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진짜 기대 하나도 안했는데 그게 미안할 정도로 재밌네요'
'딴딴한 스토리와 위트있는 대사들이 역시 1류배우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극찬에 가까운 감상편이 <꽃할배 수사대>에 대한 헌정사일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꽃할배 수사대처럼 노년의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활약을 펼쳤던 영화<라스트 베가스>와 <레드; 더 레전드>의 소감들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노년의 배우들이 활약을 펼친 <꽃할배 수사대>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할배 배우들인 이순재, 변희봉, 장광이라는 할배 배우들에 대한 헌정사라기엔, 어쩐지 많이 아쉽다. 저 훌륭한, 저 연배에도 여전히 짱짱하게 활동해 주시는 저 분들을 데리고 이렇게 조촐한 작품을 보이다니, 가끔은 보다가 보는 시청자가 부끄럽기도 했다. 단지 그분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했다는 그 점에만 촛점을 맞춘다면, <꽃할배 수사대>는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이라는 것만 빼면,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일선에서 물러나 쉬고계시던 변희봉 선생님을 오랜만에 다시 모셔온 것은, 영화배우 봉준호 감독이었다. <수사반장>시절부터 그분의 팬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때로는 그로테스크한 변희봉 선생님의 연기가 아쉬워, 그분을 자신의 작품 < 살인의 추억>에 구희봉 반장으로 되살려 냈다. 변희봉 선생님이 연기한 구희봉 반장은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그분께 활발한 영화 출연을 선사할 만큼 기억에 남을 캐릭터를 선사한다. '헌정'이라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분들을 주연을 시킨다고, 그분들께 '에이핑크'흉내를 내게 하고, 젊은 사람인 척 하게 한다고 그런다고 그분들께 영광을 다시 돌릴 수 있는 건 아닐 듯 싶은데.

아마도 <꽃보다 할배>의 원초적 딜레마는 노년의 배우들 이순재, 변희봉, 장광, 이분들을 주연으로 삼았음에도, 정작 그분들 보연의 카리스마를 차치한 채, 젊은  최진혁등의 젊은 배우들의 흉내를 내게 한데 있다. 
'회춘' 느와르를 내건, <꽃할배 수사대>는 말 그대로, 관록있는 이순재, 변희봉, 장광 배우분들을 회춘시켰다. 처음 드라마는 경찰청의 골치덩어리 수사반 이준혁, 한원빈, 전강석을 내세운다. 한번 본 것은 다 기억하는 절대 기억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야심때문에 가족조차 저버린 채 재벌녀와 약혼을 한 독불장군 이준혁, 자신의 미모로는 세상 그 어느 여자도 거칠 것이 없다는 천하의 바람둥이 한원빈,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가졌지만, 뇌는 청순한 전강석,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합류한 이준혁의 영원한 라이벌이지만 허허실실의 박정우(김희철 분)까지, 팀웍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골드 피쉬'라는 정체 불명의 범죄 집단을 수사하던 중 박정우를 제외하고 노년의 할배들이 되어버리고 만다.

꽃할배 수사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할배들이 된 이들 청년들이 노년의 인생을 체험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와 딜레마를 극의 주된 해프닝으로 끌고가며, 자신들의 젊음을 돌려받기 위해 '골드 피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느와르'가 <꽃할배 수사대>를 이끌어 가는 두 기둥이다. 그래서 이순재, 변희봉, 장광, 배우분들은, 늙어버린 젊은 형사를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불세출의 배우분들이셨다 하더라도, 노년의 배우들이 젊은 척 연기하는 모습은, 어쩐지 '오글거릴' 수 밖에 없다. 문득 문득 보면서, '회춘'의 의미를 젊음을 되돌려 주는, 혹은 젊음인 척 이라고 정의내리는 우리 사회의 '부박한' 정의를 되새겨 볼 수 밖에 없도로 만드는 상황이다. 꽃할배라면서, 할배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결국 그분들이 젊은이인 척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아이러니'에 봉착하게 만든다. 노년으로서의 당당함이 아니라,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이가 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변함없는 논리를 <꽃할배 수사대>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며, 내 피부가 늘어졌다며 능청을 떠시던 변희봉 선생님이나, 보다보니 이제 귀여워 보일 정도로, 뇌가 청순한 캐릭터를 에이핑크 춤까지 선보이며 고군분투하신 장광 선생님의 연기는 '애교'를 넘어 '리얼'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노년의 배우분들은 젊음을 연기하는데 어색함이 없는데, 젊은 배우들이 젊음을 연기하는게 어색했던 성의없는 조합이, 그리고 그런 노년의 배우분들이 가감없이 자신을 내던지며 젊음을 연기하는 매회 스토리의 어설픔이 그래도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수도 있었을 <꽃할배 수사대>의 발목을 잡는다.

오히려, 어설픈 젊음에의 복귀보다는, 정말 그분들의 관록과 카리스마가 빛날 수 있었던 ,느와르'였다면 어땠을까? 노년의 할배들이 수사를 하기 위해, 굳이 젊음을 불러들여야 하는 '회춘'이 아쉽다. 


by meditator 2014. 7. 26.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