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드라마 <라이어 게임>이 12부작으로 종영했다. 전회보다 0.2% 상승한 1%의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종영한 <라이어 게임>은 종영도 하기 전에 시즌2에 대한 요청이 자자할 정도로, 수치로는 설명할 길 없는 인기를 누렸다. 그런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마지막 회, 악의 축이었던 강도영(신성록 분)이 호송 도중 실종되고, 하우진(이상윤 분). 남다정(김소은 분)에게 진짜 라이어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전화가 옴으로써, 시즌2의 도래를 예고했다.

 

카이타니 시노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미 <지니어스 게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메이크 <라이어 게임>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드라마 <라이어 게임>은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리메이크 드라마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내었다. 일본 드라마 <만능 사원 오오마에>를 <직장의 신 미스김>으로 리메이크 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의 문제, 비정규직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내 찬사를 받은 바 있듯이, <라이어 게임>은 일본 원작의 게임을, 우리 실정에 맞는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듯한 정황을 역시나 실감나게 그려냈다. 정리 해고 게임을 통해, 정리 해고의 진정한 해법에 대한 고민을, 대통령 게임에서는, 진실의 중요성보다, 권력과 금권의 향배가 좌우하는 대통령 선거의 실체를, 그리고 밀수 게임을 통해, 통일에 대한 제언까지, 일본 드라마가, 돈 100억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는데 치중했다면, 리메이크 <라이어 게임>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그려내는 바로미터로서의 매력을 더했다.

 

 

그렇게 사회적 비판까지 곁들이며 진행되던 <라이어 게임>은 11,12회 마지막 게임 '라스트맨 스탠딩'을 통해, 그간 이 게임에서 악의 축으로 자리잡았던 강도영이, 무리를 해가면서 까지 '라이어 게임'을 진행해온 이유를 드러냈다. 즉, 거짓말 게임을 통해, 강도영과, 남다정, 그리고 하우진의 진실을 향해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강도영의 집착과 달리, 어린 시절 그들이 함께 했던 기억을 잃은 하우진과, 남다정은 그들이 함께 하우진의 엄마(김영애 분)가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실을 들추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들추어진 기억 속에는, '엄마'라 함께 불렀지만, 결국은, 고아원 원생과 친아들이었기에 갈라진 강도영과 하우진의 인생 행로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했던 두 사람, 어려워진 고아원 운영때문에 입양 브로커가 내민 손을 외면할 수 없었던 하우진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제외한 강도영의 입양을 허용하고 만다.

부유한 미국인 교수 부부라는 입에 발린 거짓말과 달리, 사실은 월든2라는 심리 실험의 대상자가 된 강도영은 심리 분석의 대가가 된 하우진조차 그 속을 읽을 수 없는, 아니 속이 비어버린, 공허한 실험기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강도영은 그렇게 갈리어진 운명을 복기하기 위해, 그 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써 남다정과 하우진을 <라이어 게임>으로 초대하여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끌고 왔다.

진실을 알고 스스로 아들의 손을 놓아버린 하우진의 엄마와 달리, 어린 시절, 엄마가 한 일을 알고, 엄마의 손을 놓았던 아들 하우진은, 마지막 라운드, 남다정의 총구 안에서 발사될 자신이 장전한 진짜 총알 앞에 초연하게 가슴을 들이대는 강도영을 구하며 뒤늦은 사과를 구한다.

함께 입양된 아이들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신을 비워내고 심리 실험 기계가 된 채 살아남아 절대악이 된 강도영과, 그런 그를 애증으로 바라보는 하우진의 사연, 그런 과정에서 '믿음'을 시험받는 남다정의 사연은, 이해하면 할 수록 애절하지만, <라이어 게임>은 그것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감정을 극대화하여 드러내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신파조을 삼간 채, 담백하게, 게임의 배경으로 그려내어, 여운을 남긴다. 악역의 사연은 존중하되, 악역의 미화는 삼간, 균형점을 <라이어 게임>은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았다.

또한, 착한 남다정에서 시작되어, 고아들을 거리로 내몰 수 없어, 입양 브로커의 거짓말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어, 결국 처절한 보복을 받게 된  하우진의 엄마까지, 그저 사람을 믿고 살고 싶어하는 진실된 존재, 혹은 진실된 삶의 딜레마 역시 적나라하게 그려내었다.

 

리메이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재창조된 <라이어 게임>의 보는 맛을 더한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 연기자들 덕분이다. 잘 다듬어진 각본, 그리고 그 각본을 한층 더 맛깔나게 살려낸 연출 덕분에, 연기자들 조차,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미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소시오패스연기를 인정받은 강도영 역의 신성록은 <라이어 게임>을 통해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을 뛰어넘는 악역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재경과 유사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그저 소시오패스의 흉내를 내는 듯하던 연기를 넘어,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속이 텅빈 강도영을 실감나게 그려내었다.

악의 축으로서 강도영의 신성록이 있다면, 그의 맞은 편에서, 감옥까지 다녀온 천재 심리학자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 하우진 역의 이상윤이 있다. 이 사람이 이런 배우였나 싶게,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부잣집 막내 아들같기만 하던 애매한 이미지를 이상윤은 <라이어 게임>을 통해 한방에 날려 버리고, 하우진이란 의심스러운 전력을 가졌지만, 믿고 싶은 다층적인 캐릭터를 진솔하게 그려내었다.

하우진, 강도영만이 아니다. 조달구 역의 조재윤, 제이미 역의 이엘, 불독 역의 이철민, 장국작 역의 최진호까지, 매력있는 조연들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라이어 게임>의 재미는 한층 반감되었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1. 26.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