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지키다 고종의 부름을 받고, 왕의 최측근인 무위소 별장이 된 박윤강(이준기 분)의 아버지 박윤한(최재성 분)은 조선 제일의 검객이었다. 조선 최고의 칼잡이답게, 개화파들을 저격하는 총잡이들에게 칼로 맞서던 그는 결국 총에 의해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아들 박윤강 역시 총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일본인 거상이 되어 나타난 일본인 하세가와 한조, 그는 아비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비의 무기 칼 대신, 총을 들었다. 


<조선 총잡이>라는 제목부터 아이러니다. 500여년을 이어 온 전통의 나라와, 가장 근대적인 무기인 총이라니, 당연히 내용도 그러하다. 조선 최고의 검객 아들이 아비의 복수를 위해 든 총!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제목이나, 드라마가 보여주는 내용만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조선 개화기의 상황 자체가, '조선 총잡이'이와 같은 '모순' 그 자체다.

7월 10일 고종(이민우 분)은 역관 정회령(엄효섭 분)을 만난 자리에서, 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권신들에 대적하기 위해, 즉 지금의 조정 안에서 왕의 권한을 늘릴 수 없기에, 대신 새로운 기관, '아문'을 만들 것을 다짐한다. 보수적인 권신들은 '수구'적인 입장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기에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개화적 내용을 적극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고종의 구상, 혹은 개화파 정회령의 제안은 결국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실현된다. 
드라마 상 고종은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척신들이 전횡을 일삼는 닫힌 조선에서,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나라를 근대화하고, 권신들을 제압하고자 하는 '의식있는' 군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고종이 손을 내민 것이, 내재적으로 형성된 '개화파'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갑오개혁'의 실체는 어떨까? 
1차 갑오개혁의 주체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종이 아니었다. 청일 전쟁 과정에서 청나라 쪽으로 기운 고종과 명성황후에 대해, 일본은 궁궐에 난입하여 명성황후 세력을 몰아내고 대원군을 옹립한 후, 김홍집 등 개혁 세력을 중심으로 갑오개혁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왕이었던 고종은 배제되고, 일본의 영향력 하의 김홍집 등의 17명의 의원들이 만든 군국기무처 등을 통해 기존 6조를 대신할 8아문 등이 만들어진다. 

즉, 고종은 새로운 나라, 왕권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꿈꾸었지만, 더 이상 왕권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아니었고,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조선은 강력한 친정을 꿈꾸던 고종의 희망을 품어줄 수도 없었다. 또한 개화를 통해 강력한 근대 국가를 꿈꾸던 개화 세력 역시, 섣부르게 의탁한 일본에 의해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다. 결국 나라 안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불러들인 세력이 보다 강한 적이 되어, 고종도, 개화파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이제이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건은 고종 만이 아니다. 
보부상단의 수장 최원신(유오성 분)의 총을 맞고 죽은 것으로 되버린 박윤강도 마찬가지다. 천재일우로 죽어가던 그를 살린 것은 바로 훗날 갑신정변을 시도한 급진 개화파 김옥균(윤희석 분)이다. 그의 구명 덕분에 일본으로 건너간 박윤강은 복수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일본인 하세가와 한조로 거듭난다. 그리고 조선 제일 검객이던 아버지 덕분에 남못지 않게 다루던 칼을 버리고 아버지를 죽인 총을 택한다. 


아버지를 죽인 복수를 하기 위해, 바로 아버지의 무기를 택한 박윤강의 딜레마는, 그저 한 개인의 딜레마이기 보다, 어쩌면 조선 말기, 외세와 외국의 문물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역사적 존재가 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의 길을 상징한 듯이 보인다. 
아버지를 죽인 총잡이, 보부상단의 수장 최원신, 그리고 그 배후가 되는 척신 세력, 그들을 없애기 위해, 가장 강력한 그들의 상대가 되는 일본과 손을 잡은 박윤강, 그는 그의 희망대로, 이제 최원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본인 거상 하세가와 한조가 되었다. 그런 그의 앞에 보부상단 수장 최원신은 한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를 거상으로 만들어준, 일본이, 과연 그에게 아무런 댓가를 요구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그의 복수를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는 모든 개화파들이 그러했듯, '매국(賣國)'의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눈 앞의 적을 없애기 위해 손을 잡은 세력이, 어쩌면 더 큰 적이 되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 그리고 바로 그런 개항기 조선의 딜레마가, <조선 총잡이>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by meditator 2014. 7. 11. 11:21

<정글의 법칙>에 밀려 늘 금요 예능의 단골 2위였던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수요일 밤 11시대로 방송 시간을 옮기면서, 동시간대 1위에 등극했다.


11시대로 시간을 옮겼다 반갑게 말하는 이정민 아나운서에 인사에, 이경규는 냉정하게 말한다. '살벌한 시간대'라고.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늘 <정글의 법칙>에 밀려 2위를 했듯이, 수요일 밤에는 무엇이 어떻든 최강자 <라디오 스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가 예전만 못한데다가, 최근 들어 <오마이 베이비>가 <라디오 스타>를 시청률로 누른 경험도 있기에, 과연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했는데, 결국, 편성의 한 수가,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에게 만년2인자의 설움을 씼어줬다. 

수요일 밤의 지각 변동은 이미 예상된 바 있다. 그 어떤 게스트가 나와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만 해도 늘 수요일 밤의 1위를 수성하던 <라디오 스타>가 <오마이 베이비>라는 가족 예능을 맞이하여 고전하기 시작했다.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오마이베이비>와 1위 자리를 엎치락뒤치락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시청률의 지각 변동의 원인은 <라디오 스타>에 있다. 
생기발랄한 B급 농담을 하며, 비주류적인 시각을 견지하던 <라디오 스타>가, 어느새 MC군단은 '어디 한번 웃겨봐'하는 식의 고압적 권위를 지니게 되었고, 게스트의 능력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는 편차가 심해진 고인 물이 되었다. 누가 나와도, 그의 새로움 면면을 발견하던 <라디오 스타>가 누가 나와도 뻔한 프로그램이 되기 시작한 것이 수요일 밤 예능 최강자 <라디오 스타> 몰락(?)의 징조였다. 

물론 그런 <라디오 스타>에 먼저 도전장을 낸 것은 야심차게 새로 시작한 도시로 간 정글의 법칙, <도시의 법칙>이었다. 
상대적으로 신선한 출연진들, 이방의 낯선 도시에 지갑조차 빼앗긴 채 던져진 그들, 그들의 생존기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겠다며 <라디오 스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글의 법칙>에 있던 김병만이 <도시의 법칙>에는 없었다. 프로그램이 미처 만들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 프로그램을 꾸려가던 <정글의 법칙>과 달리, 특별할 것없는 게스트들에, 이방의 낯선 도시임에도 신선하지 않은 <도시의 법칙>은 정글과 달리,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대신, 11시대로 옮긴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정글의 법칙>에 눌려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대신 <도시의 법칙>정도는 가뿐히 누르면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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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뉴스)

그렇다면 대번에 1위에 오른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징조는 <오마이 베이비>에서 시작되었다. 아기에만,혹은 아기와 아빠라는 특수한 상황에만 집중을 하던 여타 육아 프로그램과 달리, <오마이 베이비>에서 부각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 키우는 아기, 가족 속의 아기, 그래서, 누가 아기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오마이 베이비>의 관전 포인트였다. 그런 <오마이 베이비>가 보다 살벌한 주말 예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에, 역시나, '가족'에 방점이 찍힌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이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 편성의 성공이라 보여진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종편의 여느 프로그램들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연 하는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가족 생활에 대한 훈수 두기 프로그램처럼 시작되었던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안녕하세요>처럼 일반인 사례는 아니지만,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빙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를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수용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7월 9일 방송분에서 보여지듯이, 갖난 아기를 가진 도경환 아나운서에서부터, 19개월 된 딸을 가진 변우민, 유치원생 아이를 둔 한주완 아나운서에, 세 쌍둥이 슈까지 출연하면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아이를 키우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가진다.

