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스트 셀러 목록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책 중 하나는, 바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본 편 시리즈 들이다. 그리고 sbs스페셜은 3부작으로 바로 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화면으로 옮긴다.


물론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한 시간 여의 다큐로 옮겼다고 해서, 온전히 그 책을 다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글로 읽어 막연했던 것은, tv 화면에서 등장한 생생한 영상을 통해, 분명해 지고, 또 화면을 통해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지나가버려 아쉬웠던 것은, 책으로 찾아 읽으면 되니, 화면으로 들어온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본편과, 책은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하지만, 책이 아닌, sbs스페셜만의 장점은 또 있다. 책에서도 유홍준 교수와 함께 여행을 함께 해주신 많은 동료 분들이 계시지만, tv로 찾아든 일본 유산 답사기에는 유홍준 교수의 이제는 우리 나라의 각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이 되신 오랜 지기 세 분이 함께 함으로써, 다방면의 즐거움을 준 답사 여행이 되었다. 바로 역사학자이신 안병욱 교수와, 화가 임옥상씨, 그리고 건축가 승효상씨가 그분들이다. 화가 임옥상씨는 답사지의 곳곳에서, 수묵 담채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크로키를 선보인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의 일본은, 그의 스케치북에선, 그저 점점이 흩어지는 꽃잎을 지닌 나무로 새롭게 되살아 난다. 유홍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본 여행지의 버스 안이 아닌 좀 더 '출세'(?)를 했을 거라며 대학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친구  안병욱 교수의 소개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제는 '답사' 그 행위 자체가 의미가 되는 '무형 문화재'라 칭해도 무리가 없는 유홍준표 답사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수 있다. 건축가 승효상은 그저 화려한 일본 정원에 눈을 빼앗긴 우리에게, 건축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승효상이 평가한 3국의 정원은, 중국의 정원이 위계 질서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고, 일본의 정원이 오로지 '관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에 비해 초라해 보였던 우리의 정원은, 바로 그 안에서 놀이와, 제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치뤄지고 나면, 싹 비워지는, '공간', 그 자체로서의 '사유'의 의미가 담긴 '최고'의 정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각 분야의 대가들이 된 유홍준 교수의 지기들 덕분에 답사가 풍부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교토'에서, '아스카', '나라'로 이어지는 여정은 어떤 젊은 사람보다도 재바르게 움직이며, 젊은이들조차 헉헉 대며 걸음을 서두르게 만드는 볼 것 많고, 들을 것 넘치는 유홍준 표의 '오감' 답사이다. 

3부작의 첫 번째 여정인, '교토, 아스카, 나라로 이어지는 여정은 바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라'의 도래인의 신사가 남아있는 교코, 100여명의 백제 도래인들이 '아야씨'가 되어 고대 국가 일본의 토대를 만들어 준 아스카, 고대 국가 일본의 자부심을 내세운 동대사의 기술적 성취의 바탕이 된 멸망 이후 도래한 백제인 들. 보를 쌓아 습지를 농사가 가능한 땅으로 만드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화려한 불상과, 지진에도 흔들림이 없는 건축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들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다. 

유홍준 교수는 첫 회, '도래인'을 정의하면서, 과연, 일본 땅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의 흔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자 한다. 즉, 특히나 최근 들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과연 그곳으로 건너간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떤 자세와 시각으로 바라보는가가, 양국의 관계 정립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유홍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들은,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의 부침에 따라, 정치적 실권을 잃고 집단적으로 건너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한반도에서 실각한, 하지만 일정 정도 한반도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문화를 영유했던 도래인들은, 당시 일본에 비해 문화적 우위를 점했고, 바로 그 문화적 선진 세력으로, 일본에 쉽게 자리잡고, 문물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홍준 교수는 '도래인'에 대해 오해를 해서는 안된다고 짚고 넘어가고 있다. 즉, 그들은 도래인이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문화를 가져간 것은 맞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은 한국의 문화가 아니라, 일본의 문화로, 우리는 '도래인'들의 문화적 성취를 해외 이민 개척사의 첫 번째 성공 사례 정도로 '양보'하여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헤게모니'와 '패권주의'적 시각을 거세하고, '도래인'을 담백하게 바라보아야,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는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양국의 관계도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 유홍준 교수의 시각이며, 그런 교수의 시각은,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한일 양국의 관계를 바라보는데, 현명한 선구안으로 시청자들에게 제시된다. 


by meditator 2014. 8. 18. 06:46

그저 연예인들이 학교 생활을 다시 체험하는 것만으로 어떤 예능적 재미를 뽑아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부호가 달렸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단 일주일의 학교 생활만으로도 헤어짐이 슬프고 아쉬움을 남겼던 무던한 출발을 보였던 가운데, 두번 째 학교 생활을 맞이한다. 


두번째 학교로 선정된 곳은 '신장 고등학교'이다. 똑같은 고등학교 생활이지만, 이전의 '선정 고등학교'가 남녀 공학이지만 서로 다른 반에서 생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출연진이 '전학'을 하게된 학교는 한반에서 남녀가 같이 생활하는 다른 생활 환경을 보인다. 덕분에, 같은 학교 생활을 경험했던 출연진들은 똑같은 고등학교임에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인 학교 생활에, 새로운 설레임을 안고 '전학' 생활을 맞이한다. 또한 허가윤, 강준이 빠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이제는 배우이기보다는 예능인으로 더 활발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홍은희와, 2am의 조권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똑같은 남녀 공학이지만, 이전의 학교와 다른 '남녀 합반'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예능적 재미를 선사한다. 선생님의 표현대로, '선비'같은 남학생들과, '삐삐'같은 여학생들의 대조적인 모습에서부터, 초등학생 시절에서나 볼 수 있을 것같은, 남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기'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몰랐던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알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남녀가 같은 반에서 수업을 하며 일어날 수 있는, '누가 누구와 사귄다'라는 흔한 해프닝에서부터, 그것이 알려지면 전국민이 알게된다며 조심하는, 학생들의 '예능감'에, 남녀가 한반에서 공부하면서 발생하는 '썸'은 아니지만, '훈훈한' 정서 역시 '남녀 합반'만이 가진 색다른 묘미이다. 물론, 남녀이지만, 같은 반에서 생활하다보니, 이제는 그 앞에서 반바지 위에 걸쳐입은 치마를 불쑥 벗는게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닌, '문화 충격'은 덤이다.


