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부터 jtbc의 새로운 예능이 한 편 등장했다. <코드 비밀의 방>

사방이 막혀있는 밀실에 갇혀있는 열 명의 출연자, 각 방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어 밀실을 탈출하는 힌트를 얻고, 그 힌트를 모아 밀실을 탈출하는 '밀실 탈출 두뇌 게임'이다.

정준하, 신재평, 한석준, 김희철, 서유리, 이용진, 지주연, 최송현, 백성현, 오현민 등 열 명이 첫 번 째 밀실에 갇힌 열 명의 출연자이다.

 

위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드 비밀의 방>은 제목처럼 몇 가지 코드로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바로 프로그램이 내걸고 있는 코드의 성공 여부로 결정되어진다.

 

 

 

밀실부터 새롭지가 않다.

우선 무엇보다 <코드 비밀의 방>이 차별성을 가지고 내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밀실'이다. 그런데, 이 밀실이란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다. '밀실'이란 설정은 '추리' 소설에서 익숙한 상황 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는 명탐정 코난에서 아저씨 탐정의 목소리를 빌어 코난이 추리를 할 때 가장 비장하게 내리는 범죄 상황이 바로 '밀실입니다'이다. 하지만, 그 추리의 '밀실'이란 그 어떤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안보이는 상황같지만, 역설적으로 추리를 통해 해결해 가야 하는 고난이도 트릭을 상징한다. 그렇듯, 이미 국내에서 이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지식 게임에서 '밀실'은 그리 생소한 상황이 아니다. jtbc의 또 다른 지식 게임이었던 <크라임 씬>이나, <box>에서 조차 '밀실'은 흔히 등장하는 전제 조건이었으니까.

 

그렇게 이제는 두뇌 게임에서 그리 생소하지 않은 밀실에 열 명의 출연자를 밀어넣고(?) 탈출하라고 했지만, 결국은 열 명이 문제를 풀고 그 중 한 명이 탈락하는 설정은 엎어치나 메치나 <더 지니어스>와 흡사하다. 그런 면에서 <코드 비밀의 방>은 이미 jtbc가 선점한 <크라임씬>이라는 사건 추리의 독보적 영역을 포기한 채 혹은 유보한 채, 그리고 tvn이 이미 압도하고 있는 <더 지니어스> 시즌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기위해서라도 '밀실'을 배경으로 한 두뇌 게임을 한 이유를 설득해야만 했다.

 

그걸 위해 나름 신선한 출연자 군을 마련하려 했지만, 결국 이미 <더 지니어스>를 통해 카이스트 출신의 영민함을 선보인 오현민과, <문제적 남자>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인 신재평을 재 활용함으로써 '신선함'에 있어 스스로 자충수를 보이고 만다. 첫 회에서 신재평이 보인 모습은 <문제적 남자>에서의 갓재평도, 제작진이 마련한 반전의 어눌함도 미비한 어정쩡한 모습이었으며, 그나마 활약이 많았던 오현민의 경우는 <더 지니어스>와 겹쳤다. 백성현이나 이용진 역시 이미 <box>를 통해 보였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평소 이미지와 달리 예리한 문제 풀이와 협상을 통해 이른 밀실 탈출을 선보인 정준하나 종횡무진 코드 협상에 바빴던 한석준은 신선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캐릭터가 첫 회에 뚜력하게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제작진은 '문제'를 푸는 것 이상, 밀실 탈출의 숨겨진 코드로써 '협상'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하지만, 첫 회에서 그 점이 제대로 보여지진 않았다. 또한 게임에서의 '이합집산'은 아쉽게도 <더 지니어스>를 통해 충분히 울궈질대로 울궈진 설정이다.

 

아마도 제작진은 자칭 '평화'를 사랑한다는 우주 대스타 김희철을 통해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경쟁이 아닌 또 다른 코드로서의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가져가려고 했었지만, 김희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의 그의 존재감이 그렇듯, 자칭 우주 대스타와, 자칭 평화주의자, 혹은 자칭 넓은 인맥의 체감은 멀었다. 게임 중에서 그의 '평화주의'와 그의 '인맥'은 '만장 일치' 그 한 순간 외에는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이제는 진부해져 버린 두뇌 게임

그런 면에서 같은 날 첫 회를 선보인 나영석의 <꽃보다 청춘>과 <코드 비밀의 방>은 비교가 된다. 그저 아이슬란드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낸 세 청춘의 이야기이지만, 단 첫 회만에 시청자들은 출연자인 세 명의 배우에게 흠씬 빠져들도록 나영석 pd는 세 사람을 그려내는데 고심한다. 그저 방을 제대로 예약하지 못한 것만으로 조정석이란 사람의 성격을 그려내 버리는 상황이, 바로 나영석pd의 불패를 만드는 전제 조건인 것이다. <코드 비밀의 방>은 성격이 다르지 않냐구? 결국 게임을 하건, 여행을 하건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은 다음 회를 기약할 테이까.

 

그런 면에서 <코드 비밀의 방>이 보여준 첫 회는 분명 제작진은 나름 자기 만의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그 그림이 마치 밤새 대본만 줄줄 외어 온 연기자와 같달까? 시청자들이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혹은 풀어놓은 대사 속에서 프로그램의 맛을 느껴야 하는데, 한 시간 여의 시간 동안 열 명의 출연자가 저마다 무언가를 하려고는 했지만, 과연 정말 그들이 마지막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그 결정적 요인을 설득하는데 미진했다고 보여진다. '평화주의자' 김희철은? 반전의 두뇌 정준하는? 그리고 멘붕에 빠졌던 최송현은? 심지어 마지막 남은 네 사람이 모두 알게된 코드의 비밀은 어떻게? 그런 두뇌 게임의 기승전결조차 첫 회에선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으니까. 이미 <더 지니어스> 지난 시즌을 통해 개그맨 장동민이 유수한 두뇌들을 물리친 기적을 행해보인 두뇌 전쟁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새로운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는지 <코드 밀실의 방> 제작진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듯하다.

 

아니 어쩌면 상황의 미진함, 혹은 캐릭터의 미흡함보다 <코드 비밀의 방>의 발목을 사로잡는 것은 이젠 피로도가 느껴져가는 서바이벌 두뇌 게임일지도 모른다. 이미 <더 지니어스>를 통해 충분히 학습된 상황을 '밀실'이라는 결국은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통해, 그리고 <문제적 남자> 유형의 힌트들을 통해, 그리고 나름 '불꽃튀는 심리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 조차도 지식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흔해진 서로 살아보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정황을 되풀이하는 데서 오는 진부함, 그 자체가 <코드 비밀의 방>의 가장 큰 딜레마다. 과연 2015년 한 해 질리도록 '경쟁'과 피말리는 '심리전'에 지친 시청자들이, 새로와 보이지도 않은 이들의 두뇌 심리전에 함께 할까?

 

 

 

by meditator 2016. 1. 2. 02:53

2015년이 지고 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한 해를 보내며 '회자정리'의 많은 회고들이 등장한다. 방송사마다 자신의 방송국에 기여한 출연자들에게 무수한 상을 수여하고. 그런데, 2015년이나, 2016년이 사실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인간의 잣대로 꾸역꾸역 새겨 넣은 것처럼, 사실 2015년을 지나 2016년이 된다한들, 천지개벽이 되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마침표와 쉼표를 찍으며 한 시름 덜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저마다의 규정을 내리지만, 그 속에서 그저 너도 주고 나도 주고, 좋은 게 좋은 거였지를 넘어, 결국은 '병신년'을 진짜 '병신'스럽게 만들지도 모른 우려의 예능 경향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돌아온 예능의 귀재, 이수근과 노홍철, 그리고 
10월 27일 기준으로 5183만 4318뷰를 기록한 <신서유기>는 침체된 강호동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또한 케이블 예능의 부흥과 이제 그 여세를 몰아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에서조차 성공 신호탄을 쏘아올린 나영석 피디의 전성시대를 검증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난 성과의 수면 아래, 잠시 수면 위로 오르다 사라진 화제가 하나 있다. 바로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을 했던 이수근의 복귀이다. 영리한 나영석 피디는 그런 세간의 문제 제기를 의식하고, 돌아온 이수근을 '서유기'의 말썽꾸러기 캐릭터 '손오공'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금테두리를 씌웠다. <서유기> 속 천하의 불한당 손오공을 부처가 머리띠를 씌워 꼼짝 못하게 복종시키듯. 마치 그간 사회적 물의를 빚은 '속죄'의 양으로 이수근은 손오공을 연상시키는 머리띠를 한 채, <신서유기> 속에서 온작 굴욕적 상황에 던져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에게 따라붙었던 섣부른 복귀에 대한 구설수도 사라졌다. 부처처럼 예능신 나영석의 품 속에서 이수근의 원죄는 사함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신서유기>를 통해 예능 신고식을 혹독하게 하지만 무난하게 치뤄낸 이수근은 발빠르게 예능으로 복귀했다. <신서유기>를 함께 했던 강호동과 함께 한 jtbc의 <아는 형님>, 그리고 역시나 <신서유기>를 함께 한 은지원과 함께 xtm의 <타임 아웃> 등이다. 또한 일일 mc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참석하여, 정형돈의 후임 물망에 섣부르게 회자되기도 한다. 