대놓고 19살 연하의 아내와 이제 19개월 된 딸을 가진 중후한 변우민에게 세대 차이가 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직설 화법에, 전혀 세대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혹은 육아가 너무 재밌다는 변우민에, 아이 보기가 재밌는 건 아버지의 마인드라기보다는 첫 손주를 본 할아버지의 마인드라는 촌철살인의 조크에서부터, 실제 부부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 중 '나이 차이'는 없다는 전문가의 평가까지 다양한 시각이 바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재미 요인이다. 

무엇보다 품격 있는 가족 생활을 위한 진솔한 고민의 공유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모유 수유를 위한 팁에서 부터, 모유 수유를 가능케 한 시도에 대한 19금 토크, 거기에 매일 밤 우는 아기에 대처하는 아빠의 자세까지, 실제 아기를 키우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뻔한 신변잡기류의 농담을 넘어서 진지한 고민의 공유로 넘어간다. 
매일 밤 아기 때문에 잠못드는 하지만 다음 날 직장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에, 24시간이 모자르는 엄마의 고충이 맞서고, 그런 아버지에게 각방을 허용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부부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이상론이 맞선다. 출연자들은 연예인이지만, 그들이 누군가의 엄마, 아빠인 이상, 프로그램은 그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리얼'해진다. 

거기에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가의 식견,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의 조화가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매력이다. 때로는 육아를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을 조선시대 안채 바깥채를  쓰던 시절의 상황을 이상적이라 풀어내는, 지나치게 고답적인 해결책이 등장하거나, 여전히 의견의 논리적인 것과 상관없이 '내가 해봤는데' 식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겨버리는 상황도 종종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세대간, 혹은 성간의 차이를 진솔한 고민의 토로를 통해 조금 더 '이해'에 접근하려는 자체가 품격있는 가족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의 성취이다. 가장 남성중심적인 듯하면서도 이런 세대별 성향을 아우르는데 탁월한 이경규와 직접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의 진솔함이 매력인 이정민 아나운서의 조화 역시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개성도 개성이지만, 젊은층이라는 타킷이 분명해 보이는 <도시의 법칙>과,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지향하는 <라디오 스타>를 단번에 누른, 세대간 조화를 지향하는 혹은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시각을 대변하는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1위 쟁취는, 공중파 수요일 밤 11시에 대한 시청자층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by meditator 2014. 7. 10. 13:32

7월 8일 <다큐 공감>은 대한 청년 자력 갱생 프로젝트 '열정이 힘이다'를 방영했다. 힘든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관문 '취업'을 위해, 스펙 전쟁에 휩쓸려 젊은이들이 고사되어 가는 현실에서 시험과 취직이라는 '정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을 다룬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청년 장사꾼'의 두 ceo, 김운규, 김연석이다. 
두 사람은 인도 여행길에서 만났다. 이방의 낯선 여행길에서 운명처럼 네 번이나 조우하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은 그 우연을 필연으로 여겨, 의기투합 함께 일을 벌인다. 
함께 장을 보러 간 시장,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필요한 비닐을 끊어버린 김연석 대표, 하지만 정작 값을 치루려고 보니, 자신이 선택한 비닐이 특수 처리된 것이라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란다. 그런 김연석 대표에게 김운규 대표는 아는 집이라더니, 미리 알아보지도 않았다며 조곤조곤 따진다. 한 사람은 덥수룩한 수염에, 반바지, 샌들차람, 또 한 사람은 깔끔한 옷차림에, 운동화, 겉모습부터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리고 그 느낌만큼이나 생각도, 취향도 다른 이 두 사람이 '청년 장사꾼'을 이끄는 동업자다. 

결혼한 배우자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두 사람은, 2012년 이태원 우사단로에 처음 문을 연 카페 '벗'을 시작으로 현재 모두 7개의 가게를 소유한 돌풍의 주역들이다. 
그들은 그저 많은 가게를 소유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른바 '장사'에 문화를 접목한 문화 게릴라들이다. 

이태원 우사단로, 철거가 예정된 이 지역은 이태원에서도 외진 오가는 사람조차 없는 쓸쓸한 거리였다. 당연히 점포 세도 싼 이곳에 두 사람은 첫 가게를 연다. 취재진이 찾은 날, 우사단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주 토요일, 우사단로는 노점들로 북적인다. '들어와 프로젝트'로,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플리마켓'을 열고,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금천교 청년 장사꾼 매장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청년 장사꾼의 파란티를 입은 청년들이 거리에 서서, '어서오세요.'를 외친다. 오래된 가게들에, 그저 그곳을 알고 찾던 손님들만이 오가던 거리는, 청년장사꾼이 오면서, 거리 자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즉, 두 사람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이곳에, 문화적 마케팅을 하고 사람을 불러 모아, 상권을 창조해 내었다. '다같이 잘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7개 매장 모두가 이런 문화적 경영의 소산이다. 


틈을 내어 청년 장사꾼들은 홍대를 찾았다. 이른바 '간판 깨기', 오늘의 목표는 햄버거 집이다. 홍대 상권에서 알아준다 하는 햄버거 집을 돌며, 파는 상품, 서비스,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을 샅샅이 분석하고, 이것을 청년 장사꾼 모두와 공유한다. 청년 장사꾼의 직원들은 모두가 사장이다. 대표는 두 사람이지만, 함께 합숙을 하며 가게가 끝난 시간 잠을 쫓으며 회의를 하고, 상권을 연구하는 직원들은, 모두 매장의 주인이 될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취업이 예정된 교육생은 있지만, 알바는 없다. 모두 정직원이다. 

매장 운영도 독특하다. 세상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톡톡 튀는 인테리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비이커가 맥주잔이 되는 기발한 아이디어, 거기에 수시로 벌어지는 이벤트, 당연히 양질의 음식은 기본, 사람들이 즐거이 이곳을 찾게 만든다. 

