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움트는 계절, 3월 <1박2일>은 뒤늦게 혹한기 특집을 방영했다. 이미 수 차례 동장군을 제대로 맞이하는 혹한기 특집을 선보였던 <1박2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혹한기 특집을 선보이기 위해, 대륙의 추위를 찾아 하얼빈을 그 장소로 선택했다. 마치 러시아 도적떼들처럼 털이 풀풀 날리는 누런 털코트를 입고 공항을 누비며 하얼빈으로 떠난 멤버들은 추운 중국 대륙의 날씨 속에 또 어떤 웃음을 선보일까 기대 반 우려 반을 하며 떠났다. 물론, 멤버들의 걱정대로 하얼빈에 도착한 그들은 한국과 격이 다른 추위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의 전통에 맞게 온몸을 드러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어디서나 1박2일은 1박2일이라는 듯이.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1박2일>은 거기까지였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이 찾아간 곳은 조린 공원, 어제의 노출이 무색하게, 그들은 그곳에서 안중근 의사의 역사를 조우한다. 




안중근 의사가 동료들과 함께 거사를 모의한 하얼빈 조린 공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곳, 그리고 5일간 지냈던 동포 김성백의 집, 이어 하얼빈 역, 그리고 144일의 수감 생활 후 사형을 당했던 뤼순 감옥까지, 1909년에서 1910년까지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1박2일>은 짚어본다. 

서른 살 청년 안중근으로 되살아 난 안중근 의사 
예능이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퀴즈도 내며 안중근 의사처럼 휘호도 써보기도 했지만, 조린 공원의 모의에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 시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멤버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신, 멤버 중 겨우 정준영보다 나이가 많았던, 다른 멤버 모두보다 어렸던 서른 살의 안중근, 우리에겐 그저 역사 책의 몇 줄로 남겨진, 박제된 위인 안중근을, 살아숨쉬는 청년 안중근으로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에 써있는 글을 통해 상상하는 역사와, 현장에서 느끼는 역사의 느낌은 다르다. 그게 바로 유적 답사의 참 맛이다. 그리고 혹한기 특집을 빙자해서 하얼빈으로 날아간 <1박2일>은 제대로 안중근 의사 유적 답사를 해낸다. 

낯선 이국 땅 그곳에서 만난 안중근 의사의 단지된 손이 새겨진 기념비에서 멤버들은 예능 이상의 감회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른 살의 청년 안중근을 느껴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PD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멤버들을 조린 공원으로 데리고 간 제작진,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하여, 사진관으로 가서 안중근을 비롯한 당시 거사를 도모했던 분들의 나이를 되짚게 만든다. 그저 막연히 역사적으로 거사를 했던 위인으로만 알았던 분이, 되짚어 보니 겨우 서른 살의 청년이었음을 깨닫게 된 멤버들은 1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청년 안중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따라가게 된 여정, 5일간 머물던 동포의 집, 그곳에서 저격을 앞둔 심정을 헤아려 보고, 그 와중에 지은 '때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이 때를 만든다'는 장부가를 통해 흔들림이 없던 안중근 의사의 신념에 새삼 감동을 한다. 그렇게 흔들림이 없던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사실은 채가구에서 먼저 준비하고 기다렸던 동지들을 대신했던 방비책이었다는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우연도 접하고, 조선 식민 지배에 대한 밀사 자격으로 하얼빈을 방문했던 이토 히로부미의 숨겨진 임무를 통해 왜 이토였는가의 역사적 이유도 살펴본다. 


또한 어쩌면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고 뻔한 역사 책의 몇 줄이 되어버린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당시 전세계의 신문을 장식한 세계사적 사건이었으며, 중국이 하얼빈 역에 특별히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물론, 안의사가 투옥되었던 뤼순 감옥, 조린 공원 등에 안의사의 생생한 기록을 고스란히 남겨둘 정도로, 그리고 하얼빈의 안의사 기념관에 단 2년만에 누적 관객수가 25만명이 될 정도로 세계사적 인물임을 <1박2일>하얼빈 특집은 밝힌다. 

그렇게 하얼빈 특집은 책 속의 몇 줄에 불과했던, 그리고 이젠 우리에겐 박제화되어가는 위인 안중근을 독립을 향해 흔들림없는 신념으로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나간 젊은이로 불러온다. 안의사의 유적지에서 소회를 밝힌 멤버들의 감상을 통해, 그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살아숨쉬는 청년의 고뇌와 신념을 역설적으로 더 짙게 짚어볼 수 있었으며, 매장 확인조차 할 수 없는 뤼순 감옥 공동 묘지에서 결국 울컥하고만 차태현의 눈물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 그리고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동주>가 시를 쓰고 싶지만, 조국의 현실 속에 시를 쓰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아 고민하는 윤동주와, 그런 윤동주를 아끼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향해 열정을 불태운 송몽규를 통해, 식민지 시대를 짊어진 젊음을 헤아려 볼 수 있게 하였듯이, 그와 시대를 다르지만, 조국을 삼킨 적의 우두머리를 저격하여 독립을 앞당기겠다는 열의 하나로 하얼빈을 향했던 청년 안중근의 행적을 되짚어 봄으로써, 1909년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을 가진 젊은이의 결단을 더욱 묵직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현실의 참회록이 된 하얼빈 특집 
더욱이 그저 딱딱한 연표로만 만났던 한일 한방을 앞둔 시기의 격동의 역사가, 안중근과 그 동지들의 거사와 그를 둘러싼 러시아, 중극, 일본 열강의 움직임을 통해 생생한 사건으로 옮겨졌다. 더욱이, 당시 하얼빈 역의 상황을 삽화와 CG를 통해 현실감있게 복원함으로써, 당연한 거사가 아닌, 일촉즉발의 선택, 그 역사적 한 수를 절묘하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짚어보겠다고 했을 때 멤버들이 우스개 소리로 서로 억지 감동이나 눈물을 보이면 안된다고 지레 설레발을 떨었지만, 막상 역사의 현장에서 멤버들이 보였던 공감과 감동, 그리고 눈물이 결코 '예능적 리액션'으로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타국의 애국지사를 위해 기념관을 만들고, 그의 유적을 고스란히 남겨두는 중국 정부의 배려에서, 굳이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위안부 할머니의 소녀상조차 자리를 보전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무엇보다 독립된 고국으로 이장을 해달라는, 그리고 동양 삼국이 서로 협력하여 평화를 이루라는 유언이 서로 중첩되어 이루어 질 수 없는 현실에서, 역사에 대한 참회는 묵직해 진다. 더욱이 대학을 가기 위한 역사 공부가 된 현실, 그게 아니라도 역사 교과서의 진실조차 왜곡을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는 현실에서, <1박2일> 하얼빈 특집은 추위의 혹한기 특집이 아니라, 여전한 현실 혹한기 속에서, 위인의 참 모습을 찾아보는 단련의 시간이 되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역사를 배우고, <1박2일>을 통해 몇 줄로 박제된 위인의 생생한 유적을 답사하는 현실, 예능이 역사 교육조차 해야 하는 현실은 예능의 새로운 지평일까, 갑갑한 현실에 대한 예능의 도전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동을 주었던 하얼빈 특집은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박제화된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귀결된다. 