이수근만이 아니다. 지난 9월 2부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단발로 모습을 보였던 노홍철은 2016년의 콘텐츠로 예견되는 '집방'을 노리는 tvn의 <내 방의 품격>으로 돌아왔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노홍철의 길바닥 쇼> 또한 예정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김용만 역시 tvn의 8부작<쓸모있는 남자들>에 이어, mbn의 <오시면 좋으리>에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박'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예능 스타들이 속속 2015년의 끝무렵에 돌아왔다. 그런 가운데 섣부르게 신정환 등의 복귀를 점치는 사람들 조차 등장하고 있다. 이들 스타들은 이수근이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에서 시작하여, jtbc로, 그리고 노홍철이 단발성 예능으로 시작하여 케이블로, 그리고 김용만이 케이블에서 시작하여 종편으로 에서 보여지듯이,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공중파 예능을 피하여,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복귀의 첫 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이들 중 김용만은 <쓸모있는 남자들>이 8부작으로 종영되듯이 아직은 몸이 덜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수근과 노홍철은 <아는 형님>에서 혹한의 날씨에 알몸으로 고군분투하거나, <내방의 품격>에서 녹슬지 않은 입담으로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몇 년여의 자숙 기간을 거쳐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게 복귀의 기회를 주는 것에 토를 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물의를 빚은 지난 몇 년여의 시간이 흘러서도 여전히 '노홍철'과 '이수근'이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예능 환경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빈익빈 부익부의 예능 카르텔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2015년을 보내면서 진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은 빈익빈 부익부의 예능 mc군의 카르텔이다. mbc 연예 대상의 대상을 받은 김구라의 경우 공중파 mbc<복면 가왕>,<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비롯하여 케이블 jtbc의 <썰전>, <헌집 줄게 새집다오>에서 종편<솔직한 연예 토크 호박씨>까지 십 여개의 프로그램을 맡고있다. 그렇다면 이런 다작이 김구라뿐일까? 2014년 백상 예술 대상 남자 부문 예능상을 받은 신동엽의 경우 역시 공중파 kbs2의 <안녕하세요>를 비롯하여 케이블 <수요미식회>, <성시경신동엽의 오늘 뭐 먹지?>를 비롯하여 연예가뒷담화를 다루는 <용감한 기자들>까지 우후죽순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진행중이다. 마치 남자 예능상은 다수의 출연과 그 중 타율이 높은 사람에게 주는 듯 2014년의 신동엽과 2015년의 김구라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그리고 대세 예능에서 부터 연예계 잡담에 이르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예능의 진행자로 활약하였다. 

문제는 소위 빚을 갚아야 한다며(?) 자신들의 바쁜 출연을 합리화하는 이들 두 사람만이 아니다. 마치 이들이 모범 답안이라도 되는 듯 그 뒤를 후배 mc들이 따르고 있다는 데 것이다. 연말 이상식에서 이들만큼 분주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전현무 역시 공중파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를 비롯하여 케이블<히든 싱어>, <문제적 남자>, <헌집줄게 새집다오>까지 이들 두 사람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전현무만은 아니지만, 장동민은 그의 지난 과한 언사로 인해 공중파 예능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지만, <더 지니어스>,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 , <속사정 쌀롱> , <도시 탈출 외인구단> 등 종편과 케이블 예능의 출연이 빈번하다. cj의 적자라 자부하는 이상민의 활약 또한 장동민 못지 않다. 

심지어 예능 mc들만이 아니다. 올 한 해 대세가 되었던 '먹방'의 주역들인 쉐프들 역시 빈익빈 부익부가 드러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두 개나 하는 백종원을 비롯하여 최현석, 샘킴, 이연복 쉐프의 활약은 웬만한 예능 mc들 저리 가라다. 

또한 영화계가 몇몇 거대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듯 예능계 또한 몇몇 기획사를 중심으로 출연이 번복되는 현상 또한 깊어졌다. 위에 나열된 연예인들 중 신동엽, 전현무, 이수근이 smc&c소속의 연예인이며, <아는 형님>에 강호동, 이수근, 김희철 처럼, sm과 그 계열인 smc&c의 나눠먹기 식 출연도 여전히 빈번하다. 또한 smc&c를 비롯하여, 유재석이 합류한 fnc엔터테인먼트, 장동민, 이휘재등이 소속되어 있는 코엔 엔터테인먼트의 과점 또한 두드러진 현상이다. 

즉 노홍철, 이수근이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가진 것은 맞지만 과연 이 두 사람이 fnc엔터테인먼트나, smc&c 소속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쉽게 기회가 주어졌을까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몇 년간 자숙의 기회를 가졌어도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두 사람과 달리, 2015년의 한 해 기존의 mc군이 과점에 가까운 활약을 보이는 반면 신선한 mc군의 등장은 미흡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다양한 기획을 통해 서장훈, 현주엽 등 스포인들과, 류승수 등의 연기인들을 계발했고, <라디오 스타>가 다수의 예능 신인을 개발했지만, 그들의 후속 활동은 아직 대세의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부디 카르텔을 넘어선 신선한 예능 스타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12. 30. 20:50

시상식의 계절이다. 언제나 그렇듯 각 방송사는 각자 자기 방송국만의 잔치를 이제는 '한류'라는 명목을 내세워 국외 손님들까지 끌어모으느라 분주하지만, 지난 26일 kbs 연예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휘재가 수상 소감 첫 마디에서 기사 댓글을 걱정하듯 해를 넘길수록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개별 방송사의 '공로상'이랑 상관없이 올 한 해 예능 트렌드를 이끌어 왔던 인물에는 과연 누가 있었을까? 




김구라를 보면 예능의 트렌드가 보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 <복면 가왕>, <집밥 백선생>까지 올 한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프로그램들이다. 또한 이 세 프로그램 모두 그 이전에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들과 콘텐츠에 있어 신선한 차별성을 가진 프로그램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세 작품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 프로그램 모두 김구라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들을 여러 갈래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다. 이른바 '먹방'으로 대변되는 요리 프로그램들의 범람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콘텐츠 상으로 접근해 들어가거나, 혹은 인물로 접근해 들어가거나 공통적으로 교집합이 되는 인물이 바로 김구라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활약에 힘입어, 섣부르게 올해 mbc 연예 대상의 대상감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요리 중심의 케이블에서 요리를 선보이던 쉐프들은 그 영역을 점차 넓혀 공중파로, 종편으로 그리고 광고까지 지는 먹방이 무색하게 분주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성취를 보인 것은 역시나 백종원이다. 쉐프라는 말보다는 요식업계의 큰 손이 더 어울리는 백종원은 <음식 대첩>등을 통해 보이던 그의 진가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하 마리텔)>을 통해 대중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런 백종원의 화려한 전성기를 여는 <마리텔>에서 프로그램의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한 것은 김구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리텔>에서 깜냥이 안되는 적수로 만난 두 사람은, 이제 <집밥 백선생>을 통해 엄한 선생과 말많은 제자로 변신하여 남성 시청자들조차 칼을 들게 만드는 요리 붐에 앞장 선다.

