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단 따단~"하고,

상어의 OST '천국과 지옥 사이'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8회까지 본 시청자들은 이제 다음 어떤 장면이 나올지 안다. 조해우 역의 손예진이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이수를 그리워 할 것이고, 카메라는 한껏 그런 그녀를 훑을 것이라는 것을, 물론 그 자리에 이수 역의 김남길이 있다면 예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볼것이다. 또 정동하의 '슬픈 동화'가 나오는 장면은 어떤가. 그 음악이 흘러나오면 김남길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같은 표정이 마구마구 들이대질 것이다.

 

이러단, 스타급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클리셰가 생길 듯하다. 아니, 이미 만들어 졌나?선수를 친 것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였다. 오죽하면 선배 윤여정이 흉을 볼 정도로, 한 회의 상당 부분을 두 남녀 배우의 풀샷에서 클로즈 업에 할애했다. 후보정이 드라마의 계약 조건이었단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던 송혜교는 그녀가 선전하는 화장품들의 매진 사태를 불러오는 완판녀가 되었다. 제대 후 한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던 조인성 역시 슬글슬금 고개를 쳐들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켜 버렸다.

물론 멜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이다. 거기에 어떤 직업에, 어떤 상황이건 상관없이 남녀 주인공은 이쁘고 멋있어야 인기를 끄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는 더더욱 주인공이 돋보이도록 드라마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경우는 근자에 보기 드문 멜로 드라마의 성공 사례를 보여줌과 동시에, 뮤직 비디오 같은 화면으로, 과도한 두 주인공의 편애라는 부정적 클리셰의 등장으로도 사례를 남긴 경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상어>가 고스란히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마치 할 말이 없을 때마다 옛날 이야기를 꺼내듯, <상어>는 적어도 한 회에 한 두번 남녀 주인공이 감정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이런 과도하게 아름다운(?) 감정씬들에 이유가 없지는 않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경우, 공식적으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남매 사이이고,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목적은 여자를 이용하여 돈을 뜯어 내는 것이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사건 보다 두 사람이 맞부딛치며 빚어내는 미세한 균열을 콕 찝어 내는 것으로 설명해 내려 했고, 그 지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즉, 상식적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관계인데, 사랑하게 되는 그 '아이러니'의 미학을 섬세하게 다룬 것이다.

 

(사진; 엑스포츠 뉴스)

 

<상어> 역시 마찬가지다. 해우와 이수는 청소년 시절에 서로 좋아하던 사이였지만, 이제 12년이 흘러, 해우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고, 이수는 해우의 가족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더구나 그 수단으로 해우를 이용하려고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상대방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오고 눈빛이 흔들린다. 더구나, 드라마가 진행되어 해우가 이수가 누구라는 걸 알고,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면, 그 마음은 진정성이 있더라도 공식적으로는 불륜이 되는 것이다. 이 위험한 설정의 당위론을 만들기 위해, 드라마 <상어>는 해우와 이수의 12년을 무색하게 만드는 감정들을 보여주고, 또 보여주는데 공을 들인다. 마치 불륜이라고 설정은 해놓았는데 막상 그렇게 벌여놓으면 욕을 먹을 게 두렵다는 듯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넘치는 주인공의 편애를 통해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한 것과 달리, 아직까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어>의 시청률을 보건대 <상어> 제작진의 이 의도가 성공한 듯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역으로 이제 8회에 걸쳐 여전히 똑같은 표정, 똑같은 흔들림이 반복되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심지어 12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저렇다는게 좀 오바아냐? 라며 반항심까지 밀려오기 시작한다.

 

<상어>를 이끌어 가는 건,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으로 봤을 때 크게 두 가지이다. 그것은 해우와 이수의 세간의 도덕이나 법률적 제도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사랑 하나와, 이수의 복수이다.

복수는 정해 놓기라도 한 듯 한 회에 하나씩 사건을 던진다. 7회에 뜬금없이 배달된 사진을 찾아 갔더니, 이수같은 소년이 튀어나오는가 했더니, 8회엔 그 소년이 이수가 아니란다. 하지만, 영악해진 시청자들은 안다. 7회에 뜬금없이 등장한 사진의 장소라는게 이 드라마의 협찬을 위해 등장한 일본의 모처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장황한 시간을 드라마가 허비하고, 8회에 이수가 아니라는 그 엔딩 역시 얼굴을 다친 이수라는 사실이 또 숨겨져 있음을.

그러면서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다음 회면, 다음 회면 뭔가 짜~하게 무시무시하 복수가 시작될 거 같은데, 이렇게 한 회에 하나씩 시시껄렁한 떡밥이나 던지는 거 보니, 뭐가 아예 없는 거 아냐? 그게 아니라, 12년을 절치부심했다며 해우를 보자마자 저렇게 흔들리는 걸 보니, 이수는 복수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거 아냐? 라는.

 

<상어>의 제작진은 폼나게 복수도 하고 싶고, 멋들어지게 멜로도 해보이고 싶은데, 8회를 건너온 지금, 멜로는 하냥 하는 소리요, 복수는 심드렁해지는, 그래서 호청자들 조차 이 드라마 내가 기대한 그 <상어> 맞나 라는 의심이 스멀스멀 솟아나기 시작하고 있다.

손예진의 사랑스러움과, 김남길의 치명적 매력만으로 버텨가기엔 복수극 <상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디 숨겨진 카드가 있다면, 아끼지 말고 확확 속시원하게 풀어내시길~

by meditator 2013. 6. 19.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