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위쪽에 <최종회>라는 자막이 선명하게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타>12회를 보는 내내 과연 이 드라마가 마지막 회 맞어? 라는 의문을 숨길 수 없었다. 심지어, 11시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내가 제작진도 아닌데 초조해지기 까지 한다. 도대체 남은 시간은 20분도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지? 

결국 마지막회 <몬스타>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11시 반을 넘어 엔딩 크레딧을 올려야만 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호, 혹시, <몬스타 시즌2>를 만들려고 하나? 라는 의구심까지 든다. 뭔가 12회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허겁지겁 꾸겨넣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이다. 

물론 마무리는 지어졌다. 하지만 찬찬히 되돌아 보면, 이걸 마무리라고 해야 하나? 그저 '봉합'이라고 해야 하나?  휴지없이 화장실 다녀온 듯 어딘가 찝찝하다. 


음악 드라마니, 성장 스토리니 해도, 결국 <몬스타>를 이끌어 갔던 기본 줄기는 설찬(용준형 분)과 세이(하연수 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다.  거기에 얹힌 그들의 가족사까지. 

그런데 두 사람은 이미 일찌기 키스까지 해버렸다. 마지막 회, 몰래 한지웅(안내상 분)에게 기타를 배운 설찬이 세이에게 노래를 들려 주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성숙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설찬과 세이의 관계는, 사귀기 전에는 자신의 맘을 몰라서, 사귀고 난 다음에는 혹시나 세이가 자신보다 선우와 더 가깝게 지낼까 찌질하게 앙탈을 부리는 설찬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찬은 가끔 멋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돌답게 음악을 창작하는 능력이 뛰어나, 칼라바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거나, 키스씬처럼 임팩트있게 여주인공에게 들이댈 때는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런 설찬의 모습은 아주 가끔 등장할 뿐이고, 늘 주인공 설찬은 마치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칭칭거리는 아이처럼, 보챈다. 그런 모습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는 남자 아이의 사랑의 방식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 매력은 반감된다. 12회가 마무리 되어도 설찬은 여전히 처음의 설찬 그대로인 느낌이다. 자신의 그룹 일을 포기하면서 칼라바의 일원으로 무대에 서도. 그의 선택이 그리 빛나지 않아보인다. 



그러기에, <몬스타>는 마지막 회에 이르기까지, 이미 11회 세이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혀  확연해진 삼각 관계임에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어색한 명목 하에, 서브남인 선우의 캐릭터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늘 설찬이라는 캐릭터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태클에 대해 도발하는 캐릭터이기에, 그를 도발시켜 주는 누군가가 끝까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에 <몬스타>의 캐릭터 설정을 보았을 때, 소녀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우상처럼 좋아하는 아이돌 설찬이 학교로 돌아와, 학교 안의 평범한 소녀를 사랑한다는 스토리는, 설찬의 아이돌이란 존재와의 충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12회에 이르러, 가장 본질적인 그 갈등은, 소녀 떼들 사이에서 세이의 손을 잡으려는 설찬의 노력 정도로, 그리고  그 마저도 해프닝으로 만든 채 어물어물 넘어가 버린다. 아이돌의 사랑 만들기가 아니라, 아이돌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극복하는 설찬의 성장통은 설찬의 찌질한 캐릭터에 빛을 잃었다. 


뿐만 아니다. 이 드라마의 대표적인 두 남자 캐릭터 설찬과 선우는 어린 시절 한 때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으며, 어린 시절의 오해로 인해, 이제는 철천지 원수처럼 으르렁대는(물론 그 마저도 설찬의 일방적인 감정인 경우가 많지만) 사이이다. 아마도 <몬스타>가 풀어내야 할 과제 중 순번을 매긴다면 결코 다섯 손가락의 바깥으로 넘어가지 않을 갈등이었다. 그런데 12회로 마무리된 <몬스타>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의 오해로 미워하는 사이였지만, 칼라바로 뭉쳐서 음악을 할 정도인 사이? 여전히 세이를 사이에 두고 견원지간 같은 사이?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남자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어물어물 넘어가 버렸다. 늘 너는 하지 말아야 될 오지랖을 부린다며 막말을 하던 설찬과 그런 설찬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선우의 관계는, 설찬이 선우가 좋아하는 세이를 좋아하는 걸로 퉁친 게 되는 건가? 