이미 학교 생활을 한번 체험했기에, 하지만 '매점'이 없다거나,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는 등 달라진 환경에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성동일, 혜박, 윤도현등은, 이미 그 이전 학교에서부터 일관해온 자신의 캐릭터에 충실한다.  한참 연배의 선배같거나, 때로는 아버지 같기도 한 성동일의 여유로움, 일단 '매점'부터 찾고 보는 기센 짱언니 같은 혜박의 적극성, 모범생 모드로 일관하지만, 맞춤범 맞추기 등에서 좌절하고마는 윤도현의 절치부심은 이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예능적 기반이 되어간다. 
하지만, '선정 고등학교'편의 상당 부분이 처음 학교를 아니,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간 연예인들의 적응기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였듯이, 새롭게 찾아간 '신장 고등학교'편의 서두는 이번에 새로이 학교 생활을 시작한 홍은희와 조권의 적응기에 비중이 주어진다.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찾은 홍은희는 간밤 설친 잠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등교해버린 바지런함에서도 드러나듯이, 긴장감을 놓치지는 않지만, 두 아이 엄마로서의 서글서글함으로 새로운 학교 생활을 '아줌마'답게 기선 제압해 버린다. 제대로 눈도 못마주치는 짝궁에게 학부형같은 질문을 연신 던지며 다가가고, 한때 날리던 실력으로 동급생들의 공기 놀이의 판을 휘어잡는가 하면, 엄마의 그 마음으로, 선생님이 전해주신, 안도현의 '간장 게장'에 눈물을 보인다. 아직은 서른 다섯의, 이제 겨우 12살, 6살의 아이들을 둔 젊은 엄마이지만, 어쩌면 신장 고등학교 학생들의 엄마가 그 자리에 와도 다르지 않을 거 같은, '아줌마'의 학교 생활 체험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스며드는 간장에, 뱃속의 알들에게 이제는 잘 시간이야 라는 시인의 문구에 눈물을 흘리는 모성은, 이전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못한 그저 연예인의 신기한 학교 체험을 넘어선, <학교다녀오겠습니다>의 백미를 이룬다. 

학부형 모드로 일관한 홍은희와 달리, 아직도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2pm의 조권은 노랗다기 보다, 거의 백발에 가까운 획기적인 헤어스타일의 등장에서 부터, '논란의 중심'이 된다. 단 하루 동안, 교문에서 부터, 수업 시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예고편을 통해서 보면, 학교 모의 법정에 이르기까지, 교칙을 위반한 조권의 머리는 그것이 그가 출연한 '뮤지컬'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학교'이기에 문제가 된다.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돌 수업을 받기 위해 제대로 즐기지 못한 학창 시절을 제대로 맛보겠다는 조권의 야심찬 의도는, 첫 날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권이 누군가, 그 누구보다도 오랜 준비생으로서의 시간을 견디며, 혹독한 예능 시절, '깝권'으로 재탄생되었던 이 아이돌은, '차라리 자신도 여자 친구로 봐달라'는 특유의 적응력과, 체육 시간 한 시간 동안 모든 종목을 섭력해 보이는 열성으로, 그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듯하다. 첫 시리즈에서, 몇몇 등장 인물들을 제외하고, 출연자간의 개별적 특성이 그다지 부각되어 보이지 않았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홍은희, 조권의 등장으로, 이전 편에 비해, 한결 풍부한 '예능적 재미'를 탑재한 느낌을 준다. 



이제 겨우 두 학교를 방문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대부분 연예인들의 학교 생활 적응기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이들 연예인들의 학교 생활을 엿보게 얻게 된 새로운 '학교'의 묘미가 있다. 그저, 우리가 '수능 시험대비' 장소로만 생각되어지는 학교에, 그리고 거기서 이루어지는 수업에 '생각 외로' 다종다양한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함께 하는 수업으로 인해, 그저 따분한 진도 대신에, 이벤트 성 행사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는 그저 '수능 시험'만을 위한 수련 이상의 풍부한 배움이 있다. 시인 안도현의 눈물어린 모성을 노래한 '간장 게장'이라는 시를 통해, '공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국어 선생님의 시도가 그것이요, 따분한 국사 책이 아닌, 사진을 통한 우리 문화재 알기나, 맞춤법 맞추기 퀴즈가 '수능 시험 준비'를 넘는 살아있는 수업의 현장이다. 또한 가사 시간의 바느질 하나 조차도, 그저 수업이 아니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신생아를 돕기 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의 교육 현장이 '산교육'을 향해 생생하게 살아움직이고, 그것을 위해 선생님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8. 17. 04:37

당신이 '광복절 특선 영화'를 검색하는 사이 광복절이 지나갔다.

하지만 69주년을 맞이한 광복절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었다는 일본의 망언과, 그 망언에 못지않은 역사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역사 교과서가 '검정' 교과서가 버젓이 등장하는 세상에서 무색해 지고 있다. 아니, 그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수능 선택 과목이 아닌, 국사를 배우지 않아 유관순을 모르는 아이들을 키우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광복절'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일까? '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며, 무너진 조선 수군을 이끌어, 명량 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영웅담이 천만 관객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명량 해전 못지않은, 세계 전쟁사에서 기적의 승리라 칭해지는 '청산리 전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지. ebs는 광복절을 맞이하여, 8월 15일(금) 밤 10시 45분 ~ 11시 40분에 청산리 전투를 복원하였다. 

1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1년 여에 걸쳐 한,중, 일 3개국을 돌며 자료를 조사하고, 이 조사한 내용에 근거하여 5박 6일간의 청산리 전투 과정을 3d로 복원하였다. 


1920년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벌어진 청산리 전투가 세계 전쟁사에서 유례가 없는 승전보로 기록된 이유는, 당시 일본군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나아가 아시아 전역을 이른바 '대동아 공영권'으로 만들 파죽지세의 강고한 전력을 가진 군사 선진국이었다. 더구나, 1차 대전의 승전국으로 이름을 올린 덕분에, 아시아에서의 식민지 전쟁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달성한 일본은, 그 기세를 밀어, 한반도를 넘어 만주로 그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한 것은, 바로 도저히 숫자 상으로는 대적할 수 없는 일본군의 숫자이다. 당시 일본군은 만주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독립군을 섬멸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전을 개시했고 이를 위해 5천 영의 군 병력을 집결 시켰다. 

또한 마적들에 의한 '훈춘 사건'을 조작하여 출병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독립군을 조여오기 시작하였다. 이에, 김좌진이 이끈 '북로 군정서', 홍범도의 '대한 독립군' 등은 대규모 일본 병력에 맞서, 이순신 장군이 명량의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하였듯이, 이미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암약해왔던 독립군의 경험을 살려, 유리한 지형지물을 활용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청산리 전투로 통칭되는 전투는, 완루구, 어랑촌, 천수평, 봉밀구, 고동하 등의 지역에서 벌어진 10여 차례의 전투를 통칭하는 것이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승리를 얻은 것은 어랑촌 전투였다. ebs는 이 전투 과정을 당시 병사의 실물에 가장 근접한 3d 영상으로 복원하여, 전투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즉, 일본군들이 다수의 병력과, 엄청난 물량의 무기를 내세워 밀어붙인 것에 대해, 독립군은 그들에 앞서 골짜리로 들이닥친 일본군을 보다 높은 지역에서 매복해있다 기습 공격을 하는 식으로 제압해 나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묘사해 낸다. 또한 독립군 사관학교에서부터, 훈련과정, 무장 정도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소개된다.(당시 전투에 참가한 북로 군정서의 병력은 독립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298명을 포함한 1600여 명이었고, 소총 1300정, 권총 150정, 기관총 7문을 보유하고 있었다. -21세기 정치학 대사전)


이런 독립군의 선전으로 5박6일간의 대규모 물량을 쏟아부은 작전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2,3천 정도의 사상자를 내며 대패했다. 