누구도 생각지 않은 아이디어로, 고사되어 가는 상권을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문화적 마인드로 되살린 이들, 청년 실업 시대, 말 그대로, 자력 갱생의 모범이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돌진하는 젊은 ceo들이 맞닦뜨린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상권 분석 시간, 지도를 펼치고 김운규 대표는 말한다. 중심 상권, 거기에는 대기업의 각종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그런 중심을 제외한, 외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세가 싼 곳이, 바로 문화 게릴라 청년 장사꾼의 목적지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 <pd수첩>은 어쩌면 이들의 부푼 꿈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1001회를 맞이한 <pd수첩>은 1000회 특집으로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시리즈를 방영 중이며, 그중 2부로, '임대업이 꿈인 나라'를 방영했다. 
1000회를 맞이한 pd수첩은 20세 이상 1000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다. 이들 중 88.4%가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하게 돈을 벌수 있는 일이 '부동산 입대업'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각광 받고 있는 곳이 '가로수 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로수길'이라는 곳이 원래 부터 그런 곳이 아니었다. 청년 장사꾼의 김연석, 김운규 대표가 문화 마케팅을 통해 외진 상권이었던 이태원 우사단로를 사람들이 들끓는 인기 상권으로 만든 것처럼 그런 곳의 유래가 바로 가로수길이다. 
강남에서 비교적 외진 곳이었던 가로수길, 압구정동과 신사동 상권 사이에 끼어, 비교적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던 이곳에,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에, 조그마한 가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까페, 예술가인지 상인인지 구분되지 않던 가게 주인들, 그리고 '발효빵'처럼 야심차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게를 연 사람들이 처음 가로수 길에 모여 들었다. 

하지만 지금 가로수 길에 이들은 없다. 발효빵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은 가로수 길에서 밀려나, 가로수 길 뒤편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날이 올라가는 가로수길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게가 잘 되자 주인이 나가라고 했단다. 처음 가로수 길에 모여들어, 우리가 '가로수길'이라고 알고 있는 정체성을 만든 이들은 모두 이 빵집 주인의 처지이다. 

'PD수첩' 1000회 특집방송 2부로 '임대업이 꿈인 나라'가 방송됐다. ⓒMBC 화면 캡쳐

그렇다면 지금 가로수길을 차지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
3년전 모 대기업 회장 자녀가 당시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가로수길에 있는 지하 이층, 지상 6층의 건물을 구입했다. 겨우 대리 직급인 이들은 은행으로부터 170억의 담보 대출을 받아 이 건물을 구입했다. 3년 만에 이 건물은 330억원 무려 두 배가 뛰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 가격이 아니라더라도, 이 건물에서 벌어들이는 임대료만으로도 이들이 대출받은 돈은 갚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이렇게 기존에 가로수 길을 만들었던 상인들은 하루 아침에, 혹은 서서히 집주인의 통보로, 혹은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 때문에 가로수 길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의 각종 프렌차이즈 업체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대한청년 갱생 프로젝트라며 가슴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는 '청년 장사꾼'의 미래일 지도 모른다. 

몇 년 만에 겨우 가게가 자리를 잡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집주인의 일방적인 통보로 가게에서 밀려나게 된 옷가게 주인은 법에 호소해 보았지만, 법은 가진 자의 편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잔인한 슬픈 기억과 7000만원의 빚이다. 

낙수 효과는 커녕,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서 돈을 버는 대신, 손쉽게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온갖 특혜와 특권을 이용하며, 중소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으로 기업의 생존 전략을 짠다. 그리고 그 결과, 가로수길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는 그 명망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밀려나고, 대신 대기업들의 밥그릇 싸움터가 되었다. 
가로수 길의 집주인들을 분석해 보니, 장년층도 있지만, 20대도, 심지어 10대도 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애써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그다지 큰 폭의 차이가 없다. 특수 의료업계 종사자의 2005년 임금이 125만원에서 현재 133만원인 것처럼, 반면, 가로수길에 평당 시세는 2000만원에서 2억원이 되었다. 40만원의 간호사였다가, 복부인이 되어 월 600만원이 임대 수익을 바라보는 주부는 당당하게 자녀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좋겠다'고, '엄마가 나'라서. 그녀는 부자가 되기 위해 '부동산'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임대 수익이 좋을 때는 맑은 공기마저 자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는 교수, 임대업이 꿈이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현실이다. 이런 나라에서의 청년들의 자력 갱생 프로젝트? 어쩌면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까?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기 전에, 꿈을 꿀 수 있는 나라, 꿈을 꾸어도 절망하지 않는 나라가 먼저가 아닐까? 아니, 꿈이 부동산 임대업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언젠가 몇 년 후, 청년 장사꾼이 닦아놓은 상권에 대기업이 침을 흘리지 않는 세상 그런 날이 가능할까? 같은 세상, 다른 현실, <다큐 공감><pd 수첩>은 바로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by meditator 2014. 7. 9. 13:52

월요일 밤 jtbc의 새 예능이 발진했다.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

방송이 시작되자 선보인 mc진, 의장 전형무, 성시경, 사무총장 유세윤은 말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그런 그들의 언급이 무색하지 않게, 이어 가나의 샘 오취리,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 영국의 제임스 후퍼, 터키의 기네스 카야, 벨기에 줄리안 퀸타르트, 이탈리아 알베르트 몬티, 중국 장위안, 미국 타일러 라쉬, 프랑스 로빈 데이아나, 일본 데리다 타쿠야, 호주 다니엘 스눅스 등 11명의 이방의 청년들이 등장하여, 난상토론을 벌인다. 

그들의 등장 면면 부터 심상치 않다. 그 예전 남희석이 진행하던 '미녀들의 수다'가 이방의 미녀들을 보는 재미로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듯, 세월이 흘러 그 대상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귄 미디어의 환경을 대변이라도 해주듯, 등장하기 이전부터 보여지는 '꽃미남'류의 사진에서도 이미 11명의 잘 생긴 이방의 청년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아낼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다른 국가의 미녀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사고를 대변했듯, 11명의 남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래서 때로는 불꽃이 튀길 정도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미녀들의 수다' 저리가라, '미남들의 수다'가 딱이다. 

첫 회, 게스트로 등장한 장동민은 보기와 다르게, 혹은 그가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다르게, 서른 여섯의 나이에도 아직도 부모님은 물론 누나와 매형, 조카 등 10 명의 식구들과 함께 사는 자신의 사례를 첫 토론의 주제로 제시한다. 즉, 서른 여섯이 되어도 독립하지 않는 장동민 정상인가? 비정상인가?이다. 


서른 여섯 청년의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문제를 첫 번째로 내세움으로써, <비정상 회담>은 상대적으로 아직도 가족 의존적인 한국의 문화와, 외국의 문화를 비교하여 토크를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첫 판결에서 상대적으로 '비정상'이란 결론이 다수인 것과 달리, 실제 토론에 들어가자,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 된다. 서른 여섯 살의 장동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토크는, 열 한 명의 이방인들이 언제 독립했는가로 넘어가고, 그 중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가 열 다섯의 나이에 일찌기 독립한 것으로 화두가 넘어가면서, 오히려 서른 여섯 장동민이 무색하게, 어린 나이의 독립에 대한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피튀기는'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알수 있는 건,  실제 출연했던 다수의 이방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이미 이십대 초반에 독립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우리가 그러려니 하는 것과 달리,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십 대 이후에도 부모들의 도움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사실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도 토크 과정에서 드러난다. 
더구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의 다양한 나라 출신의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만큼,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외국인의 개방성보다는, 각 나라의 특징에 걸맞은, 다양한 사고들이 등장하였다. mc진들이 유생이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로 오히려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도 더 보수적인 터키의 에네스 카야가 토론의 기세를 잡은 가운데, 보수적인 그의 생각에 벨기에의 줄리안 퀸타르트와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 등 서방의 젊은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다. 