그렇게 쿡방의 대세 백종원과 함께 하던 김구라는 추석 특집으로 선보였던 <복면 가왕>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면서 그 터줏대감으로 예리한 감별력을 선사한다. 이미 <라디오 스타> 시절부터 스스로 팝칼럼니스트 출신이라 자부하던 김구라의 음악 선구안은, 그의 마당발 인맥과 함께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인물을 떠올려 내며 <복면 가왕>의 화룡점정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2015의 트렌드가 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2015년의 예능 대세가 된 김구라의 비결은 무엇일까? 2012년 총선 과정에서의 해프닝으로 뜻하지 않게 몇 개월 칩거를 한 김구라는 마치 그 칩거로 그가 지난 시절 원죄처럼 짊어져 왔던 젊은 날의 막말 파동을 떨쳐버리기라도 한 듯 종횡무진 활약한다. 무엇보다 김구라가 예능 mc로서 대세가 된 데에는 그로 대변되는 보통 중년의 남자라는 컨셉의 무난함이다. 종종 눈치없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낄데 안 낄데 눈치 없이 끼기도 하는, 그러면서도 어느 직장에서나 한 사람 쯤 있을 법한 중년의 아저씨로서의 컨셉이 바로 무난한 예능 mc 김구라를 대변한다. <라디오 스타>나, <동상이몽>, 그리고 <호박씨>, 심지어 영화 소개 프로그램<무비 스토커>의 모습이 그렇다.

바로 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바쁜 와중에서도 측근인 봉만대 감독의 <떡국 열차>에 주연으로 열연(?)하는 모습에서도 보여지듯이, 막말은 스스로 거세시켰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젊은 시절 그를 추동했던 기발한 에너지는 그가 선택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들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비롯하여, <화성인 바이러스>를 이은 <공유 tv 좋아요>, 그리고 音담패설> 등으로 이어진 활약이 그것이다. 

또한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종편에서 연예가 뒷담화를 하다가, 떠억하니 자리를 바꿔 시사 평론의 장에서 중심을 잡다가, 음악에도 한 마디 거들고, 그러다 가족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 이물감이 없는 mc는 김구라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에서, 그가 2015년의 대세가 된 이유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트렌드가 된 것은, 그가 트렌드에 대한 선구안이 있기도 하지만, 올 한 해 그가 마구잡이로 출연했던 무수한 출연작들의 타율이 좋은 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평가가 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무수한 잽들 속에 몇몇의 카운터 펀치
그래서 김구라는 올 한 해 스테디셀러인 <라디오 스타>, <썰전>에서 신선한 콘텐츠로 부상한 <마리텔>, <집밥 백선생>, <복면 가왕>을 넘어, <무비 스토커>, <호박씨>, <결혼 터는 남자들>, <능력자들>을 통해 무수한 잽을 날렸다. 그리고 이제 2015년의 마지막 무렵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는 '집방'의 <헌집 줄게 새집다오>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2016년의 활약은 이른바 '먹방'에 이은 '집방'의 트렌드화로 가능할까? <헌집 줄게 새집다오>의 성공 여부가 곧 김구라의 대세의 유지 여부를 판가름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5년에도 그랬듯이, 김구라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무수한 잽을 날릴 것이고, 그중 2015년처럼 시대를 잘 만난다면 <마리텔>이나, <복면가왕>, <집밥 백선생>같은 칸운터 펀치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김구라의 전성시대의 복병은 바로 김구라 그 자신이다. 그가 음악 프로그램에 있건,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있건, 심지어 먹방이 되건, 집방이 되건, 어디서든 우리 회사 부장님같은 '아저씨스러움'이 그의 친근함을 돋보이는 카드이지만, 동시에 어디서 그를 보아도 똑같이 진부한 김구라스러움이 그를 '진절머리'내게 하는 걸림돌인 것이다. 결국 그의 대세 유지는 그 자신이 아니라, 그 대중의 '진절머리'의 유효기간에 달려 있을  것이다. 

또한 <마리텔>이나, <복면 가왕>이나, <집밥 백선생>까지 그가 대세의 프로그램을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이 프로그램의 일등 공신이 그인가? 라는 질무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다. 그 예전 강호동이나, 시청률이 미미해도 <해피 투게더>의 유재석의 존재감에는 비견될 수 없는 것이다. 프로그램 성공의 빠질 수 없는 조미료이지만, 메인인가라는 점에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점에서 이휘재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대상'이라기엔 어쩐지 좀 무색한 존재감인 것은 어쩔 수 없다. 

by meditator 2015. 12. 28. 14:19

25일 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서현진'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서현진? 배우 서현진? 아니다, 전 mbc아나운서이자, 현재 프리랜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아나테이너 서현진을 지칭함이다. 그리고, 서현진 전 아나운서가 등장한 이유는, 그녀가 출연하게 된 채널A의 신규 프로그램<동갑내기 여행하기>에서 나이로 인한 그녀의 발끈한 해프닝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종편의 한 신규 예능 프로그램이 그만큼 세간 화제로 떠올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청률 1%를 넘으면 대박이라고 하는 케이블, 혹은 종편에서 여전히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시청률이라고 할 수 없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 동시간대 시청률면에서는 여전히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절대 강자의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TVN의 드라마, 예능들이 야곰야곰 성장하여, 이젠 공중파를 찜쪄먹을 기세가 되었듯이, 이젠 종편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그 지분을 살그머니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종편 예능의 공습
종편이라고 한다면, JTBC를 제외하고는 TV조선, 채널A, MBN은 모두 마치 언어가 다른 북한 방송을 보듯이 집권 여당의'프로파간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 들어서면 그 날선 언어가 음식을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기기조차 힘들게 '프레임'으로 짜여진 명확한 당색의 선전, 선동 문구가 자기 편이 아닌 그 누군가를 마구 찔러 넘기지 못해 분노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조선', '동아'라는 전통의 언론 구도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조차도 역시나 '언론'의 대명사로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된것 역시 작금의 현실이다. 맨 처음 종편이 생길 때, 우리 편이라 생각된 그 누군가가 종편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던 그 시기가 무색하게, 어느덧 우리의 TV 문화 속에 종편은 편안하게 안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인데도, 그 누군가는 광화문 시위에서 물대포로 그 누가 생명이 위독하게 되었는지조차 모르고, 그저 시위하는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미디어는 발달했지만, 진실을 알기기 위해 불법 유인물 '피'를 뿌려야만 했던 그 시대와 실상 언론의 자유는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는, 아니 오히려 철저하게 자유롭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처음 종편이 만들어 졌을 때만 해도, 그 날선 언어의 뉴스를 빼놓고는 볼만한 것이 없는 종편을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호박씨>니, <속풀이쇼 동치미>니, <아궁이>가 등장하고, <TV주치의 닥터 지바고>에 <내 몸 사용 설명서>, <엄지의 제왕>까지만 해도 그저 하릴없이 건강 염려증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소일거리라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해를 거듭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종편이 점점 세련된 면모를 갱신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선정적 뉴스쇼의 연예판으로 <연예가 X파일>등이 있지만, 그런 한편에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만큼 신선한 '화제성'을 뿌리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초창기의 TVN을 이끌었던 송창의 TV조선 제작본부장은 '제2의 '개국'이라며 젊은 콘텐츠로서의 TV조선 예능을 개편했다. 지금까지 중장년층 중심의 콘텐츠를 개편하여, 리얼 야외버라이어티, 요리쇼, 육아 예능, 경제 예능, 토크쇼 등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입맛에 맞춘 신선한 개편을 지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라, <이경규의 진짜 카메라>, <인스턴트 재발견, 간편 밥상>, <난생 처음, 영수증을 보여줘> 등이 신설되었다. TV조선만이 아니다. 채널 A 역시 화제가 된 여아나테이너들의 여행기 <동갑내기 여행하기>를 비롯하여, 같은 날 밤 11시 <개밥주는 남자> 등을 개설했다. MBN 또한 <도시탈출 외인구단>을 신설했다. 방송국은 다르지만, 송창의 본부장이 밝힌 바 각개 각층의 세대를 지향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발진'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신선한 신규 예능들
이들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입증된바 있었던 프로그램들을 나름 차별화된 출연진과 내용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검색어에 오른 <동갑내기 여행하기>는 콘텐츠 자체는 그저 출연자들의 해외 여행이다. 그런데 그 출연자가 바로 지금까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다루지 않았던 '방송의 꽃'이었던 아나운서들이라는 점과, 이제는 '프리 선언'으로 아나테이너로 돌아온 그녀들의 적나라한 소탈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또한 같은 날 방송되는 <개밥 주는 남자>도 흔한 동물 키우기 예능이다. 하지만, 이 리얼 버라이어티는 지금까지 한번도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한 적이 없는 주병진과, 그의 꿈인 펜트하우스를 등장시키고, 동물을 싫어하는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현주엽 네를 출연시켜 이야기를 꾸린다. 그들의 특별한 사연 속에 등장한 강아지는 이미 여느 동물 키우기 예능의 귀여움 이상이 된다. 거대한 펜트하우스에 사는 주병진은 강아지를 위해 단돈 22만원을 거침없이 지불할 수 있는 그의 부와 상관없이, 그저 외로운 중년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뿐인가, 매주 목요일 밤 11시 이후에는 TV조선 예능 <엄마가 뭐길래> 역시 흔하디 흔단 육아 예능이다. 하지만, 그 육아가 육아가 아니라 거의 전쟁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조혜련, 최민수네 가정사를 놓고 역시나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마치 노이즈마케팅처럼 도저히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이네들의 가족사에, 시청자들은 때론 분개하고, 때론 감놔라 콩놔라 자신들의 일처럼 열중하며, 어느 덧 빠져든다. 



