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의 월화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상승세는 파죽지세다. 1회 6.6%에서 2회 9.5%로 시청률이 오르며 sbs <사랑의 온도>(10.3%,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바짝 쫓는다. 단 하루 만에 시청률 기근인 공중파에서 대번에 3%를 건너뛴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중심에 제목의 그 '마녀', 마이듬이란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있다는 데 큰 이견은 없을 듯하다. 


나를 위해 싸운다
7년차, 이제 제법 짠밥이 붙어 검사 임명 8개월차 여진욱(윤현민 분)에게 '선배'라며 큰 소리 칠 경력의 마이듬(정려원 분). 드라마의 시작은 마이듬이 10살이었던 시절로 시작되었다. 국수집을 하는 엄마와 둘이 살지만 엄마가 있는 게 어디냐며 당당했던 아이, 하지만, 그 엄마는 잠시 나갔다 온다며 돌아오지 않았다. 거리에서 엄마를 찾던 전단지를 나눠주던 소녀는, 훌쩍 시간을 건너 뛰어 지방 국립대 출신이지만 4대 지검을 두루 거치며 에이스 소리를 듣는 35살의 중견 검사가 되었다. 



그 엄마 잃은 소녀가 서울 지검 특수부를 바라보는 에이스 검사를 바라보며 살아내기 까지 어땠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35살 마이듬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싸운다', 겸손 대신 '제가 좀 잘났습니다'라고 하며, '양보'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가 하겠습니다'하며 나선다. 하지만 그렇게 나서고 능력이 있음에도 그녀에게 돌아온 건 성추행한 부장 검사의 뒷설거지, 피해자를 찾아가 '현실'을 들먹이며 '협박'까지 하고 돌아온 그녀의 눈에 띈 건 그럼에도 남자 후배를 자리 라인으로 끌어가는 부장 검사, 마이듬은 그 '부장 검사' 성추행의 목격자로 '속시원하게' 증언을 하고, 그 댓가로 최악이 기피부서, '여성가족부'로 발령이 났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백여치에 이은 또 한번의 인생 캐릭터를 만난 정려원은, 그 특유의 매력으로 마이듬을 펄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검찰의 생리, 위계 질서, 그런 건 '나 자신을 위할 수 있을 때'만 유효한 듯, 필요에 따라 정보를 흘리기도, 이용하기도 하는 것에 거침없이, '법'을 혹은 '법' 이상을 활용할 줄 아는, 하지만 마이듬 특유의 '싸가지 바가지'는 결국 그녀를 '본의 아니게(?)' 출포검(출세를 포기한 검사)로 만든다. 그러나 마이듬이 누군가, 전셋집을 위해서는 '엮이지 맙시다'하던 여진욱에게 태세 전환이 유연하듯, 맘에 들지 않는다면 '사표'도 한 방법이라는 민지숙(김여진 분) 부장 검사에게 오래오래 공무원 생활을 하겠다며 다시 '성실히 복무'할 것을 맹세하는 현실적 유연성을 보인다. 

'마녀들의 쟁투장'; 참여 재판
그러나 마이듬의 성실한 복무는 중단없는 '나를 위한 싸움'이다. 이제 더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 없으니 포기하는 민지숙 부장의 말 따위, 이번에도 마이듬의 안중에 없다. 그녀는, 교수와 제사 사이에 벌어진 성추행 사건에서, 다시 한번 '마이듬 식'의 반전 카드를 쓴다. 

정려원에 의해 빛을 발한 마이듬이란 어쩌면 이 시대 나를 위해 고전(苦戰) 중인 젊은이들이,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가장 공감할 만한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마녀의 법정>이 수직 상승세를 이어가는 본질은 '재밌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재미'는 어설픈 미드 <크리미날 마인드>의 복사판이 아닌, 우리 현실에 기반한 성범죄를 다룬 이 드라마의 서사에서 기인한다. 

첫 회, 굳이 검찰이라고도 내세울 것도 없이 우리 나라 권위적 조직 내에서 흔한 술자리 성추행 사건을 마이듬과 전배수 부장 검사와의 갈등과 회유, 그리고 증언으로 이끌어낸 드라마는, 이제 여성아동범죄 전담부서로 발령받은 마이듬이 맡은 첫 번째 사건으로, 그 반대의 경우를 다룬다. 



논문 임용을 앞두고 여교수를 찾아간 대학원생의 교수 성추행 사건, 하지만 이를 수사하던 여진욱은 가해자 대학원생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선배임을 내세워 쉽게 넘어가려던 마이듬이 전셋집과 관련 여진욱에게 태세전환을 하며,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가 바뀌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학원생 남우성(장정연 분)의 동성애와 그 연인이 지녔던 녹취본 증거, 하지만 남우성은 그 사실을 끝내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피해자임에도 기꺼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참여 재판을 승락한 선혜영(강경헌 분) 교수는 법정에서 '여성'이라는 성적으로 불리하게 여겨지는 지위를 십분 이용하여, 여론에 호소한다. 그녀와 그녀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변호사 허윤경(김민서 분)의 변론에 따라 출렁이는 여론. 

물론 드라마는 마이듬이 부장 판사 성추행 사건에서 슬며시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주었듯, 화장실에 남겨둔 자신의 핸드폰에 남겨둔 남우성의 sns 관련과 그 이면의 성적 정체성 정보를 '떡밥'으로 흘린다. 당연하게도 그것을 덥석 문 변호사는 법정에서 증거로 그것을 폭로하고, 그와 더불어 남우성의 게이 연인 정체까지 까발린다. 이에 당혹해 하는 여진욱과 달리, 미소를 짓던 마이듬,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책략'이었다. 당연하게도 마이듬은 애초에 그녀가 하려했던 남우성 연인이 가졌던 성추행 과정이 담긴 녹취본을 법정 증거로 제시하고 재판을 승소로 이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 밖을 가득 메운 언론들을 향해, '마이듬입니다'를 만면의 미소를 띠고 외치는 여주인공, 1회에 이어, 다시 한번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싸우는' 마이듬의 존재를 확고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드라마는 놓치지 않는다. 마이듬은 재판에서 이겼지만, 여진욱은 묻는다. 누가 이겼냐고. 자신의 불리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피해자의 인권은 고개를 떨군 남우성의 모습으로 상징된다. 

그래도 마이듬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법적 진실이 승리를 했지만, 2회를 통해 보여준 참여 재판의 과정은 '법정에 선 인권이 한편의 '쇼'와 같은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왜곡되고 곡해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 자신을 언론을 통해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는 세상, 그 '포장'에 얼마든지 부화뇌동할 수 있는 '대중'들의 법정이, 오늘날의 참여 재판의 실례임을 드라마는 실감나게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현실에 기반한 <마녀의 법정>이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가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7. 10. 11.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