by meditator 2016. 3. 21. 06:49

젊은이들의 채널이라 평가받던 tvn이 2016년을 들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니 변화는 그 이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kbs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썼던 소현경 작가의 <두번 째 스무살(2015, 10월 종영)>의 주인공은 마흔 살에 대학 새내기가 된 하노라(최지우 분)였다. <시그널>의 김혜수, 그리고 전도연, 고현정 등 중년 여배우들의 작품이 차례로 작품화될 예정이다. <시그널>의 후속작 <기억>은 중년 가장의 이야기를 다룰 참이다. <응답하라 1988>에 가장 열광했던 세대는 바로 1988년을 살아낸 이제는 중년에 접어든 세대이다. 드라마 만이 아니다. <<어쩌다 어른>처럼 중년을 위로하는 토크쇼도 있다. 그래서일까? 막장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중년층이 이젠 아예 채널을 tvn에 고정시켜 놓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하지만 중년층으로 시청층을 넓힌 tvn의 야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6년 들어 선보인 두 편의 예능, <예림이네 만물 트럽>과 <우리 할매>는 100세 시대의 노년층까지 끌어안으려는 포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조손의 가족적 공감대를 살려낸 <우리 할매>
2월 19일 종영한 2부작 <우리 할매>는 손주, 손녀 세대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함께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연예인인 3명의 손녀, 손주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그분들의 '버킷 리스트'를 해결해 드리는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소원해져 가는 가족의 의미를 확인시켜주는 시간이 되었다. 

조손이 함께 하는 뻔한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었던 <우리 할매>는 제작진이 선정한 연예인 3명의 가족 관계로 인해 특별한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이 되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박나래는 늘 박나래와 그녀의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부모님, 친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끈끈한 가족의 유대를 확인한다, 그저 무대에 서서 갖은 수를 다해서 웃겨야 하는 개그맨이지만,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보듬어 주는 가족의 존재가, 웃긴 박나래를 다시보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이이경도 마찬가지다. 그저 조금 눈에 띄는 배우였던 그지만, 그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만나 지내는 시간,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저 흘러가는 한 사람의 연예인이 아니라,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의 길을 가고자 애쓰는, 하지만 여전히 한 가족의 소중한 일원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 할매>의 수혜자는 이태임이다. 작년 한 해 구설수로 인해 활동을 하지 못했던 이태임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한 일본 여행을 통해, 구설수의 여자 연예인의 고충을 이해받을 수 있었고, 그저 소모되지 않아야 할 한 가족의 소중한 큰딸이자 손녀임을 확인받게 되었다. 

연예인인 손녀, 손주는 그들대로,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그 세대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내공은 <우리 할매>의 강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노인 세대를 아우르는 tvn 예능의 내공은 그저 하루 아침에 이루언 진 것은 아니다. <우리 할매>의 뒤를 이어, <예림이네 만물 트럭>이 정규 편성됐지만, 그 이전에도 노인 세대를 겨낭한 예능은 꾸준히 만들어 졌었다. 생뚱맞게 로봇 손주를 들이댔던 <할매네 로봇>이나, 회춘 느와르 <꽃할배 수사대>, 그리고 무엇보다, 꽃할배란 말의 원조가 된 <꽃보다 할배>등 노년 층이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활동하거나 대상이 된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시도되었다. 

외로운 오지 노인들을 위로하는 <예림이네 만물 트럭>
그리고 2016년, 또 한 편의 노인 예능이 등장한다. 바로 이경규와, 그의 딸 예림이를 내세운 <예림이네 만물 트럭>이다.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이미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이경규와 그의 딸 예림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아빠와 딸들이 이후 다른 작품들을 통해 '금수저'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지만, <예림이네 만물 트럭>은 역시나 연예인인 아버지와 함께 한 딸의 프로그램임에도 그 논란을 비껴선다. 그 이유는 첫 회 이경규가 말하다시피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 밖에 모르는 예림이가 아버지와 함께 전국 오지의 마을을 돌며 노인들에게 물건을 팔러 다닌다는 취지가 그 논란을 비껴서게 만든다,

논란이 무색하게 프로그램이 없어 딸과 함께 만물 트럭이라도 몰아야 겠다는 예능 대부 이경규의 엄살에, 없는 물건 없이 온갖 물건을 주렁주렁 매달아 백미러 조차 보이지 않는 '만물 트럭'의 웃픈 존재와, 그 트럭이 종횡무진해야 할 오지의 마을들은 재미를 떠나, '리얼리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기에 예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여하기 시작하는 건 역시 예능 대부 이경규다. 첫 회 낯선 만물 트럭을 직접 몰며 솔선수범하던 이경규는 이제 회를 거듭하며, 예능 초짜 유재환을 때로는 신참으로 부려 먹으며, 때로는 딸의 가상 연인감으로 견제하며 어느 틈에 그를 이경규와 예림이 사이에 떠억하니 앉혀준다.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 이후 <방시팝>이나, <위키드> 등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유재환은 예능 대부 이경규 앞에서 한없이 '죄송합니다'를 연발해야 하고, 견제 당하는 존재로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 호의적 이미지로 거듭난다. 

그건 예림이도 마찬가지다. <아빠를 부탁해>에서 그저 아빠와 서먹서먹하기만 했던 딸 예림이는 <만물 트럭>을 통해 여전히 아빠만큼 무뚝뚝하지만, 어설픈 운전 실력도 자신감을 앞세우듯이, 당차고 의연한 면모로 '만물 트럭'의 일원으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림이네 만물트럭>이 전국 방방곡곡 오지를 도는 예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예능 대부 이경규의 존재감이다. 그저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어떤 곳을 가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를 반기는 존재감과,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세배'에서 '시멘트 미장'까지 마다하지 않는 솔선수범이, '만물트럭'을 '만물트럭'답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이 만물 트럭 예능의 가장 기본적인 슬픈 전제는, 물건은 둘째치고 하루 종일 있어봐야 외부인은 찾아보기 힘든 오지 마을에 누군가 찾아와서 반갑다는 그 외로움이다. 그리고  3월 2일 방영분에서 보여지듯, 어느 곳 어디에서든 그분들의 입을 통해 조우하게 되는 우리의 현대사의 여정도 만만치 않다. 방방곡곡 구비구비에서 기다리는 그분들의 쓸쓸함과, 반가움, 그리고 삶의 역사가 진짜 <예림이네 만물 트럭>의 자산이다. 

tv라는 매체를 통해 늘 우리와 함께 울고 웃었던 노인 배우들이 쉽사리 해볼 수 없었던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여행을 도모하는가 하는 것에서부터, 오지 마을 노인들을 찾아가 함께 하며 그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잠깐이나마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예림이네 만물 트럭>은 100 세시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잡아낸 예능이다. 이미 이경규네 만물 트럭을 알아보는 노인들이 있듯이, tvn의 발빠른 포석이 이제 중년층을 사로잡은 그들의 성공 사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by meditator 2016. 3. 3. 14:42

어린이 노래 자랑의 전통은 깊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인 1954년 라디오 방송국인 서울 방송국(HLKA)에서 <누가누라 잘하나>가 시작되었다. 1962년까지 300회를 넘은 이 프로그램은 이후 TV 방송국이 개국하면서 TV로 자리를 옮겨 1982년 200회를 넘기며 방영되었다. 이후 <모이자 노래하자> . <열려라 동요 세상> 등의 이름으로 시대에 따라 부침을 겪던 이 프로그램은 2005년 원래의 경연 방식을 되찾고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 4시반 KBS2 TV 통해 방영된다. 


KBS에 <누가누가 잘하나>가 있었다면, MBC에는 <창작 동요제>가 있다. '노을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압은 가을 들판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이 시적인 가사를 탄생시킨, '노을' 뿐만 아니라, '새싹들이다', '아빠 힘내세요' 등 제목만 들어도 노래가 떠올리는 아름다운 동요를 탄생시킨 프로그램이다. MBC 창작동요제를 통해 1회부터 28회까지 본선에 진출한 곡은 총 402곡이고, 이중 20여곡이 초, 중등 교과서에 실릴 만큼 <MBC창작 동요제>의 성과는 혁혁하다. 