<청산리 전투>의 성과는 단지 전투 과정을 3d로 복원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투의 실마리가 되었던 훈춘 사건과, 당시 청산리 전투가 승리로 이끌었던 요인, 그리고, 전투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던 식민지 조선의 슬픈의 운명까지 추적한다. 
특히 당시 독립군이 성공을 거둔 이면에, 망국 이후, 대규모로 두만강을 건너 만주, 간도 지역으로 이주해 온 조선인들과, 그들 사이에서 자라난 민족 의식, 그리고 그에 기반한 학교들의 성장이, 바로 독립군 인력의 충원과, 군자금, 무기 공급을 가능케 했던 원인이 되었음을 짚는다. 또한 청산리 전투 후 이를 간파한 일본이, 독립군과의 전투 대신, 독립군의 근거지가 되었던 조선인 마을을 해가 바뀐 이듬해 1921년 4월에 이르기까지, 방화, 약탈하고 학살하는 '간도 참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다행히 독립군은 이미 중, 소 국경지대로 근거지를 옮겨 피해를 피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3700여명이 죽임을 당하고, 이곳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다수의 항일 단체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 결과, 독립군의 영광은 더 이상 재현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영화 <명량>이 역사 속의 명량 해전을 한 시간 여의 해전씬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 그 '기적'을 체험케 했듯이, ebs <청산리 전투> 역시, 책 속에서 그저 한 줄로 지나쳤던 독립군의 쾌거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는데 의의가 크다. 이를 위해 들인 1년이 아깝지 않게, 단지 아쉽다면, 이런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공들여 애쓴 결과들이 좀 더 시청자들과 만날 기회을 얻었으면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8. 16. 12:40

임오군란에 대해 포털에 물어 보았다.

임오군란; 1882년(고종 19) 6월 일본식 군제(軍制) 도입과 민씨정권에 대한 반항으로 일어난 구식군대의 군변(軍變). (두산백과)
하지만 드라마 <조선 총잡이>가 광복절 하루 전날인 8월 14일 방송을 통해 다룬 '임오군란'은 이와 달랐다. 

<조선 총잡이>라는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역사적 갈등의 근간은 개혁 세력인 고종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이에 대해 반기를 드는 기존 수구 세력들이다. 
실권을 쥐고 정권을 흔들어 왔던 집권 세력들에 대해, 젊은 왕이 야심차게 개혁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 왕에 대해 기존 수구 세력들은 '중종 반정'처럼 왕을 갈아치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했고, 그 결과로 드러난 것이 '임오군란'인 것이 드라마적 내용이다. 졸지에, 구식 군대의 '난'은 기존 수구 세력의 '반정' 도구가 되었다. 

역사란 '해석'이다. 
누구든 자신만의 입장에 서서 새롭게 해석할 자유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펼쳐진 역사는 당시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전달 된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디딤돌이 빠져있는 냇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디딤돌을 놓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역사'를 건넌다. 하지만, 디딤돌을 놓는 방식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전쟁이 되어가는 '국사 교과서' 선정과 관련된 논란은 바로 이런 디딤돌의 선택과 선정 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 총잡이>의 '임오군란'의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 '임오군란'의 진행 과정을 보면, 구식 군대들은 군란의 진행 과정에서, 당시 정권을 틀어쥐고 있었던 명성황후 세력에 대해 반발을 하는 한편, 사태가 발생하자, 대원군에게 달려가 자신들의 입장을 토로하며 함께 해줄 것을 종용했다. 또한 이후의 과정에서 대원군의 수하가 가담했다는 내용도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 그 어디에도 그들의 배후에 당시의 수구 권력 세력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또한 그들과 함께 했던 수구세력이 있다해도, 5위영 군인들의 실직을 막지 못했을 만큼 실질적 능력이 없었다. 

오히려, 당시 '임오군란'을 일으킨 군사들의 경우, 그들이 목표로 삼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명성황후와 그 측근들의 권력 남용이었다. 즉, 개화파와, 수구파의 대립 격화라고는 하지만, 이미 정권은 명성황후와 그 측근들에 의해 전횡되었고, 그들의 매관매직과, 권력 남용이 도를 넘었고, 그들이 만든 신식 군대 별기군에 대한 '편애'와, 5위영 등 구식 군대 군인들의 실직과, 개편된 무어영, 장위영 군대에 대한 형편없는 처우, 밀린 녹봉들이, 구식 군대의 '난'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이었던 것이다. 


즉, 드라마는 기존 권력을 잡아오던 집권 세력에 대해, 개혁세력으로서 고종과 명성황후, 그리고 그 측근을 설정하였지만, 이미 '임오군란'이 일어날 당시, 조선은, 명성황후와 그 측근들이 권력을 틀어쥔 상태였고, 그들의 도를 넘은 권력 남용과, 그로 인한 후유증이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 총잡이>가 미처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혹은 그리고 있지 않은, 하지만 그래서 위험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 군민들은 별기군 병영으로 몰려가 일본인 교련관 호리모토(掘本禮造) 공병소위를 죽이고, 민중과 합세하여 일본 공사관(서대문 밖 청수관)을 포위, 불을 지르고 일본순사 등 13명의 일인을 살해했다. 그러나 하나부사(花房義質) 공사 등 공관원들은 모두 인천으로 도망쳐서 영국 배의 도움으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근현대사사전)

즉, 드라마에서는 개혁 세력은 상당히 자주적인 세력으로 등장하며, 별기군의 책임자는 좌상의 서자인 김호경(한주완 분)으로 그려져 있지만, 당시 별기군의 교관은 일본인이었고, 임오군란  과정에서 구식 군대의 군인들이 그 분노의 향방으로 일본을 삼았다는 것은 이미 당시 궁정에 일본의 영향력이 상당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임오군란에 가담했던 군인들이 이후, 일본에 대항한  '의병'의 단초가 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당시 정권의 친일본적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고종은 강단있는 개혁 세력일뿐이고, 명성황후는 그런 왕의 지혜로운 조력자일 뿐이다. 별기군의 책임자 김호경은 그저 일본에서 유학을 했을 뿐이고, 드라마의 주인공 박윤강(이준기 분)는 그저 우연히 운명처럼 김옥균을 만나 일본에 가서 일본인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14일 마지막 장면, 왕후조차 궁궐에서 도망친 후 고립무원의 고종에게 측근은 청의 도움을 받을 것을 청한다. 그때 김옥균은 반대한다. 청의 도움을 받는다면, 나라가 청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말한 청의 도움을 받는다면 나라가 청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이면에, 그가 의존하고 있는 것들을. 즉, 드러나지 않는 '친일'이 바로 <조선 총잡이>의 결정적 문제점이다. 


구한말 조선이 스러져간 상황을 목도한 한 이방의 역사학자는 말한다. 어떻게 그토록 집권 세력이 순진하게 나라를 외국에 넘겨줄 수가 있는지 신기했다고. 고종과 명성황후의 문제점은, 단지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청을 불러들인 것이 아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개혁을 주체적인 능력이 아닌, 일본에 의지해서 실행하다, 그게 안되니 청을 불러들이고, 또 그게 안되니 러시아 공관으로 도망가고, 한반도를 열광들의 놀이터가 되도록 자진해서 그들을 불러들인, 그 얄팍한 역사적 안목, 그리고 그에 의지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려던 안일한 자세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윤강의 아비의 억울한 죽음에 몰두한 <조선 총잡이>는 그렇게 드라마를 끌고가지 않는다. 고종은 하염없이 의분강개한 개혁적 군주요, 명성황후는 그의 옆에서 고독한 왕을 품어주고 도와주는 '영리하고 따뜻한 여인'일뿐이다. 주인공 박윤강도, 정수인(남상미 분)도 그저 의로운 인물들일 뿐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열강 세력들이 몰려오는 조선 말기인데,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상황은 흡사, 조선 중종 시기의 권력 구도와도 같다. 그러다 보니, 단순하게, 고종은 마치 정조처럼 개혁을 꿈꾸는 군주라 단순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고, 명성황후는 실질적 권력자가 아니라, 단순하게 그를 지켜주는 '여인'이 되는 것이다. 

