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코엘료의 작품 중 [11분]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브라질에서 태어난 마리아라는 소녀가 진정한 성과 사랑의 완성을 찾아 가는 성장 소설이다. 작품 속 마리아는 한때 창녀로 일하며 성에 탐닉하거나, 성에 짖눌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성과 사랑이 조화되는 완성된 경지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작품의 제목으로 쓰인 11분은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하는데 있어 이상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도대체 갑남을녀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에서 시간의 길이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표준으로 정해진 것은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인터넷 기사 주변에 잔뜩 산재해 있는 수많은 '긴'시간을 보장한다는 비뇨기과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언제인가부터 그 수많은 광고들이 우리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긴' 성행위가 '좋은' 성행위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 osen)


그리고 그것은 실제의 사례에서 바로 등장한다. 
<마녀 사냥>의 상담 코너에서는 자신과 함께 잠자리를 하는 남성이 3분 정도의 짧은 성행위 시간으로 인해 매번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는 고민이 등장했다. '3분 카레'라며 살짝 놀려대기도 했지만, 그 고민을 보낸 여성은 자신은 절대 이 남성에게 불만이 없지만, 정작 남성 자신이 너무 괴로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녀 사냥> 27일 방송분은 내내 이 커플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고민을 상담하는 네 명의 mc는 물론, 거리로 나선 이원 생중계 카메라에 등장한 젊은 시민들에게도 이 질문은 던져졌으며, 또 다른 패널과 게스트가 초청된 '그린라이트를 꺼요' 코너에서도 다시 한번 이 주제가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네 명의 mc 들의 쿨한 입장과 달리, 대다수의 남성에게 있어서는 그 '시간'이라는 게 자존심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을 표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대다수의 여성 역시 고민을 보내온 여성처럼, 그다지 '시간'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다. 이렇게 여성의 입장과 남성의 생각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성시경의 명쾌한 정의와 신동엽의 첨언처럼, 사람들이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정상적인 것들이 없다보니, 왜곡된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호간의 대화인데,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채, 자신이 얻은 왜곡된 지식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 상대방은 괜찮다는데, 나 혼자 자괴감에 빠지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에 이른다는 현실이 등장하는 것이다. 

JTBC 마녀사냥에서 곽정은이 여성의 외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JTBC 마녀사냥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실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녀 사냥>은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수위에 들곤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여기서 19금의 야한 이야기를 해주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지점,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거리에서 카메라에 비친 여성조차 성행위의 시간을 대담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시대에 여전히 그들이 사랑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은 단편적이다. 그래서, <마녀사냥>을 통해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동년배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패널들의 솔직한 담론에 솔깃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나 27일의 성행위 시간에 대한 담론도, 곽정은 연애 칼럼니스트의 통계에 근거한 명쾌한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거기에 더해, 상호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성시경의 충고도 얹어졌다. 

하지만<마녀 사냥>의 시간이 꼭 적절한 정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신동엽은 짧아도 괜찮다는 여성들의 허위를 밝히기 위해 집요하게,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행위 시간에 대한 질문을 여성 패널과 거리의 관객에게 던진다. 그리고 결국은, 너무 짧은 건 싫다는 답을 반복적으로 얻어 내고야 만다. 그리고 그런 집요한 질문의 시간은, <마녀 사냥>이 양질의 정보와, 19금의 탐닉의 줄타기에서, 결국은, 탐닉의 늪으로 빠져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건강한 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1분이라는 비정상적인 시간 개념까지 제시하면서 결국은 여자들은 자신을 오래도록 즐겁게 해주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통념의 늪에 다시 한번 빠지게 만들고야 마는 것이다. 곽정은 칼럼니스트가, 성행위 시간을 구성하는 과정을 제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해 줘도, 결국 이 시간을 지켜본 남성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집요한 신동엽이 얻어낸, '짧은 건 싫어요'가 아닐까. 이러니, 여전히 <마녀사냥>은 위험하다. 



by meditator 2013. 12. 28.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