어린이 노래 자랑과 창작 동요제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위키드 
그러나 아쉽게도 한 프로그램의 대상곡이던 '노을'이 전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MBC 창작 동요제>는 '아이돌'로 대변되는 화려한 음악 산업의 현실에서 더는 버텨내지 못한 채 2010년 결국 종영되고 말았다. 아니 <누가누가 잘하나>는 역사와 전통을 지켜내며 여전히 방영되지만 이 프로그램이 '생존'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신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란한 춤사위와 화려한 비트의 아이돌 음악을 소비한다. 그런 가운데,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내공을 쌓은 M.NET과 TVN이 2016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2월 18일 첫 선을 보였다. 바로 '아이들에겐 최고의 동요를, 어른들에겐 추억과 순수함을 선사하겠다는 꿈의 동요 공장' <위키드>가 바로 그것이다. 

첫 선을 보인 <위키드>는 성공적이었다. 에니메이션 <포카혼타스>OST '바람의 빛깔'을 부른 제주 소년 오연준의 청아한 목소리는 회자가 되었고, '리틀 효녀' 최명빈은 수식어답게 관객과 심사위원단은 물론 시청자의 눈물을 흘러내기게 만들고야 만 사연으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첫 회의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신개념 창작동요 대전 <위키드>는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방영 시간이다. 어린이와 어른들을 모두 타깃으로 삼는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은 밤 목요일 밤 9시 40분이다. 이제는 밤 9시가 되면 TV에서 어린이 여러분 이제는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라는 유치한 언급을 하는 시대가 지났다지만, 대부분 밤 10시 이후의 프로그램들이 초등학생들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전제로 하여, 15세 이상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들인 걸 전제로 했을 때, 밤 9시 40분에 방영되는 <위키드>가 과연 어린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띠는가 의심해 볼 수 밖에 없다. 

즉 내세운 것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지만, 정작 아이들을 소비하는 어른들의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그리고 그런 의심은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게 아이들의 프로그램일까? 아이들을 소비하는 프로그램일까?
창작 동요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라는데, 프로그램 어디에도 '창작 동요'를 위해 준비된 사람들은 없다. 심사위원단에서 노래를 잘 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중 음악의 대표 주자 윤일상에, 힙합의 대부 타이거JK, 거기에 최근 예능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는 유재환에, 유연석, 박보영, 이광수, 바로 등의 연예인들이다. 

제작진은 윤일상 작곡가의 입을 빌려 최근 어린이들이 동요를 즐기지 않는 이유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가사와 멜로디'가 만들어 지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 해결책으로 내세운 것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대중 음악 작곡가라고 생각했는지, 프로그램 그 어느 곳에서도 '동요'를 전문으로 하는 분야의 사람들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위키드>가 생각하는 바 2016년판 '마법의 성'은 노래를 잘 하는 아이들과, 성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뭉쳐 최신의 트렌드를 방영하는 음악이라는 것인지. 



출연자의 문제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다. 청아한 목소리로 화제가 된 첫 출연자 오연준, 하지만 아름다운 노래에도 불구하고 오연준 어린이는 불안해 보였다. 과도한 연습으로 인해 '성대 결절'이 온 것이다. 그의 노래는 회자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겨우 이제 초등학생인 아이가 성대 결절이 올 정도로 노래 연습을 해야 한다는 '혹사'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저 <슈스케>의 그때처럼 노래 잘하는 연준이가 <위키드>의 일정을 소화해 낼 지가 걱정될 뿐이다. 

최명빈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함께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사는 큰딸 명빈이, 여덟살이 불과한 나이에 명빈이는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고,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돕기 위해 홈쇼핑 모델에 나선다. 명빈이의 소원은 얼른 돈을 벌어 엄마와 넓은 집에서 편하게 사는 것이다. 이런 명빈이의 소원은 모든 이를 울렸다. 하지만 이게 한번 울어주고 말 일인가?

만약에 명빈이와 엄마가 우리 나라가 아니라, 영국 쯤 된다면, 명빈이 엄마는 명빈이와 동생들을 위해 나라에서 제공되는 육아 보조금으로 너끈히 생활을 꾸릴 수 있다. 어린 명빈이가 가정 생계를 돕기 위해 홈쇼핑 모델을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명빈이의 사연을 보고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보장되지 않는 홑부모 가정의 생계에 대한 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 나오지 않고 방치된 아이들만큼 홑부모와 함께 힘겨운 생존의 고통을 견뎌내는 동심에 대해 함께 반성하고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키드>는, 그리고 그것을 그저 감명깊은 음악 방송으로 소비하는 시청자들은, 그런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 대신, 그저 노래 잘 하는 또 하나의 색다른 콘텐츠로 어린 아이들을 소비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그걸 잔뜩 조장하여, 아이의 노래를 들려주기 전에, 한껏 감정을 부추길, 아이의 사연을 들려주고, 그 사연에 걸맞는 노래를 선정하여, 시청자와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그리고 시청자와 관객은 언뜻보면 아이의 사연에 감동을 받고 슬퍼하는 것 같지만, <슈스케>의 사연많은 시청자를 소비하듯, 그렇게 눈물어린 눈으로 방송에 등장하는 아이의 사연과 그 아이의 노래를 점수 매길 뿐이다. 

by meditator 2016. 2. 19. 16:44
청춘에게 꿈이란 단어가 점점 사치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이든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란 단어를 듣고 혀를 차지만, 그네들에겐 어쩌면 그저 그들의 현실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단어일 뿐일 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쉬이 그들의 빠른 현실 침잠과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저항의 포기, 혹은 저항의 무력화에 대해 아쉬워하지만, 머리에 피가 마르기도 전에, '경쟁'과 '생존'을 학습한 세대에게 어른들의 '집단적 저항정신' 운운은 낯선 이국의 문물처럼 다가올지도 모르는 시절이다. 하지만, 우리의 tv는 어떤가, 여전히 젊음을 칭송하고, 그들의 젊음의 열정과 꿈을 부추긴다. tv 속 청춘은 여전히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한다. 하지만, 그 꿈과 열정을 제 아무리 포장한다 한들, 현실은 쉬이 가려지지 않는다. 


2015년 10월 24일 장장 5개월의 여정을 달려온 청춘 fc의 마지막 경기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축구를 포기했던 청춘들의 좌절된 열정을 다시 한번 불사르려했던 청춘 fc 프로그램도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은 포기했던 그들의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켰고, 포기했던 그라운드에 그들을 되돌아오게 되었지만 마지막 회를 앞둔 프로그램에서 그 이상 그들에게 기약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 중 그 누구에게도 구체적 기회는 불투명했고, 회자되었던 프로팀도 유야무야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러, 2016년 설 연휴가 있던 주 금요일, 2월 12일 밤 10시 50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던 그 청춘의 열기에 대한 후일담을,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 연장전>이 전한다. 