<조선 총잡이>가 가진 문제점은 그저 '임오군란'에 대한 색다른(?) 해석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말하지 않은, 그래서 더 심각한 당시 조선에 이미 짙게 드리우고 있는 '일본'의 그림자이다. 일본 상인의 도움을 받은 박윤강, 일본을 통해 들어온 신식 문물에 깊게 경도되어 있는 정수인, 그리고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호경, 오랫동안 일본에 칩거하다 돌아온 김옥균까지, 그 누구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확히 드러내지 않은 채, 의로운 인물인 척,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이렇게 가다보면, 이른바,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근대화 과정이자, '진보'이자, '발전'이라는  해석도 그리 이물감이 없이 그려질 거 같다는 불안감은 노파심일까? 그래서, '임오군란'에 이어, 다가올 '갑신정변'이 더욱 의심스럽다. 과연 이 드라마는 '갑신정변'을 어떻게 설명해 낼까? 


by meditator 2014. 8. 15. 11:44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 

그분께 주변 사람들은 그런 위로라도 전한다. 괜찮아, 기적이라는 것도 있잖아. 희망을 버리지 마. 하지만, 만약 그 병이, 신체가 아닌 정신병이라면? 

감옥에서 외박 허가를 받고 나와 조동민(성동일 분)과 함께 아미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던 장재범(양익준 분)은, 하지만 조동민이 잠시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조동민이 준비해놓은 아미탈이라고 생각되는 주사기를 바꿔치기 한 후, 동생 장재열을 향해 질주한다. 그리고, 장재열(조인성 분)의 어깨에 주사기를 꽂고, 진실을 말하라며 그를 마구 발로 찬다. 심지어, 자신이 주사를 꽂았음에도 불구하고 장재열이 전혀 입을 열지 않자, 주사 효과가 없는 것으로 착각해 장재열의 몸에 마구 주사바늘을 난사한다. 

하지만 그런 장재범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꽂은 주사약은 이미 그를 믿지 못해 조동민이 바꿔 놓은 수액에 불과했고, 오히려 동생과 함께 부등켜 안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깨뜨린 유리와 기물 파손으로 인해, 그의 형량만 늘어날 위기에 놓인다. 

(사진; BNT뉴스)

그런 장재범을 뒤늦게 쫓아 온 조동민은 장재열을 안쓰러워하며 너의 형은, '복수형 인간형'이라고 만약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폭력적으로라도 그에게 보복을 하는 유형의 인간이라며, 너의 목숨이 위험하다며, 경찰에 신고할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지난 시절 혹독하게 형에게 맞았던, 그래서 장재범이 나타나 자신을 마구 구타했을 때 다시 그 기억에 휩싸여 괴로웠던 장재범은 예상 외의 답을 한다. 만약 형이 나를 죽이려 했다면 3년 전 내 어깨에 칼을 꽂는 대신, 내 목에 칼을 꽂았을 거라고 답한다. 즉, 자신의 형은 폭력적이지만, 자신을 죽일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장재열이 그 말을 한 후, 조동민의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 장재범은 어린 아이처럼, 모처럼 먹는 바깥 세계의 빵 맛에 즐거워 할 뿐이다. 

장재열은 그토록 집요하게 자신을 쫓아다니며 진실을 요구하는 형에게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심지어 두 사람이 부등켜 안고 쓰러지면 상가의 유리를 깨뜨리고 사람들이 몰려왔을 때, 사람들에게 먼저 형제간의 싸움이라며 말한 사람도 장재열이다. 그리고 흥분한 형을 달랜다. 

지금까지, 장재범의 입장에서 보여진 과거의 사건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장재열에 대한 의심을 가질 만한 동기를 전해주었다. 장재범의 말처럼, 혹시나, 장재열이?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7회를 통해, 시청자들이 품었던 의혹은, 정반대의 시각을 보여준다. 장재범은 정당방위였지만, 그의 폭력 전과로 인해 억울하게 10년이 넘는 옥살이를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형의 정신병력에 대해, 장재열은, '형제'의 정으로, '사랑'으로 감수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사건 전개에 따라, 또 다른 해석 여지는 남아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 노희경은 말하고자 한다. 규정짓고, 선 긋고, 밀어내지 말고, 그들도 그저 우리의 일부처럼, 육체의 병을 '사랑'을 통해 기적을 얻듯이, 그들의 병도 '사랑'으로 품어주면 안되겠냐고? 그리고 본보기라도 되는 양,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손을 잘랐던 남편에게, 지해수의 충고를 얻은 아내는, 그가 두 손으로 어린 딸을 힘껏 들어올리는 사진을 보여주며 읍소한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우리 아이를 하늘 높이 안아줄 수 있겠냐며, 힘들어도 함께 다시 해보자고. 아내의 간곡한 '사랑'은 의사 앞에서도 맘을 닿았던 남편의 마음을 흔든다. 

그런 작가의 강력한 주장은, 두 주인공의 사랑에서도 일관되게 관통된다. 장재열은 자신이 지해수(공효진 분)과 사귈 의사가 있다는 증거로, 도어락으로 늘 잠궈 두었던, 어린 시절 의붓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숨어들었던 그때 이래로, 장재열에게는 유일한 피난처였던 화장실을 보여준다. 즉, 자신의 상처, 그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그에 대해, 지해수는, 자신의 아픈 상처인 가족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키쓰하는 장재열에게, 식은 땀을 흘리며 불안해 하는 자신을 솔직히 인정한다. 엉뚱하게도, 이런 두 사람의 정의는, 드라마<유나의 거리>의 한 대사로 명쾌하게 정의된다. '상처는 상처로 통한다' 마치 상처입은 짐승의 상처를 서로 핥아 주듯이, 그렇게 장재열과 지해수는 서로의 상처를 열어보이며,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반대다. 상처입은 새를 그가 속한 무리의 새들이 쪼아죽이듯이, 우리는, 내 주변의 누군가의 정신적인 상처를 못견뎌 한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되듯이 말이다. 그리고 세상은, 각종 신종의 정신과학적 용어로 인간을 규정한다. 그리고, 장재범의 '복수형 인간형'처럼, 규정되어진 그 틀에 맞춰 그를 예단하고, 한 치의 이해를,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되돌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저마다, 가벼운 강박 장애에서부터, 불안증, 경미한 복수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단지, 어쩌면 금 하나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어놓은 그 금밖으로 밀어놓은 사람들을, 작가는, 장재열의 사랑을 통해, 장재열과 지해수의 사랑을 통해, 생각해 보자고 자꾸 권한다. 