첫 회를 선보인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은 모양새는 '미녀들의 수다'였지만, 오히려 내용적인 면에서는 솔직한 19금 토크를 진행하는 '마녀사냥'의 성격을 띤다. 대놓고 19금은 아니었지만, 19금의 수위도 마다하지 않는, 15세 관람가를 지키면서도 할 이야기는 솔직하게 하려는, '마녀 사냥'의 자유분방한 솔직함이 프로그램을 관통한다.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불꽃이 튀길 만큼, 각자 자신들의 생각이, 관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마녀 사냥'이 그저 성에 대한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이 시대의 자유로운 성담론을 지향하듯, 세계 각국 청년들의 한 바탕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진지한 인생관이 드러나는 '회담'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웃자고 시작한 장동민의 독립 문제가,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장동민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권을 가진 장동민에게 의존하는 가족이 문제가 아닌가라는 촌철 살인의 지적이 등장했고, 어린 나이의 독립을 단지 터키나 유럽 혹은 서방의 관점 차이가 아니라, 삼십대와 이십대의 세대간 의식 차이로 분석하는 혜안의 분석이 등장하여,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각 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전하는 훈훈한, 때로는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영상 메시지로 마무리된 <국경 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은 프로그램이 내세운 바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의 생각을 잘 드러내 준 프로그램의 첫 방송으로 손색이 없었다. 

단지 첫 회를 보며 아쉬운 점은,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에 '마녀 사냥'이 신동엽'이나, '미녀들의 수다'의 남희석이 없었다는 점이다. 
'마녀 사냥'의 성시경, 유세윤이 함께 했지만, 걸출한 입담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설전을 벌이는, 열 한 명의 다양한 국적의 패널들을 조율해 가며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성시경이나, 유세윤은 역시나, 신동엽이란 mc가 판을 깔아주는 <마녀 사냥>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주는 패널로써 더 어울렸다. 그나마 그래도 성시경이나, 유세윤은 그래도 적극적으로 토론의 맥을 짚고 나가거나, 흐름을 이끌어 가거나, 전환하려 애를 쓰는 노력이 보였다. 그에 반해, 또 한 사람의 mc 전현무는 유세윤이 우스개로 <히든 싱어>나 가라는 말처럼, 이런 토론 프로그램에 과연 적절한 mc인가 재고해볼 여지가 보인다. 오히려 시종일관 우스개 소리나 하거나, 토론의 맥을 짚어 들어가지도 못한 전현무보다, 웃기자고 등장한 게스트 장동민이 토론의 과정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인다. 그저 소리나 빡빡 지르는 단발성의 게스트라기엔, 첫 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던 mc 그 누구보다도, 토론의 맥을 짚어, 화제를 이끌어 가거나 정리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등장하는 순간에는 진부한 게스트였지만, 첫 회 과정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어쩌면 그보다도 이젠 진부한 전현무의 개그성 진행보다, 한결 참신하고, 맥락있는 모습이었다. 첫 회의 가장 큰 숙제라면 11명의 진주를 맛깔나게 꿰어줄 mc의 조율 능력이 될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예능이 없다고, <국경 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에서는, <미녀들의 수다>의 흔적도, <마녀 사냥>의 자유분방한 토크의 향기도 난다. 하지만, 회수를 넘어 새로운 과일이 등장하듯,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은 이 시대 세계 각국 청년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간으로 기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건, <미녀들의 수다>나, <마녀 사냥>을 뛰어넘는 새로움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의 탄생이다. 


by meditator 2014. 7. 8. 09:32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직장인이 있다. 준비를 마친 그가 문을 나선다. 그런데, 그가 마주한 거리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2층버스가 오가는 이국의 한 거리다. 

<sbs스페셜>은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를 통해 청년 구직자 950만의 청년 실업 시대, 취업의 비젼을 확대시킨다. 

당연히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닌 꿈의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방의 한국인들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 구글 본사 상무로 근무하며 아시아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김현유씨는 연세대 역사학과 출신으로 대학 졸업 전까지 한국에서 살아왔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업체 드림웍스에서 레이아웃 총감독을 맡고 있는 전용덕씨도 마찬가지다. 산업 디자인계에서 유명한 탠저린에서 공동 대표가 된 이돈태씨도 홍대 출신이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주역이 된 이들이지만, 이들이 그곳에 있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전용덕씨는 그가 했던 애니메이션 하청 업체가 문을 닫게 되어 실업자 신세가 되자 혹시나 하면서 접수를 했던 드림 웍스에 발탁이 되었다. 하지만, 입사한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쿵푸 팬더를 만들어 냄으로써 전용덕씨는 그 능력을 입증해 냈다. 탠저린에 인턴으로 입사한 지 단 7년 만에 공동 대표가 된 이돈태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대표적 글로벌 기업의 인물들 만이 아니다. it기업들의 메카 실리콘 밸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숭실대학교 출신의 엔지니어는 미리 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선배의 알선으로 실리콘 밸리에서 직장을 얻었다. 그가 자주 어울리는 동료 들도 그와는 다르지만, 각각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마친 이후 실리콘 밸리로 직장을 얻은 케이스다. 이국의 낯선 곳에서의 직장 잡기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꼭 구글이나, 드림웍스, 실리콘 밸리같은 유토피아만이 기회는 아니다. 독일에 가서 플로리스트가 된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했던 그는, 남자임에도 독일에서 플로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독일처럼, 유럽의 나라들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의 활동적인 영역에서 외부의 인적 자원을 끌어들이는데 적극적이다. 당장 이웃 일본만 해도, 자신들의 고령화 사회를 외부 인력 수급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찾아보면 상대적으로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한국에서 남자 플로리스트는 이변이지만, 독일에서 플로리스트는 성과 상관없이 예술가로 존중받는다. 낯선 이국의 땅에서 새로운 도전, 새로운 가능성이다. 

물론 모두가 선진국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졸자 10명 중 7명이 대학을 가고, 대학을 간 학생들은 다시 또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1학년 때 부터 스펙을 쌓는다, 각종 공무원 시험에, 고시 공부를 한다 대학 생활을 제대로 누릴 여유 조차 없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 시야을 넓히면 기회는 달라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신흥 시장에서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의 대접은 다르다. 인도네시아 pt. doosan. cipta에 취직한 한지연씨, 그녀의 아침은 도우미가 차려준 한정식이며, 출근 길은 회사에서 마련해 준 차가 데려다 준다. 현지 직원 20명에 상응한 비용이지만, 현지의 사람들은 한국의 인재를 신뢰해 대접해 준다. 이제 입사 1년차, 한국에 있었다면 아직도 서류 심부름에 바쁠 처지이지만, 그녀는 인도네이사에서 당당히 고급 인력으로서의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명문대 졸업생인 한규호 씨 역시 아직은 보장되지 않은 베트남 기업 협회의 인턴이지만, 한지연씨처럼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서의 개발 도상국의 미래를 보고, 베트남 현지 시장을 누빈다. 


