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이러스>의 후속 드라마는 예상 외로 청소년 드라마 <몬스타>이다.

음악 드라마임을 내걸은 첫 회 예고편, 유재하의 <지난 날>이 흘러나온다. 90년대의 음악들과 90년대 청춘들의 성장사가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한편의 아름다운 후일담을 완성했던 <응답하라 1997>이 연상되면서, 음악의 힘을 빌어 또 한편의 청춘의 감성을 전해줄 드라마가 탄생될까? 기대를 해보게 된다.

 

하지만, 뮤직드라마 <몬스타>는 빈번하게 음악이 흐르고, 주인공들이 공연을 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마지막 장면 눈물의 듀엣,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외에는 음악이 들어오진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은 입술에서 시작되었다'는 노골적으로 로맨스를 상징하는 소제목처럼 드라마는 십대 청소년 일부가 인터넷에서 즐겨 찾아보는 로맨스 소설의 품새에 더 가까웠다. 2004년 개봉된 귀여니의 소설 <늑대의 유혹> 예고편, 여주인공의 우산 안으로 스윽 들어와 싱긋 미소를 짓던 미소년 강동원처럼, <몬스타>의 주인공 윤설찬(용준형분)은 1회 엔딩, 다짜고짜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여주인공 민세이(하연수 분)에게 '내 짝 해라'는 뜬금없는 대사를 날리고 드라마는 다음 회를 기약한다. <직장의 신>의 장규직의 '내 정규직 해라'라는 대사는 오글거려도 십 여회를 통해 다져온 밑밥이라도 있지. <몬스타>는 예고편 내내 교실로 다짜고짜 들어가 앉아있는 여학생에게 입술을 들이대는 윤설찬의 키스씬으로 낚더니, 이번에는 뜬금없는 '내 짝 해라' 라니!

 

 

그런데 1회를 통해 <몬스타>가 보여준 윤설찬과 윤세이, 그리고 거기에 얽혀드는 정선우(강하늘)의 러브 스토리 서사는 인터넷 소설을 좀 찾아보거나, '팬픽' 좀 봤다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환타지들이다.

잘 나가는 남자가 보잘 것 없는 여자에게 성큼 다가오는 환타지는 할리퀸 로맨스의 전형 '프리티 우먼'에서 일본판 로맨스의 절정 '꽃보다 남자'에서 익히 써먹어 왔던 스토리들이다.

단지 이번엔 음악을 매개로 하기 위해 아이돌 스타 윤설찬이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거기에는 '라디오'라 칭해지며 대놓고 왕따를 당하는 박규동(강의식)과 그 누구도 규동의 눈물어린 노래에 반응하지 않았을 때 그와 함께 눈물을 흘려가며 노래를 해준 전학생 윤세이가 있다. 아마도 이들은 윤설찬과 함께 음악을 통해 조우하고, 성장하고,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 편엔 우등생 정선우가 속해있는 오케스트라 동아리 '올포원'이 있다. 어라, 이런 음악적 대립 구도는 <드림하이>에서 이미 한번 경험해 봤는데?

이렇게 <몬스타>의 구도는 어디선가 봤던 거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답습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십대들의 로맨스 환타지를 건드리며 이 드라마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만드는 <몬스타>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정적 트라우마까지, 청소년 성장 드라마의 뻔한 클리셰가 되어 단점으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

1회 낯선 배우들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으며 신선한 첫 만남을 이루어 가는데도 어쩐지 70여 분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 <몬스타>의 1회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진 측면이 강하단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청소년 드라마라 하더라도 <응답하라 1997>처럼 첫 주연임에도 연기력의 논란없이 윤재같았고, 시원이 같았던 서인국과 정은지의 연기를 경험했던 시청자들이, <학교 2013>을 통해 이종석과 김우빈의 외모적 훈훈함을 경험했던 시청자들이 과연 아직은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몬스타>에 열광해 줄런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1회 뻔한 클리셰의 남발 속에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죽음을 고민하던 왕따 박규동이 반 아이들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눈물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토해내듯 부르다, 윤세이가 함께 한 순간, 치유의 미소를 지을 때, 그리고 이 둘이 함께 남은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부를 때 그저그런 청소년 환타지 로맨스같았던 <몬스타>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의 또 다른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발군의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하지만 그 이후 그의 연출을 슈퍼스타k 에피소드 드라마에서나 만나게 돼 안타까웠던 김원석 피디가 그의 저력을 제대로 펼쳐 줄 지 기대를 해본다.

<별순검> 시리즈를 통해 매니아들의 환호를 받다, <아랑사또전>으로 그 명예를 잃고 만 정윤정 작가의 절치부심도 또한 기대가 되기도 한다.

십대의 환타지 로맨스 드라마를 만든다면, 십대들은 고정 시청자층으로 먹고 들어갈 것이란 안일함을 넘어, '상처받은 10대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치유하겠다는' 제작의도를 잘 살려줄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3. 5. 18.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