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는 꼭 유투브 인기 동영상을 소개하는 꼭지가 꼭 들어간다. 그런데, 이 인기 동영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동물들 영상이다. 강아지, 고양이 등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그저 문턱을 넘지 못해 안간힘을 쓰다 벌렁 자빠지거나, 먹고자 하는 욕구를 저어하지 못해 무심코 저지르는 해프닝에 사람들은 입이 벌어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다,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몇 가지가 있다. 아기, 동물 등, 고양이를 예로 들면, 아기 고양이들은 어릴 적에는 인형처럼 귀엽다가도, 성묘가 되면 인상이 '야생적으로' 확 바뀐다. 진화론적으로, 아기나 어린 동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노골노골'하게 만들도록 귀엽게 생기고, 행동하는 이유를, 아직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어린 동물들이 자신을 보살펴 주는 '어른'에게 자신을 보호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그도 그럴 것이, 동자로 가득찬 아기와 어린 동물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버리다니! 천벌을 받을 소리다. 

<아빠, 어디가>에 이어,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마이 베이비>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린 아이와 아기들이 예능으로 진출하더니, 이젠 동물 차례란다. kbs2는 천만 애견 시대를 맞이하여 최고의 모델견이 될 스타견을 뽑는 '슈퍼독'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력 만점, 개성 폭발, 끼 넘치는' 개 중에 최고의 개를 뽑겠다는 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왜 하필 개일까까? 집에서 키우는 것들에는 고양이도 있고, 요즘은 돼지에, 햄스터에, 히한한 페릿에, 심지어 파충류까지 있는데 말이다. 

인간과 개의 '동거' 생활의 유래는 인간의 정착 생활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들이 농사를 지으며 모여 살기 시작하자, 그 주위를 어슬렁 거리던 개들은 슬슬 인간의 가축화가 되어간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개'를 키우는 것이 인간에게는 큰 장점이 없다. 귀여운 짓을 한다거나, 사냥을 돕는다고 하지만, 소나 돼지처럼 막강한 식용 동물에 비하면 뭔가 한 끝이 떨어지는 위상이다. 그러기에, 최근의 진화론자들은 예전에 인간이 의식적으로 개를 길들였을거란 학설을 수정해, 오히려 야생의 늑대족이었던 개가 먹이를 용이하게 구하기 위해 인간의 영역 내로 의도적으로 진입한 것이 아닌가라는 학설을 내놓고 있다. 즉, 먹고 살기 위해서, 인간에게 의식적으로 귀여움도 떨고, 묘기도 부리고, 사냥에 앞장서서 스스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따르면 결국 개의 묘기는 그들이 인간의 곁에서 살아가기 위한 자구 수단인 셈이다. 키우는 숫자가 비슷한 거 같음에도 불구하고, '슈퍼묘'라던가, 고양이 길들이기라는 건 낯선 이야기이다. 심지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을 '집사'라 한다. 즉, 키우는 사람과, 키움을 당하는 사이의 역학 관계가 반대라는 소리이다. 하지만, 개는 무리 동물로서의 우두러머리에게 충성하는 습성을 활용하여 인간들은 주종 관계의 위치를 확고하게 휘어잡음으로써 '슈퍼독'의 진기명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과연, 잘 길들이는 것이, 정말 애견일까? '슈퍼독'은 도식적으로 훌륭한 묘기는 성숙된 개와 주인의 관계의 증거라는 듯 프로그램을 진행시킨다. 출연자 중 몇몇은 파양된 경험을 가진 '말썽꾸러기견'의 개과천선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사고를 쳐서 파양을 시켰던 전주인들에게 이제는 '멀쩡'해지다 못해 묘기까지 부리는 개를 데리고 나와 '버림'에 대한 후회를 추궁한다. 물론, 좋은 묘기를 얻기 위해서는, 개와 그 개를 길들이는 주인 사이에 믿음이 전제로 깔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좋은 묘기가 좋은 사이라는 도식적 정의는 문제가 있다. 

실제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집에도 개가 두 마리 있다.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 님이 두 분 계시다. 왜 이 개들이, 개님들이신가 하면, 우리 개님들은, '슈퍼 독'에 나오는 묘기 따위 정말 '개나 물어가라'이다. 개를 키우다 보면, 개들이 자신의 손을 아니 발을 누군가에게 주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발을 준다는 건, 자신이 싫어하는 걸 감수하는 것이다. 우리집 개들은 싫어하는 건 안한다. 어찌어찌해서 대소변은 지가 찜한 자리에 가서 싸는 정도이다. 막내 개는 한 겨울에도 베란다에 오줌을 싸서, 그 장소를 좀 바꿔보려 했더니, 며칠 동안 배변 배뇨 활동을 안하는 시위를 벌임으로써 주인의 두 손, 두 발을 들게 만들었다. 키우다 보면, 느낀다. 개나 사람이나 똑같다. 구르기? 두 발로 서기? 그딴 거 안해도 되면 안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굳이 '동거'하는데 묘기가 왜 필요한가. 

하지만 '슈퍼독'에 나오는 개들은 별별 걸 다 한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대기실 미공개 영상 등을 보면, 어떤 주인은 개가 한번 구를 때마다 먹이를 준다. 참 그 개도 먹고살기 고달프다. 물론 꼭 먹이를 주지 않아도, 말을 잘 알아먹는 개들도 있다. 사람처럼, 개들도 천차만별이다. 지능도, 주인에 대한 순응도도, 개들에 따라, 묘기부리기를 좋아하는 개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묘기의 정도를 가지고, 훌륭한 애견의 표본인 양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건 좀 보기 그렇다. 차라리, 굳이 동물을 끌어다 붙이려면, 개와 주인이 살아가는 '관찰 예능'을 하지, 왜 굳이 '수퍼'한 개를 뽑으려 개까지 경쟁을 시킬까? 유튜브 동영상에서도 보면, 개들이 재주를 잘 부를 때 보다, 온갖 실수를 저지르고, 넘어지고, 자빠질 때가 귀엽고 재밌는 건데 말이다. 아, 그건, 이미 ,<동물농장>에서 다 한 건가.

허긴,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별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다하다 못해, 이젠 개까지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그게 개한테 좋네 나쁘네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노릇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집 '개님'들을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슈퍼독'이 그저 즐겁게 즐겨보기에는 어딘지 껄쩍지근한 프로그램임에는 어쩔 수 없다. 


by meditator 2013. 11. 3.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