종편 중 손석희의 JTBC 뉴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은 JTBC가 다양한 시청자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은 중년층을 위한 육아 토크쇼 <유자식 상팔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 등을 통해서이다. 그런 면에서 '더 젊게 , 가족적으로 콘텐츠만 좋으면 본다'는 TV조선 송창의 본부장의 믿음은 이미 검증을 거친 셈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순조로웠던 검증에 따라 지금까지 중장년층의 고정 채널이었던 일부 종편이 변신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 대해, 과연 종편이 어쩌고 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면 현재 방송가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손석희의 JTBC 뉴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젊은 이미지를 선택한 JTBC는 하지만, 드라마 <송곳>과 같은 송곳같은 선택을 제외하고는 여타 예능과 드라마에서의 선택에서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선 느낌이다. 예능의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종편과 차별성이 없다. 그런가 하면 공중파는 나은가? 마찬가지다. 어디를 돌리나, 가족 지상주의요, 여유로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것은 매한 가지다. 창조 경제비어천가를 울리던 CJ 계열 YTN이 종편을  뺨치게 보수화되었고, Tvn의 <응답하라 1988>이나, <삼시세끼>가 '가족주의'에 천착할 뿐이다. 예능만 놓고 보자면 이젠 '종편'이 어쩌고라 하기에 무색하게 차별성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마치 영화 <국제 시장>을 보고 눈물 흘리는게 중장년층만이 아닌 젊은 세대들도 있었듯이, 다같이 '가족'말고는 공감할 것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12. 26. 16:38

 

지난 10월 21일 jtbc의 예능 cp 여운혁은 jtbc의 새로운 예능에 강호동이 함께 할 것이란 발표를 했다. 이후 12월 5일 첫 방송된 <아는 형님>에 이어, 12월 16일 <마리와 나>가 방영되었다. 그리고 이제 각 두 편의 프로그램을 내보낸 강호동의 새로운 예능들은 어땠을까?



신서유기의 스핀 오프? 혹은 속편으로서의 <아는 형님>, <마리와 나>
두 편의 프로그램 <아는 형님>, <마리와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앞서, 우선 언급되어야 할 한 편의 예능이 있다. 그건 바로 23부작으로 10월2일 종영된, '1박2일 동창회'라 칭해졌던 나영석 피디와 함께 했던 <신서유기>이다. 10월 27일 기준으로 20개 영상으로 나뉘어 공개된 <신서유기>는 국내 포탈 사이트에선 5183만 4318뷰를 기록했고, 독점 공개한 중국 사이트에서도 5000만 조회수를 기록, 콘텐츠의 신세계를 여는 한편, 그간 무얼 해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었던 예능 제왕 강호동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jtbc에서 새롭게 선보인 두 예능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는 바로 그런 2015년 하반기 <신서유기>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난 강호동이란 예능인을 앞세운다. 즉 신서유기의 폭발적인 선풍이 없어다면 강호동의 jtbc 예능을 통한 화려한 복귀 또한 가능했을까란 의문 부호가 찍어지는 것이다. 이는 곧 jtbc의 두 편의 예능이 그 이전 <우리 동네> 등을 통해서 보여진 호령하는 카리스마 큰 형님으로서의 강호동 대신, 이젠 막내 이승기에게조차 쩔쩔 매는 나이만 많은 '무서움이 많은' 형님으로 돌아왔다. 강호동만이 아니다. <신서유기>를 통해 그와 함께 부활한 물의를 빚은 채 3년간 자숙했던 이수근도 <아는 형님>으로, 은지원은 <마리와 나>로 한 배를 타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를 통해 다시 한번 각광받게 된, 아니 새로운 면모를 보인 강호동의 새 예능 두 편은 어땠을까?
12월 23일 언론사들이 너도 나도 마치 복사기에서 찍듯이 뽑아낸 기사에서도 보여지듯이, <마리와 나>는 아기 고양이 토토와 강호동의 언밸러스한 캐리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고양이를 싫어했지만, 아기 고양이 토토를 위탁 보호하게된 강호동은 혹여나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아기 고양이 토토를 보살피며, 고양이 역시 인간의 아기와 같은 소중한 생명체임을 자각하고 정이 든 모습을 보였다. 



기내식으로 비빔밥 세 그릇 정도는 너끈히 해치운다는 여전한 강호동을 예전 같았으면 아기 고양이 토토 대신, 서인국이 맡았을 에너자이너 라쿤 두 마리를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신서유기>를 통해 달라진 캐릭터로 돌아온 강호동은 동물 그 자체에 대해 '원시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임을 피력하며 가장 보살피기 쉬우면서도, 서로의 이질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아기 고양이를 맡았다. 기사들은 강호동과 아기 고양이 토토의 미친 캐미를 운운하지만, 방송을 보면 알지만, 다른 출연자들이 동물들을 케어하기 위해 같이 놀아주고, 동물들의 똥과 오줌을 치우고, 심지어 산책까지 시키느라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시간에, 강호동은 그저 먹고 잠만 자는 아기 고양이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도 좌충우돌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강호동의 품 안에서 자는 아기 고양이를 내보이며 자신이 프로같다고 했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보면 그게 얼마나 웃픈 상황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거저 먹기라도 강호동의 주먹만한 고양이와 덩치 큰 강호동이 보이는 조합은 그 이전 힘 자랑을 하던 강호동과는 차별된 신선함을 준다. <아는 형님>도 마찬가지다. 마치 그 예전 <무한도전>이 초창기 <무모한 도전> 시절이었던 때처럼 시청자들이 보내준 각종 요구들을 마냥 해대는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그리 나서지 않는다. 여전히 먹방에 등장하지만, 그 덩치 큰 강호동을 빼빼마른 민경훈이 제쳐버린다. 그리고 그 광경은 흡사 아기 고양이 토토와 강호동의 캐미와 같은 분위기를 낸다. 또한 예전 같으면 게임에서 쉽게 제쳐지지 않을 강호동은 은근슬쩍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수근과 김영철이 메운다. 그들은 개그 콤비의 조합으로, 그리고 온갖 슬랩스틱의 상황의 궃은 상황을 도맡는다.

이렇게 강호동을 내세웠지만, jtbc의 새 예능에서 강호동은 그 이전 그가 해오던 식의 프로그램을 그 자신의 카리스마로 제압하고 동료들과 후배들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 대신,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저 낯설고 어설픈 존재로, 그리고 이젠 까마득한 왜소한 후배한테 먹방조차 밀리는 채 나이만 먹은 형님으로 등장한다. 바로 그 세월의 무색함이 새로운 예능에서 강호동의 존재감이다. 