물론, <괜찮아 사랑이야>가 보이는 전개는, 작가가 애초에 의도했던 정신병리학적으로 풀어내는 사랑 이야기인 만큼, 때로는 도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 그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풀어내는 서로의 상처들이, 누군가에겐 허세나, '체'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덕분에, <괜찮아 사랑이야>의 시청률은 대중적 지표로 보면, 전혀 흡족하지 않다. (전국 시청률 9.8% 닐슨 코리아)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는 아닐 지라도, 이 시대에 한번쯤은 서로가 나누어 볼 만한 꼭 필요한 이야기가 소리가 낮다고 폄하당해서는 안될 일이다. '괜찮아, 작은 사랑도 사랑이야' 이 드라마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한 마디다. 


by meditator 2014. 8. 14. 07:49

한겨레 신문 토요판에 재미있는 제목의 기사가 하나 실렸다. ''가해자 쉴드 치냐고'고 질문한 독자들께'가 바로 그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인 즉 그렇다. 지난 5일 윤일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 기록을 보고, 가해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윤일병에게 그런 가해를 하게 이르렀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를 '원래 부터 악마는 아니었다'란 첫 문장으로 쓴 후, 이른바 '가해자 쉴드 치냐'는 반응을 들었다고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죄를 저지른 것이 사람인 한에서, 그 사람을 쉽게 이해하거나, 심지어 용인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나, 범죄의 극악함 정도에 따라, 그 이해가, '가해자 쉴드 치는'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쩔수 없는 인지상정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 가해자가, 미처 성인이 되지 못한 '청소년'이라면?


7월 4일부터 매주 일요일 9시 40분 청소년 기획으로 kbs1tv를 통해 <세상 끝의 집>이 방영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 끝의 집은 김천 소년 교도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만 19세까지 아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청소년이란 법적 보호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범죄자의 경우, 성인처럼 징역형을 받지만, 대신, 일반 성인 수형자들과 격리하여, 소년수들만 수용하는 김천 교도소로 오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1등부터 200등까지 소년수가 모인 곳' 그곳이 바로 김천 교도소다. 그리고 <세상 끝의 집>은 6회에 걸쳐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참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에 세상과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벌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말해지는 김천 교도소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멘토링하기 위해 정찬과 이지훈이 그곳을 찾는다. 
비록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중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지만, 6회 동안 한 명, 한 명 들여다 본 아이들은, 그저 사연많은 아이들에 불과했다. 
집을 나간 엄마와, 목을 매 죽은 아버지, 그래서 이제 유일하게 남은 혈육은 할머니이지만, 그분마저도 알츠하이머 병으로 집 주소도 기억못하는 가족을 가진 환수에겐 할머니 곁으로 돌아갈 날이 9년이나 남았다. 


감옥에 간 아들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난 가족도 있다. 악취가 펄펄나는 쓰레기 같은 녀석이라며 아들을 불렀던 아버지는, 하지만 자신의 죄를 반성하는 아들의 편지에 답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폐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기침 한번에 어지러워 누워야 하는 아버지는 그 예전의 불호령을 내리던 아버지가 아니다. 
심장에 박동기를 끼고도 경주에서 김천까지 꼬박 세 시간이 걸리는 길을 매주 한번도 거르지 않고 12분의 면회를 개근하는 엄마도 있다. 
아니 교도소에 있는 아들이, 엄마와 형의 안부를 걱정하느라 잠을 못이루는 가족도 있다. 지적 장애 1급의 엄마, 지적 장애 2급의 형, 그나마 59, 낮은 아이큐라도 이 가족 중 유일하게 정상인 아들은, 교도소에서 엄마가 전기세는 제대로 내는지, 수도는 끊기지 않았는지 걱정에 애가 마른다. 하지만 그런 아들의 편지를 문맹인 엄마는 읽을 수 없다. 형은 읽어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모처럼 마련된 자리에서 엄마는 아들을 안지만,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의 보호자가 되어야 할 아이도, 곧 돌아가실 지도 모를 혈육을 가진 아이도, 아직 그들에게 교도소의 벽은 높다. 문이 열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저지른 '죄과'의 댓가는 깊고 크다. 그들이 가장 그리운 음식은 '집밥'이지만, 그 집밥을 먹을 시간은 유예되어 있고, 어쩌면 영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소년수들은 일반 수형자들처럼 노역을 하지 않는 대신, 출소 후 사회 적응을 위한 각종 교육을 받는다. '검정고시', 정보 전산', '용접', '자동차 정비', '제과 제빵', 매년 자격증 시험도 치른다.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는 아이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을 보러오는 엄마를 위해 자격증  따 자랑하고 싶어한다. 직업 교육만이 아니다. 수형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부끄러움 없이 추구할 수 있는 행복'이란 의미의 '유데모니아'라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있다. 15번의 보호 관찰 처분을 받으며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던 영석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보육원을 탈출한 이후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질르며 살았던 자신의 지난 날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한다. 
교육만이 아니다. 평생 뮤지컬은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소리만 지를 줄 알지 노래를 할 줄은 모르는 아이들이, 싸움은 잘 하지만 춤은 못추는 아이들이 스스로 대본을 쓰고, 노래에 가사를 붙여 공연을 한다. '날개'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을. 공연이 끝나고, 공연에 참가한 많은 아이들이 펑펑 눈물을 흘린다. 


6부작의 함의는 단순하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의 그 원칙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미워할 수 없는 근저에는 그들이 불가피하게 짊어진 가족이라는 원죄가 있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도, 아직은 하고픈 것이 많을 어린 나이의, 하지만 자신의 죄의 대가를 감수하는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청소년 기획답게, 여전히 그들이 아직은 우리가 보호하고 이끌어 주어야 할 '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다.  비록 방송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였지만, 매일 밤 집에 편지를 쓰며 가족이 나를 버린게 아닌가 두려워 하던 두 소년은, 엄마와 아버지를 만나, 오해를 풀고 해원을 갚아내었다. 부디, 그들에게, 신이 아닌, 사회의 은총이 있기를.

6부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3년만에 출소하는 수감자의 삼일을 담는다. 일각이 여삼추같던 하루하루를 보내고, 교도소 생활을 통해 제빵 기능사 자격증까지 딴 그가 출소한다. 다시는 죄를 저지르는 말라는 교도관들의 독려을 등에 업은 채. 하지만, 그가 떠난 잠시 후, 줄줄이 포승줄에 굴비처럼 엮인 또 다른 청소년 수형자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쏟아져 내린다. 


by meditator 2014. 8. 11. 08:09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쌀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쌀의 의무 수입 물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점점 감소 추세에 있는 쌀 소비량으로, 쌀 수급에 수입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하자, 이에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큐 3일>은 쌀 시장 개장 결정이 내려진 이후,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 지대 호남 평야 김제 전포 마을의 72시간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동서로 30km, 남북으로 60km, 전라북도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호남 평야는 서울시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이다. 하늘을 맞닿은 땅, 이제는 노인이 되어가는 마을 주민의 어린 시절 겨울이면 학교에서 집으로 바람을 안고 가는 길이 너무 추워 울면서 돌아왔다는 이곳은 사방이 뻥 뚫려 삼복 더위도, 북풍 한설도 고스란히 견뎌내며 벼를 키우는 곳이다. 그리고 그런 호남 평야 중 동진강 유역 김제 평야에 속하는 전포리 마을은 35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농지 면적으로만 40만평, 쌀 생산량 1500톤이 넘는 대표적인 쌀농사 지대로, 일평생 한눈 팔지 않고 쌀 농사만 지어왔다는 자부심이 충만한 곳이다. 

