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윤도현, 오현경

이 세 사람은 6월 28일 <땡큐>의 게스트들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당신 머리에 어떤 공통점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그렇기 보다는, 왜 저렇게 모아놨대? 라는 생뚱맞다는 반응이 먼저가 아닐까?

그리고 그 반응처럼, 28일의 <땡큐>는 어색함으로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화면에 등장한 것은 오현경이었다. 여자를 기다리게 하다니!란 그녀의 푸념도 무색하게 함께 할 차인표를 비롯한 세 남자들은 아직이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후 나타난 윤도현은 오현경의 공치사도 무색하게, 이미 촬영 장비가 셋팅도 되기 전에 왔다고 선수를 친다. 하지만, 그런 오고가는 인사 치례 그뿐, 두 사람 사이엔 곧 머쓱한 정적이 흐른다. '개똥이' 시절 윤도현을 좋아했다는 오현경의 팬심이 그나마 두 사람 사이의 서먹함을 조금 풀어주었달까.

막내라고 가서 애교를 부려야지 다짐을 했던 구자철의 등장 이후에도 서먹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러니, 대한민국 누구나가 그렇듯이 민증까고 서열 정하기 부터 시작한다. 도대체 공감대를 찾을 수 없는 저 세 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사진; tv 리포트)

 

그 의문은 차인표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레 풀려 나갔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딸을 둔 두 아빠, 차인표와 윤도현의, 하지만 전혀 다른 교육 참여 방식으로 인해, 물꼬가 틔였다. 비록 싱글맘이지만 역시나 딸을 키우고 있는 오현경 역시 쉽게 이야기에 동화되어 갔다. 마치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 어디 나왔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가듯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또 누구나 아이 이야기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구자철 자신이 5분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불평을 했듯이, 이제 막 결혼을 앞둔 구자철이 낄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틑 이야기는, 곧 결혼 생활 대처하는 차인표, 윤도현 두 사람의 자세, 즉, 20여년과 12년의 숙성된 경험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이제 결혼을 앞둔 구자철의 이야기로, 결혼에 대처하는 새 신랑의 자세와, 윤도현 결혼식에서의 박노해 신인 주례사까지, 선배들의 경험이 실린 멘토링으로 풀어져 나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풀어져 나간,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오현경의 삶으로 까지 이어진다. 남들이 보기엔 번듯한 여배우인 오현경으로 하여금, 오래된 차 한 번 바꾸기나, 보험 하나 들기조차 버겁게 만드는 절박함의 속내조차 들여다 보도록 했다.

이렇게 결혼이란 제도의 서로 다른 지점을 살아가는 세 사람은 차인표란 매개체를 통해 결혼을 대처하는 세 가지 자세를 공유했다. 아마도 조만간 또 다른 결혼을 앞둔 '김조광수 커플'이 등장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이겠지만, 갓 결혼을 앞둔 구자철과, 싱글맘 오현경의 조합만으로도 구도는 신선해 보였다.

 

(사진; 노컷 뉴스)

 

물론, 28일 <땡큐>는 아슬아슬했다.

차인표와 윤도현이 같은 학부형으로 공감대를 나누고, 거기에 오현경이 동조하면, 구자철은 들어주어야 하고, 이제 막 결혼을 앞둔 구자철의 설레이는 사랑 이야기나, 오현경의 싱긍맘 생활 역시, 또 다른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땡큐>는 그러저러한 서로 다른 결혼의 지점들을 '사연팔이'가 아니라, 게스트가 이야기 하면 무릎을 끓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차인표의 자세처럼, '진지한 공감'의 자세로 접근한다. 사실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가장 <땡큐>가 잘 하는 것은, 이질적인 게스트의 조합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 해주게 되는 그 정감있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땡큐>란 프로그램에서 자주 마주치는 것은, 이야기 하는 누군가 만큼,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끄덕이며 들어주는 누군가이다.
그래서 처음엔 어거지같던 게스트의 조합들이, '자,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의 사연은 무엇입니까' 식의 토크쇼 방식이 아니라,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무언가를 먹어가며 자연스레 쌓이는 속정처럼 채워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함께 갯벌에 나가 몸싸움을 하고, 하늘을 보고 갯벌에 드러눕고 , 노래를 하는 것이 하나도 어색해 지지 않을 만큼.

잘 들어주는 예능 <땡큐>를 보노라면,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고독한 이유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반성이 된다. 갓 결혼할 새 신랑이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든, 제 아무리 서로가 달라도, 귀를 여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공감할 꺼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by meditator 2013. 6. 29.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