과연 강호동이어야 할까? 
그런데, 한편에서 이런 강호동의 새로운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과 함께 문득 드는 의문점이 있다. <신서유기>라는 23부작의 가벼운 웹 예능이 아닌, 매주 찾아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연 이런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능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즉, 엄밀하게, 프로그램 자체의 성격 상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에서 강호동은 꼭 있어야 할 존재일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록 <슈가맨>이 시청률면에서 고전을 하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두 mc 유재석과 유희열의 절묘한 시너지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방송을 타는 예전 가수들을 물만난듯이 놀게 만드는 유재석의 신기에 가까운 진행 능력에 감탄을 발하게 된다. 그에 반해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에서 주된 내용을 이끄는 것은 강호동이 아닌 다른 출연자들이다. <아는 형님>의 먹방에선 민경훈이, 추위에 견디는 게임에선 이수근과 김영철, 황치열, 서장훈이 고군분투한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 한 시간여의 시간에, 과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이런 게임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프로그램의 의미가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마리와 나>의 솔직히 케어하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에너자이저 라쿤 두 마리와 네 마리의 강아지, 그리고 사랑에 빠진 돼지 한 마리와, 그냥 가만히 놔둬도 귀여운 아기 고양이에게서 나온다. 



아니 무엇보다,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예능이라고 하지만, 그 예전 <무모한 도전>이 연상되거나, 심지어 아침 교양 <동물 농장>의 한 코너가 떠오르는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의 뻔함과 진부함이 과연, <신서유기>를 통해 새롭게 돌아온 강호동의 화려한 부활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현재 jtbc 예능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일요일 밤 방송되는 <김제동의 톡투유>이다. 위로을 찾기 힘든 시대, 그저 함께 모여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위로하는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검색어 수위에 오를만큼 인기가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로그램은 예능국이 아닌 보도국 제작이다. 정작 예능국은 한때 <톡투유> 만큼은 아니지만,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던 <속사정 쌀롱>을 딱히 뚜렷한 이유도 없이 끝낸 후, 그 예전 어디선가 본듯한 <아는 형님>과 동물들을 앞세운 <마리와 나>로 돌아왔다. 뉴스를 통해 신선한 이미지를 쌓아가는 jtbc로서는 진부하고 안이한 선택이다. 
by meditator 2015. 12. 24. 12:18

소파에 거만하게 기대어 앉은 장동민이 앞의 제작진들에게 호기롭게 큰 소리를 친다. 조금 뒤, 조명이 꺼지고 급 정색을 하며 일어난 장동민은 여태까지 큰 소리를 치던 제작진들에게 고개를 깍뜻하게 조아리며 인사를 한다. 이렇게 방송의 겉과 속을 까발리는 듯한 짧은 스폿 광고로 줄기차게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안고자 애썼던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이하 방시팝)>가 12월 10일 첫 회에 이어, 18일 2회까지 마쳤다. 잔뜩 벌려놓았던 광고 덕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던 1회가 케이블 프로그램의 성공을 가늠하는 1%의 시청률을 넘었지만(1회 1.189% 닐슨 코리아), 2회만에 0.872%로 떨어짐으로써 갈길이 멀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 


내놓고 큰 소리를 친 명목은 그간 지리멸렬했던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의 제작까지 맡긴다는 취지에서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라고 했지만, 출연자인 장동민, 유세윤, 이상민 등이 각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가지고 승부를 본다는 기본적인 컨셉에 있어,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연상된다. 즉, 내놓고 말은 할 수 없어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없으면 등장할 수 없었을 프로그램 중 한 편인 것이다. 그리고 올 한 해 여러 편 등장했던 <마리텔>의 아류들처럼 <방시팝> 역시 청출어람 대신 귤화위지(枳;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가 되었다. 


橘化爲枳

<마리텔>의 청출어람? 
단지 <방시팝>은 그간 주도면밀하게 <마리텔>을 연구한 듯, 그간 <마리텔>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그리고 <마리텔>의 모작이라 비교될만한 지점들을 '소거'한 채 신선한 콘텐츠인양, 방송국의 시간을 운운하며 등장했다. 
그간 <마리텔>에서 한 시간 내에 보여주기에 버겁다고 매번 지적되던 많은 출연자들을 <방시팝>은 정리하여, 네 사람, 그것도 첫 번째 회차에는 초짜 출연자인 유재환을 제외한 세 사람만의 콘텐츠로 방송을 꾸렸다. 거기에, 이 방송, 저 방송 보여주느라 한 방송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마리텔>의 또 다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사람의 콘텐츠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 또한 답답한 마리텔의 카메라와 제작 방식을 벗어나, 출연자 1인의 아이디어로 제작되는 콘텐츠이되 그 공간적 영역에 있어서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방식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마리텔>의 청출어람을 지향한 <방시팝>, 그렇다면 그 연구 성과는 어떠했을까? 자칭 cj의 아들이라 자평하는 장동민을 비롯하여, 역시나 cj 계열 케이블 예능 <더 지니어스>, <the bunker>를 비롯한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상민, 그리고 유세윤이 합류했다. 그리고 '무도가요제'를 통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유재환이 깜짝 출연자로 합류했다. 

장동민, 그리고 이상민, 유세윤은 그들의 면면에서 부터 '아이디어'가 특출한 연예인으로 특징지어지는 사람들이다. <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서 쟁쟁한 스펙의 출연자들을 쥐락펴락했던 장동민이나, 장동민만큼은 아니지만, 그 빠른 두뇌 회전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상민, 그리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뮤지와 음악작업을 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유세윤은 이미 그들의 출연만으로도 콘텐츠의 보증서가 된다. 

그리고 그들 자신이 콘텐츠의 보증서가 된 세 사람은 야심만만하게 그간 자신들의 머릿 속에서만 꿈틀거렸던 아이디어를 <방시팝>을 통해 펼친다. 장동민은 거창하게 나폴레옹에서부터, 고릴라, 낙타 등 동물까지 들먹이며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인간적인 예능'을 승부욕이 강한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풀어간다. 그저 팔 굽혀 펴기 경쟁에, 오줌참기, 침 삼키지 않기, 심지어 잠자기 않기까지, 가장 인간적인 욕구들을 가지고, 승부욕에 불탄 출연자들이 투혼을 불사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음의 코드'가 된다. 장동민에 이어 등장한 유세윤은 이미 사전에 홍보가 되었던 '쿠세 스타'의 판을 벌인다. 노래를 잘 하는 것과 상관없이,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노래 부르는 습관 등을 통해 '합격' 판정을 받는 묘한 경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민은,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더 지니어스>의 승부를 재연한다. 그가 회심의 첫 카드로 보여준 것은 바로 임요한; 홍진호의 임진록의 결판 승부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장동민, 유세윤, 이상민이 준비한 콘텐츠들은 각자 수긍이 갈만한 웃음의 코드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세 코너 모두, 안타깝게도 화제성은 있었지만, 지긋이 프로그램을 시청으로 끌고가기엔 지구력이 딸리는 듯 보였다. 인간 본연의 욕구를 승부욕으로 불사리는 장동민의 경기들은 초반에 팔굽혀 펴기를 할 때만 해도 역동적인 듯 보였지만, 이후 오줌참기, 침 삼키는 것 참기를 넘어서 쏟아지는 잠을 참기로 가서는 지루해졌다. 마찬가지로, 유세윤의 쿠세스타는 그가 준비한 아이디어는 야심찼으나, 막상 방송 분에서 보여지듯이, 그의 야심찬 쿠세스타의 화제성을 뒷받침 해줄 스타가 드물었다. 심사위원들이 합격, 불합격을 선정하는데, 시청자들의 고개가 함께 끄덕여 질 쿠세의 '공감'이 아쉬웠다. 이어진 이상민이 야심차게 준비한 '임진록', 하지만 2회에 걸쳐 장황하게 진행된 게임은, 홍진호, 임요한의 결승이라는 화제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만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게임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홍진호, 임요한이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서 각자의 전략과 전술이 걸출하게 맞붙은 그 지점인데, 그것을 그저 심리전과 요행에 치중한 포카로 대치한 다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2회를 보여준 <방시팝>은 그들이 그간 연구해, 스스로 청출어람이라 자평하고 내보였지만 역으로 <마리텔>의 장점을 증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수선하지 않게 한 출연자당 충분한 방송 시간은 '충분하지만' 동시에 그 출연자의 프로그램에 호응을 하지 않는 시청자가 리모컨을 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즉, <마리텔>은 예을 들어 백종원 방송을 띄엄띄엄 배치함으로써 오히려 그외의 콘텐츠마저 강제 시청하는 효과를 낳지만, 서로 호응하는 시청층이 다른 <방시팝>은 시청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골라보는 선택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방시팝>이 증명한 것은, 콘텐츠가 '아이디어'만으로 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시팝> 예고 방송에서 장동민이 '그까이꺼'를 외쳤지만, 막상 장동민도, 유세윤도, 그리고 이상민도 각자의 아이디어는 신선한 것들이었지만, 그 진행 과정은 늘어지거나, 웃음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즉,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만 것이다. 거기에, 최근 새로인 출범하는 예능마다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장동민, 이상민 등에 대한 권태감도 슬슬 밀려들기 시작한 점 또한 <방시팝>의 생각지 못한 복병이다. 
by meditator 2015. 12. 18. 14:18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그의 책 <감성 자본주의>를 통해 뒤르캥 사회학의 핵심 개념인 연대(계급적 연대)가 사회적 행위자들을 사회의 중심적 상징에 묶어 두는 '한 다발의 감정'이라 정의내린다. 하지만,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책 <심리정치>를 통해 이런 공통의 정서, 혹은 감정을 공유하는 계급적 연대가 신자유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더 이상 유의미한 감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생산, 그리고 소비의 한계에 봉착한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로 돌입하면서, 우리 사회에 모든 연속적이고 공통화된 그 관계, 정서들을 해체한다. 그리고 대신 그 모든 것들을 '감성화'시킨다. 왜냐하면 생산된 사물을 무한히 소비할 수 있지만, '기분'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오늘날의 소비 자본주의는 '구매를 충동하는 자극을 늘이고 , 더 많은 욕구를 생성하기 위해 기분을 동원'한다. 인간의 인격 전체가 생산 과정 속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것을 '취향'이라 이름짓는다. 