'일장춘몽'이었을까, 청춘 fc의 5개월
연장전으로 돌아온 프로그램은 지난 5개월간 청춘 fc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선수들의 동정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저마다의 현실에 부딪혀 '축구'라는 꿈을 포기했던 청춘들, 그들은 어렵사리 다시 용기를 내어 청춘 fc라는 계기를 통해 접었던 꿈을 끄집어 내었고,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지만 다시 꺼내든 그들의 열정은 쉬이 가라앉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방송 출연'이라는 깜짝성 이벤트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나름 이십여 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밀어부쳐왔던 자신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축구'만 바라보고 살았던 청춘들이 현실에 부딛쳐 그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을 포기하고 현실에 걸터앉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 '꿈'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웠던 <청춘 fc 헝그리일레븐>, 종영 후 3개월이 지난 그들의 모습은 처음 '청춘 fc'를 만들겠다며 그들을 찾아가던 그때와 그리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청춘 fc를 통해 다시 한번 '꿈'에 부풀었지만, 그들의 꿈을 맞이해줄 현실은 여전히 냉랭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청춘 fc 중 기대를 안았던 누군가는 전지 훈련 중 부상으로, 또 누군가는 부상이 없어도 현실 프로 구단의 벽은 높았다. 겨우 구해서 간 외국 아마추어 팀조차도 여의치 않다. 심지어 서류 심사조차 넘기 힘들다. 한 시간 남짓 각각의 동정을 따라간프로그램은, 안타깝게도 그 누구의 흔쾌한 성공담도 전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청춘 fc의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빨리 다른 길을 찾은 팀원들이 현명해 보일만큼. 

감독 안정환은, 프로팀을 운운하며 청춘 fc의 목표를 물어본 제작진에게 애초에 '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무리였었던 수준이었음을, 그만큼 한 것도 '기적'이라며, 어쩌면 애초에 청춘 fc라며 이들에게 부추긴 '꿈'자체가 무모했을 수도 있음을 언급한다. 그리고 현실의 벽에 부딪쳐 어깨를 옹송그린 채 다시 모여든 팀원들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청춘 fc 5개월의 꿈에서 얼른 깨어나기를 부탁하며, 지난 시간의 경험이라면,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해도 잘 할 수 있을것이라 지극히 원론적인 덕담을 전한다,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은 2015년판 다규 외인구단이었다. 현실에서 외면받은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채 정규 리그의 바깥에서 방송의 힘을 빌어 다시 한번 꿈을 키웠던 시간, 하지만 만화로, 혹은 영화로 1980년대의 극적인 성공 신화를 썼던 <공포의 외인구단>과 달리, 2016년 현실에서 외인구단으로 현실에 비집고 들어가려 했던 청춘 fc가 맞이한 현실은 냉랭하다. 시즌2를 묻는 제작진의 질문을 단칼에 잘라버린 안정환처럼, 청춘들의 꿈을 현실로 이어가고자 프로 구단 전용을 타진했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뿔뿔이 흩어진 채 ''꿈'에 도전한 선수들은 실력과 인맥과 경험이라는 현실의 벽에 주저앉고 만다.  


97분의 11, 무모한 도전 프로듀스101
그렇게 연장전을 통해 결국은 '꿈'을 이루기 보다, 다시 한번 좌절을 겪는 청춘들을 다룬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 연장전>이 방영되는 그 시간 또 다른 청춘들의 도전이 한참이다. 바로 m.net이 새해 야심차게 선보인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방송은 101명의 소녀들로 시작된 m.net의 걸그룹 선발 프로젝트이다. 방송 전, 혹은 방송 초기 101명 중 단 11명만을 선출하는 가혹한 방식, 그리고 101명의 개별 경쟁을 통해 a에서부터 f까지 차등을 나누는 혹독한 구별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미 일본에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선출된 ak48등이 회자되며 콘텐츠의 독창성이 문제시 되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듀스 101>은 비판이 무색하게, m.net제작진이 원하던 바대로 열렬한 팬심을 구축해 간다. 1위에서 부터 꼴찌가지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온라인 투표제는 이미 등급을 나누던 그 시기부터 시작해, 매회 노이즈 마케팅을 톡톡히 벌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의 외면 속에 조촐히 사라지게 생긴 <슈퍼스타 K>대신하여 m.net의 뉴트렌드로 자리잡을 기세다. 이미 출연한 그 누군가의 이름은 익숙하게 회자되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성장 서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열렬한 호응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사람들은 안다. 카메라가 주로 정해진 몇 명, 혹은 몇 십명의 범위만을 왔다갔다 하고, 심지어 한 회에 한번도 얼굴이 비치지 않은 멤버조차 있다는 것을. 또한 대부분 인기를 끄는 멤버들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들이라는 것을. 심지어, 실력파 걸그룹을 뽑는다 하지만, 대중들의 선호도가 얼굴과 몸매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결국 대다수가 떨어지고 11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열 한 명 조차 <슈퍼스타 k>의 전철을 보건대 한 두 명도 기억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쩌면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 연장전>과 <프로듀스 101>이 보여주는 가혹한 현실의 단면은 오늘날 가혹한 꿈의 댓가를 치루는 청춘 현실의 자화상일 지도 모른다. 꿈꾸는 자가 감수해야 할 현실적 댓가말이다. 청춘 fc의 청춘들은 어쩌면 애초에 꿈꿀 자격조차 미흡한 함량 미달의 청춘들이었을 지도 모르고, 아이돌의 범람 세계에서 한번이라도 카메라 앞에 노출될 기회를 가지는 자체가 감지덕지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문송합니다'의 세상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기간제', 혹은 '알바'가 익숙한 현실 청춘의 또 다른 만화경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안정환 감독의 충고처럼, 카메라가 꺼지면 빨리 그 tv 속 현실에게 깨어나서, 냉정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처세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전하는 그 누구 한 사람도 이렇다할 자랑거리가 없는, 심지어 서류 심사에서조차 미끄러지고 마는 청춘 fc연장전의 멤버들이 그냥 설 연휴 끄트머리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접어지지 않듯, <프로듀스 101>에서 냉혹한 심사위원들 앞에서, 그리고 가혹한 시청자 투표 앞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또 다른 청춘들을 그저 그러려니 하며 보아 넘기는 게 쉽지 않다. tv는 청춘들의 도전과 꿈을 말하지만, 보여지는 건 그들의 좌절과 낭패, 그리고 안간힘이다. 그들의 젊음을, 꿈을 볼모로 삼아 잠시나마 시청자의 눈과 귀를 빼앗는 프로그램이, <동물의 세계> 속 약육강식의 현장보다 잔인하다. 




by meditator 2016. 2. 14. 18:00

2015년부터 명절 특집 예능은 그저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다음 시즌 예능을 선점하고자 하는 각 방송사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래서 각 방송사들은 기존의 뻔하디 뻔했던 예능 대신,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 잡아 '고정'이 될 수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의 '파일럿'들을 즐비하게 선보인다. 그리고 2016년 설에도 변함없이, 그 결과에 따라 방송사 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2015년을 강타한 예능의 트렌드가 '먹방'이었고, 해가 바뀌어도 '<나는 가수다>에서 <복면 가왕> 식으로 컨셉만 바뀌어 가며 스테디 셀러가 된 '음악 서바이벌 예능'이듯이, 설 연휴에도 변함없이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이 콘텐츠를 답습했다. mbc는 <이경규의 요리 원정대>로 쉐프의 열풍을 이어가고자 했고, 그에 대해 sbs는 <먹스타 총출동>을 통해 '먹방'의 끝장판을 제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역시 시선을 끈 것은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kbs2의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이 조용히 지나간데 비해, sbs의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와 mbc의 <듀엣 가요제>의 출연 인물들은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렸다. 물론 먹고, 노래하는 프로그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제는 설날 씨름대회처럼 찾아오는 mbc의 <아이돌 육상 씨름 풋살 양궁 대회>가 올해도 변함없이 등장했고, 이에 대적하기 위해 sbs가 선보인 새로운 콘텐츠는 <머슬퀸 프로젝트>였다.



