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의 전통을 정착시켰지만 늘 시청률면에서는 아쉬웠던 케이블 OCN의 드라마. 시간대를 토일요일로 바꾼 첫 작품 <384사기동대>가 참신한 주제, 매력적인 조합으로 1%의 늪에서 헤매던 OCN의 드라마를 구제했다. (16회 4.559% 닐슨 코리아) 당연하게도 그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 해를 넘기며 암중모색을 하던 OCN의 새해 첫 드라마가 1월 14일 첫 선을 보였다. <보이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소리로 범인을 찾는, 바로 112 신고 센터 직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수사 드라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에 이는 신선한 범죄 수사극
무엇보다 <보이스>란 드라마의 탄생과 관련하여 첫 번째 코드로 등장해야 할 것은 주연을 맡은 장혁이나, 이하나가 아니라, 연출자 김홍선이다. 그의 전작은 바로 2016년 TVN을 통해 방영된 <피리부는 사나이>, 일촉즉발의 범죄 현장에서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 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와의 대결을 다루었다. <보이스>가 다루고 있는 동일한 위기의 범죄 상황을 다루되, 거기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범죄자와 전면에 맞서는 협상팀을 다루었다면, <보이스>는 그 신고 과정의 주체가 되는 112 신고 센터를 전면에 세웠다는 점에서 이란성 쌍생아와도 같은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이 두 작품은 모두 그간 범죄 드라마 등에서 다루어 지지 않았던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소재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기업 협상 과정에서 베테랑이 된 주성찬(신하균 분)과 새내기 협상관 여명하(조윤희 분)의 사제 구도, 혹은 협업 과정과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절대 악과의 대결 구도로 극이 진행되었다. 첫 회를 연 <보이스> 역시 관계는 다르지만, 112 신고센터의 긴급 신고 전문가 강권주(이하나 분)와 지구대 경사 무진혁(장혁 분)의 남여 협업 구조로 전개될 예정으로 보인다. 첫 회 강권주와 무진혁은 무진혁 아내의 죽음을 통해 '악연'아닌 '악연'을 맺게 되고, 이 사건으로 전문가로 거듭난 강권주와, 폐인이 된 무진혁이 112 신고 센터 골든타임팀을 통해 얽히게 되며 <보이스> 수사팀의 구도가 형성된다. 과거의 악연이, 이제 현재의 협업 구도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피리부는 사나이>와 <보이스>는 동일한 구성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직업군과 배경이라는 점에서 <보이스>는 또 하나의 신선한 범죄 수사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스파이 브릿리(2015)> 등의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협상 전문가를 드라마로 구현했던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더 콜(2013)>을 통해 911 구조 요원만으로도 손에 땀이 차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구조 센터가 <보이스>를 통해 재발견되기를 기대해 본다. 



첫 회 역시나 김홍선이라는 기대에 걸맞게 드라마는 흡사 <시그널>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 잔인한 살인마와 쫓기는 여성, 그리고 그 가운데서 헛발질하고 마는 센터 직원이라는 '범죄'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재연해 낸다. 그리고 3년 후 마치 3년 전의 그 사건처럼 재연되는 걸려온 신고 전화와, 그 신고 전화를 받고 골든 타임 10분 안에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든 강권주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범죄 현장으로 달려나간 무진혁을 통해 <보이스>라는 드라마의 가능성은 충분하게 제시하고도 남아보인다. 

첫 회, 우려되는 것은 
단지 첫 회를 통해 우려되는 것은 뜻밖에도 배우들이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구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리부는 사나이>의 발목은 잡은 것은 뜻밖에도 배우들이었다. 자타공인 연기 잘하는 배우 신하균이었지만, 그의 잘 하는 연기가 보는 시청자들에겐 너무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뻔함'과 또 다른 여자 주인공의 어설픈 감정 연기의 언밸런스가 보는 이의 집중도를 흐트러 뜨렸다. 마찬가지로 장혁은 역시나 배우 신하균처럼 자타공인 연기 잘 하는 배우이지만, 이제 그의 연기가 여전히 <추노>를 보는 듯한 기시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만든다는데 문제가 있다. 역시나 첫 회 <보이스>에서도 잠시 생활형 인간으로 돌아온 듯 했지만 예의 연기 스타일을 재연한다. 그런 장혁의 너무도 익숙한 연기와 함께, 목소리가 중요한 이하나의 어딘가 답답한 목소리 연기가 보는 이들의 집중도를 흐트러 트린다. 

물론 <피리부는 사나이>와 <38사기동대>의 시청률 희비는 극 구성 자체의 어두움과 밝음이라는 대비되는 분위기 자체도 일조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조차도 뜨게 만들었던 <38사기동대>의 절묘한 캐스팅과 호연은 분명 벤치마킹해야 할 지점이다. 부디 이번 기회가 대길이가 아닌 장혁의, 늘 아쉬웠던 이하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7. 1. 15.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