<sbs스페셜-나는 세계로 출근한다>의 미덕은 이른바 글로벌 취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있다. 꿈의 직장으로서의 구글이나, 드림웍스, 실리콘 밸리도 있지만, 발 디딜 곳이 없다고 여기는 유럽이, 고령 사회를 보완할 인력의 요구가 시급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고학력자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 지고 있는 신흥 인력 시장의 존재를 짚어 줌으로써, 글로벌 취업의 시야를 넓혀준다. 실제 취업 컨설턴트들의 충고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 우리나라 학생들은 취업이라 하면, kt같은 공기업이나, 삼성, 현대 등의 대기업, 그도 아니면 공무원이라는 식의 협소한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아쉬워 한다. 그런 상황에서, <sbs스페셜>은 나름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려 애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남는다. 마치 성공 신화를 조명하는 다큐처럼, 해외 취업의 청사진만을 화려하게 밝힌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 이면에, 호주에 취업 비자로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직종에 종사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 등의 그림자도 존재한다고 하면, 글로벌 취업의 빛이 바랬을까?


by meditator 2014. 7. 7. 13:51

ebs 다큐 프라임은 2012년 방영 화제를 일으켰던 '치매를 부탁해 1,2'시리즈 중, 1부; 나는 치매입니다, 3부; 치매라도 괜찮아, 6부; 치매 앞의 당신을 재방영했다. (본방 2014,6,30~7,2, 종합 7,6)


'1부; 나는 치매입니다'를 통해서, 치매라는 병을 통해 서서히 일상의 삶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환자들을 조명한다. 
겨우 58세에 불과한 손유선씨, 아직 중년의 주부처럼 보이는 그녀지만, 어린 손주가 조립할 수 있는 장난감도 조립할 수 없는 치매를 겪고 있다. 72세의 서인순씨는 더 이상 음식을 할 수 없다. 오랫동안 다니던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뜨는 단순한 일조차 할 수 없어, 결국 함께 다니던 동료로부터 일을 그만 둘 것을 종용받는다. 한때 건축시공사를 운영했던 김송규씨는 이젠 스스로 자동차를 몰고 사무실에 나가는 것조차 버겁다. 뇌를 공격한 '치매'는 그들이 가장 익숙하게 해오던 일상의 삶으로 부터 그들을 밀어낸다. 

하지만 치매가 곧 일상의 지옥은 아니다. '3부; 치매라도 괜찮아'는 지옥같은 병 치매를 천당같은 삶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김상애 할머니는 검진을 갈 때마다 뇌세포가 줄어드는 알츠하이머 병을 겪고 있지만, 언뜻 봐서, 그녀가 중증의 치매 환자라는 걸 알 수 없다. 하루종일 빗과 수건 등을 가지고 망상 증상에서 비롯된 허구의 대상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것이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런 그녀의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투병 생활에는,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딸 김영희씨 가족의 절대적인 헌신을 전제로 한다. 그녀 자신 역시 정신지체 딸을 기르고 있는 김영희씨는 늘 엄마의 병을 너무 늦게 알아봐 준 사실을 엄마에게 미안해 한다. 그리고 치매에 걸렸어도 여전히 기르기 힘든 딸을 키우는 자기 자신을 안쓰럽게 봐주는 엄마가 있는 사실을 감사하게 여긴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병을 받아들인 김영희씨네 가족에게, 치매는 그저 조금 다른 일상이다. 엄마의 방에다 cctv를 걸러놓고 한시도 놓치지 않고 지켜봐야 하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엄마 곁에 더 많이 함께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남편을 만나러 가는 장모의 팔짱을 끼고 함께 거리의 까페에 앉아 졸지에 온가족의 데이트가 이루어지는 일은 김영희씨네에게서 희안한 일이 아니다. 시어머니와 장모가 함께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함녀서도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누는 건, 특별한 행사가 더더욱 아니다. 

6부; 치매 앞의 당신에서는 밝힌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가피하게 맞닦뜨릴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하나라고, 하지만, 그 경우의 수를 어떻게 맞이하는가는 받아들이는 자세와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치매의 진전을 막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더구나, 의사조차도 선뜻 치매라는 진단을 내리기를 꺼려하는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치매 환자들이 통계 외의 영역에서 그림자처럼 치매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치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단 진행되는 치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회에 등장한 손유선씨, 서인순씨, 김송규씨 등 치매 초기 환자들에게 뇌세포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시했다. 뇌세포 운동은, 끊어진 뇌신경 세포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이 운동을 통해, 다시 회복된 조직은 전처럼은 아니라도 기능을 일정 정도 회복한다. 저염식과 뇌에 좋은 음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식이요법 과정을 완수할 수 없었지만, 그 과정을 무사히 마친 손유선씨 등은 심지어 전보다 인지 능력이 좋아진 상황을 맞이한다. 즉 어떤 치료와 식이요법을 하는가에 따라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험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의사들은 말한다. 우울증 등이 치매를 보다 악화시킨다고, 긍정적인 자세는, 심지어 진행중인 치매조차도 멈출 수 있다고. 72세의 서인순씨는 치매 환자이지만, 그녀의 일상은 그저 건망증이 조금 심한 정도처럼 보인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녀에게 가족들은 그녀의 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그저 조금 더 함께 하고 이해해야 할 그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치매 환자는 뇌의 일부분이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살아오던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으로써의 존중감을 받고자 한다. 바로 인간으로서의 존중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존중감을 놓치지 않는 치매 환자들의 삶은 불행하지 않다. 

심지어 치매 환자들이 더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치매 환자들의 그룹 홈 안디옥 사랑의 집 원장은, 금세 잊어버리고 리셋되는 할머니들의 삶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집착과 우을증을 보이던 할머니들도, 원장이 켜놓은 음악에 맞춰 흥겨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한때 심한 우을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 조차 했던 할머니는, 이렇게 행복한 삶이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할머니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그룹 홈, 그것은 가족들의 희생과 시설만이 대안인 지금의 치매 환경에서, 이상적인 또 하나의 대안이다. 

치매 전문 의사는 말한다. 치매는 뇌의 일부분의 문제라고, 하지만, 뇌에는 치매가 걸리지 않는 다른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고, 나이들어 어쩌면 겪을 지도 모를 치매, 그에 대해 쉬쉬하고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처하여, 치매에 걸릴 위험도 줄이고, 치매를 걸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고, <치매를 부탁해>는 거듭 부탁한다. 아마도 이것이 2012년에 이어 다시 한번 다큐 프라임을 찾아온 <치매를 부탁해>의 이유일 것이다.  

<치매를 부탁해2>는 치매의 심각함에 경도되어 있지 않다. 그저 우리가 나이들어 만날 수 있는 병, 치매를 적극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 본다. 나이들어 가는 방식 중 하나로, 그것을 전염병처럼 멀리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치매 환자들과,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by meditator 2014. 7. 7. 11:51

여성 멤버의 아르바이트로만 살기 미션이 완수되고, 다시 돌아온 남성판 <인간의 조건> 이번 미션은 '나트륨 줄이며 살기'이다.

나트륨 줄이기 미션에 앞서, 남성 멤버들은 그간 나트륨에 자신의 몸이 얼마나 중독되었는지 알기 위해 병원에 모였다. 

