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종영한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그간 이와 비슷하게 우리 사회 비리를 다룬 드라마들이 설정한 '악의 계열'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선보였다. 재계와 법조계, 그리고 검찰이라는 우리 사회 지배 계급의 삼각 카르텔의 부도덕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범죄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전의 작품들이 '돈'을 가진 자 재벌을 정점으로 그의 '시녀'로서 검찰과 법무법인이라는 서열을, 권력을 전횡하는 검찰이 실질적 지배자로 등장한 것이다. 


즉 드라마 속 차기 검찰 총장을 노리는 신영일(김갑수 분) 서울 지검 검사장은 재벌의 검은 돈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런 재벌이나, 그의 오른 손인 법무법인조차도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처리'해 버리는 능력자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진심으로 고개를 수그리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그의 윗 서열 검찰총장이다. 뿐만 아니라 '비리'가 폭로된 마당에도 서울지검 검사들은 신영일의 수하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권'을 매개로 '형제애'적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마피아의 21세기적 현현, '관피아'다. 바로 이들,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지 않았지만, 그저 공부 잘하고 능력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른 '관료'들이 어느 틈에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는 현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그런 면에서 시의적이다. 그리고 바로 드라마가 구현혔던 '관피아'의 실제가 6월 9일 <썰전>을 통해 적나라하게 폭로된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은 '관피아'
그 시작은 5월 16일 발생한 스크린 도어 수리 중 열차에 치어 사망한 김모 군의 사망 사고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이다. 안전수칙이 무시된 채 홀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죽음에 이른 이 사건을 통해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는 '서울 메트로'의 관피아적 행태를 비판한다. 애초에 2인 1조의 수리가 불가능한 외주업체의 인력 부실, 그 이면에는 서울 메트로의 직원들을 낙하산으로 받아들인 김군이 소속된 외주업체 은성PSD의 실상에서부터, 사건 초반 김군 개인의 과실로 떠넘기려 했지만, 구조적 인력 부족을 뻔히 알고 있었던 서울 메트로 직원들에서부터, 면피용 사표에서 부터, 이미 이전부터 내놓았던 해결책을 되풀이하는 사후약방문식의 해결 방법까지, '관료주의'의 해악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구나 똑같은 지하철임에도 서울 메트로 쪽이 외주업체를 통해 관리하는 1~4호선과 서울 도시철도 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5~8호선은 애초 설치된 스크린 도어 사양에서 부터, 사고율까지 천양지차의 결과를 낳는다. 이를 통해, 전원책 변호사가 이른바 '메피아'의 '이권 나눠먹기 식' 행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유시민 변호사는 더 나아가, imf 이후 우리 사회에서 우후죽순식으로 진행된 공기업 개혁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관료들의 안일주의이거나, 이권 나눠먹기식이든, 개혁의 명목 아래 진행된 자기 논에 물주기 식 외주 사업이든 결국 이 모든 '과'의 귀결은 '메피아'라 지칭되는 서울 메트로의 관료주의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안으로 등장한 미세먼지에서도 류는 다르지만, '관피아'의 악취는 진동한다. 엉뚱하게 고등어 판매량만 급감하게 만든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 결국 이런 웃지못할 분석은 원인 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공무원의 무능이 낳은 결과라는 것을 <썰전>은 밝힌다. 또한 거기서 더 나아가, 실제 그 누구라도 다 아는 중국발 엄청난 산업 미세 먼지의 상당한 지분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을 애써 눈감는 행태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화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미세 먼지 급증에 대한 무지, 그리고 경차로 국한한 환경부의 자동차 업계와의 카르텔은 결국 일 하지 않는 혹은 자기 논에 물주기 식의 관료 행정의 백태를 보여준다. 

G20 대한민국의 현실
이후 이어진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낯부끄러운 생리대 현실 역시 성남시가 5~6억원의 재정만으로도 성남시의 저소득 가정의 생리대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데서 보여지듯, 결국 적체된 보건복지 행정의 또 다른 결과물이다. 

6월 9일 <썰전>은 21세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그토록 자부한다는 g20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시적으로 전전할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현실과 생리대가 없어 바깥에 나갈 수 조차 없는 저소득층의 비극이 무엇으로 부터 기인했는지도 드러낸다.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안일과 이권을 위해 젊은이들과 가난한 청소년들, 그리고 국민들의 건강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가감없이 폭로한다. 

ebs 다큐 프라임이 방영한 <민주주의>에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온 주요 요인으로 관료주의가 등장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하지만 피라미드식 구조를 가진 계층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은 '국민에 대해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우선하여, 국민을 바보같이 취급하고, 심지어 그저 자신들을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현실의 지배 그룹이다. 바로 <썰전>을 통해 드러난 '메피아'니, '환피아'니 하는 관피아들이다. 시민들의 역할이 부재하고 제도적 장치가 무력한 국가에서 이들 '관피아'에 의해 '민주주의'는 잠식당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네 변호사 조들호> 속 신영일 검사장의 아들이 또한 검사 신지욱(류수영 분)이듯, 그들은 그들이 가진 부와 권력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카르텔을 계승한다. 바로 <썰전>을 통해 보여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by meditator 2016. 6. 10.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