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청률 중에는 실시간 시청률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방송 3사의 순간 시청률이 그래프로 표시가 되는 시청률표이다. 거기에 따르면 사람들은 리모컨을 한 프로그램에 고정시켜 놓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게임을 작동하는 마우스처럼 순간순간 작동을 시킨다. 즉, 보다가 조금이라도 재미없거나 지루하면 바로바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요즘 사람들의 시청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렇담 3사 수목 드라마 전쟁의 와중에서 가장 불리한 것은 누구일까? 비록 초반전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그건 아마도 <아이리스2>의 몫이 될 것같다.

 

 

다른 두 수목 드라마와 다르게 일찍 시작하여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던 <7급 공무원>은 주원, 최강희라는 상대적으로 약한 주연진에도 불구하고, '첩보 활동 중 연애하기'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드라마적 특성을 잘 살리며 순항하는 중이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통 멜로를 표방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 송혜교라는 스타가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가운데, 촘촘한 인간의 심리를 다루지만, 느슨했던 스토리의 한계를 일본 원작을 빌려와, 멜로와 미스터리, 심지어 스릴러까지 복합적 장르물로 거듭나고 있는 노희경 작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단점을 연출로 승화시키는 <아이리스1>의 연출가 김규태까지, 삼위 일체의 화제작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는 있는 중이다.

 

반면, 이미 <아이리스1>을 통해 한껏 기대수준이 높아져 있는 <아이리스2>는 첫 방 이후 전작 보다 못하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데다, 장난감 총 등의 구설수까지 발생하며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하지만 드라마만 좋고 재미있다면야, 얼마든지 초반의 불운이야 딛고 일어설 수 있을 텐데, 4회까지의 아이리스는 거대한 폭풍이 몰려올 거 같긴 한데, 아직은 그 전조가 겨우 바람이 살랑거리고 있는 정도라고 할까? 매회, 각이 잡힌 격투신에, 심지어 여주인공들의 '헉' 소리가 나올 정도까지의 몸싸움에, 헝가리의 삭막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추격신에,  총격신 까지 많은 볼거리를 <아이리스2>는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폼나는 액션신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한 시간 내내 줄창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나머지는 그 액션신의 개연성을 채워나갈 스토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이리스2>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느낌이다.

 

제목이 <아이리스> 이듯이 이 드라마는 남과 북의 정부를 상대로 한, 또 하나의 단체, '아이리스"를 상대로 한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미 전작을 통해, '아이리스'란 단체의 비열함과 가혹함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전해졌지만, 정작 <아이리스2>에서 아이리스는 동굴 속 괴물처럼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이리스'로 추정되는 킬러들이 남과 북의 요인들을 암살하고 다니지만, 그것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감을 유지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이미 전작을 통해, '아, 남과 북의 정부 외에, 또 다른 목적을 지니고 행동을 불사하는 단체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란 '놀라움'이 이미 경험되었기 때문에, <아이리스2>는 그 놀라움을 좀 더 다른 버전으로 확대해 가야 하지만, <아이리스2>는 아직 무언가를 보여주려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힌트조차 주지 않은 채, 뻔한 요인 암살로 스토리를 진행시키니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다리자니 지루하고,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전작 <아이리스>에서 드라마의 인기를 끌고 간 주요 요소 중 하나는 이병헌, 김태희 라는 스타 배우와 그들의 사랑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이리스2>에는 그것이 없다. 장혁, 이다해란 배우는 이미 <추노> 등 2편의 드라마에서 파트너로 나와서 신선함이 없는데다가, <아이리스 2>의 정유건, 지수연으로써도 매력적인 러브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몹시 사랑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없는 사랑은 설레임과 기다림을 기약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리스>의 김소연처럼, <아이리스2>에서도 임수향과 이범수의 등장으로 인해 극의 진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메인 주인공들의 느슨한 스토리를 채워갈 정도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리스2>의 문제는, 아이리스는 물론, 남과 북 자체의 복잡한 내부 갈등에서도, 사랑 이야기에서도, 심지어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순간에서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의 스토리는 스릴러도 있고, 러브스토리도 있고, 음모도 있지만, 그것이 화면에 옮겨지는 순간 주르륵 두서없이 그저 채워가는 듯한 느낌, 그것이 무엇보다 <아이리스2>의 다음을 기약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이유이다. 아저씨의 죽음 이후, 자신의 죽은 아버지의 비밀과 조직의 비밀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정유건의 이야기는 분명, <아이리스2>가 그저 액션으로만 때우려는 허술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좋은 명주도 저잣거리 노점의 찌그러진 주전자로는 그 진가를 알리기 힘들듯, <아이리스2>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by meditator 2013. 2. 22.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