병원에 모여 소변을 채취하고, 혈압 및 부종 검사를 한 멤버들, 그 결과는 대부분, 권장치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나마 운동을 시작한 정태호나 김기리 등은 나은 편이라지만 여전히 나트륨이 과다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상대적으로 채중이 많이 나가는, 즉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먹는 김준현이나, 짠 음식을 선호나는 김준호의 경우엔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음을 지적받았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 권장한 1일 나트륨 권장량은 2000mg, 하지만 찌개나 탕류를 즐기고 짠 밑반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일 평균 섭취량은 4583mg으로 1일 권장량의 2.3배에 이른다. 조우종이 만난 브라질 음식이 소금을 발라 고기를 구울 정도로 짠 맛이 심하지만, 정작 브라질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나트륨 중독이 덜한 결과에서 보여지듯이, 우리나라의 식습관이 특히 나트륨에 있어 무방비 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나 '매식'이 일반적인 식생활 습관이 된 <인간의 조건> 남자 멤버들의 경우, 닭가슴살 통조림에도 정제염이 들어가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케 하는 우리의 식품 시장에서, 짠맛에 중독되지 않은 게 이상할 지경이다. 

나트륨, 그까이꺼? 좀 짜게 먹는게 무슨 상관이냐고?
가정의학과 주치의는 짜게 먹는 식습관이 그저 좀 다른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골다공증, 신장 질환을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임을 깨우쳐 주면서, 실제 자고 일어나면 부종이 심한 김준호의 경우처럼 그 여파가 바로바로 드러나는 시급히 바꿔야 할 식습관이라는 것에 경종을 울린다. 

(사진; 엔터미디어)

그에 따라, <인간의 조건>은 가장 극단적인 수단으로, 첫 날 '나트륨 없이 살기' 미션에 도전한다. 
그에 따라 말린 새우나 다시마처럼 천연적으로 나트륨을 가지고 있는 음식을 차치하고, 정제염이 포함되어 있는 그 모든 음식을 멤버들은 먹을 수 없다. 

미션 수행에 들어간 멤버들, 각가 지급된 '염도 측정기'를 가지고 나트륨이 없는 음식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결국 대부분의 멤버들이 끼니로 택한 것은 소스없는 샐러드, 바나나 등의 과일 등이었다. 브라질에서 월드컵 중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조우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덥고 습한 날씨 덕분에 모든 음식이 짠 브라질에서, 결국 조우종이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것도 푸성귀뿐이었다. 나트륨이 없는 음식을 찾기 위해 들어간 마트에서 만난 것은, 케쳡과 같은 소스류에는 당연히, 하다못해 튀김 가루 하나에도 들어간 나트륨읮 존재이다. 결국, 항복 선언을 한 멤버들, '나트륨이 세상을 지배한다'며 고개를 젖는다. 

하지만, 푸성귀와 과일로만 하루를 때우기엔 너무 허기가 진 멤버들, 각가 나트륨이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식사를 모색한다. 운동을 시작한 정태호와 김기리는, 운동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나트륨이 없는 고기만을 섭취하기로 한다. 하지만, 고기만 먹으면 되겠지 했던 식사는, 그간 그들이 고기맛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고기를 찍어 먹었던 소스의 나트륨 맛이라는 걸 자각하게 된다. 즉, 나트륨없이 고기는 '니맛도 내 맛도 아닌' 그저 느끼한 남의 살 맛일 뿐이다. 

그래서 나트륨이 없는 짠 맛을 찾기에 도전한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최자는 시장을 찾아가 천연의 짠 맛을 지닌 말린 새우, 다시마 등을 사다, 후라이팬에 볶을 후 믹서기에 갈아 천연 조미료를 만든다. 이를 정태호가 찾아낸 나트륨 없는 밀가루에 넣어 반죽을 해서 자체 소금기를 지닌 오징어 튀김을 만들어 짭쪼름한 튀김을 만들고, 감자와 호박을 잔뜩 넣은 나트륨의 얕은 맛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즐기던 깊은 맛이 그득한 수제비를 탄생시킨다.
김준호 역시 찾아간 식당에서, 나트륨 범벅인 곱창 전골 대신, 참기름과 야채로 볶은 고기 요리에서, 나트륨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각자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나트륨 없이 하루를 보낸 멤버들은 배는 부른데, 공복감이 채워지지 않는 나트륨의 '허기'에 어쩔 줄 몰라하고, 어쩐지 기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나트륨 결핍감에 흔들린다. '나트륨'없이 살기 1일차를 보낸 멤버들, 나트륨이 지배하는 세상에 무기력한 자신들을 절감한다. 

그런데, '나트륨없이 살기' 미션 1일차를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밀가루없이 살기나, 권장 칼로리로 살기, 혹은 산지 음식으로만 살기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다른 미션인데, 미션이 주어지고, 그 미션이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때문에 멤버들이 멘붕에 빠지고, 가장 강력한 첫 미션을 수행하느라 혼비백산 하루를 보내고, 그 과정에서 그래도 대체 식품을 모색하느라 분주하고, 굳이 보지 않아도, 나트륨 없이 살기도 이런 사이클을 통해 가리란 예상이 훤한다. 

이 말인 즉슨, 이제 <인간의 조건>에서 미션으로 인한 충격파는 더는 신선한 그 무엇이 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트륨이 이렇게 우리 생활에, 우리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 라는 것이 필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그간 이와 비슷한 먹거리 미션을 많이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조건>이 아니라도 숱한 프로그램에서 나트륨이 나쁘다는 내용을 많이 내보냈기에 그리 새로운 내용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인간의 조건>은, 그런 이제는 익숙한 사이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2기 멤버들이 등장하고 그리 급등하지 않은 시청률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새로운 멤버들이 가져온 신선한 여파 역시 크지 않다. 
미션도 신선하지 않고, 멤버들도 신선하지 않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남성편 <인간의 조건>이 봉착한 현재의 모습이다. 
어쩌면 뻔할 수 있는 먹거리 과제 나트륨 없이 살기, 그리고 새로운데 익숙한 2기 멤버들을 데리고,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그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 그것이 나트륨 없이 살기 미션에 도전하는 <인간의 조건>의 과제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4. 7. 6. 16:35

무려 6년 만에 자신의 앨범을 발매한 신해철이 <snl>을 방문했다. 공중파 <100분 토론>에 나가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관철했던 논객 신해철이었으니, 그런 그의  <snl> 방문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늘 연예인들의 자기 디스에 충실한 ,<snl>인 만큼 신해철도 거기서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 발매된 뮤직 비디오 컨셉을 가져온 오프닝에서부터 독한 팬 유세윤을 등장시킨 코너에 이르기까지, 대학 가요제에 나왔던 꽃소년 신해철이 지금의 '돼지'가 된 모습의 과정을 줄곧 '비아냥'거린다. 뮤직 비디오 컨셉을 흉내낸 <snl> 출연자들의 모습의 차이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해철의 모습으로 빗대면서, 급격하게 외모가 달라진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반문을 하다가, 스리슬쩍 '대마초' 이야기를 끼워넣고, 한때 그것으로 물의를 빚었던 신동엽이 더 당황하면서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자는 식의 컨셉으로 일관한다.

이런 '디스'의 촛점은 세월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망가짐'이나 '몰락'에 있다.
이후에 유희열과의 토크 과정에서 스스로 해명하듯이 '병'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의 결과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런 신해철의 외모의 변화가 코너 중에서 은근슬쩍 나타나듯이 '대마초'와 관련된 퇴폐적인 행위와 매니저와 관련된 코너에서 보여지듯이 피씨방에서 30분만에 잔뜩 쌓아진 라면 등의 주전부리 빈 그릇에서 보여지듯이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처럼 묘사된다. 즉, 7월5일 <snl>의 일관된 논조는 아름다운 소년이었던 신해철은 마약과 잘못된 습관으로 그동안 망가져서 지금처럼 '돼지새끼'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라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 디스' 과정에 자신의 몸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때 아이돌스타와도 같았던 젊은 가수가, 이제 중년의 가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런 변화를 세월에 흐름에 따른 변화, 혹은 그 개인의 피치못할 속사정이 아니라, 일관되게 젊음에 기준을 두고, 미디어가 요구하는 가녀린 몸매에 잣대를 맞춘 채 '디스'로 일관하는 게 자유로운 풍자를 지향하는 <snl>의 정신일까?

