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를 들어 두 명의 여배우가 tv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든다. 바로 <치즈 인더 트랩>의 김고은과 <육룡이 나르샤>의 한예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계에서 '유망주'였던 이들 두 배우는 이제 그 활동 영역을 스크린을 넘어 tv로 확장했고, 그 반응은 호의적이다.



김고은의 재도약

2015년 한 해 김고은에게는 잔인한 한 해였다. 2012년 <은교>를 통해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스크린 데뷔식을 치룬 후, 스크린의 유망주로 2014년, 2015년 <차이나 타운>, <몬스터>,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까지 질주를 하였지만, 그녀가 받아든 성적표는 '재수강'에 가까운 처참한 성적이었다. 은교에서 70대 노인에게 미혹된(?) 10대의 도발적이면서도 순수한 소녀로 뚜렷한 각인을 남긴 그녀였지만, 그 이후의 작품에선 기억에 얹히는 캐릭터 대신, 연기력 부족, 발성 미흡'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차이나 타운>에서는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져 야생의 들개처럼 자라났지만, 사랑에 흔들리다 결국 자신을 거둬준 엄마와 같은 걷게 되는 여보스 역할이 위태위태하면서도 김고은 특유의 날 것의 이미지로 버텨냈지만, 이후의 <협녀, 칼의 기억>과 <성난 변호사>로 작품을 거듭하면서, 그간 그녀에게 부여된 '유망주'의 칭호가 '거품'이라는 곤란한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그런 김고은이 웹툰계의 기대작 <치즈 인더 트랩>의 여주인공 홍설에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이 작품을 아끼는 팬들은 찬성보다는 반대의 우려를 앞세웠다. 하지만 이제 3회에 들어선 김고은은 <커피 프린스>를 통해 선머슴같은 매력의 순수한 여성으로 윤은혜를 스타덤에 올렸던 이윤정 감독의 도움으로, 원작보다 더 홍설같은 홍설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치즈 인더 트랩>에서 보여진 홍설로써의 김고은의 매력은 정형화되지 않은 정말 대학에 가면 만날 것 같은 여대생과 같은, 날 것같은 연기이다. 그리하여,<치즈 인더 트랩>을 통해 다시금 맺히기 시작한 그녀의 매력으로 보건대, 그녀가 <은교>이후 선택한 작품들이, 20대 초반이었던 그녀에겐 '유망주'란 이름으로 얹혔던 버거운 과속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치즈 인더 트랩>처럼 자기 또래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충분히 그 누구보다 생기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배우에게, '유망주'란 이름으로 주어진 과중한 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홍설로써 자신이 가진 매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김고은의 재발견이 반갑다.


한예리의 야심찬 도전

<육룡이 나르샤>가 방영된 1월 11일, 그리고 하루가 지난 12일까지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다. 바로 '척사광', 척준경의 후손으로 무당파의 장삼봉의 제자조차 그 앞에서 무릎을 끓게 만들었던 숨겨진 무림의 고수가 다름아닌 여성, 그것도 바로 왕으로 옹립될 후에 공양왕이 될 왕요의 여인인 윤랑(한예리)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저 그동안 그토록 정체가 궁금했던 척사광이 여자였으며, 그것도 윤랑이라는 것만이 아니다. 한예리는 뒤늦게 <육룡이 나르샤>에 합류했지만, 한예종 무용과 출신의 능력을 맘껏 살린 춤사위와, 그보다 더 설득력있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약간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빚어내는 그녀의 대사는 안정적이며 매력적이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 속 한예리의 '씬스틸러'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다수의 독립 영화 출연을 통해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칭송을 얻을 정도였던 한예리는, 국내에서는 소수의 개봉관, 뜻하지 않은 해프닝과 더불어 비극적인 결말로 인해 다수 관객과 만나지 못했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은 <해무>에서도 홍일점 연변 처녀 역할을 거뜬히 해냈으며, 최근 개봉한 <극적인 하룻밤>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어냈던 진짜 '영화계의 숨은 고수'였던 것이다.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 그녀가 출연했던 단막극 < 연우의 여름>도 단막극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렇게 무모한 작품 선택으로 고전하던 김고은의 재도전이나, 이미 좋은 연기로 인정받던 한예리의 tv 진출은 반가운 일이다. 비록 <치즈 인더 트랩>에서도 대놓고 김고은의 쌍꺼풀없는 가는 눈을 희화화시키지만, 그녀들의 얼굴은 '인조인간'이 판치는 tv 화면에서 '말 그대로 자연미인'이 가지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자연 미인' 이상으로 자연스러운 그녀들의 연기는, 신선한 활력소로 드라마계에 작용할 듯하다.

by meditator 2016. 1. 12.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