타인의 취향? 아니 확장판 '나 혼자 산다'
11월 11일 첫 선을 보인 jtbc의 새 예능 <타인의 취향>은 바로 이 신자유주의 사회의 이른바 '취향'을 타겟으로 한다. 프로그램은 현생 인류의 진화가 2015년에 이르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거쳐 이제 '취향에 따라 즐기고,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신인류' '호모 테이스트쿠스'에 이르렀음을 지적하고, 그 '취향'의 인류를 다루겠다는 취지를 내보인다. 그에 따라 유세윤, 잭슨, 장진, 유병재, 스테파니 리 등 출연진들을 시간 별로 따라다니며 그들, '타인의 취향'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에 따라 프로그램은 유병재의 느지막한 아침에서 부터 유세윤의 시끌벅적한 밤까지 출연자들의 하루를 바삐 따라 다닌다. '취향'에 타겟을 맞춘 카메라는 유병재와 그의 동거인이자 매니저의 취향 차이로 삐그덕거리는 매 끼니의 식사를 다루고, 아이돌 잭슨의 '건강한 삶에 홀릭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늘씬한 모델 스테파니의 계란 후라이 두 개로도 모자란 반전 식탐이나, 노래방 앱에 빠져든 신인류적 모습도 빠뜨리지 않는다. 바삐 출연자들을 따라다니던 카메라는 늦은 밤 작업실에 모여 3년만에 UV로 새 앨범을 준비하는 유세윤과 뮤지로 끝을 맺는다. 

<타인의 취향>은 호모 테이스티쿠스라며 현생 인류의 진화를 정의내렸지만, 막상 방영된 첫 방송을 보면 의문이 제기된다. 서로의 식성이 달라 아웅다웅하는 것, 그리고 모델임에도 푸짐한 식사를 하는 것, 아이돌이 아름다운 몸을 가지기 위해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오가닉'에 빠져드는 것, 이게 취향일까? 아니 그걸 취향이라면 취향일 수 있는데, 과연 수요일 밤 11시 한 시간에 걸쳐 이들의 이 '이른바 취향'이라는 걸 볼 가치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은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종일 출연자들이 놀고 먹는 것을 그려낸다. 방송인 유병재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라고는 아침 밥 먹고, 스텝들이 바삐 일하건 말건 늘어지게 자고, 그러다 다시 저녁을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돌 잭슨 역시 마찬가지다. 일어나 운동하고, 비타민 먹고, 무료하게 홈쇼핑을 보고, 스테파니 리 역시 한가롭게 공원을 달리고, 쇼핑을 하고, 홀로 노래 부르며 즐긴다. 방송 그 어디에도 바삐 일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취향'이란 이름 하에, 2015년 대한민국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마치 대한민국이지만, 대한민국 그 어느 곳이 아닌 듯이. SNS로 촌철살인을 날리는 예리한 유병재는 <타인의 취향>에서 그저 찌질하고 매니저에게 은근히 갑질하는 연예인에 불과해 보일 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출연자들이 '놀고 먹는' 것을 보여주던 방송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뮤지와 유세윤의 작업실에 이르러, 비로소 '취향'의 맛을 비로소 보여준다. 21살 무렵 만나 음악적 동지가 된 두 사람, 자신들이 자라면서 들어왔더 음악과, 음악적 취향이 너무도 흡사하여 곧, 음악적 동지가 된 두 사람이, 모처럼 UV로 만나 작업을 해가는 모습, 남들은 그들의 음악을 '웃기는 음악'이라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재밌는' 음악이라, 재밌어서 하는 음악이라 아쉬워하는 지점에서, '취향'은 어울리는 정의를 마주한다. 



2015년 취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1999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아네스 자루이 감독의 <타인의 취향>은 결국 '취향'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의 부질없음을 다룬다. 오히려 그 '취향'이란 허상을 거둬버리고 나면 그 속에는 프렌치 코스 요리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 관계들의 군상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취향'으로 부터 시작한 영화는 그 겉치레 안에 담겨있는 인간의 본 모습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한 JTBC의 <타인의 취향>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그저 2015년을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다른 식습관, 다른 취미 생활, 그리고 결국은 다른 소비 생활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시대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다 생각했을까? 그런 '취향'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는 <타인의 취향>은 결국 또 다른 버전의 <나혼자 산다>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언제나 아류가 원조를 따를 수 없듯이, <타인의 취향>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리얼리티 밀착 카메라로 남아 버린다. 

폐지된 <연쇄 쇼핑 가족>에 이어 <타인의 취향>까지 JTBC의 예능은 2015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적 모습을 예능에 담아내려 애쓴다. 하지만, 결국 현생 인류의 소비 보고서로 시작하여, '소비'만 남았던 <연쇄 쇼핑 가족>처럼, '취향'을 담으려 했지만, '역시나 소비적 삶'만 잔뜩 담은 <타인의 취향> 역시 표면적 현생 인류의 삶을 그려내는데 집중한다면 이 또한 <연쇄 쇼핑 가족>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웃기자고 만드는 예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 동시대인들의 웃음에 대한 철학이 없는 예능은 부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11. 12. 14:49

지난 29일 대중 문화 예술상에서는 최다 천만 배우인 오달수 씨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 수상식에서 수상 후 오달수 씨는 자신이 수상이 오늘도 대학로 등 연극판에서 땀을 흘리는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감동적 수상 소감으로 자신의 감회를 대신했다. 그의 말처럼 여전히 많은 배우들이 '연기'라는 적절한 보상도 없이, 미래를 기약받지도 못한 채 연극을 비롯한 많은 연기의 장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오달수 씨처럼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뒤늦게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펼치고 여유롭게 그 후일담을 늘어놓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훈훈한 장면이 있으랴, 굳이 어떤 화려한 미사려구나, 애써 감동 코드가 없이도 그들의 존재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 테니까. 11월 4일 <라디오 스타>의 매력은 바로 이 '고진감래'의 맛이요, 그것이 바로 <라디오 스타>가 스테디 셀러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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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이지만 뉴 페이가 주는 신선한 여유 
얼마전 모 이십대 배우의 '단역 배우' 발언이 sns 상에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근 모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젊은 배우는 단역부터 시작한 자신의 과거에 대해,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운운하며 회의적인 발언을 하였고, 그에 대해 '단역' 조차도 그 누군가에겐 '감지덕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과유불급'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 '단역'에 대해 11월 4일 최병모 배우도 비슷한 언급을 한다. 자신이 단역을 맡을 때는 '어이 거기 파란 옷 아저씨' 하던 것이, 이제 비중있는 조연을 하게 되니, '비서실장님' 하며 명칭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내용으로 보면 똑같은 '단역'의 무존재감, 혹은 헐값인 대우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인데, 왜 그 중 한 사람의 발언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또 다른 사람의 발언은 '감동 코드'로 전해졌을까? 그건 바로 그 발언을 한 사람의 존재의 차이이다. 후자의 발언을 한 사람이 연극,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18년의 내공을 쌓은, 하지만 이제 막 대중들에게 '어디선가 본 경향이 없지 않아 있네'라며 18년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배우 최병모이기 때문에, 그의 '단역 대우 운운 언급이 감동스럽게 조차 다가오는 것이다.