'나'를 돌아보는 새로운 트렌드의 예능
이렇게 떠들썩한 명절 잔치 분위기 속에서 신선한, 그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예능 몇 편이 선보였다. 바로 mbc의 <미래 일기>, sbs의 <나를 찾아줘>, 그리고 kbs2의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이 그것이다. 

mbc의 <미래 일기>에는 '시간 여행자'가 된 연예인이 등장한다. 미래의 어느 날 하루를 정하여 살아보는 예능판 '타임 워프'를 내세운다. 그런데 드라마 등에서는 '환타지'의 실현이 되었던 '타임 워프'가 '예능'이 되자 전혀 다른 질감을 드러낸다. 여든이 된 안정환, 결혼 사십주년이 된 강성연, 김가온, 엄마의 나이가 된 제시와 그 세월만큼 나이를 먹은 제시의 엄마는, 잠시지만, '나이듬'의 소회를 때론 웃프게,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반추의 시간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이 되었을 경우,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과 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지를 모르겠지만, 7.8%(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에서 보여지듯 설날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물론, 그 '의미'에서도 남다른 평가를 얻은 건 사실이다. 



그에 반해, sbs가 2부작으로 선보인 <나를 찾아줘>의 첫 술은 배가 부르기는 커녕, 먹던 밥숟가락도 뺏길 기세다. 부부,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을 내세운 이 프로그램을 그를 위해 가상의 상대방을 내세워, 진짜 자신의 지인을 찾도록 하는 '게임쇼'의 성격을 띠었다. 1회, 정인 조정치 부부, 2회 홍석천 부자를 출연시킨 <나를 찾아줘>가 각각 2.5%, 4.3%(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에서 보여지듯, 프로그램의 만듬새에 따라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첫 회 정인 조정치 부부를 내세웠지만, 부부의 스킨쉽으로 '똥침' 등의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는 방식 등은 이 프로그램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반면, 2회 나이든 아들은 몰랐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실감나는 대역 연기자를 통해 구현해내는 방식은 이 프로그램이 포기되기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가 정규 편성이 되기 위해서는 출연자의 섭외에서 부터, 패널의 선택, 그리고 대역 출연자의 적절한 선택까지 좀 더 가다듬을 여지를 많이 남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쇼의 성격을 띠면서도, 이를 통해 친하지만, 사실을 몰랐던 지인의 이면을 알아가는 '소통'을 내세운 기획 의도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2월 10일 밤 11시 10분에 1회를 선보인 2부작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은 앞의 두 드라마와 달리 드라마의 형식을 띤다. 하지만, 캐스터의 김성주, 해설에 정성호, 거기에 저승사자를 대신한 죽음의 심판진 네 명이 등장하는데서 보여지듯, 그 예전 <테마 게임>과 같은 드라마타이즈 예능이다. 
극중 주인공은 어느날 뜻하지 않게 죽음의 선고를 받고, 축구 경기의 '로스타임'처럼 마지막 추가 시간을 얻는다. 첫 회 주인공으로 등장한 달수(봉태규 분)는 떡을 먹다 죽게 되지만, 그에게 주어진 로스타임 12년으로 히키코모리에서 보람된 삶을 산 물리 치료사로 거듭나게 된다. 드라마는 이렇게 죽음 앞에서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을 중계와 심판진이라는 조미료를 끼얹어 흥미를 배가시키고, 12분, 12시간, 12개월, 12시간이라는 늘어나는 로스타임의 점층법을 통해, 마치 게임을 보듯 드라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실제 내용은 <드라마 스페셜>의 한 꼭지같은 것이지만, 그 진행이 달라짐으로써 시청자를 흡인시킨다. 



'타임워프', 게임쇼, 드라마타이즈 예능처럼 서로의 형식은 다르지만, <미래일기>, <나를 찾아줘>,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은 공교롭게도 시끌벅적한 명절 예능 가운데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기회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하루 아침에 몇 십년을 건너뛴 자신과 지인의 모습에서, 그리고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의 아내와,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죽음 앞에 주어진 뜻밖의 시간 속에서, 출연자들의 당혹스러움, 슬픔, 반성, 감동의 과정 속에서, 시청자들도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이 정규가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먹고 노래하고 떠들썩한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번쩍이는 불야성의 거리만이 고달픈 하루 일과를 달래주지 않듯, 먹고 떠드는 것만으로 여전히 허한 시청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예능이 등장하기를 바래본다. 

by meditator 2016. 2. 11. 14:32
설 연휴, 각 방송사들은 저마다 상반기 예능전쟁에서 선점하기 위해 고심의 흔적을 쌓은 예능 파일럿을 선보였다. 하지만, 2월 9일 하루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안정환이라는 한 사람이었다. 2월 8일 8시 30분 mbc에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미래 일기>를 통해 여든 살의 노인으로 '미래 여행'을 다녀온 안정환은 그 프로그램이 미처 끝마치기도 전에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자리를 비운 정형돈을 대신한 예능 '노망주'로의 모습을 선보였다. 하루에 두 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요한 비중으로 자리를 한다는 건, 이건 웬만한 예능인이 아니고서는 주어지지 않는 역할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자리가 전문 예능인도 아닌, 안정환에게 주어졌다. 그런가 하면,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 한 자리를 떠억하니 차지하고 앉아 김구라의 다그침에 '예능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만 서장훈의 '포스트 김구라'식의 은근한 행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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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그 인간적 매력으로 대세가 되다. 
2월 8일 첫 선을 보인 <미래 일기>는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또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연예인들이 몇 십년 후의 미래로 여행을 떠난다는 프로그램의 사전 설명은 막연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런 <미래 일기>보다는 요즘 대세의 아이돌 하니나 트와이스의 유정연, 그리고 이미 <안녕하세요> 등에서 화제가 되었던 유민상 등이 출연한다는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연 두 프로그램, 제 아무리 대세 걸그룹이 민낯을 보여주는 등 털털한 모습으로 어필해도, 여든 삶의 분장을 한 소회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위트'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 안정환의 매력엔 역부족이었다. 

제 아무리 대세 걸그룹이 와도, 사연많은 개그맨이라도 그저 분장만으로 모녀와 부부의 상봉을 눈물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시간'의 절묘함을 잡아 챈 <미래 일기>의 기획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눈물로 흐드러져 버릴 프로그램에서 여든의 독거 노인으로 돌아온 안정환은 나이듬의 쓸쓸한 소회와 고독을 충분히 피력하면서도, 결코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넉넉한 인간적 매력으로, <미래 일기>라는 프로그램의 예능적 성격을 한껏 살려냈다. 홀로 지하철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한 축구장에서도 안정환은 때론 그 자리에 없는 박지성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그 누구를 붙여놔도 여유롭게 상황을 만들어 가는 여유로운 리액션으로 그 어떤 예능인보다도 충분한 재미를 보여주었다. 

그러던 그가, <미래 일기>가 끝나기 기도 전에 <냉장고를 부탁해>의 mc로 등장한다. 낯부끄러운 망토를 뒤집어 쓰고 '예능 노망주'라는 수식어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오래 호흡을 맞춰왔던 <냉장고를 부탁해>의 팀웍 안에 자리 포지션을 꿰어차버린다. 이전 객원 mc들이 김성주와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유려한 진행을 해내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반면, 안정환은 시간에 쫓기는 홍석천을 놀림으로써 오히려 그에게 예능적 여유를 부여하고, 김성주의 부탁성 멘트 조차 피곤해 하며 제칠 정도로, 자신만의 분위기로 판을 장악함으로써, 정형돈이 했던 바 독자적인 흐름을 안정환식으로 재해석하여 고정의 자리를 꿰어차버렸다. 

