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오전5시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30일간의 월드컵 대장정이 시작된다. 그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16강전을 앞두고, 18일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첫 본선 경기를 치룰 예정이다. 


그렇게 전세계인의 관심이 쏠린 월드컵을 앞두고 각 방송사는 월드컵 체제를 갖추고, 아침부터 뉴스시간마다 브라질 월드컵 특집이라며 월드컵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뉴스 뿐이 아니다. 각 방송사 별로, mbc는 2002년 월드컵 영웅 송종국, 안정환과 인기 mc 김성주를, kbs는 인기 아나운서 조우종과 역시나 2002년의 영웅 이영표, 그리고 sbs는 지금까지 sbs 해설을 이끌었던 차범근과 그의 아들 차두리에, 전국민적 축구 영웅 박지성을 영입하고,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배성재 아나운서와 조화를 맞춰 막강 해설 라인을 꾸려낸다. 라인만이 아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짬짬이 자사의 해설 라인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사진; 폴리 뉴스)

비단 뉴스나 중계만이 아니다. kbs1는 월드컵 참여 국가들과 함께 만든 <컬러스 오브 풋볼>이라는 다큐를 각 나라별로 매일 매일 본방, 혹은 재방으로 방영한다.  수요일 밤에서는 kbs2를 통해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사>를 방영할 예정이다. sbs는 해설을 맡은 전설의 축구 영웅 차범근의 역사와 오늘을 되짚어 보는 다큐 <두리 아빠 축구 바보, 그리고 전설>을 8일 밤 방영하였다. mbc도 밀리지 않는다. 9일 밤 <23인의 전사, 하나의 꿈>을 통해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 보았고, 12일에는 월드컵 스페셜 <Again 2002>를 방영할 예정이다. 

예능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sbs 힐링 캠프는 <힐링 캠프 in 브라질> 특집을 마련하여 안재욱, 김민종, 김보성과 함께, 2002년 월드컵 송을 불렀던 조수미를 초빙하여, 함께 응원을 하기로 한다. 월, 화 요일 연이어 방영되는 <sns원정대 일단 띄워>는 월드컵 특집으로 첫 여행지를 브라질로 잡아 브라질의 명소와 풍물을 즐기고자 한다. kbs도 뒤지지 않는다. 국가적 체육 행사에서는 언제나 앞서 나가던 <우리 동네 예체능>이 이번에도 브라질 특집으로 현지로 달린다. 

이렇게 뉴스, 다큐, 예능 할 것도 없이 공중파에서는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각종 특집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기에 바쁘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전세계적인 축제이니 그럴 만도 하고, 또 언제나 축제라면 그 누구에게 뒤질세랴 제일 앞장서 나가는 방송사들이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쩐지 올해의 월드컵 특집 분위기는, 태풍이 몰려와 사람들이 철수한 해수욕장에 남아 호객 행위를 하는 장사꾼을 보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지방 선거 기간에도 선거 운동을 자중하자 할 만큼, 세월호의 여파가 아직 우리 사회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자 수색은 하루 걸러 중단되어, 남아있는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으며, 다른 가족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 나선 상황이고, 이제 막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 모든 사건의 궁극적 책임자 유병언은 여전히 안잡히는 것인지, 잡지 않는 것인지 숨바꼭질 중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과연 월드컵 하면 이젠 우리나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거리 응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조차 사회적으로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런 분위기에 일조라도 하듯, 출전 선수 명단이 확정될 때 부터 불안감을 심어주던 월드컵 대표팀은 5월 28일 튀니지 평가전 0-1 패배에 이어,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무려 0-4로 패배을 함으로써 찬물을 끼얹었다. 애초에 월드컵이라는 축제 분위기의 핵심이, 우리 선수단의 선전이건대, 이번 월드컵은 애초에 그런 기대의 싹을 초장부터 잘라버리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 선수단의 선전과 상관없이 전세계적 축제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은 무람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치 이제 막 49제를 마쳤을까, 마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다급하게, 특집을 마련하며 축제를 강요하는 듯한 방송사의 편성 방식은 어딘가, 사람들로 하여금 어서 지난 일들을 잊어버리라는 듯이 등떠미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반대 시위(EPA=연합뉴스DB)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마치 88년 올림픽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그럴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의 상인들을 싹 밀어버리던 그 습관처럼,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 <sns원정대 일단 띄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라질 현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최근 빈민 단체가 월드컵 기간 동안 시위를 중단하게다는 발표를 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의 이익과 상관없이 기업과 국제 축구 연맹만의 행사가 되고 있는 월드컵 반대 시위가 연일 브라질을 달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방송사들은 그런 브라질의 현황을 보도한 적은 없다. 거리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치는 세월호 유족들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것처럼. 

잊지 않겠다고, 잊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하던 사람들이, 방송사의 사장을 자르고 이제 부터 시작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히 예전에 하던 식으로 부나방처럼 축제 분위기를 향해 달려든다. 잊고 싶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잊혀지는 것이 무서워지는 세상에, 앞장서 얼른 잊으라 독촉하는 식이다. 그러곤 또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가장 절실하게 반성하는 척만 하려는가. 여전히 jtbc뉴스의 오프닝 멘트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몇일 째입니다' 로 시작되고 있다. 아직 우리는 팡파레를 신나게 울릴 때가 아니다. 


by meditator 2014. 6. 1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