도 같았다. 화학 제품이라는 미션을 막연하게 받아들였다가, 그게 알고보니, 여성이며, 연예인인 자신들에게 있어, 그간 해오던 모든 겉치례를 벗어던져야 하는 혁명적인 미션이라는 것을 알고 이른바 '집단 멘붕'에 빠지고, 자학과 자기 부정을 거쳐 미션을 수긍하고 받아들이기 까지의 과정은,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사회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많은 '허울'을 필요로 하는 과정인가, 그래서 여성으로서 그 미션이 얼마나 버거운 과정인가를 여섯의 여성 멤버들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움에 앞서 여성 방송인으로서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지 못함을 자책하는 김지민의 모습은 우리 사회 여성의 딜레마를 가감없이 드러낸 모습이었다. 당장 3월 8일에 이어진 남성 멤버들의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기' 미션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에서 샴푸나, 수분 크림등이 날아가고, 최소한의 로션 만이 살아남고, 오히려 안경이나 담배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과정만 봐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살아가는 틀의 차이가 고스란히 보여지는 것이다. 


우먼 특집 인간의 조건 - 화학제품 없이 살기

하지만 미션을 수긍한 여섯 멤버들은 언제 '멘붕'이 왔냐는 듯이 적극적으로 화학제품 없는 삶에 도전한다. 집에서 가져 온 천연 비누가 있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화학 제품 없이 사는 삶에 도전한다. 심지어 생방송을 진행해야 하는 아나운서 박은영이 사상 최초로 멤버들이 급조한 숯으로 그린 눈썹과, 꽃물로 들인 입술 등으로 면피한 채 민낯에 가까운 모습으로 거침없이 내보이기도 한다. 
무공해, 천연 제품의 사용이 사회 일각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찾아보면 '한살림', '생협' 그게 아니라도 그걸 주대상으로 하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섯 여성 멤버들은 그런 완제품을 찾아 쓰는 대신, 마치 만능 칼 하나로 모든 것을 만들어 쓰던 '맥가이버'처럼 그 자신들이 직접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주방 세제에서 부터, 샴푸,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만들어 쓰는데 앞장선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여성 멤버들을 정규 편성으로 밀어준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간 남성 멤버들만의 방송이 지속될 때 <인간의 조건>의 시청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고심하기도 하고, 안타까워도 했지만 그것이 어떤 지점에서 문제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언제나 미션이 주어지면 남성 멤버들도 열심히 그 미션을 수행해 냈었으니까. 하지만, 여성 멤버들의 일주일이 진행되면서, 그 차이점이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했다. 

남성 멤버들은 미션이 주어지면, 어느새 자신을 엄습해 오는 그 미션의 불편함을 방어하는 수준에서의 미션을 수행하는 수동적 모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내 온도를 몇 도에 맞추면, 거기에 맞추어서 견디고, 버티는 그 정도랄까. 대신 그런 버티는 과정에서의 한데 어울려 사는 남자들의 공동체적 삶이 방송의 주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다 보니, 그런 사람냄새나는 삶의 모습도 익숙하다 못해 지루해져 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짬만 나면 거실 소파에서 자는 김준현이 푸근했고, 밥을 하는 정태호가 친숙했고, 아웅다웅거리는 김준호와 박성호가 흐뭇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저 늘 그런 모습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뻔함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성 멤버들에겐 그 자신의 동력 외에 외부 게스트가 에너지로 충원되어야 하는 상황까지 도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새로운 조합을 맞춘 여성 멤버들은 그 조합의 신선함만큼, 미션에 대해 도전하는 의욕이 남다르다. 여성들로써는 버거운 미션에 당혹스러워도 하지만, 각자 최선을 다해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남성 멤버들의 그것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늘 화장을 해야 하는 그녀들이 소금을 이를 닦고 민낯을 드러내야 하는 그 자체도 볼 거리가 되었지만, 그 볼거리에서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칫솔에서 부터, 샴푸, 비누 등 기초적인 세정 용품에서 부터, 립그로스, 천연 분을 넘어, 향초 등 생활 용품에 이르기 까지의 시도가 볼만했다. 

(사진; tv리포트)

뿐만 아니라, 방송의 꽃인 아나운서가 목욕 가운을 입는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낸 시도에서 부터, 천연 제품을 고수하기 위해 방송 내내 자신이 데뷔 때  했던 개그 꼭지의 한복 의상이나, 짚 머리띠에서 버선에 짚신 까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한복을 고수했던 박은영, 김신영, 박지선의 철저함은 그녀들의 실천에 신뢰를 보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마지막 회, 수가 놓인 아얌에, 가죽 당의를 신고, 천연 염색으로 고운 빛을 낸한복을 입고 완벽하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천연 제품을 실천한 김숙은 그저 과제의 실천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 그저 이 정도면 화학 제품 없이 살기가 되겠지가 아니라, 매회, 매 순간 그저 화학 제품 없이 살기가 아니라, 그것의 대안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만한 그 무엇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물론 남성 멤버들의 수동적 태도와, 그에 반해 적극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단지 타성에 젖은 것과 새로운 멤버들의 적극성으로만 구분할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적당히 '갑'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한 남성적 삶과, 사회 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쟁취하기 위해 유리 지붕을 뚫고 살아가는데 익숙한 '을'의 여성들의 습성이 자연스레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이든, 이제 정규 편성된 여성 멤버들의 <인간의 조건>은 정체된 프로그램에 활력을 줄 것이며,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생각할 꺼리와 볼 거리를 줄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9.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