예능인으로서 안정환의 매력은, 예능이라는 방점을 띄어낼 때 오히려 빛을 낸다. 그에 앞서 예능 유망주로 선을 보였던 송종국이 방송이라는 프레임에 자신을 맞추고자 애쓴 반면, 축구 해설에서 보여준 그의 '막말'해설에서 부터 드러난, 솔직하면서도 여유로운 인간적 매력이 예능인 안정환을 규정한다. 그래서 예능에서 첫 선을 보인 <정글의 법칙>에서 아직 몸이 덜 풀린 그가 그저 거친 가부장적 남자로서의 모습만 보였다면, 몇 번의 예능을 경험하면서 그 거친 모습 속에 숨겨진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는 여유를 지니게 된 것이다. <가이드>를 통해 아줌마들 군단을 어르고 달래며 네덜란드 여행도 거뜬히 해내고, 버려진 축구 유망주를 길어 올려 다시금 꿈을 꾸게 만들었던 <청춘 fc헝그리 일레븐>에서는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예능인으로서의 안정환보다는, 인간 안정환이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던 그의 인간적 매력은 한국 축구 경기 홍보를 목적으로 했다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대중적 확인을 얻고, 설날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세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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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분석적인 좌뇌로 예능에 한 자리를 차지하다. 
이렇게 안정환이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내세워 예능 유망주로 거듭나고 있는 반면, 그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선수 출신인 서장훈의 행보는 안정환과 극에 서있다. '국보 센터'였던 그는 예능에서 전혀 몸을 쓰지 않는다. 그가 예능에서 자신의 주무기로 등장한 것은 오로지 그의 세치 혀, 그중에서도 '좌뇌'의 지령을 받은 이성적인 입놀림이다. 김구라의 지인으로 적극적 추천을 받아 예능에 등장한 그는 '김구라'를 벤치 마킹이라도 한 듯, 그의 방식을 이어받는다. 

<힐링 캠프>는 이경규를 대신해 독한 멘트를 담당하는가 하면, <썰전>2부에서는 김구라와 설왕설래를 벌이며, 시사 경제 분석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예능 포지션에 바탕이 되는 것은 일찌기 농구 선수 시절부터 독서를 바탕으로 한 그의 지식이적 풍모이다. 2월 7일 <아는 형님> 상식 퀴즈에서 연승행진에서 보듯, 그의 언급들은 그저 웃기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살아온 경험, 혹은 그가 지녀온 지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예능에서는 드문 캐릭터이다. 아마도 언젠가 김구라를 대신해 <썰전>을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면 서장훈이라면 가능할 정도로. 
 
처음 김구라와 함께 <사남일녀>를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하는가 싶더니, <썰전>에서 시사경제 분석자로 한 자리를 꿰어차고, 리얼버라이어티 <아는 형님>에서도 웬만하면 몸을 쓰는 대신, 한 마디의 촌절살인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려 애쓴다. 덕분에, 그의 때로는 독한 멘트로 인해 예능에서의 호불호가 갈리고, 그 지분이 쉽게 늘어가지는 않지만, 김구라 이후에 쉽게 드러나지 않은 김구라의 대체재로서 그의 영역은 분명해 지고 있다. 

by meditator 2016. 2. 9. 18:17

1월 9일 방영되었던 <무한 도전> 예능 총회, 새해를 맞이하여 이른바 예능계의 대부 이경규에서 부터, 막내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까지, 예능계의 인물들이 나름 총망라된, 말 그대로의 총회였다. 그 자리에는 2015년 mbc 연예 대상에 빛나는 김구라에서 부터, 2015년 예능계에 첫 발을 디딘 서장훈까지, 신구 예능인이 함께 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2015년에도 여전하 대세, 혹은 대세의 가능성을 가진 예능인들이 모인 자리에 여성은 jtbc <님과 함께>를 통해 대중적 호응을 얻은 김숙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홍일점이 무색하게, 이날 김숙의 활약은, 그녀와 함께 예능적 화제가 된 윤정수와 커플로써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님과 함께>의 가모장 김숙이 여전히 예능적으로 감이 둔한 윤정수를 어르고 달래는 것이 그녀가 한 대부분의 일이었다. 이경규가 예능의 대부로 여전한 예능감을 뽐내고, 김구라라 노회하게 예능계를 점칠 때, 김숙은 여전히 쇼윈도우 커플의 아내로써 그 역할을 부여받았다. 




송구영신, 여성 개그맨에게 2016년 새로운 기회가 
이날 <무한 도전>에서 김숙은 2015년이 여성 예능인으로서 힘든 한 해였음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유재석과 동년배인 송은이가 나이 마흔 셋에 '적성 검사'를 할 정도로. 우스개 소리였지만, 적성 검사에서 사무직이 나온 송은이는 뒤늦게 '엑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한 해 동안 많은 개그맨들이 방송이라는 수면 위로 뜨고 지지만, 최근 몇 년간 여성 개그 우먼들에게는 유독 가혹한 시절이었다. 방송가의 대부분 뜨는 예능 프로그램은 남성 집단 체제로 전환되어져 가면서, 여성들의 입지가 적어져 갔고, 심지어 그나마 남은 자리도 개그우먼이 아닌, <런닝맨>의 송지효처럼 비 개그 우먼인 여성이 차지하기가 십상이었다. 그나마 버티고 있었던<해피 투게더>의 신봉선, 박미선도 결국 개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여성 개그우먼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2013년 특별편에서 호응을 얻고 2014년에 정규로 편성된 <인간의 조건-여성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개그우먼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미션의 제한이 가진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이런 프로그램 특유의 호흡을 결국 개그 우먼에게 맡기지 못한 채, 비 개그우먼 여성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출연자의 호흡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미션도 뻔해지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 이전에도 시즌 3까지 이어진 <무한 도전>의 여성판 <무한 걸스>도 있었다. 이렇게 여성판으로 이어진 <인간의 조건>, <무한 걸스>는 하지만 언제나 소재 고갈과 캐릭터의 소진으로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했다. 

