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문학관>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kbsdml 빼어난 수작 단막극의 전통은 <드라마 스페셜>로 명맥이 이어졌다. 하지만 해마다 그 입지가 위축되는 수익 구조, 제 아무리 배우들이 '봉사' 정신'으로 참여한다 해도 줄어드는 제작비의 압박, 게다가 점점 뒤로 밀려가다 못해 이제는 부정기적으로 방영되는 존재감은 그나마 공중파 3사중 유일무이하게 단막극의 존재감을 떨치던 <드라마 스페셜>의 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7월 31일 오랜만에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2015> 시리즈가 찾아왔다. 다섯 편의 시리즈로 찾아온 2015 단막극 시리즈는 두 가지 면에서 신선한 기획이 돋보인다. 
우선 첫 번째, 여름하면 한번쯤은 보고 싶은 '납량 특집' 시리즈로 그 기획을 연 것이다. 첫 번째로 방영되는 <귀신은 뭐하나>는 <전설의 고향>의 명맥을 잇는 귀신 이야기이다. 그에 이어 두번 째로 이어지는 작품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공포물로 재해석한 '붉은 달'이다. 그 뒤를 이어 스포츠 성장물<알젠타를 찾아서>, 감동 판타지물<취객>, 아동성장물<그 형제의 여름>이 이어지면서단막극이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또 하나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간서치 열전>에서 시도한 바 있는 웹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열어간다. tv 방영과 함께,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이어 방영을 시도함으로써, 이미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웹 드라마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단막극으로서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 



현대판 처녀 귀신 이야기<귀신은 뭐하나>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납량 특집물'이다. 그 오싹한 귀기에 더위마저 잊게 만드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여름이면 그리워한다. 하지만 올 여름 찾아오는 귀신들은 좀 시원치않다. <밤을 걷는 선비>의 뱀파이어들은 폼은 잡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오 나의 귀신님>의 귀신은 남자에게 하룻밤만 보내자고 앙탈이나 하고 다니는 형편이니 이 역시 면이 서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2015>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은 <귀신은 뭐하나>는 아예 노골적으로 귀신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 

그런데 귀신 이야기하면 그저 컴컴한 밤 으슥한 산골에서 시작될 법한데 <귀신은 뭐하나>의 시작은 화창한 대낯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귀신보다 더 오싹한 순간, 무릎까지 끓고 한껏 진심을 담아 고백을 한 남학생은 고백이 무색하게 남자로서의 가장 치욕스런 말을 듣고 상대방 여학생에게 그 자리에서 차인다. 

그로부터 8년 서른 줄의 백수가 될 때까지 그 남학생 구천동(이준 분)은 때면 때마다 그 여학생이 한 말에 걸려 취직이면 취직, 사랑이면 사랑 되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는 그 여학생의 얼굴에 잔인한 낙서을 해대며 외친다. '귀신은 뭐하나 무림이 얘 안잡아가고'
그런데 그의 앞에 그 무림이가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조수향 분)

일찌기 <전설의 고향>버전 죽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는 귀신들의 이유는 바로 '한'이다. 그리고 그 한에는 자신을 죽음으로 이른 그 억울함을 풀지 못한 '복수'의 한이 있는가 하면, 다하지 못한 사랑 같은 애닮은 '한'도 있다. 그리고 구천동 앞에 나타난 귀신 무림은 바로 후자의 한을 가졌다. 처녀 귀신의 다하지 못한 사랑의 한을 풀어달라고, 바로 그 무림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던 구천동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귀신은 뭐하나>는 8년전 그녀의 이별 선언으로 인해 현실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구천동에게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며 귀신으로서의 갖자지 술책을 부리는 귀신 무림의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처녀 귀신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라는 고전적 귀신 이야기의 요소를 내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도 아닌 구천동 앞에 죽어서 나타난 무림을 보며, 그녀가 찾는 애닳픈 사랑의 주인공이, 그녀가 집착하는 이름표의 의사가 아니라 구천동일 것이라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지만, 두 주인공으로 분한 이준과 조수향의 앙탈하고 얼르고 뺨치는 연기 속에, 그런 페이크쯤은 감내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결국 도달한 곳은 일찌기 귀신과 사람의 애닮픈 사랑 이야기 <사랑과 영혼>만큼이나 죽어서도 잊을 수 없었던 곡진한 처녀 귀신 무림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뒤돌아 보니, 그런 무림의 자신을 잊어도 천동은 잊을 수 없는 애닮픈 사랑이 있으니, 지난 8년간의 천동의 현실 낙마조차 설명이 된다.  



무서운데 웃긴 처녀 귀신 무림의 도발과, 그 끝에 만난 결국은 누선을 자극하고 만 무림과 천동의 순애보, 웃다가 울리고 마는 <귀신은 뭐하나>는 <전설의 고향>판 처녀 귀신 이야기의 절묘한 현대적 해석이다. 그리고 마지막 천동과의 사랑을 확인하고 별이 되어 떠난 그녀가, 또 다른 귀신을 보내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까지, 웃기고 울리다, 다시 웃음으로, 괜히 뒤를 확인하게 되는 찜찜함없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귀신은 뭐하나>는 감동과 재미를 적절하게 배합한 모처럼 찾아온 단막극의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다. 

이렇게 여름에 어울리는 납량 특집극이지만, 그것이 그저 과거 <전설의 고향>의 반복이 아니라, 오늘날에 맞는 로코 버전으로 재탄생한 <귀신은 뭐하나>는 그 이야기의 참신성으로 '단막극'의 위상과 가치를 증명한다. 수익구조니, 존재의 당위성이니 해도, 재밌고 알찬 드라마로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8. 1.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