차도남과 박규동의 오랜 해원을 멋들어 지게 풀어낸 것에 비해, 정작 두 주인공의 오해와 갈등은 해결이 되었다는 건지, 그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는 식인건지, 12회가 끝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의 발목을 잡던 가족사도 마찬가지다. 

세이가 쥐방구리 드나들듯 하던 집의 주인 한지웅이 사실은 부모님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엄마를 첫사랑으로 못잊어 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몬스타>의 12회를 끌고오던 주요 갈등 요인 중 하나였다. 거기에 보태 세이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사람을 좋아해 아빠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오해를 하는 것이고. 

설찬의 경우는, 입양과 파양을 거듭하면서 엄마를 늘 어머니라 깍득하게 부르고, 폐를 끼지고 싶지 않다고 말할 만큼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처지이다. 

즉 두 사람 모두, 어른들의 일,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캐릭터인 것이다. 


그런데, 그 상처에 대한 해결을 <몬스타>는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가장 조마조마하게 시청자들을 만들던 엄마와 한지웅이 잘 알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엄마가 그 모든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으로 넘어가 버린다. 시청자들은 저게 터지면 어떻게 될까 이러고 있는데, 됐어, 세이는 더 이상 상처받으면 안돼 라며 꿀떡 삼켜버린다. 12회 설찬의 방송 출연이 어려워지자, 칼라바의 사연 팔이를 통해 이슈를 만들려던 피디가 올포원의 리더 말 한 마디에 아이템을 꿀꺽 삼켜버린 것보다 더 우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아빠의 죽음은 알고 봤더니, 어린 세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서라는 예상 밖의 스포를 12회 마지막이 되어서야 터트려 버린다. 이런 것도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시청자들은 극의 흐름을 이쪽에서 예상하고 지켜보며, 과연 저걸 어떻게 주인공들이 지헤롭게 극복해 내어 성장을 하게 될까 이러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책임을 지우며, 그리고 그 조차도 극복을 한 것인지, 그냥 울고 만 것인지도 분명치 않게 마무리지어 버렸다. 엄마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엄마를 보지 않겠다고, 호주에서 혼자 한국으로 날아온 세이가, 정작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 과연 울면서 노래 한 번 부른다고 해결 될 수 있을까? <몬스타>를 지켜본 시청자라면 그런 의구심은 당연히 드는 것이다. 

설찬과 엄마의 관계도 그렇다. 설찬이 그렇게 엄마에게 냉랭하게 대했던 이유가, 엄마의 파양 때문이었다는 걸, 마지막 회에 가서야 밝히고 그저 엄마의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가 버린 이 모자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러니, 혹시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몬스나>는 정작 가장 명확하게 해결하고, 혹은 해명하고 넘어가야 할 갈등들은 두루뭉수리하게 혹은 마지막 회에 가서야 어거지로 마무리를 지은 반면에 차도남과 박규동, 심은하, 김나나 등 조연들의 이야기는 현실감과 개연성, 그 어느 것에서도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잘 그려내었다. 그리고 이것이 12회라는 회차의 한계라기엔 그간 2회를 끌고오면서 그저 별 극적인 사건 없이 주인공들을 투닥거리다 끝낸 회차가 꽤 됐었다. 12회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12회라는 회차의 분량 조절이라는 평가가 더 적절할 듯하다. 또한 청소년의 성장통에 대한 고민이 주인공 커플과 선우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성장이란 그저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넘어간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왕의 교실>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전쟁과도 같은 성장통을 겪으며 선생님과의 이별 조차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 지듯이, 속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몬스타>의 성장통은 무엇이었나 12회가 끝난 지금도 묘연하다. 



by meditator 2013. 8. 3.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