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매주 목요일 밤 11시 tvn을 통해 방영되었던 <잉여 공주>가 조기종영하기로 확정되었다. 애초에 14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잉여공주>는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4부를 줄여 10부작으로 마무리짓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두번 째, 9월 16일 <아홉수 소년> 게시판엔 이 작품이 대학연합 동아리의 <9번 출구>와 유사하다는 의문이 제기 되었다. <아홉수 소년>의 제작사 측은, 이에 대해 이미 2013년 겨울부터 기획되었고, 2014년 1~2월에 최종 시놉시스가 완성되었기에, 표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제작진의 의견에 대해, <9번 출구>의 이정주 작가는, <9번 출구>가 이미 2013년 9월부터 공연되었고, 기획은 그 이전에 이미 이루어 졌기에, <9번 출구>를 참조하지 않았다는 <아홉수 소년> 제작진의 의견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세번 째, 일요일 밤 9시 20분, 시즌제를 주창하며 100억 블록버스터 대작이라 홍보를 했던 <삼총사>의 궤적이 미미하다. 야심차게,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모티브로 하여, 조선 인조 때 소현 세자와 그 주변인들을, '삼총사'로 엮어, 무협 활극을 주창했던 드라마 <삼총사>는 일요일 밤 단 한 번의 방영이 무색하게, 느리 전개와 지지부진한 스토리로, 작가의 전작 <나인>의 명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네번 째, 월요일 밤 <마이 시크릿 호텔>, 킬링 로맨스를 내걸고, 추리극과 로맨스의 콜라보레이션을 주창하던 이 드라마는, 하지만, 연속적으로 살인이 이루어 지는 것과 달리, 극중 추리극의 묘미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중론이다. 

(사진; osen)

위의 네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현재,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거나, 애초에 내걸었던 취지를 도달하지 못한 채 표류하거나, 심지어 조기 종영 사태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젊은 사람들 중에는 채널을 아예 tvn에만 고정시켜 놓고 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열성적인 독자를 모았던 tvn 드라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애초에, 공중파 드라마를 상대로 tvn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과 같은 연애 드라마를 통해서 이다. 이들 드라마를 멜로 드라마라고 하지 않고 , 굳이 어색한 '연애' 드라마라고 지칭한 것은,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 사랑에 이르기 까지, 남녀의 연애 과정을 미시적으로 천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쁜 색지라도 한 겹 덧댄듯한 뽀사시한 화면, 거기에 한껏 트렌디한 패션으로 등장한 남녀 주인공들의, 다종다양한 종종 19금을 불사하는 진솔한 연애 담론이, 로맨스 물에 갈급한 젊은 층의 취향을 정확히 조준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인기를 끈 연애 드라마들은, 이제 kbs2의 <연애의 발견>처럼, 공중파 드라마에까지 진입하며, 그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tvn을 전성기로 이끈 연애 드라마들이, 오히려 최근에는, tvn 드라마들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다. 
tvn의 연애 드라마처럼, 젊은이들의 솔직한 연애 담론을 토크로 다룬 <마녀 사냥>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엔, 이런 신세계가 있어 싶었던 남녀간의 솔직한 연애 이야기가,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저번 주에 봤던 이야기나, 이번 주에 봤던 이야기나,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은 경지에 이르른다. 
다른 배경, 다른 등장인물, 다른 스토리이지만, 결국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서로 소통하지 못해 오해하고, 사랑의 짝대기가 어긋나 마음을 앓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세상에, 병원에서 연애하고, 회사에서 연애하고, 심지어 법원에서 연애하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tvn 드라마라고 무에 그리 다를 것이 있나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부족하지만, tvn의 드라마들이, 유독 연애 과정 그 자체에 흠씬 빠져, 순정만화에서 등장하는 듯한 로맨스들을 마구 분출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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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한 두 작품일 때는, 매력적이었는데, 이제 한 주에, 위에 등장하듯이 네 작품이나 되었을 때는, 그 연애 이야기가 적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색다르지 않은 연애 이야기는 <잉여 공주>의 조기 종영을 낳았고,  결국 신선한 연애 이야기에 대한 수급 욕구는, 표절 사태에 이르게 된다. 
매주 월, 화 방영되는 <마이 시크릿 호텔>은 추리극과 로맨스의 두 마리 토끼를 지향하지만, 실제 드라마 방영 시간의 대부분은, 남상효(유인나 분)를 중심으로 전남편 구해영(진이한 분)과 호텔 이사 조성겸(남궁 민 분)의 삼각 관계에 치중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상효와 구해영을 중심으로, 갖가지 해프닝들이 방영 시간 대부분을 메꿔간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 날 구해영의 신부가 줄행랑을 치고, 남상효는 호텔을 위하는 책임감에, 그 결혼을 대신하는 웃지 못할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런 해프닝에 가까운 스토리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는 것은, 주인공 세 사람의 오해와, 그 오해를 해명하지 못해 벌어지는 또 다른 해프닝이다. 호텔에서 사람들은 연신 죽어나가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가물에 콩 나듯, 이 이야기가, 그저 로맨스물이 아니라는 증거로 간간이 등장한다. 

100억 대작 <삼총사>도 마찬가지다. 대작 블록버스터가 무색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소현 세자와 강빈, 박달향, 그리고 미령의 엇갈린 사각 관계이다. 역사극에서 멜로가 가미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정도전>의 걸출했던 연기자들을 캐스팅하고, 모처럼 돌아온 양동근까지 합류했지만, 스토리는 주인공들의 사각 관계의 울타리를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조기 종영이 결정된 <잉여 공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된 인어 공주의 사랑 찾기와 함께 잉여 하우스를 배경으로, 88만원 세대의 고군분투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드라마는 지리한 삼각 관계, 엇갈린 사각 관계로 채워진다. 잉여 하우스 멤버들은 그럴 듯하지만, 어쩐지 그들의 고군분투는 다가오지 않는다. 

아예 대놓고, 삼촌, 조카 둘의 사랑 찾기에 천착한 <아홉 수 소년>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음악과 드라마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한다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방점을 찍고 싶어하는 음악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ost가 과잉인 세상에서, <아홉수 소년>의 음악들이 그렇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응답하라의 ost의 영광을 되찾고 싶겠지만, 추억이 담기지 않는 이야기의  음악은, 그저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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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의 면면을 보면, 사극에, 추리극, 청춘물에, 음악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이 드라마들을 시청하고 있다 보면, 여전히 트렌디한 연애 이야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듯 보여 아쉽다.사랑 이야기에도 다양한 질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tvn드라마의 연애 이야기들은, 한결같은, 낭만주의적 사랑주의보이다. 취향 저격은 훌륭했지만, 이제 그 취향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다.  tvn의 드라마들이 좀 더 많이 방영되는 추세에서,  좀 더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을 넘어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예로 대표적인 것이, <갑동이>이다. <갑동이>는 24~8일 개최되는 영국 'k-드라마 위크'에서 한국 장르물의 대표작으로 상영된다. 물론, 방영 중, <갑동이> 역시 애매한 사랑의 작대기로 인한 방만함으로 논란이 되기도 하였지만, 연쇄 살인마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뚝심있게 그려낸, tvn의 수작임에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아홉수 소년>의 후속작으로 예정된, 윤태호 작가 원작의 <미생>이 기대된다. 부디 사무실에서 연애 하기가 아니라, 진짜 '미생'의 삶을 그려내기를. 


by meditator 2014. 9. 26.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