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 7개 도시, 8개의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린 '프렌치 시네마 투어 S.T.DUPONT2016', 엄선된 10편의 영화 중 마지막 작품은 2015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정되었고, 2016년 상반기 개봉했던 <마지막 레슨>이다. 이 프렌치 시네마 주간 동안 있을 '시네마 톡'을 위해 내한한 파스칼 포자두 감독과 여주인공 마를렌으로 열연한 마르뜨 빌라론가 배우를 만났다. 특히 여주인공 마를렌 역의 마르뜨 빌라론가 배우는 84세의 고령이시고, 이 60년차의 노배우이지만 이 작품을 위해 한국까지 오시는 등 노익장을 보여주셨다. 




1. '존엄사'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마지막 레슨>을 만드신 계기는?
-이 영화는 2003년 출간된 노엘 사틀레의 동명의 작품을 영화화 한 것이다. 가까운 분이 돌아가시면 남은 사람들은 생전에 조금 더 많은 것을 나눌 것을 하고 후회를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까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마지막 레슨'이란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2. 2011년 <크루즈>에 이어 계속 작품의 주인공이 노인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유럽은 물론 계속 '젊은이'가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그들 자체만으로도 무궁한 이야기를 가진 노인, 한 권의 책과 같은 '노인'에 주목하고 싶었다. 

3. 여주인공 마들렌의 존엄사를 어떤 시각에서 다루고 싶으셨는지?
-실존 인물인 마들렌은 일찌기 젊어서부터 임신 중절, 피임할 권리 등 강력한 투쟁의 대열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일반적인 어머니가 아니라 결단력있는 삶을 살아온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바로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 죽음의 순간까지 의지를 가진 여성을 그려내고 싶었다. 



4. 영화 속에서 그런 어머니의 결정에 대해 아들과 딸은 서로 다른 결정을 한다. 심지어 죽는 수간까지 아들은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한다.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다. 존엄사의 결정에 대한 반응에 여러가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옳고 나쁘고가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가 보이는 반응에 대해 공감해 주기를 원했다. 

5. 굳이 아들이 반대를 하고, 딸이 어머니와 유대를 가진 인물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남자니까(웃음), 몇몇 아들들은 이해할 지 모르겠지만,' 목욕씬'에서 보여지듯 딸과 어머니가 함께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듯, 그런 유대는 어머니와 딸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아들이 그렇게 아픈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하려 해도 어머니가 불편했을 것이다. 딸에게 벗은 어머니의 몸은 다르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저 몸에서 나왔고, 나도 그렇게 늙어갈 테니. 바로 그런 동질성이 유대의 기본이 된다.

6. 그래도 자식인데 어머니의 죽음은 '딜레마'일 듯하다. 
-민감한 문제입니다. 프랑스에서 존엄사는 불법입니다. 만약 합법이 될 예정이라면 영화 속 마들렌도 결정을 미루었겠지요. 얼마전 프랑스에서 두 명의 노인이 호텔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이들은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대신 검사에게 존엄사 법적 허용에 대한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식들은 영화 속 마들렌의 자식들만큼 힘들어 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마들렌처럼 몇일 날 죽을거야 라고 해서 자식 또한 그 선택의 회오리에 휘말리도록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7. 영화에서는 거울 속에 비춰진 노추의 모습, 그리고 스스로 운전을 하고 나오다 차량들에 휩싸여 오도가도 못하는 장면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노년의 모습으로 상징적으로 그립니다. 
-원작에서 이 내용은 딸과 어머니의 대화로 그려집니다. 그저 어머니가 이젠 늙어서 운전을 못하겠다. 차를 팔자라는 식이지요, 하지만 영화적 장면으로 필요하다 생각했븐디ㅏ.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자유로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차를 판다는 건, 경제적 행위 이상, 자유가 사라지는 장면을 상징합니다. 

8.또한 침대에서 실수하는 모습, 병원에 찾아온 딸에게 기저귀를 찬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모습도 존엄사를 설득하는 결정적 장면이었습니다. 
-결정적 장면이죠. 엄마가 기저귀를 찬 모습을 보고 딸은 우리 엄만 저런 사람이 아닌데 라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아들의 입장이었다가, 그 장면에서 딸과 같은 생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종의 '시각적 쇼크'를 노린 연출이었습니다. 



9. 영화 끝부분 딸이 엄마를 업어주는 유대의 상징적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영화 속 플래시 백 장면에서 소변을 보는 딸을 엄마가 안아서 잡아줍니다. 그런데 이제 딸이 엄마를 업죠. 이를 통해 이것이 인생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치 사이클처럼요. 그리고 딸과 엄마는 빛이 드는 언덕으로 가지요, 조산사로서 삶을 다루는 일을 했던 엄마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다가오는 것들>은 프랑스에서도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를 본 후 관객의 대다수가 영화 속 어머니 마들렌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했으며, '너무 좋은 영화'라 극찬했다고 한다, 파스칼 포자두 감독은 이전에 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프랑스 영화 관객들이 선입관을 가진 반면, 부산 국제 영화제를 비롯 해외 유수 영화제의 초청 등 해외 관객들은 그런 선입관없이 이 작품을 감상해줘서 3년동안 작업했던 결과물인 이 영화에 대해 자긍심도 느끼고 힘도 얻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청소년기 가족을 다룬 작품을 할 예정인데, 설사 다시 코미디 영화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마지막 레슨>과 같은 심오한 주제를 다룬 바 있어 좀 더 감동적인 내용을 그려낼 것같다고 말했다. 

by meditator 2016. 11. 13.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