어쩌면 '마왕'으로 칭해지는 우리 시대의 상징성을 띤 가수 신해철을 데리고, 겨우 그의 외모만을 논할 수 있는 <snl>은 바로 지금 <snl>가진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회차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마왕'의 변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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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텐아시아)

이후 신해철은 유희열과의 토크 과정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내뱉었던 독설에 대해 반성하는 듯한 소감을 밝힌다. 자신이 말했던 생각에는 변화가 없으나, 하지만 자신이 말했던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꺼라는 조급함이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경직되게 했으며, 교육과 관련된 언급에 대해서는 자신이 그런 연배가 되어야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 거 같다는 반성도 보인다. 늘 날이 잔뜩 벼려저 있는 것만 같던 '마왕'도 나이가 먹으며 세상을 돌아보며, 자신을 되짚어 보고,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snl>의 풍자가, 지난 시간 그가 했던 경솔했다던'독설'에 대한 풍자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다. 아니 조금은 아쉬운 게, 유희열과의 토크에서, 지난 시간 경솔했던 발언의 반성에만 촛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치않는 그의 생각 같은 것도 좀 밝혀 줬다면, 어땠을까? 마치 이제 앨범도 나오고, 순한 양이 되어 돌아온 방황하던 늑대가 아니라, 그저 나이든 뚱뚱한 아저씨가 아니라, 꽃미남이건, 중후한 몸집의 아저씨건 여전히 '마왕'인 신해철의 그 무엇이 드러난 한 회였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7월 5일의 <snl>만큼 신해철에게 '마왕'이란 칭호가 무색했던 시간이 있었을까?

이런 신해철 편에 대한 소회는, 어쩌면 신해철 편만의 소회가 아니라, 과연 매주 출연하는 게스트들이, <snl>의 출연, 거기서 수행되는 '자기 디스'와 '망가짐'을 통해, 그의 진솔한 모습 이상 그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라는 회의로 이어진다. 

물론 여전히 <snl>에도 신랄한 풍자는 존재한다. 한 눈에 봐도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조롱하는 듯한 현재의 홍명보가 과거의 홍명보를 찾아간 코너는, 적나라했다. '의리'를 앞세우지 말라던가, 대표팀 감독은 꿈도 꾸지 말라던가, 아니, 감독을 하더라도 올림픽까지만 하라던가 하는 속시원한 언급이 마구 쏟아내졌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한편에서 씁쓸하기도 했다. 전국민이 나서서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패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드러내놓고 팰 수 있고, 그외의, 그간 신해철이 했던 비판적 언급 하나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고, 기껏 그의 외모 비하나 하는 프로그램이라니!
풍자와 개그의 묘미는 남들 다하는 걸 나도 따라 한 마디 거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속으로 생각하면서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한 걸 먼저 터트릴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이다. <snl>이 시작했던 19금의 묘미는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쩌면 할 게 없어서, 오로지 그것만 매달리는 듯한 19금은, 혹은 남들이 다 하는 비판의 꽁지에 매달려 역성드는 시누이 같은 풍자는  '카타르시스'의 묘미가 사라진 채 아쉬울 뿐이다. 


by meditator 2014. 7. 6. 16:33

<갑동이> 후속으로 7월 4일 <연애 말고 결혼>이 첫 방영 되었다. 

<연애 말고 결혼>은 드라마 시작 전 홍보용 영상에서 부터, 결혼하고 싶은 여자 주장미(한그루 분)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남자 공기태(연우진 분)를 대립시킨다. 하지만 정작, 1회가 시작하자, 주장미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공기태가 아니라, 그의 친구 이동훈(허정민 분)라는 예상을 깬 상황 설정에서, <연애 말고 결혼>의 관전 포인트가 발생한다. 

연애만 하고 싶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대립 지점의 설정은, 아주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의 상황 설정이다. <연애 말고 결혼>도 다르지 않다. 집안으로부터도 모자라, 친구 어머니까지 나서서 맞선을 주선하는 상황에 놓인 공기태와, 사귄지 1년이 되자 당연히 결혼을 꿈꾸는 순수한 여자 주장미의 구도는 매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구도이다. 하지만, 그런 원칙적 구도를 <연애 말고 결혼>은 살짝 비틀면서 볼 재미를 만들어 낸다. 주장미와 1년을 사귀었음에도 공기태와 마찬가지로 그녀와 전혀 결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는 이동훈은, 주장미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자, 지금까지와의 태도를 돌변해 그녀를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헤어지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무작정 연락 안하기, 친구의 입을 빌어 혹은 문자로 이별 통보 하기를 넘어, 결국 주장미를 스토커로 신고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공기태는, 지금까지 이동훈을 따라다녔던 여자들과 달리, 눈물로 진심을 내보이는 주장미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연애 말고 결혼’, 연우진·한그루 케미가 빚어낸 ’특급 공감’(종합)


이렇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을 살짝 비틀면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낸 <연애 말고 결혼>이라는 드라마의 첫 회에서 흡인력을 발휘한 것은, 바로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맛깔 나는 연기이다. 그 중에서도 주장미 역의 한그루는 첫 주연이 무색하게, 로코의 여주인공으로서, 사랑에 빠지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갖가지 감정 표현을 진솔하게 내보인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의 눈물어린 눈망울에 공기태의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이 공감이 가도록, 그러면서도 순수함이 미련함이나 우둔함으로 보이지 않게 씩씩한 여자 주장미라는 캐릭터를 전혀 몸사리지 않고 표현해 냄으로써, 캐릭터로 승부해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첫 장을 성공적으로 열어 제낀다.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당찬 여동생의 모습도,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사랑에 몰두하는 여동생의 모습도 여전히 드리워져 있지만, 기존 한그루가 했던 캐릭터들이 좀 더 한 발 성숙해진 모습으로, <연애 말고 결혼>의 주장미는 등장한다. 

주장미만이 아니다. <보통의 연애>를 시작으로, <아랑사또전>,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상대적으로 정적인 캐릭터를 맡아왔던 연우진 역시, 성형 외과 의사의 직업을 가진, 이른바 '차도남'이라는 뻔한 캐릭터를, 3년 동안 집안과 인연을 끊고 사는 사연이 있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꺼이 선 자리에 나가 물 세례를 받아주는 냉온의 양면성을 잘 표현해 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호의을 얻을 수 있지만, 그 호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른바 '케미'라고 칭해지는 두 주인공의 '열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에서, <연애 말고 결혼>은 이미 성공적인 무기를 장착한 듯 보인다. 