새벽 4시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농부들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휘~ 논을 둘러보는 농부, 그저 눈길 한번 주는 것만으로도, 간밤에 논이 안녕한지 한 눈에 알아챌 정도의 고수다. 
하지만, 아침 일별은 그저 아침 인사에 불과하고, 더위 한 점 피할 그늘도 없는 전포리 마을의 논에서 농부들은 이삭을 팬 벼들을 보살피기 위해 한 낮의 더위도 마다치 않는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벼'라는 옛 어른들 말 그대로, 불철주야 농부들의 손길은 쉬지 않는다. 

하지만, 7월 한낮의 하늘을 맞닿아 이어지는 그림같은 논의 풍경과 달리, 농부들 마음의 근심의 그늘은 점점 깊어진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우리의 농촌은 그 산업화의 액받이로, 싼 쌀값의 희생양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커피, 그거 한 잔 값이 바로 쌀 한 되 값이라고, 한번에 후르륵 마셔버리면 없어지는 커피지만, 쌀 한 되를 사면 몇 번을 해먹을 수 있는데' 라며 한 집에 모인 어머님들은 말끝을 흐린다. 덕분에 농부들은 몇 십만 마지기의 논을 가지고도, 아비 세대의 수익만큼도 내지 못한다. 이젠 농사를 지어도, 소를 키워도 대규로, 대량으로 하지 않으면 그나마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부족한 일손을, 비록 융자를 받아 모두 다 빛일 망정 기계 덕분에, 한 시름 놓았는가 싶었는데, 정부는 쌀 시장 개방을 한단다. 72시간 동안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쌀 시장이 한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벼들의 금빛 물결이 출렁이던 전포리에 지난 해 처음으로 2만 평의 밭이 생겨났다. 어머니를 돕다 귀농한 박주환씨도 더 이상 수익을 맞추기 힘든 벼 농사 대신, 비닐 하우스를 만들어 원예 작물을 키워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시름이 깊은 농민들은, 평생을 살아왔던 전포리 마을이 이 상태로 가면, 앞으로 십 년 후 과연 존속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국내의 쌀 생산 면적과 쌀 재배 농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해 국내 쌀 소비량은 510만 8천 750톤, 그리고, 국내 쌀 생산량은 423만 11톤, 이제 더 이상 쌀이 남아돌지 않는다. 분명 경제학의 원리에 따르면, 쌀값은 하늘을 찔러야 하고, 농부들은 부른 배를 튕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된 정부의 비현실적인 쌀값 정책으로, 산업 우선, 농촌 희생의 일관된 정책으로, 농민들은 이제 더 이상 쌀 농사를 지어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벼들은 그런 농부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뜨거운 한 낮의 볕, 폭우, 비바람을 견디며, 부지런히 '쌀'을 잉태한다. 리고 그런 벼들을 키우기 위해, 농부들은 씻을 수도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마다치 않는다. 하지만,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이제 바닥에 쑤셔 박히다 못해 어디 쳐박혔는지 찾아볼 길이 없고, 그나마 이젠 농사를 지어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농부들이 살아낼 수 없는 농촌, 그것이 쌀 개방이후 만난, 전포리 마을 사람들의 현실이다. 


by meditator 2014. 8. 11. 07:05

지난 주 마지막 다짜고짜 입은 옷 그대로 김치찌게를 먹다 비행기에 실려 페루에 떨어졌던 중년의 청춘 일행은, 하지만 제작진의 도발을 무난히 넘기며 페루에서 첫 날 밤을 보낸다. 하지만 그저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한 '다모토리'에 대해 유희열이나, 이적은 별 이의가 없거나, 만족인 반면, 예민한 큰 형 윤상은 화장실을 함께 쓰는 그곳에 하루 더 머무르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다. 그리고 그런 형을 배려하기 위해, 동생들은 화장실이 딸린 방을 구하기 위해, 이십 여분 거리에 있는 '날으는 개' 1호점과 2호점을 '똥개 훈련하듯' 오갈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윤상이 원하던 방을 우여곡절 끝에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동생들의 마음 깊은 배려에 눈치없는 윤상은 자신을 위해 동생들이 발품을 판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먼 거리를 오가게 만들었던 그 사실에 퉁바리를 주고, 심지어, 지난 밤 잠자리 선택에 대해서까지 뼈있는 농담을 던진다. 당연히 나이든 형을 배려하려던 동생 이적은 울컥하고. 그런 <꽃보다 청춘>을 보고 난 여러 게시판은 윤상에 대한 온갖 험담이 쏟아졌고, 윤상은 본의 아니게(?) 며칠 동안 검색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건 제작진의 계략(?)이었다. 
첫 회가 리더로서의 유희열, 유희견으로서의 유희열이라는 캐릭터와 그에 못지 않는 다재다능한 총무로서의 이적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회차였다면, 그 다음 회차에서, 그들과 다른 윤상의 인간적인 매력을 그려내기 위한 일종의 '떡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역시나 언제나 그래왔듯이, 변함없이 그 떡밥을 덥석 물고, 일주일 동안, 멋진 리더 유희열을 칭송하고, 다정다감한 이적에 감타하며, 그에 못지않게, '찌질한' 큰 형 윤상을 물고 뜯었다.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쇼미더 머니>를 비롯한 대다수의 케이블 방송들이 번번히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난 한 주 동안, <꽃보다 청춘>에서 제작진의 입맛대로 '중년의 청춘 3인방을 재단하고, 잘근잘근 씹어대는 대중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한번, 회심의 미소를 띤, '편집의 승자' 악마를 떠올 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8월 8일 방영된 <꽃보다 청춘>은 비록 유희열과 이적만큼 '유능'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윤상을 그려내는데 몰두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시청자들조차 윤상을 보면, '밥은 먹고 다니니?'가 아니라, '똥은 제대로 눟고 다니니?'라는 질문이 떠오를 거 같은, 윤상의 배변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풀어진다. 

(사진; 뉴스 원)

그렇게 숙소를 잡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드러나버린 세 사람, 다음 날이 돼도 여전히 그 어색함은 쉬이 풀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간의 간격을 조심하며, 그래서 더 서로가 조심스럽고 어색했던 하루가 지나고, 저녁 무렵 함께 간 식당에서 윤상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예민한 예술가이지만, 연예인으로서 살아내야 했던 시간이 힘들어서 잠이 오지 않아 입에 대기 시작한 술이, 이십 여년을 넘어, 자기 자신을 취하게 만들 즈음, 윤상은 술을 끊겠다는 어려운 결단을 한다. 그리고 술을  끊는 대신,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불행히도 그 약은 배변 활동 등에 무딘 감각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그런 윤상의 사연에 유희열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지만, 미처 그걸 몰랐던 이적은 당황한다. 그저, 예민하다고만, 불평 불만이 많다고만 생각했던 큰 형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의 근원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결국 혼자 남은 시간 눈물을 보이고 만다. 그리고 윤상이 그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번 여행에 합류한 이유가, 바로 술을 끊고, 이제는 약물에 조차도 의존하지 않는 정상적인 삶을 구축해 보고자 했던 의지에서 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아마 그런 윤상의 사연을 마주한 이적의 당황함은 지난 주 내내 윤상을 저리 밀쳐 버렸던 시청자들의 당황함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매번 누군가를 그저 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면서도,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만으로 그를 예단하고 평가했던 그 시간들에 많은 사람들은 이적처럼, 눈물은 아닐지라도 마음을 돌리며 미안해 했을까?