<웃찾사>나, <개그 콘서트>, 혹은 <코미디 빅리그>에서 이국주, 홍윤화, 장도연, 박나래등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개그 프로그램 이외에서 그녀들의 활약은 그다지 용이하지 못했다. <라디오 스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장도연이 그 기세로 <썰전>2부에 참여했지만, 시사 경제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아직도 그녀에겐 역부족인 듯 보이듯, 그녀들의 활약은 단발성을 넘기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2015년 10월 김숙이 윤정수와 함께 <님과 함께>에 첫 선을 보였다. 김숙과 윤정수는 여태까지 이런 가상 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뻔히 사전에 각본에 의해 정해졌음에도 마치 진짜 부부인 듯 행세하는 것과 달리, '쇼윈도우 부부'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가상 부부 리얼리티에 새로운 질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이제는 뻔해져 가는 가상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또 다른 생기를 부여하면서, 대중의 열렬한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김숙과 윤정수는, 여전히 '가부장적' 가족 제도가 우월한 우리 사회에서, '가모장'이라는 새로운 부부의 형태를 제시하며 또 다른 예능의 영역을 개척하며 스스로 자신들의 예능적 입지를 만들어 갔다. 이제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그들의 진짜 결혼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스스로 기회를 꿰어 찬 그녀들
물론 김숙의 이런 기회가 그냥 돌아온 것은 아니다. 우스개로 송은이가 적성 검사를 하고, 엑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중년의 개그우먼들에게 돌아오지 않는 방송의 기회를 이들은 2015년 4월 '팟 캐스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통해 개척해 나갔다.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빠진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라는 모토로 시작한 이 방송은 팟 캐스트 인기 순위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호응을 얻었고, 방송이 외면한 그들의 능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런 입담은 잊혀져 가는 두 개그우먼의 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님과 함께>의 출연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돌아온 김숙은 달랐다. <인간의 조건>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그저 맏언니로써, 동생을 챙기고, 마흔 줄의 싱글로써 건강을 챙기는 별다른 특징없는 캐릭터 대신, 여전히 빚에 시달리는 윤정수를 들었다 놨다 하며 수틀리면 언제라도 나가라 할 수 있는 당당한 가모장이란 캐릭터로 자신을 드러냈다. 그런 그녀의 색다른 캐릭터는 그녀와 송은이가 단발이지만, <해피 투게더> 걸크러쉬 특집에서 시청률을 올리는 견인차로 매력을 뽐내게했고, 이어서 모바일 예능이지만, 다섯 명의 개그우먼들이 평소에 이상형이었던 남성 게스트를 초대해 팬심 사심을 뽐내는 <마녀를 부탁해>로 이어졌다. 안영미, 이국주, 박나래가 그들이 출연하는 개그 프로그램과 단발로 출연했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캐릭터를 연장한 것이지만, <님과 함께>의 김숙의 활약이 컸던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그간 방송가의 '남성 중심주의 '덕에 입지가 좁아지고, 사라져 갔던 개그우먼들은 이렇게 자력갱생하여 자신들만이 가능한 캐릭터를 통해 방송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부디 이런 그녀들의 '귀환'이 <인간의 조건-여성판>의 트라우마를 벗어나, 여성 개그우먼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김숙의 가모장 캐릭터는 그리고, 박나래, 이국주가 보여주는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그녀들의 캐릭터는 '가부장제 세상'의 안티 히어로같은 캐릭터이다. 그녀들의 새로운 캐릭터가, 그저 뻔해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잠시 잠깐 '바람'처럼 소모되지 않고, '가부장제 사회'의 틈이 될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들의 '가모장'에 또 다른 변주가 필요할 것이다. 

2월 7일 방영된 <문제적 남자> 설날+발렌타인=설렌타인 특집은 개그우먼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이날 특집에서 가모장 김숙은 그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 플레이를 보였고, 김민경은 우람한 덩치로 먹는 것 이상의, 섬세한 언어적 감각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김영희는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그녀만의 감성을 선보였다. 단발의 특집이지만, <문제적 남자>의 그녀들은 예의 웃음기 외에도 또 다른 능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문제적 남자>는 개그우먼들을 또 다른 효용으로 활용함으로써 프로그램 자체의 영역 확산은 물론, 개그우먼들의 가능성조차도 타진했다. 부디 <문제적 남자> 셀렌타인과 같은 기회가 그녀들에게 많이 주어지는 2016년이 되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6. 2. 8. 03:24

<집밥 백선생>을 통해 백선생 표 요리 붐을 일으켰던 백승룡 피디가 들고 나온 것은 '연기'였다.요리야 이미 '쿡방', 혹은 '먹방'이라는 트렌드화된 요리붐을 배경으로 마리텔을 통해 예능감을 인정받은 '백종원'이라는 요식업계 대표 주자를 얹어 화제성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연기라니? 날마다 지상파와 케이블에 범람하는 것이 연기라지만, 막상 그걸 가르치는 학교라니, 생경하기 이를데 없는 장르였다. 


그런데 이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박신양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부터 사태는 달라졌다. 2011년 sbs 드라마 <싸인>이후 그토록 그의 연기를 보고싶어 했지만, 오래도록 소식을 주지 않았던 독보적인 연기력의 배우 박신양이, 드라마도 아닌 예능에서 연기를 가르친다니, 그야말로,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 못지 않은 파괴력을 지닌 캐스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이른바 '발연기'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장수원, 남태현이 합류한다니, '금상첨화', 그렇게 <배우 학교>는 이미 캐스팅만으로 잔뜩 대중의 관심을 불러모은 채 첫 선을 보였다. 



박신양과 학생들의 불협화음으로 시작된 배우 학교 
2월 4일 첫 선을 보인 <배우 학교>는 마치 박신양과 발연기의 대표주자들을 끌어모은 그 화제성에 주눅이라도 든 양, 잔뜩 움츠린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신양이라는 카리스마있는 배우가 외딴 학교의 선생님으로 등장한 순간, 낯선 교실에서 머뭇거리던 학생들은 그의 존재감만으로 기가 억눌린 느낌을 십분 전달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과 조금이라도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드라마 속 그의 캐릭터처럼 언성을 높이며 '나가!'라고 외칠 것만 같은 선생 박신양이, 아직 교실조차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당혹스런 질문은 던진다. 자신은 누구이며, 왜 연기를 배우려고 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란 무엇인지?라는 본질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당혹스런 질문에 막내 남태현부터 앞으로 나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 순간부터, tvn의 새 예능< 배우 학교>는 비로소 시작된다. 

이미 <배우 학교>의 백승룡 피디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예능으로 시작되었지만, 촬영을 하다보니, 드라마인지, 다큐인지 모르게 되었다는 소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분명 <배우 학교>의 시작은 예능이었다. 진지한 박신양의 질문에 이전에 출연했던 예능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처럼, 깐죽거리며 질문의 초점을 흐리고자 했던 유병재의 답은, 그가 틀린 것이 아니라, 그뿐만 아니라, 발연기를 했던 연기자들조차 연기를 가르쳐주지만, 그럼에두 불구하고 예능일 것이라는 '편안한' 기대감을 근저에 깔고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상대적으로 안일했던 학생들의 자세가, 대뜸 존재론적 질문으로 기선을 제압한 박신양의 선공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리얼 예능 <배우 학교>의 참 맛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즉, 어쩌면 예능처럼 시작했던 연기 강습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예능판에서조차, 자신의 진정성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박신양의 진지함으로 인해, 어쩌면 오글거리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상황이 리얼 예능의 새로운 경지로 들어선 것이다. 



진정성', 리얼 예능의 본질이 되다. 
그리고 이런 아이러니한 예능의 맛은 바로 tvn이 독보적으로 가꾸어온 리얼 예능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즉, 물설고 낯설은 강원도 산골짜기에, 전라남도 만재도에서 배우들이 밥만 해먹는 민낯의 리얼함, 그리고 평생을 일만 하며 살아온 노년의 배우들이 힘들게 배낭 여행을 하며 보여주는 여행의 민낯이 주는 진솔함, 바로 그 예능이지만, '진짜'인 상황이 주는 감동을 <배우 학교>는 재연한다. 

그래서, 박신양이 연기를 배우고자 온 학생들의 평범한, 혹은 틀에 박힌 대답에.그 '허위'에 정곡을 찌르는 질무을 던지고, 거기에 진땀을 흘리거나, 눈물을 보이고, 심지어는 가슴이 옥죄어 오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비로소 <배우 학교>는 리얼 예능으로서의 진정성을 탑재해 간다. 