공기태 역의 연우진 만이 아니다. 주장미와의 해프닝을 '싸가지'답게 제대로 연기해낸 이동훈 역의 허정민이 없었다면 <연애 말고 결혼> 첫 회의 흥미는 상당히 반감되었을 것이다. 잠시 멋진 미소를 짓고 등장한 한여름 역의 정진운이나, 차도녀 의사라기엔, <신의 선물, 14일>의 제니가 떠오르는 한선화의 연기는 아직 유보적이지만, 잠시 모습을 비춘 것만으로도 그 사연이 궁금해지는 부모 세대 김갑수, 김해숙, 박준규, 임예진의 포스넘치는 존재가, 어쩌면 뻔한 코스로 진행될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완해 갈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연애 말고 결혼>의 출발은 순조롭다. 뻔한 듯 하면서도, 상황은 뜻밖의 해프닝으로 다음 회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고, 배우들의 연기는 맛깔나게 캐릭터를 표현해 내며 그들이 어울리어 빚어내는 다음을 고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복병은 숨어있다. 가족의 성황에 못이겨 결혼으로 내몰리는 남자, 그 남자와 친구의 애인이든 무엇이든 우연치 않게 얽혀들게 된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란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첫 회의 뜻밖의 설정처럼,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사랑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의 정석을 뛰어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사랑과 그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색다른 견해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그것이 흔하디 흔한, 더구나 7월에 들어서면서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들 속에서 <연애 말고 결혼>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관건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7. 5. 06:59

결국 친정에 접어든 고종 곁에서 그의 힘이 되주었던 박윤강(이준기 분)의 아비, 박진한(최재성 분)은 고종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권문세가 김병제(안석환 분)의 의도대로 최원신(유오성 분)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조선 제일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딸을 구하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총구 앞에 피 흘리는 몸을 내민 결과이다. 김병제의 음모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지 고종의 오른팔을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빌미로 삼아, 박진한을 대원군을 복귀시키려는 반란의 주모자로 몬다. 안동 김씨 가문의 거두 김좌영(최종원 분) 앞에 모여든 권신들은, 저마다 사헌부며, 대신들이며를 책임지겠다며 음모를 키워나간다. 


얼마전 종영한 <정도전>에서, 조선의 기틀을 만든 정도전을 대놓고, 왕은 그저 신하들을 품어주는 어버이같은 존재라 일갈한다. 즉,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자신들과 같은 유학을 터득한 선비들이, '민본'의 정신을 살리며 할 터이니, 그저 왕은 그런 자신들의 울타리 노릇이나 하라고 대놓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정도전 자신도, 군권까지 틀어쥐며 요동 정벌에 나선 그의 권력 독점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방원 일파에 의해 제거되고 만다. 그리고 드라마 <정도전>에서 이방원이 자신만만하게 엄포를 놓듯, 조선을 만들다시피 했음에도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사라진 정도전은 고종 대에 이르러서야 정치적으로 복권이 된다. 

그런데, 만약에 정도전이 하늘나라에서, 470여년이 지난, 그래서 자신을 복권시켜준 고종 연간의 조선을 보면 어땠을까? 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무위소 별장이나 되는 왕의 오른 팔을 가볍게 쳐내고, 그를 반역죄로 몰아가는 권문 세족 김씨 일가를 보면서, 자신이 뜻하던 대로, 유림들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다고 반겼을까?

아마도 하늘 나라에서 고종 연간의 조선을 정도전이 보았다면, 그곳에서 다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로, 조선의 마지막은, 그가 만든 제도는 여전하되, 그 제도는 전혀 다른 의도로 전횡되어, 오히려 고려 말 권문 세족이 판치던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괴로워 할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정도전이 만든 조선은, 단지 그의 뜻이 관철된 제도로써의 유림의 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이다. 왕은 새벽부터 일어나 유학자인 대신들과 유학을 공부하고 논해야 했으며, 왕의 권력은 그 아래 삼정승으로 부터 견제를 받고, 그도 모자라, 사간원처럼 아예 견제를 목적으로 한 기관을 통해 사사건건 간섭을 받아야 했다. 왕이 신하들의 뜻에 거스르는 어떤 일을 하면, 사간원을 비롯한 신하들의 상소가 빗발치고, 전국의 유생들이 궁궐 앞에 몰려와 항의를 했다. 

정도전이 이런 제도를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유학을 공부한 자들의, 유학의 정신에 입각한,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도이다. 이런 정도전의 정치 철학은, 일찌기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의 철인 정치와도 궤를 같이 한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자에 의해 선도되는 정치말이다. 하지만, 그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며 자신의 오랜 벗 정몽주와도 대립각을 세우며 새롭게 만들어 냈던 조선이라는 나라가, 불과 몇 백년 사이에, 진짜 괴물인 권문 세족들의 나라가 된 것에 대해 정도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멀리 갈 것도 없다. 뜻을 함께 해서 조선을 건국했지만, 이방원의 왕자의 난 과정에서, 정도전과 등을 돌린, 조준 등은 이후, 척신이 되어, 조선의 첫 번째 권문 세족이 된다.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오로지 자신이 뜻을 세운 '민본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쓰고자 했던 정도전과 달리, 이미 조선 초기부터, 온갖 특권과 그에 따른 댓가로 토지를 획득한 공신들로 인해, 정도전 등이 의도했던 백성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겠다는 제도는 조선 초기부터 땅부족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권력과 부를 나눠가진 공신세력의 등장은, 이후, 고려 말 이후 재야에 묻혔던 또 다른 유림 세력인 사림파와의 갈등을 낳는다. 공신 세력과 사림 세력의 대결, 그리고 사림 세력의 숱한 이합집산은 우리가 일찌기 교과서를 통해 배운바, 다수의 당쟁과, 사화로 연결돤다. 그리고 그 피튀기는 당쟁과 사회의 최종 승자는, 바로 우리가 <조선 총잡이>를 통해 만나게 되는 노론, 그 중에서도 안동 김씨 권문 세족이다. 그들은, 정도전이 뜻하던 대로, 왕을 병풍으로 만들고, 자신들이 국가를 경영한다. 하지만, 그들의 뜻은 정작 정도전의 뜻과 다르다. '민본'을 기치로 내걸고, 유학자로서의 도리를 다하며,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대신, 노론, 그리고 안동 김씨의 권문 세족들의 정치는 그 목적이 오로지 김씨 일문의 영화를 위해 펼쳐진다. 정도전이 입안한 제도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정도전이 원하던 대로, 유학자들이 나라를 경영하게 되었지만, 정작, 고종 연간의 유학자들은, 정도전이 생각하던 그 유학자들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학'을 도구로 사용하는 협잡꾼들일 뿐이다. 똑같은 제도이지만, 그것을 누가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그 제도는 '민본'의 수단일 수도, 권문 세족의 권력 수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정도전>과 그로 부터 470여년이 흐른 <조선 총잡이>의 조선이 보여준다. 같은 조선, 다른 나라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그들이, 닫혀진 나라를 열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나라를 제대로 다스려 보겠다는 고종의 친정 의지를 꺾고자, 아무 죄도 없는 박윤강의 아비, 박진한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거기에, 권력에 붙어 역시나 자신의 이권을 보장받으려는 보부상단의 접장 최원신(유오성 분)이 있다. 당장은 아비의 증언에 따라 보부상단을 향해 복수의 총구를 겨눈 박윤강, 그가 아비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감에 따라 결국 그 총구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망해도, 자신들은 친일파로 거듭나며 권력을 유지해간, 안동 김씨 권문 세족을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4. 7. 4. 0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