윤상에 대한 이해 넓히기는 계속 된다. 오랫동안 마음대로 되지 않는 창작 활동으로 인해, 의기소침했던 가장, 그래서 여행을 가도, 늘 아내가 세운 계획에 따라 가거나, 때로는 가족들을 여행 보낸 채 홀로 집안에 머무르기를 선택했던 아빠는, 처음 가본 페루의 사막과, 거기서 만끽했던 각종 익사이팅한 경험들을 즐기며, 가족을 떠올린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며, '아이들 앞에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생겨 좋다'고 기뻐한다. 그리고, 늘 모든 것이 귀찮기만 했던 그래서 늘 무언가 하는 것을 우선은 '싫다'고 말하던 윤상은,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즐거울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단순한, 하지만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던 진리에 도달한다. 

제작진이 캐낸 것은 여행을 통해 드러난 윤상의 사연과 변화만이 아니다. 즐거운 고된 사막 여행을 마친 저녁 식사 시간, 말끝마다 오십이라며 씁쓸해 하던 윤상은 온데 간데 없다. 동생들이 자기 보다 한참 어리다며 옛날을 회고하던 선배 뮤지션은, 여전히 음악 이야기만 하면 눈을 빛낸다. 동생들도 미처 찾아보지 못한 각종 음악 관련 정보들을 줄줄이 읊어댄다. 그리하여, 시청자들도 이해하게 된다. 뮤지션인 동생들이, 나이 오십에, 함께 여행을 해도 당연히 세번 째라며 제껴두는 형이지만, 그런 형을 여전히 존경하는 이유를. 예민함과, 불면증과 맞바꾼 뮤지션으로서 윤상의 열정을. 그렇게, <꽃보다 청춘>은 또 한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8월8일 방송분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 윤상은 과연, 지난 한주간의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제작진이 다음 주면, 당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느긋하게 방송을 즐길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 까발려지고, 그것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재단되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들었을까?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 혹은 판단과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질 때,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 사실은 저랬구나 하면서, 자신의 오해를 거두어 들이고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는가 하면, 이미 자신이 내린 판단을 돌이키기 싫어, 그래도 여전히 그래! 하면서, 그 사람을 '찌질'의 영역 속을 뻥 차버리거나, 과연, 8월 8일의 방송분을 본 시청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윤상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롤러코스터 같은 방송, <꽃보다 청춘>1,2회였다. 웃자고 본, 예능의 그 롤러코스터가 상처나, 편견으로 남지 않길. 


by meditator 2014. 8. 9. 12:25

jyj가 텔레비젼에 나왔다. 

물론 직접 나온 것은 아니다. <썰전>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한 코너로 jyj에 대해 다룬 것이다. 도대체 한 그룹을 방송에서 다룬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무려 5년 만이다. 방송 프로그램, 그것도 연예 프로그램에서 대놓고, jyj를 논하고, 그들이 지난 5년 동안 방송에서 보일 수 없었던 사안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한 것이. 하지만, <썰전> 뿐이다. 허지웅은 jyj로 하여금 방송에 모습을 보일 수 없도록 만든 카르텔의 주체인 sm를 볼드모트냐고, 왜 말하지 못하냐고 반문했지만, 지난 5년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jyj는 볼드모트처럼 연예계에 존재하지만,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처럼 대접받아 왔다. 그런 jyj에 대해 처음으로 말문을 튼 '예능 심판자', 그것만으로도 모처럼, <썰전>으로서의 자격이 있어보인다.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jyj에 대한 화두의 물꼬를 튼 것은, 근자에 방송을 통해 보여진 jyj  브랜드 광고였다.
각종 음악 프로와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캐치프레이드를 내건  이 광고를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jyj의 위치와 역량을 내보이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광고가 선보였다. 
도대체 왜, jyj는 이윤석이 대기업의 광고 비용을 맞먹는다고 혀를 내두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광고를 선보이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7월 29일 3년 만에 정규 2집 'JUST US'를 가지고 컴백했지만,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접할 수 없다. 그들이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소속되어 있는 전 소속사 SM과의 길고 지리한 법정 싸움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방송가에서 그들은 '볼드모트'이다. 음악이 나와도 자신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무대가 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썰전'의 허지웅이 JYJ의 브랜드 광고를 언급했다. ⓒ JTBC 방송화면
(사진; 엑스포츠 뉴스)

그리고 <썰전>은 용감하게 이런 연예계 관행으로 자리잡아버린, JYJ의 방송 봉쇄를 다루었다. 
물론 JYJ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었다는 사실에 감읍한 것과 달리, 다루는 방식의 공정함은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비록 개인적 활동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였지만, 여전히 그룹으로서 자신들의 음악을 방송을 통해 들려줄 수 없는 JYJ에 대해, 허지웅이 일선 피디의 의사를 짖누르는 윗선의 압력을 분명하게 밝힌 반면, 김구라는, 중국과 대만의 예을 들어, 편리하게 선택의 문제로, 혹은 관행으로 치부해 버린다. 비단 음악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SM출신의 예능인들이 다수 포진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봉쇄조차도, 불가피한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런 불공정함이 관행이나, 편의로 둔갑되는 반면, JYJ 개인 각자가 이룬 다방면의 성취로 인해, 혹은 그 과정에서 벌인 수익으로, 그들의 방송 금지가 상쇄되고 보상되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긴다. 그들이 전 소속사에서 혹사에 가까운 활동을 하면서도, 빛을 질만큼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은 쏙 빼놓고, 그들의 단호한 결정과 결단으로, 여타 아이돌들의 계약 기간과 처우가 한결 나아졌던 성과 역시 쏙 빼놓고 말이다. 마치 정치권의 분쟁을, 편리하게 양비론으로 치부하듯, 방송은, 편리하게 JYJ와  SM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심지어, 동방신기를 탈퇴하여 JYJ로 벌인 지난 5년 동안의 활동에 대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탄압받는 우리 오빠들에 대한 연민'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 어떤 팬덤보다도 전투적으로, JYJ의 부당한 대처를 앞장 서서 알리고, 그를 위해, 투표에까지 앞장서는,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의 '정의로움'을 그저 아이돌 팬덤의 팬심으로만 국한시켜 버린 것이다. 애초에, JYJ와 SM의 대립을, 연예계에 허다한 이권의 다툼 정도로 국한시켜 버리니, 애닳은 팬들의 전투 의지도, 오랜 팬들의 '의리'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트라이 앵글>에 출연했던 김재중과, 그의 후속작으로 돌아온 <야경꾼 일지>의 유노윤호의 덕담을 소개하며, '동방신기'로써 한 무대에 설 날을 기대하며, JYJ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말이야 좋다. 요즘 G.O.D처럼 과거의 가수들이 다시 뭉쳐 한 무대에 서는 것이 트렌드가 되는 세상에서, 동방신기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은 소박한 바램일 수 있다. 하지만, JYJ의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동방신기의 두 사람이, 현재 '동방신기'란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 여전히 JYJ의 방송 출연을 절대 불가하겠다는 신념을 투철하게 실천하고 있는 SM인 한에서, 저런 소망은, JYJ의 방송 출연을 소망하며, 'JYJ ON TV',라는 캠페인을 전국 방방 곡곡에서 벌이고 있는 JYJ 팬들과, 끝나지 않는 지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래서 앨범을 낼 수 있는게 어디냐며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어쩌면 조금은 안쓰러운소감을 선보이는 JYJ에게는 말이 좋아 덕담이지, 또 한번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5년만에 어렵사리, 하지만 흡족하지는 않게 텔레비젼 연애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JYJ. 부디 이런 시도가 물꼬가 되어, 그들이 더 이상  '볼드모트'가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를 무대를 누릴 수 있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JUST US 음반 속의 JYJ 음악, 참 매력적이다. 알고보니 그들은 여전히, 노래 잘하는 가수였다. 


