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시작했으니, 햇수로만 치면 10년 째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진부한 말답게, 500회를 맞이한 <라디오 스타>를 보면, 스스로 '어쩌다'와 '기적'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격세지감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황금어장-무르팍 도사> 끝자락에 낑겨,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하지만 500회 특집에서 말하듯이 때론 5분여의 방송 시간이란 갖은 수모를 겪었던 짜투리 방송 <라디오 스타> 하지만 이제 10년의 세월을 겪고 거의 유일한 '토크' 예능으로 수요일 밤의 스테디 셀러가 되었다. 




기적같은 500회
mc들 각자에게 거한 수상(결혼식에 쓸 500인분의 국수라던가, 혹은 곧 회수할 것이지만 500회의 식권이라든가, 퍼프라던가, 건빵이라던가)을 하며 화려하게 오프닝을 장식한 500회의 <라디오 스타>, 그 자리를 축하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테이프를 끊은 것은 강호동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의 격세지감의 산 증인은 강호동이 아닐까? 수요일 밤을 호령하던 <무르팍 도사>로 <라디오 스타>를 짜투리 방송으로 만들었던 그가, 세금과 관련된 구설수로 물러나고, 이제 타 방송사의 동시간대 프로그램을 맡아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해주는 광경이야말로, <라디오 스타>가 걸어온 지난 10년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500회 특집의 출연자 면면도 그렇다. <무르팍 도사>에서 강호동과 함께 했던 건방진 도사 자격으로서 유세윤과 올라이즈 밴드 우승민의 참석은 강호동의 부재만큼이나 <라디오 스타>의 또 다른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유세윤은 사라진 <무르팍 도사> 이후 바로 <라디오 스타>의 5 mc 체제로 갈아타고, 역시나 규현의 전임 mc였던 김희철이 합류하여, 지난 10년간의 역사를 회고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윤종신이 개근상을 탈 만큼 mc들의 구설수가 많았던 <라디오 스타>, 500회 특집에서도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신모씨로 불리워야 하는 신정환에서 부터, 지금은 큰 소리를 치지만 역시 한때 자리를 비웠던 김구라, 그리고 이제는 초대 게스트 석에 앉아있는 유세윤까지 바람잘 날 없는 지난 시간이었다. 과연 거센 입담의 <라디오 스타>에서 온순한 김국진이 살아남을까라는 기우가 무색하게 500회를 함께 한 김국진의 내공도 만만치 않고. 그리고 이제 대놓고 군대를 갈 규현의 차기 mc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여러 명의 mc들이 오고가는 와중에서도 자투리 예능에서 수요일 밤의 스테디셀러로 거듭난 <라디오 스타>가 가능했던 것은 집단 mc 체제가 가진 장점을 십분 살려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는 김구라의 자화자찬과, 그런 김구라를 키웠다는 윤종신의 또 다른 자화자찬, 그리고 출연 게스트들의 증언으로 이제야 확인된 김구라의 마지노선 김국진, 그리고 그런 거센 형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버텨온 규현까지, 신정환의 부재라는 엄청난 리스크조차 순조롭게 관리하며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불문율을 스스로 거듭 깨어가며 집단 mc의 균형을 절묘하게 시스템화 시킨 것이 오늘의 <라디오 스타>가 아니었을까? 

<라디오 스타>만이 할 수 있던 것
무엇보다 처음 <라디오 스타>가 출범할 때만 해도 tv로 온 dj라는 생소한 컨셉에, 나뉘는 대화란 b급 코드의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없는 수습되지 않는 대화들이었던, 그래서 마니아들을 불러모았던 <라디오 스타>, 하지만 500회를 지내는 동안, b급 코드의 토크 프로그램은 이제 뜨고싶은 연예인들이라면 꼭 한번 출연하고픈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스튜디오 예능의 침체와 함께 <무르팍 도사>는 물론, <승승장구>, <야심만만>, <화신>  등 타 방송사 토크 예능 프로그램들이 흔적없이 사라지고, <해피 투게더>만이 명맥을 잇지만 부진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디오 스타>의 건재는 스스로 평가하듯, '기적'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그런 '기적'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라디오 스타>만의 게스트 섭외 방식이다. 물론 11월 9일 방송에서도 김희철과 이수근의 출연에서 보여지듯, 여전히 특정 소속사에 편중된 출연 관례가 없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제는 <해피 투게더> 등에서도 벤치 마킹을 하듯, <라디오 스타> 이전만 해도 '인지도'가 있어야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던 관례를 과감히 깨고, <라디오 스타>에 출연시켜 화제를 만드는 신선한 구성이 무엇보다 오늘의 <라디오 스타>를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든 핵심적 요소이다. 



덕분에 9일의 특집에서 '라스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로  소개된 조세호, 박나래 등 다수의 개그맨과, 드라마 등에서 조연으로 겨우 얼굴을 알렸던 연기자와, 무명을 갓 벗은 한동근 등의 가수등이 <라디오 스타>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었다. 이들은 얼굴을 알려서 좋고, <라디오 스타>는 신선한 출연자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더해서 좋았으니, 이보다 더한 꿩먹고 알먹고 구성이 있으랴. 

또한 일찌기 신정환을 위시해서 김구라로 이어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크의 방식도 <라디오 스타>가 만들어 낸 전통이다. 토크 프로그램에 나오면 마치 '주례사'처럼 서로 덕담이나 나누고, 미담이나 만들어 내던 기존의 예능 방식을 뒤집은 채, 출연자들을 탈탈 털다 못해, 거의 싸우다시피하던 <라디오 스타>의 토크 방식은 나날이 드세어가는 세상의 코드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이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연장시켰다. 물론, 그 예전의 신정환으로 상징되던 b급 코드는 스테디 셀러가 된 이즈음에는 대상까지 받은 김구라의 삿대질식의 평론 토크로 변화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라디오 스타>만이 가능한 날카롭고 기발한 토크의 방식이 지난 500회를 떠받쳐 왔다. 

물론 그래서 이제는 아쉽기도 하다. 기발하고 톡톡 튀었던 대화 대신, '갑질'같은 김구라 등의 '지적질'이 된 변화가. 9일 방송에서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어지자 예전과 달리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스스로의 평가처럼 이제는 종종 출연자에 대한 혹독한 털어내기나 무리한 요구가 구설수를 만드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그러기에 9일 방송에서 500회니까 훈훈하게 가자며 서로 '덕담'과 '미담'을 만들어대는 방식에서는 찾을 수 없는 반성과 비젼이 아쉬웠다. 어쩌면 늘 그렇듯 스테디셀러가 된 500회의 <라디오 스타>는 자화자찬만 하기엔 이제 너무 몸집이 커져버렸다. 조만간 빈 자리가 될 규현의 자리를 놓고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였지만 궁금하다. 과연 이 격동의 시기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는 철밥통처럼  sm 전용석이 될른지. 그리고 종종 '갑질' 논란까지 벌어지는 '권력'이 된 프로그램은 그 권력을 어떻게 전횡하지 않을 것인지. 그 궁금증을 답하기엔 500회 특집은 너무 자화자찬으로 끝났다. 
by meditator 2016. 11. 10. 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