이렇게 11월 4일 '관록의 뉴페' 특집은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뽐내는 12년차 배우 김재화가 무색하게 뮤지컬계 20년 내공의 한류 스타, 하지만 브라운 관과 스크린에서는 이제 막 단역을 벗어난 신인 김법래, 연극무대에서 충무로까지 신스틸러를 예고하고 있는 24년차 배우 차순배, 그리고 최병모가 '신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말이 신예지, 최병모의 말대로 아직도 그의 이름보다, 그의 극중 명칭으로 불리워지는 감초 조연으로 이제 막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들은, 그 이전에 각각 연극, 뮤지컬, 영화 등에서 명칭 대신 '어이 거기'나 '파란 옷'으로 불리워 지며 '저쪽'으로 치워지는 숱한 시간을 거쳐 온 말 그대로 '관록'의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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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을 뉴페로 만드는 '<라디오 스타> 발군의 기획 
그리고 <라디오 스타>는 이제 막 신예가 되어 대중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들의 '관록'을 그 고생담조차 '고진감래'의 넉넉한 후일담으로 여유롭게 펼쳐낸다. 늘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기묘한 조합으로 신선한 웃음을 기획했던 <라디오 스타>는 때론 모 기획사 출신에 대한 대놓고 '자기 논에 물주기' 식의 기획으로 눈쌀을 찌푸리게도 만들지만, 4일의 방송처럼, 이제 막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뉴 페이스들을 개척해 내고, 그들의 삶에서 우러나는 유머와 페이소스로 한 시간을 충만하게 하여, 예능 본연의 맛을 충분히 우러낸다. <라디오 스타>로 부터 시작하여 각종 예능을 종횡무진하게 하는 예능 새내기의 개척점으로서 <라디오 스타>의 발군의 능력이 다시 한번 빛나는 회차이다.

그저 고등학교 시절 가출하여 DJ를 했던 이야기에서, 촬영장 에피소드, 그리고 MC 규현과의 저음 내기, 각종 동물 소리 흉내를 하는 구현 동화를 하는 그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인데, 잘 기획되고 준비된 예능의 그것보다 맛깔지게 재밌다. 그 맛깔짐은 애써 우스꽝스럽게 보이려 애쓰는 예능적 기교가 아니라, 십여년의 세월이 빚어내는 훈훈한 미소이다. 단역의 말 타는 씬 한 장면을 위해 당장 달려가 말을 배운 준비성은 자연스레 자신의 앞에 수많은 스텝을 다치지 않기 위해 말에서 뛰어내린 차순배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며, 그들의 경험 속 에피소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레 이어진다. 판소리 한 마당이 애써 준비한 무엇이 아니라, 대학입시에서 부터 시작하여 영화까지 오디션에서 자신의 무기가 되었던 그것이었기에 정겹다. 그런 관록으 시간에도 여전히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손과 목소리를 떠는 그들의 신선함이 나이가 무색하게 그들을 신인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사십 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관록'이 무색하게, 뮤지컬 계의 한류 스타임에도 스크린과 브라운 관에서 신인임을 강조하는 낮은 자세를 보이는 김법래처럼, 아저씨, 아줌마들임에도, 그 아저씨연하고, 아줌마연 하는 '관록' 대신, '뉴페'의 신선함과 여전한 그들의 열정이 <라디오 스타>를 채웠기에 가능한 재미이다. 결국, 나이는 세월이 먹는 것이 나이라, 그의 삶이 채워가는 것임을 4일의 <라디오 스타>는 다시 한번 증명한다. 

by meditator 2015. 11. 5. 14:34

<전원일기>나 <대추 나무 사랑 걸렸네>의 종영 이후 '농촌'은 tv 콘텐츠의 영역에서 한물 간 분야로 치부되는 듯했다. 그런 한물 간 '농촌'을 다시 tv로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예능의 중심으로 부상시키는데 tvn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저 산좋고 물좋은 곳에 내려온 도시민들이 하루 삼시 세끼 밥 해먹는 것만으로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삼시 세끼>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tvn에 농촌 예능이 <삼시 세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어수룩한 농촌 사람보다 더 농촌 사람 같은 양준혁, 양상국, 강레오의 농촌 행을 그린 <삼村 로망스>(2014, 12부작)가 나름 농촌 예능의 효시가 되었다. 하지만, 예능만이 아니다. 우리의 밥상을 장악한 외국 농산물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다룬 실험적 다큐 <농부가 사라졌다>(2014, 4부작) 역시 tvn이 준비한 야심찬 실험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하이킥의 김병욱 감독이 기획한 증권회사 루저들이 어느 시골 마을에서 맞닦뜨린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욕망에 뒤엉킹 도시인과 농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원스 어폰어 타임 생초리> (2011, 20부작)역시 '생초리'라는 농촌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이었다. 

그렇게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져 간 농촌을 중심으로 tvn의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이제 또 한편의 새로운 시도가 tvn의 프로그램으로 찾아든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자식들은 장성해 도시로 나가고 외로이 농촌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께 로봇이 찾아들었다. 국내 최초 로봇 예능프로그램 바로 <할매네 로봇>이다. 



연예인과 로봇, 2인 1조 콤비가 되어 어르신을 위로하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그 자구책을 로봇 산업에서 찾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실제 현실에서 활발하게 산업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로봇 산업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용 로봇에서부터 가사용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홀로 생활하기 힘든 노인들의 도우미가 되고자 한다. 심지어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로봇 강아지와 로봇 아기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초고령화 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노인 산업에서 '로봇'의 존재는 상상 밖의 영역이다. 홀로 남은 노인들의 '고독사'와 '노인 빈곤'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에, 도우미 로봇은 '언감생심'인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에도 나오듯이 아직 로봇의 기술 자체가 우리가 연상하는바 그 '로봇'처럼 주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않는 점도 현실적 제약이 된다. 

바로 그렇게 현실의 로봇이 스스로 도우미로써 작동할 수 없는 기술적 딜레마가 <할매네 로봇>에서는 예능적 관전 포인트로 작동한다.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첨단 장비 로봇,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현실에, 도우미로 사람, 즉 연예인들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할매네 로봇>에서는 이희준, 장동민, 바로가 로봇의 도우미로, 프로그램에 등장하게 된다. 



첫 회를 연 <할매네 로봇>, 제작진의 국내 최초 로봇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막상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장재임 할머니 댁을 찾아든 머슴이 로봇도, 양계순 할머니 댁의 토깽이 로봇도, 그리고 양길순 할머니 댁의 호삐도, 막상 예능의 주인공 다운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말이 할머니를 도울 로봇이지, 울퉁불퉁한 시골집에서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고, 뭐 하나 제대로 된 일을 하지도 못하는 로봇들은 그저 거추장스러운 금속 덩어리처럼만 느껴졌다. 오히려 처음 보는 로봇보다는 그래도 낯이 설어도 로봇과 함께 온 연예인들을 더 반기는 어르신들에게서, 로봇을 빙자한 연예인 농촌 방문 예능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을 소닭보듯 하는 노인들과,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는 로봇의 조합은 프로그램의 중반을 넘어서며 묘한 예능적 질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출연한 연예인과 맞춤한 듯한 2인 1조의 인간과 로봇, 그리고 어르신의 조합에서 오는 신선한 질감이다. 