by meditator 2014. 8. 8. 05:55

그녀들은 그저 평범한 여자들이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김미영(장나라 분)과, <연애 말고 결혼>의 주장미 말이다.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을 법한 그런 여자들 말이다. 어디 내놓을 것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손벌리고 살 정도는 아닌 멸치 쌈밥집에, 치킨집을 하는 부모에, 내로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밥벌이 정도는 할 줄 아는, 로펌 계약직 직원에, 백화점 판매원의 직업을 가진 그녀들이다. 거기에 우리 시대를 사는 여성들이 겪었을 법한 경험 한 가지씩은 장착하고 있다. 마음이 약해서 자신이 부탁을 거절한 그 누군가의 낙담을 견뎌내지 못하는 김미영은 거절불능 증후군을 가졌고, <마녀 사냥>에 나올 법한 연애사를 겪은 주장미는 그 덕분에 즉결 재판 처분까지 받는다. 사회에서 대인 관계에 취약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평번한 생각들이 그녀들을 곤란한 처지에 이르게 만드는 그 묘한 기시감도, 우리 시대 젊은 여성들의 트라우마에 닿아있다. 

(사진; OSEN)

그렇게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그녀들에게  뜻밖의 사건들이 닥쳐온다. 
운좋게 뽑힌 마카오 행에서 그녀와 함께 동행했던 로펌 변호사가 그녀를 이용했던 것과 달리, 우연히 아니, 불행하게 하룻밤을 보내게 된 해프닝을 통해 재벌가의 이건(장혁 분)을 만나, 그와의 결혼 소동에 꼬이게 된 것이다. 
주장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훈동 때문에 스토커로 몰렸지만, 그 과정에서 훈동의 친구였던 역시나 교수집 자제에, 현재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인 공기태(연우진)을 만나 결혼 소동을 벌이게 된다. 

공교롭게도, <연애 말고 결혼>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두 여주인공은, 가장 평범한 여성들이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주장미가 자신의 부모님이 잠시 꿈이라도 꾸실 수 있는게 어디냐며 자위하듯이 평소라면 어울릴 수 없는 상류층 남자와 어우러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연애 말고 결혼>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새로운 해프닝과, 그 해프닝을 그려내는 실험적 양식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통한 계층 이전이라는,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가진 전형적 구조에 맞닿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덕분에, 결국은 주장미와 공기태의, 그리고 김미영과 이건의 사랑 찾기로 결론이 나겠지만, 대부분의 스토리는 '결혼'을 매개로 이어진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공기태, 하지만 그가 머무는 집이 주인은 어머니이고, 집을 담보로 어머니와 공기태 사이에 결혼에 관한 밀땅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결혼을 원하는 어머니와 달리 결혼에 회의적인 공기태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주장미를 이용한다. 
이씨 문중의 9대 종손 이건 역시 처지가 당장 1년 안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문중이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는 회사 대표직 조차 위태로운 상황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미영의 원치않는 임신은, 그에게 닥쳐온 위기를 모면하고, 인간적 책임을 다할 묘수로서의 결혼을 부른다. 

드라마의 배경은 2014년 서울이지만, 트렌디한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갈등을 부추키는 건, 전통적인 제도 결혼이다.
그리고 이 난센스 결혼이 의미하는 바는 상징적이다. 성형외과 의사, 기업 대표라는 그럴 듯한 사회적 지위의 남자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에서 완벽하지 벗어나지 못한 채, 하지만, 벗어나고 싶어하면서, 결혼을 이용한다. 부모들이 제시한 전통적 제도를 당당하게 벗어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그들은, 대신 결혼할 상대방 여성들에게 '협잡'을 요구한다. 물론,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원작이 2008년 대만 드라마라는 점도 있지만, 2014년에 여전히 일정한 공감을 얻고 있는 이 드라마의 설정은, 또한, 집에서 쫓겨나기 싫어서 결혼할 여자가 있는 척하는 공기태의 상황은, 결국은 부모의 힘에 의존하여, 부와 지위를 거머쥔 이 시대의 능력남들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부산일보)

어른들의 눈을 피해, 여주인공과 결혼 해프닝을 벌이자고 하는 남자 주인공들에, 김미영과 주장미는 한결같이 순응적이다. 
물론 김미영에게는 원치않던 하룻밤으로 인한 뜻하지 않은 임신이란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혼율 세계 수위의 대한민국에서, 생면부지의 남자와 원나잇을 통해 임신을 했다고 주변 어른들의 강권(?)에 못이기는 척 결혼부터 하고 보는 김미영은 거절하지 못하는 그녀의 캐릭터을 일관성있게 구현한 것이지만, 수동적이다. 
주장미 역시 다르지 않다. 어머니의 오해에서부터 시작하여, 결혼을 기대하는 어머니의 환상을 깨뜨릴 진상녀가 필요했던 공기태의 얕은 수에서 시작된 주장미-공기태의 연합 작전은, 매번 그로 인해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말로는 열번도 더 아니다 하면서도, 10회에 이르는 동안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부모님에 대항한 결혼 밀땅 작전으로 허비한다.
 
그리고, 이런 김미영의 원치않는 결혼, 하지만 그 상대가 재벌남인 상황과, 마지못한 계약 약혼, 하지만 역시나 그 상대는 성형 외과 의사인 상황이, 어쩌면, 지극히 쿨해 보이는, 하지만 알고 보면 이제는 내 부모에게서도, 계약직이거나, 판매직인 내 직업에서도 위로를 얻기 힘든, 이 시대 여성들의 흔들리는 속내를 유혹하는 달콤한 환타지가 아닐까. 즉, 2014년, 흔들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쟁취하는 진정한 사랑보다도, 어거지로 시작되었어도, 지내고 보니 내 가족이나 '도찐개찐' 그저 사람사는 곳이면 다 비슷한 혹은 그보다도 못한 견딜만한 시가에, ''재수 옴붙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살살 정도 드는 괜찮은 능력남이 아닐까. 즉, 불안한 사랑보다는, 지금의 불안정한 존재를 잡아줄, '취집'말이다. 


by meditator 2014. 8. 7.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