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재벌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벌의 부도덕한 비리를 다룬, 그래서 그 비리로 인해 평범한 보통 사람의 삶이 침해받고 훼손당하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kbs 2tv에서 새로 시작된 <빅맨>이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굴지의 기업 현성의 외아들 강동석(최다니엘 분)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과정에서 손상을 입은 강동석의 심장은 이미 한번의 심장 이식 수술을 했던 상태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자, 강동석의 엄마이자, 현성 그룹의 안주인 최윤정(차화연 분)은 흉부외과 과장을 다그친다. 당장 자기 아들의 새로운 심장을 찾아내라고. 아직 대기자가 많다는 의사의 말에 그딴 것들이 다 무슨 말이냐고 다그친다. 강동석의 아버지 강성욱(엄효섭 분)도 다르지 않다. 비서실장을 통해 아들의 심장을 대체할 만한 사람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찾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사진; 와우 경제)

<빅맨>속 재벌이 새삼 경악스러운 것은 자기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 밖의 모든 다른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당연히 제껴져야 하는 것이거나, 수단으로 사용될 대상이 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아들의 목숨을 대체하기에 적당한 김지혁(강지환 분)을 찾아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뇌사 상태에 빠뜨리거나, 막상 그가 뇌사에서 깨어날 지경이 되자,'폐기'하라고 지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타인의 생명을 경원시하다 못해 도구화하는 재벌의 등장은 이제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새삼스럽지 않다. 그리고 거기에 <빅맨>은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타인의 심장을 탐하는 또 하나의 신선한 재벌의 부도덕한 아이템을 더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타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쓰고 버릴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재벌이 공영 방송의 10시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명 따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 우리 나라의 재벌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빅맨>의 출발점이자,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 이미 <빅맨>의 전작, <태양은 가득히>의 재벌 한태오(김영철 분) 역시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정세로(윤계상 분)의 삶을 앗아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심장을 빼앗길 뻔한 김지혁(강지환 분)의 복수를 다룰 것 같은 <빅맨>이 정세로의 복수극이었던 <태양은 가득히>와 그리 차별성이 없어보기기도 한다. 

물론 단선적으로만 비교할 일은 아니다. 복수를 하기도 전에 복수의 상대방의 딸과 사랑에 빠져 복수하는 시간보다, 사랑의 늪에 허우적거리던 시간이 더 많았던 순정파 정세로와 달리, 스스로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모토가 분명해 보이는, 살인 미수의 범죄를 벗아나기 위해 스스로 범인을 찾아 경찰 앞에 들이대는 김지혁이라는 캐릭터는 첫 회부터 꽤나 역동적이다. 즉, <빅맨>의 성공 여부는, 바로 뇌사 상태에서 살아나 졸지에 재벌 회장 아들이 되어버릴 것 같은, 김지혁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신선하며, 개연성있는 복수극을 전개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 강지환의 연기에 의존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주인공 역할의 강지환은 고무적이다. 이미 그의 전작, sbs의 <돈의 화신>을 통해 검사에서 부터 정신병원 환자까지 종횡무진 다양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해 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캐릭터의 진폭이 컸던 전작은 또한 <빅맨>의 그의 연기에서 전작의 그늘을 찾아내게 할 수도 있을 만큼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1회만으로도, 뒷골목 양아치에서 하루 아침에 재벌 회장 아들로 금의환양하는, 하지만, 결코 환영받지 못할 그 캐릭터에는 강지환만큼 적역이 없어 보인다. 



또한 강지환 외에, 이미 1회에서 아들의 일이라면 눈이 뒤집혀서 속엣말을 참지 못하는 재벌 회장 부인 역의 차화연이나, 이미 <비밀>을 통해 서늘한 욕망의 매력을 선보인 이다희의 연기 역시 기대해 볼만 하다. 아직 병상에 누워 있지만, 최다니엘 버전의 재벌 회장 아들도 기대가 된다. 이 신선한 조합의 연기자들의 조화 속에 <빅맨>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오늘자 신문에도 등장하듯이, 재벌의 불황은 국가의 곳간을 열어 해결해 주려 애쓰면서도, 정작 재벌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여는덴 인색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해마다 경기 지표는 나아진다는데, 서민들의 장바구니 삶은 고단하고 갈수록 피폐해 진다. 그럴 때 유일한 오락이라면 그래도 이런 재벌을 상대로한 통쾌한 복수극이라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해보자, 뭐 이런 것이, 공영방송 kbs2의 뜻깊은 처사가 아닐까, 그게 <빅맨>의 출사표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by meditator 2014. 4. 29. 0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