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느와르 M>이 10부의 막을 내렸다. 아니, 이제 보다 본격적으로 '정의'을 향한  싸움을 걸었다. 시즌2가 허락된다면. 1,2부 감옥에서 온 퍼즐, 3,4부 녹, 5부 살인의 재구성, 6부, 예고된 살인, 7부, HOME, 8,9부청순한 마음을 통해 <실종 느와르 M>은 공소시효, 정리해고, 내부 고발자, 등의 각종 사회제 문제를 다루었고, 그 과정에서 방치되는 사회적 약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그를 통해, 결국 우리 사회 많은 사회적 범죄들의 이면에 '정의'롭지 않은 강자가 존재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렇게  추상적 명제인 '정의'의 문제를 1부에서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실종 느와르 M이 도달한 곳은 '법위에 존재하는 정의'를 향한 불가항력적인 '단죄'와 그럼에도 끝나지 않는 싸움이라는 정의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다. 




오대영을 통해 도달한 '비틀거리는 정의'
<실종 느와르 M>은 프로듀서 이승영의 전작 <특수사건 전담반 TEN>과 달리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두 명의 사건 전담반 수사관으로 시작된다. 그 중 오대영 형사는 시리즈가 시작될 초반 그의 핸드폰 컬러링 '사랑의 배터리'보다도  '느낌적인 느낌'이 없는 존재였다. 그저 사건이 일어나면 열심히 현장으로 달려가고, 형사라는 직위에 걸맞은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단선적인 캐릭터였다. 실제 배우 박휘순의 존재감을 밑돌았던 오대영 형사, 하지만 10화에서 결국 그가 도원건설 대표에서 방아쇠를 당기듯이 그의 캐릭터는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자신이 발로 뛰어 실종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믿었던 순진한 형사가, 실종된 사람만은 찾고 싶어하다, 실종된 사람을 찾아도 사건은 남는 '찝찝함'을 넘어, 정의가 왜곡된 세상, 불의가 살아남는 세상을 자각하고 고뇌한다. 그리고 그 고뇌는, 그가 과잉 총기 사용을 의심하던 길수현을 막아서는 바람에 피해자가 목숨을 잃게 되자 본격적이 되었고, 결국 자신이 늘 지니고 다니던 작은 법전을 태움으로써, '그가 믿었던 '법적 정의'를 넘어선다. 그리고 '법적 정의' 위에 존재하는 불가항력적인 불의를 향해 총구를 들이댄다. 그리고 가장 평범한 인물이었던 오대영 형사의 변화와 함께 시청자들도, 그가 맞닦뜨린 7개의 사건을 통해 <실종 느와르 M>이 제기하는 '정의'에 대한 질문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는 곧 <실종 느와르 M>이 드러내 보이는 '정의'가 부재한 우리 사회에 대한 공감이다. 

길수현을 통한 정의의 반추 
오대영이란 캐릭터가 평범함에서 정의를 향한 '단죄'의 주체가 되는 단선적이지만, 분명한 여정을 가진 캐릭터인 반면, 길수현이란 캐릭터는 10부에 이르러서야 그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날 만큼 오리무중이었던 캐릭터이다. 
사건이 해결되고 실종된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고, 정작 구조적인 불의는 생존하는 과정에서, 동료인 오대영이 그를 의심할 만큼 그는 때로는 사건의 해결보다, 사건 종결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정의'의 문제를 상징한다. 그래서 때로는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하기도 하고, 피의자의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어 죽음에 이르게도 만든다. 또한 사건 종결 이후에도 여전한 가해자의 사회적 복수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이 아는 한, '법적인 종료' 이상, '정의'의 문제를 꼭 건드리고야 마는 길수현, 그는 그래서 의미심장하고,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정의'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시청자들에게 질문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결국 7화 HOME에서 그의 총구가 오대영에 의해 빗겨가고, 10화에서 오대영의 총구를 막지 못한다. 10화 내내 길수현 식의 정의는 사적 단죄로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오대영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지만, 10화에서 과도한 총기 사용을 기꺼이 선택한 것은 오대영이다. 

하지만 과거 길수현은 그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을 죽이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조우한 뜻밖의 진실때문이다. 그는 눈 앞에서 목격한 살인자를 찾아 단죄하려고 했지만, 정작 그를 통해 발견한 것은 숨겨진 배후이다. 그리고, 그가 찾아낸 살인자처럼, 오대영은 그를 이용하려는 세력에 의해 또 다른 청부 살인자가 되어버린다. 길수현의 과거와 맞닿아버린 오대영의 살인, 거기엔, 선명한 듯 하지만 왜곡되기 쉬운 복잡한 '정의'의 실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실종 느와르 M>은 범죄 시리즈로는 독특하게 추상적 명제 '정의'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는 단어의 추상성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정의'가 '불의'에 의해 구조적으로 침식되어 가는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시리즈의 7개의 사건은 우리 사회 곳곳에 드러나는 부조리한 범죄들이고, 그 범죄들 배후엔 언제나 권력과 부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실종 느와르 M>은 정의의 이름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10부에서 보여지듯이, 정의가 요원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 <실종 느와르 M>의 정의는 비틀거린다. '법'위에 존재하는 불의를 향해 '사적인 단죄'를 행한다. 그리고 뜻밖에 숨겨진 진실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길수현의 나레이션,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의를 향한 여정도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실종 느와르 M>의 다음도 기대하게 된다. 




by meditator 2015. 5. 31.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