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금요일 밤 찾아드는 <땡큐>의 6월14일 방송 예고는 심상치 않았다.

배우 김성령, 방송인 김성경 자매, 2년 만에 만나다!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누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배우 김성령과 그녀의 여동생으로 알려진, 한때 sbs뉴스 앵커까지 했던 방송인 김성경이 싸웠었나? 낚시였든 아니든 예고를 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들의 가족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요즘, 연예인들의 시끌벅적한 가족사로 인해 연일 기사가 올라오는 시점이라 이건 또 뭐지? 라는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고.

 

2년만에 아니 정확하게 세자면 1년 7개월 만에 강원도 산골짜기 외나무 다리, 아니 외징검다리에서 만난 자매의, 아니 언니의 첫 마디는 다분히 감정이 실린 '야!" 였다. 하지만 그런 언니가 무섭다는 동생도 얼굴 표정으로만 보면, 그다지 잘못한 것도 없다며 버팅기는 거 같았다.

 

mc차인표가 자리를 피해주며 두 사람이 '결자해지' 하라는 사연인 즉 그렇다.

동생 김성경이 mbc<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는데, 애초에 나갈 때는 전혀 언급할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언니와의 불화, 2년간 연락 두절을 <라디오 스타>mc들의 낚시에 의해 까발리게 된 사연이다.

이 사건(?)에 대해 동생은 오늘 만나서 이야기 하려고 했다. 본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오히려 자신에 대해 사람들은 소탈하고 솔직하다고 이야기해 주더라 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하지만 언니의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너랑 나랑 사이가 안좋아도 그렇지, 방송에서 할 이야기가 있고, 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가 있지, 언니라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불쾌한 건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무려 4개월 동안 그에 대해 해명 한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조곤조곤 따진다.

이런 사연을 보다보면,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자기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일이 일어난 양, 감 놔라, 배 놔라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에이그, 그저 내리 사랑이라고 동생들은 지 생각 밖에 안해' '언니란 사람 저 꽁한 것 좀 봐, 섭섭했으면 먼저 전화해서 풀면 되지, 이날 이때껏 저러고 있냐?'라는 식으로.

 

(사진; osen)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생활의 일부분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방송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이고, 다시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방송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공인'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숙명같은 것이다.

<땡큐>에서 보여준 <라디오 스타>의 자료 화면은, 김성경이 자신도 모르게 확 내뱉은 언니와 사이가 안좋다, 안만난다 라는 말에 환호작약하며 드디어 한 껀 했다라며 좋아하는 mc들이었다. 그리고, <땡큐>에 섭외가 들어왔을 때 김성령이 동생 김성경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던 것은 세상에 까발려진 자매의 불화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역시나 방송이라는 '동네방네 확성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텔레비젼이 우리 거실 가운데를 따악 차지하고 들어앉은 시점부터, 그리고 이제 내 손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 폰 덕분에 더더욱, 사람들은 내 친구나 내 이웃의 속내 보다 연예인들의 속사정에 더 빤하게 됐다.

아침 방송만 틀면 한다하는 연예인들이 번갈아 나와 그들의 자서전을 줄줄이 읊고, 밤늦은 시간 예능에선 기사로만 보았던, 혹은 풍문으로 들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해명된다. 그래서 친구랑 만나 할 얘기가 끊어져 서먹한 시간을 채워주는 풍성한 이야깃 거리를 제공,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친구를 만나, 그의 안부 대신 모 연예인의 사연을 줏어담기에 바쁘게 되었다. 방송들은 발빠르게 출연한 연예인이 실수로 흘렸건 그 사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건 말건 상관없이 새로운 소식 하나라도 건져 프로그램의 낚시밥으로 시청자들에게 던져주기에 바쁘고, 그걸 해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방송 프로그램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화요일 밤 <화신>에는 결혼을 앞둔 장윤정이 출연했다. 제 아무리 결혼을 앞둔 신부라지만, 그녀의 불편한 가족사를 훤히 아는 시청자가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기엔 불편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 말미에,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자신은 싫어한다. 하지만 이거 밖에 할 이야기가 없다라며, 다른 이야기에는 그저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라는 언급에, 어쩌면 장윤정이 <화신>에 출연한 이유는 바로 저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동생과의 불화가 먼저 기사화되고, 그걸 해명하기 위해 <힐링캠프>에 출연하고, 그걸 본 어머니와 동생이 종편 프로그램에서 그걸 반박하고, 다시 그걸 마무리하기 위해 장윤정은 <화신>에 출연하고.

 

연예인 한 사람의 개인사를 해명하고 반박하는데, '공적'인 방송 매체가 이용이 되고, 우리는 그에 대해 그 어떤 불쾌감 없이, 마치 알 권리를 누린다는 듯 그걸 소비한다.

하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누군가의 속사정에 우리의 귀와 눈이 기울여져 있는 동안, 마치 어떤 정치적 사건을 덮기 위해 누군가의 가십을 풀었다는 음모론처럼, 미래의 내 일이 될 지도모를, 누군가의 가슴 아픈 속사정들이 덮어 질지도 모른다는 진실이다.

by meditator 2013. 6. 15.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