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균신'이 돌아왔다.

11월 5일 부터 새로이 시작된 mbc수목 미니시리즈 <미스터 백>은 70대 노인이 젊음을 되찾는다는 내용보다도 일찌기 <브레인>이래, 하균신이라 불리워졌던 배우 신하균의 복귀로 더 관심을 끌었다. 또한, 불과 얼마 전<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장혁과 함께 이른바, '남다른 캐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장나라의 이른 복귀로도 주목받기도 했다. 이렇게, 신하균, 장나라라는, 신선한, 하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하기에 충분한 두 스타의 조합으로 새로이 시작된, <미스터 백>, 70대 노인 최고봉(신하균 분)이 젊음을 얻고, 젊은 여자 은하수(장나라 분)와 엮이는 어찌보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도 있는 내용의 이 드라마의 첫 출발은, 두 캐릭터에 대한 공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대 노인의 맘에 들어온 젊은 여자라는 눈쌀 찌푸리는 설정으로 아슬아슬한 출발을 보인다.

 

'내가 성공한 이유는 그 누구도 사람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희연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당당히 자신의 성공 이유를 이렇게 말하는 대한 리조트 회장, 최고봉, 그런 그의 신념의 댓가답게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아니 사람이 득시글거리긴 한다. 그의 돈을 바라보고 모여든 동생들, 그의 돈을 받고 일하는 비서 무리들,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아버지 그 돈을 다 짊어지고 가실거냐'며 틈만 나면 사고를 치는 외아들까지. 하지만, 떠들썩한 생일상을 뒤로 하고, 훵한 거실에서 넓은 식탁에 홀로 앉아 밥을 끄적거리는 최고봉의 모습에서, 이룬 것은 많지만, 얻은 것은 없는 외로운 노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외로운 노인의 정반대편에 은하수가 있다. 비록 아버지의 자리는 비었고, 그 아버지의 자리를 힘겹게 대신하는 어머니가 홀로 있지만, 취직의 소원이 '일일 일닭'인 소박한 은하수 주변엔, 남동생과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또한 맘에 안드는 아들의 따귀를 올려붙이고, 자신을 부축하는 아가씨를 멀어제끼는 안하무인 최고봉과 달리, 몇 번이나 자신을 길바닥에 밀어제끼는 노인도 측은지심으로 거두는 마음 따뜻한 아가씨 은하수가 대비된다.

 

미스터백 장나라 신하균

(tv데일리)

 

이렇게 첫 회 <미스터 백>은 흡사 스쿠루지을 연상케 하는 고집불통 노인 최고봉와, 은하수를 캐릭터적 대비를 통해 소개한다. 그저 나이가 많고 적음,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인간적으로 대비되는 두 사람은, 아들의 사고 기사를 막기 위한, 양로원 이벤트에 나선 최고봉과, 일일 자원 봉사로 그곳에 온 은하수의 뜻밖의 만남, 이어진 아들 최대한(이준 분)과의 호텔 객실 해프닝을 통해 인연을 구축한다.

 

이렇게 대비되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개과천선'이 필요한 최고봉이란 존재를 설명하고, 운석의 충돌이라는 자연의 미스터리를 통해, '회춘'에 대한 개연성을 획득해 간다.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신하균의 고집불통 최고봉 캐릭터에 대한 열연과, 황당할 수도 있는 상황을 하얀 양복을 입은 '사신(死神)'그룹의 빈번한 등장과 운석의 등장 등으로 환타지적으로 상쇄하고자 한다. 목까지 주름이 쭈글쭈글한 노인 분장은 실감이 났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 구부린 등으로 숨길 수 없는, 팽팽한 근육미의 육체와, 제 아무리 기력이 좋은 노인네라고 해도, 양 쪽 발에 모래 주머리를 잔뜩 채운 것으로 채감되는 노인의 육체적 실감과는 먼, 젊은 신하균의 동작들은 그저, 젊은 배우가 하는 노인 역의 애교로 넘어가 눈 한번 끔쩍하고 넘어갈 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허허거리며 웃어 넘길 수만 없는 설정도 존재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무기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딸의 친구를 첫 눈에 반하고, 그에게 떨어지던 붉은 장미꽃을 오마주하며, <아메리칸 뷰티>의 캐빈 스페이시도 딸 친구에게 반하지 않았냐며, 70대 노인인 최고봉이 은하수가 마음에 들어온 것을 설명하려 해도, 양로원에 자원봉사 온 젊은 처자에게 마음을 뺏긴 할아버지라는 설정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굳이 젊음 몸으로 돌아간 최고봉이 은하수를 만나도 되는데, 70대 노인의 '미혹'을 설정으로 넣었는지, 그 개연성과 타당성이 <미스터 백>의 짐으로 남는다.

 

또한 은하수와 최고봉의 아들,  최대한의 만남도 껄쩍지근하다.

객실을 청소하는 인턴 사원 은하수에게 다짜고짜 들이닥쳐, 웃통을 벗고 그녀와 함께 침대 위로 뒹군 최대한, 그것도 모자라, 성희롱이라며 분개하는 그녀에게 돈을 던지며, 비서에게 해결책을 부탁하는 설정은, 제 아무리 그들이 뒤덮인 시트 아래에서, 은하수에게 뺨을 맛다못해 침대 아래로 던져졌다손 치더라도, 시선을 끌기위한 무리수로만 보인다. 제 아무리 이들의 인연을 이후 아름답게 그려간다손 치더라도, 첫 회의 무리한 침대씬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터이다.

 

사실 그보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첫 회에, 최고봉과 은하수, 그리고 최대한과 은하수가 조우하게 되면서, 혹시나 앞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까 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천륜을 거스르는 설정을, 공중파의 미니시리즈에서 거부감없이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하다못해, 20대, 아니 십대들부터 시작하여, 세상을 거슬러 다시 살아보고픈 것이 하나의 로망인 세상에서, 70대 노인의 회춘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소재이다. 단지, 그 과정에서, 눈쌀을 찌푸리는 과욕만 아니라면, 그 공감과 과욕 사이에서, <미스터 백>이 어떻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성공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y meditator 2014. 11. 6.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