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을 쓰기 전에 누군가의 엄마인 내가 가진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싶다. 

누군가의 엄마인 나는 <신의 선물>을 보면, 묘한 이중적인 감상에 휩싸인다. 
딸을 살리고자 시간을 거슬러 온 엄마 수현(이보영 분)에게 그다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기에 그럴 수록,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범인은 찾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엄마 수현의 맹목성이 그 누구보다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에서는 또 엄마인 수현이 와닿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온 수현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딸이 여전히 과거의 시간 속에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최선을 다해 딸과 함께 도망치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제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마치 운명처럼, 수현과 수현의 딸은 사건을 향해 멈출 수 없는 행보를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수현은 딸과 함께 도망치는 대신 스스로 범인을 찾는데 나선다.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24일 방영분에서도 보여지듯이 수현이 범인을 잡는 과정은, 그녀 스스로가 짚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듯한 위기의 순간들 뿐이다. 앞서 범인으로 추측되었던 신봉섭(강성진 분)을 잡기 위해 변장에 육박전까지 불사했다. 하지만 그런 수현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신봉섭이 예상치 못한 오토바이를 탄  남자에 의해 살해 당하자, 그 오토바이 탄 남자로 추측되는 장문수(오태경 분)의 집을 탐색하기 위해 들어갔던 수현은 예상치 못하게 장문수에게 사로 잡혀 입막음에 포박을 당하는가 하면, 결국 또 염산 병이 난무하는 육박전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살벌한 범인 색출 작전인데, 제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한들 아이와 함께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온 수현은, 샛별이가 죽기 전보다도 더 딸인 샛별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비상이 걸려 뛰쳐나가는 형사들처럼, 수현은 어디선가 범인과 관련된 정보를 들으면, 그 누구라도 좋으니, 아이를 맡기고 뛰쳐나간다. 그것이 남편(김태우 분)인 것은 당연지사요, 때로는 동찬의 사무실의 여직원 제니(한선화 분)이기도 하고, 후배 작가인 주민아(김진희 분)요, 옆집에서 일 돌봐주는 할머니(정혜선 분)이기도 하다. 

(사진; 리뷰스타)

그리고 6회와 7회를 거쳐 새롭게 등장 인물들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연쇄 살인범이나, 아동 강간 살해범이 아니라, 오히려 수현이 무방비하게 아이를 맡기는 인물들에게서 수상한 점들이 발견되어 가고 있다. 알고 봤더니 샛별이의 아버지는 과거 동찬의 형 사건의 담당 검사였으며, 믿음직스런 후배는 남편의 내연의 애인이었다. 하지만, 집 바깥으로 돌며 사건을 해결하려 고군분투 중인 수현을 그 사실을 모른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식이다. 아이를 구한다며, 아이를 방치하는 수현의 모성이 영 불편하다. 

더구나 수현의 아이 샛별이는 남편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말던 자신이 궁금하다고 대뜸 남편의 멱살부터 잡아채는 수현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덥석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에서 똑같다. 그래서 쉽게 사라지고, 쉽게 누군가를 쫓아가 엄마인 수현은 물론 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태운다. 


과연 이런 수현의 딜레마, 범인을 쫓기 위해 아이를 방치해야 하는 모성의 편향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이를 유괴한 범인을 쫓는 엄마라는 캐릭터로 인해 불가피하게 아이를 방치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신의 선물>이 가진 구조적인 패착이 되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또 하나의 복선이라면?

되돌아 보건대, 과거에도, 수현은 첫사랑과 잠시 만나기 위해 샛별이를 누군가에게 맡겼었다. 그런 수현의 사소한, 하지만 결국은 결정적인 무신경이 딸 샛별이의 유괴로 이어졌었다. 그런데, 자살 시도 끝에 시간을 거슬러 온 수현은 다시 범인을 찾겠다며 자신의 딸을 누군가에게 덥석덥석 맡긴다. 더구나, 그때 그 사건이 났을 당시 맡겼던 후배 작가에게, 전혀 의심도 없이, 샛별이이 손을 넘겨준다. 정작, 사건을 쫓느라,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오류를 되짚어보는 반성이 없는 것이다. 

7회 기동찬은 함께 일하는 병태(연제욱 분)에게 눈으로 보여지는 사건의 이면에 대한 경구를 듣는다. 동찬을 그 후배의 말을 통해, 형의 사건을 의심해 본다. 하지만, 오히려 후배의 말은 수현에게 더 어울린다. 가장 그녀가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제 7회에 본격적으로 의심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샛별이의 사건이 남편이 검사였던 시절에 있었을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정작 사건의 발단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에 무신경했던, 그리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믿었거니 했던, 그녀의 무신경, 막연한 신뢰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현은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만, 7회 엔딩에서 후배에게 손을 잡혀 가다 자동차와 부딪치게 되는 샛별이처럼, 어떤 면에서 수현은 사건이 일어나도록 조장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신의 선물>의 모정은 불편하다. 열렬히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기엔 어쩐지 껄쩍지근하다. 심지어 수현의 열성적인, 하지만 맹목적인 모정의 여정이 가혹한 댓가를 치를 것 같아 불안하기 까지 하다. 시간을 거슬러서도 여전한 수현의 맹목성, 그리고 역시나 시간을 거슬러서도 자신이 본 것만을 믿겠다는 기동찬의 또 다른 맹목성이 부서져 나가는 시간, 그래서 진실 앞에 오열하게 되는 비극의 시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우리 삶의 위선과 마주서는 시간, 그것이 <신의 선물>이 남긴 이야기일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2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