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으로 방영되었던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가 정규 편성되었다. 방랑 식객 임지호와 이영자가 함께 ‘밥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취지하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치유와 치료의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다.

임지호와 이영자 그리고 게스트 김혜수는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나고 자란 풀들을 이용하여 첫 만찬을 즐긴다. 즐비하게 자란 조팝나무와 소루쟁이, 임지호씨가 아니라면 그것들이 음식이 될 거라 상상할 수 없는 식물들이, 방랑 식객의 손을 거쳐 땅의 미역이라 이름 붙여진 소루쟁이 된장국과, 참기름 내가 진동하는 조팝나무순 주먹밥으로 재탄생된다.

이영자는 묻는다. 여의도라면 차도 많이 다니고, 먼지도 많은데 이런 걸 먹어도 되냐고. 그런 우문에 대해 임지호씨는 현답을 내린다. 이미 그 오염된 환경에서 뿌리내린 식물은 이미 그 오염된 환경을 이겨낸 결과물이라고, 사람들이 이 환경 속에서 살아가듯, 그렇게 살아가는 식물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필요 없다고. 늘 사람이 사는 주변 환경의 식물이 바로 그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음식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한강 고수부지의 식물들은 서울 하늘을 함께 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시나 필요한 식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게 첫 만찬을 끝내고서 이들은 차를 달려 첫 번째 의뢰인을 찾아 나선다. 의뢰인은 김재민, 23살의 대학생, 청년은 자신의 부모님들께 밥 한 끼를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년이 인도하는 데로 찾아간 곳에서 정작 마주친 것은, 그의 친 부모님이 아니었다. 그가 가슴으로 맞아들인 부모님은 그의 선배였던, 고 문광욱씨의 부모님이었다.

고 문광욱씨는 해병대에 입대한 후 2010년 11월 11일 연평도에 배치를 받았다가, 11월 23일 연평해전 교전 중에 전사한 해병대원이다. 그리고 김재민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 문광욱씨의 뒤를 따라 입대한 친구와 후배들 23명 중 한 사람이었다.

아들을 잃은 대신 23명의 아들을 다시 얻었다고 말하는 문광욱씨의 아버지지만, 아들이 죽은 후 5개월 동안 술로 세월을 보내며 위가 수축되어 지금도 밥을 잘 못 먹는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도 꿈에서 아들을 만났다고 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첫 휴가 때 사가지고 온 쌀을 아직도 뜯지도 못한 채 보관한다. 아버지를 닮아,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던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아들, 하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죽은 후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에게 임지호씨는 말한다. 아들이 사가지고 온 쌀은 그의 기일에 밥을 해서 함께 먹으면서 마음의 상처도 풀어내라고. 그리고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좋아했던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찬을 차린다. 봄의 생기를 머금은 과일과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군산의 벚꽃 봉오리는 요리의 하이라이트. 열매라는 건 꿈, 그래서 열매를 이용한 요리는 미래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는다고 임지호씨는 덧붙인다.

마음으로 얻은 또 다른 아들들과 함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시 시름을 잊고 수저를 든다.

이 장면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팽목항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또 다른 부모님들, 그분들도 언젠가 이들처럼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음식을 드실 그날이 올까….

음식을 통한 치유, 나아가 음식을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야무진 시도를 내보인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는 하지만 그 시도가 안타깝게 방송 시간은 모처럼 늦잠을 자거나, 혹은 볕을 찾아 나가기 좋은 토요일 아침 8시 40분이다. 그래서인가 정지해버린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디딘 이 프로그램의 흔적은 희미하다.

예능이 정지된 시간, 그저 언제 다시 시작해 볼까 눈치만 볼게 아니라, 사실 이 시간에 필요한 것은, 그간, 이 정지된 시간들을 채웠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그간 너무 흥청망청 웃고 떠들지만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아닐까. 그리고 그저 시간이 지나 조금 무뎌졌다고 다시 예전처럼 그럴 것이 아니라, 세월호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상처를 얻은 이 시간… 치유하는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by meditator 2015. 8. 2.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