예능에 첫 출연인 이희준은 느리고 또 느린, 거기에 지시어 몇 개만을 수행할 수 있는 머슴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장재임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고자 애쓴다. 고지식한 이희준이 애써 머슴이로 계란 후라이를 하려 하다 실패하고, 소금을 쏟아붓고, 어거지로 케찹을 뿌리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픈 예능적 지점을 발생시킨다. 이희준이 그렇게 곧이곧대로 애쓰는 동안, <지니어스>의 장동민은 역시나 남다른 예능감을 발휘한다. 농촌의 어르신들을 찾아간다하면 대부분 이희준처럼 어떻게라도 도와드리려는 자세와 달리, 장동민이 촛점을 맞춘 것은 홀로 계신 어르신께 손주처럼 구는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그와 함께 한 로봇에게 조차 그처럼 어리광과 응석을 장착시켜, 양계순 할머니의 경계을 대번에 허문다. 거리에 새로운 환경에 왔다는 기분에 자신이 더 신이 나서 기분을 내다 결국 첫 회에 로봇 얼굴을 뭉개버리는 대형사고를 치는 바로의 엉뚱함도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처음 로봇이 등장해도 멀뚱하니 바라보다 곧 하시던 일을 마저 하시던 어르신들은, 연예인들과 2인 1조의 고군분투를 보면, 조금씩 금속 덩어리 로봇을 마음으로 들이신다. 뭐 쓸모가 있겠냐시던, 연예인들이 어거지로 로봇의 쓸모를 증명해 보이면 헛웃음으로 대거리하시던 어르신들이, 프로그램 막판이 되면, 서로 자기 집 로봇이 더 쓸모가 있다며 자랑이 늘어지시는 모습은, 금속 덩어리도 쓸쓸한 시골 마을에선 손주보다 차라리 낫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토깽이의 일거수 일투족이 귀여워 보이고, 머슴이가 진짜 허당같아 보이기 시작한다. 금속덩어리든, 낯선 연예인이든, 그 누구 찾아드는 사람없는 시골 마을엔 그 자체가 삶의 활기가 된다. 아직은 이게 로봇 예능인지, 로봇을 빙자한 연예인 농활기인지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이 어설픈 로봇 예능의 귀추가 궁금해지긴 한다. 
by meditator 2015. 10. 22. 06:07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출연자들의 '자존감'을 향상시켜준다는 tvn의 리얼리티 쇼 <렛미인>, 하지만 그 그럴듯한 프로그램 소개에도 불구하고, 여성단체들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정도로 물의를 빚고 있다. 여성 단체들을 비롯한 다수의 네티즌들이 이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이유는 바로 '자존감 향상'을 빙자하여 성형을 당연시하며, 외모 지상주의를 공공연하게 설파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 양식 때문이다. 외모의 문제로 인해 가족 내에서, 혹은 사회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던 출연자들이 외모가 인위적으로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은 애초에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가진 시청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쌍꺼풀 수술 정도는 '수술'에 들어가지도 않고, 연예인이 아니라도 보톡스나 필러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세태에서, 렛미인 프로그램의 생존 여부와 별개로, 외모 지상주의 세태는 쉬이 변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10월 19일 방영된 <힐링 캠프> 장윤주 편은 '아름다움의 본질'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최고의 모델, 하지만 웃기게 생겨 개그우먼이 되고 싶었다던 장윤주
우리나라의 최고 모델로서 onstyle의 <도전 슈퍼 모델>을 진행하고 있는 장윤주답게 <힐링 캠프>의 시작은 그녀의 당당한 모델 워킹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33-24-34라는 신체 치수를 내걸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최고의 모델 장윤주에 대한 거침없는 찬사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당당한 자세로 앉아있는 장윤주에게 방청객은 짖궃게도 윗배가 좀 나왔다는 문자를 보냈고, 그런 문자에 대해 장윤주는 본능적으로 배를 가리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은 '배가 나온 모델'이라고, 그리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오늘도 많이 먹고 나와서 그렇다고 응수한다. 

그렇게 가장 완벽한 몸매를 자신의 대표적 상품성으로 내걸었음에도 그 세간의 잣대에 자신을 꿰어 맞추는 대신, 배가 나왔다는 것과, 힐은 무대에서만 신는다며 소박한 하얀 운동화를 신고 힐링 캠프를 찾아온 장윤주는 그 하얀 운동화처럼 소박하게, 하지만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미스 봉'으로서 그렇게 잘 될 줄 몰랐음에도 졸지에 천만 영화의 일원이 되어 버린 첫 영화 <베테랑>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겨우 6개월이 된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마는 신혼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지만, <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가장 걸맞았던 것은 이 시대 대표적 아름다운 사람이 보여준 진솔한 속내였다. 

서른이 되도록 자신이 못생겼다는 자괴감때문에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방청객 mc의 사연을 시작으로, 장윤주의 진짜 매력은 제대로 빛을 발한다. 한번도 자신이 이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던 방청객은 장윤주의 '이쁘네'라는 말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다가가 그녀를 따스하게 안아준 넉넉함에 허물어 졌다. 

안경을 쓰고 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방척객 mc를 보고 대번에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없어하는 것을 눈치 챈 장윤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못생기지 않았음을 역설한다. 오히려 그렇게 못생기지도 않은 그녀에게 '이쁘다'는 말을 한번도 해주지 않은 주변이 이상함을 지적할 뿐이다. 그런 그녀의 지적은 엄마와 함께 방청객으로 온 모델학과 학생에게도 일관된다. 못생겼다는 방청객 mc에 비해 훤칠하게 잘생긴 청년, 하지만 그런 그에게 장윤주는 그럼에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을 독려한다. 

이렇게 '자신감'을 강조한 장윤주의 '멘토링'이 설득력을 가진 것은 그 이후에 풀어놓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이다. 초등학교 때 언니랑 놀다 앞니를 뿌러뜨린 장윤주, 그 이후로 중학교 3학년때까지 앞니가 없이 지내던 그녀를 보고 친구들은 웃었고, 그런 친구들의 웃음 앞에, 장윤주는 초라해지는 대신, 차라리 좀 더 웃긴 모습으로 개그우먼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또한 그렇게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딸만 내리 본 집안의 또 한 명의 딸로서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무이라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그런 그녀였기에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서 조차 인정받는 대한민국 최고 모델이 될 수 있었음을 구구절절한 설명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그 누구도 배려해 주지 않는 시간을 거쳐 스스로 쌓아올린 자존감으로 오히려 집안의 아들 노릇을 하는 딸로, 최고의 모델로 자리 매김을 했기에 방청객 mc들의 사연에 대한 충고가 당당하고 좀 더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평범하죠.
밥도 잘 먹고요.
......
걷기를 좋아하죠.
편한 차림으로
불편한 힐은 벗고 화장은 잘 안 해요.
.........
이대로 난 좋아요.    -장윤주 I'm fine 중에서 



장윤주의 매력을 배가시킨 안정된 <힐링 캠프>의 진행 
10월 19일의 <힐링 캠프>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누군가의 자존감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유수의 성형 외과 의사의 도움이 아니라는 것을, 엄청난 시술과 뼈를 깍는 수술의 과정을 거쳐 달라진 외모가 아니라는 것을. 게스트 장윤주, 그리고 mc 김제동, 서장훈, 광희, 그리고 나머지 방청객 mc 들의 '이쁘다'는 한 마디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덕담에, 그리고 다가가 안아주는 따스함에, 오랜 시간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을 닫아 두었던 방청객의 상처는 눈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엄청난 시술과 수술이 없이도 아마 이젠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없다는 방청객에게, 문제는 당신의 얼굴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들이라 말하는 김제동의 한 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 '촌철살인'이었다. 못생긴 걸로 치자면 김제동과 자기를 앞서 갈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서장훈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방청객에게 문제였던 것은, 그리고 그녀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자존감을 잃은 사람에게 문제인 것은 그들의 외모나 현실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편이 되줄 사람들이 없어서라는 것을, <힐링 캠프>는 증명한다. 그리고 말 한 마디로 천 냥의 빚은 갚을 수 없더라도, 누군가의 자존감을 함께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렇게 방청객의 사연과 어우러져 게스트의 진솔한 속내까지 풀어내지는 시간으로, 비로소 개편된 <힐링 캠프>의 진가가 드러난다. 
by meditator 2015. 10. 2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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