또한 발연기로 호되게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연기자들, 혹은 또 하나의 예능이라 생각하며 편하게 합승했던 유병재, 이원종 등이, 박신양의 비수와 같은 질문을 통해, 이제는 꽤난 질려버린 스테레오 타입화 된 그의 거죽을 벗고, 속살을 슬며시 드러낼 때, <삼시세끼> 혹은 <꽃보다 청춘>에서 보여졌던 민낯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호응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익숙한 혹은 낯선 학생들이 <배우 학교> 신입생으로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견인차가 된 것은 역시 박신양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3분의 시간을 줄테니, 힘들 수 있으니 지레 기권하라니 선전포고를 했던 박신양, 그리고 그런 선전포고가 엄포가 아니었던듯, 어설픈 자기 포장 따위나, 예능적 멘트 따위는 단번에 헐벗겨 버리는 질문으로 예능이지만,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는 박신양의 '존재'가 바로 <집밥 백선생>의 백선생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새 예능의 성공을 점치게 한다. 



이런 박신양의 진솔한 모습은 그저 연기가 아닌, '참 스승' 혹은, 마음을 울리는 '멘토'에 갈급하는 시청자들을 이미 첫 회만에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무수한 '멘토'들의 지침서가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수위를 차지하는 세상에서, 연기를 매개로 등장한 매우 매력적인 '멘토'인 것이다. 날카롭고, 원칙적이지만, 그렇다고 냉정하지 않은, 가슴이 옥죄일 정도로 학생을 꿰뚫어 보지만, 아픈 학생에게는 한없이 따스하게 다가가는 선생의 모습으로 연출된 모습은, 방향을 잃고 상처받은 영혼들의 시대에, 드라마 속 박신양이란 캐릭터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오히려 종종 그를 드라마 속 캐릭터로 환원하는 듯한 오글거리는 자막과 <파리의 연인>의 ost의 범람이 걸치적거릴 정도로. 

tv가 대신 요리를 해주고, 대신 자연으로 돌아가 쉬게 만들고, 여행도 다녀주는 세상에, 이제 tv가 대신 진심어린 '선생'마저 해주는, '예능'의 시대, 그 첫 포문을 tvn의 <배우 학교>가 성공적으로 열기 시작했다. 





by meditator 2016. 2. 5. 16:15

2016년 새해 들어 너도 나도 이제 한 풀 꺾인 '먹방'의 대체제로 '집방'을 내세웠다. '집사서 집꾸민다'는 옛말이라며 '월세' 시대, '월셋방'이라도 멋지게 꾸미고 살자'며 증가하는 1인가구 시대(전체 가구 중 53%를 차지하는)에 홈 인테리어가 새로운 대세가 되었다고 권장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이다. 내 집 마련이라는 욕구를, 나만의 공간에 '커튼, 벽지, 침구, 부엌 용품' 등을 바꾸어 '내집'의 욕구를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그에 따라 심지어 주식 시장에서 조차, 셀프 인테리어 관련 주식들이 유망주로 등장한다. 아니나 다를까 발 빠르게 예능이 '집방'을 선점한다. jtbc의 <헌집줄게 새집다오>와 tvn의 <내 방의 품격>이 그것이다. 




'집방', 섣부르거나, 혹은 버거운 
하지만 발빠른 트렌드의 선점에도 불구하고 '집방'은 쉬이 '먹방'같은 붐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것은 '불황'과 '실업', '비정규직'와 가족 해체의 시대를 섣부르게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헤아리려 한 탓이 클 것이다. 즉 2인 가구중 저소득층 비율이 10%를 상위하는 반면, 1인 가구 중 저소득층은 45%에 육박한다. 즉, 1인가구는 늘어났지만, 그 과반에 해당하는 층이 저소득층으로 '집방'에 집을 열만한 여유가 없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연령별로 2~30대 1인가구가 직장에 따른 이른바 '싱글족'에 해당한다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불안정한 고용으로 '집방'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저소득층 1인 가구 중 60% 이상이 60대 이상의 노인 1인 가구라는 점에서, 이 시대의 1인 가구, 집방'을 섣부른 '장미빛' 환타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지난 해까지 주류를 이루던 '먹방'이 혼자 고시원에서 '먹방'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면, 최근 조장하고 있는 '집방'은 1인 가구 중 아직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젊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구매성' 상품이기에 쉬이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말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셀프 인테리어지, jtbc의 <헌집 줄게 새집다오>나, tvn의 <내방의 품격>이나, 결국은 집을 멋지게 꾸미기 위해서는 멋지게 보일 무언가를 사들여야 한다는데, 이 프로그램들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집을 위해 꾸미는 제품들은, 우리가 '먹방'을 위해 슈퍼에 가서 구입하는 계란 한 줄 정도와는 상대가 안되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2014년 12월 문을 연 세계적 홈 퍼니싱 브랜드 '이케아'같은 경우, 개장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22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작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이케아' 식으로 만들어진, 실제 이케아 가격에 몇 분에 일에 해당하는 가격의 모조품이다. 즉, 예능 프로그램은 100만원 한도내에서 방을 꾸민다 하고, 명품을 그래도 싼 가격에 사서 집을 꾸몄다고 하지만, 만원짜리 이케아 모조품이 유행하는 세태엔 '가랑이 찢어지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스테디셀러 '가족' 예능
쉬이 붐을 타지 못하는 '집방', 그리고 이제 한 고비를 넘긴 '먹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꾸준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은 '가족 예능'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삼둥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추사랑, 서언, 서준에 뒤를 이어 '대박'이를 비롯한 이동국네 자녀들이 인기의 바통을 이어가고, 거기에 기태영, 유진의 아기가 합류함으로써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 흐름을 바투 잡는다. 

그런가 하면, 새롭게 선보인 가족 예능도 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10분 mbc를 통해 방영되는 <위대한 유산> 역시 가족 예능의 새로운 버전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4년 방영된 역시나 mbc 예능 <사남일녀>의 또 다른 버전이다. <위대한 유산>에 출연 중인 mc그리의 아버지인 김구라의 첫 리얼리티 예능이었던 <사남일녀>는 김구라,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 김민종등의 연예인을 '가상 가족'을 꾸려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서 생활하게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19부로 조용히 마무리된 이 프로그램이, 아동 버전으로 새로이 등장한 것이 바로 <위대한 유산>이다. 김구라의 아들 mc 그리를 비롯하여 고 최진실의 아들 최환희, 홍성흔의 자녀 홍화리, 홍화철, 현주엽의 자녀 현준희, 현준욱이 함께 모여 가상의 남매가 되어 '가족'으로 울고 웃고 부대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물론 처음부터 <위대한 유산>이 이런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처음엔 김태원이 그의 '자폐'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등, 평소 적조했던 연예인 가족들의 동행 프로그램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반응이 여의치 않자, 트렌디 콘텐츠인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을 '가상의 가족' 코스프레를 하게 만들며, 거기서 빚어지는 불협화음을 예능의 대상으로 삼았다. 심지어, 아직도 그 아픔이 먼저 떠올려지는 고 최진실의 아들 환희의 속내마저 예능의 내용이 되었다. 

또한 시청률과 무관하게 화제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tv 조선의 <엄마가 뭐길래>이다. 10대 자녀와 엄마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관찰 리얼리티 예능으로 새로이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10대가 되도록 한국어로 대화조차 못하는 최민수의 자녀들이나, '자식이 원수'인지, '부모가 원수'인지 매회 새로운 갈등을 빚어내는 조혜련네 식구들로 인해, ''노이즈 마케팅'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대놓고 쇼윈도우 부부 행세를 해서 오히려 화제가 된 김숙 윤정수 부부의 <최고의 사랑>이나, 애견 프로그램인 듯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60일 바라보는 주병진의 가족 만들기인 < 개밥 주는 남자>도 동물 예능보다는, '가족 예능'의 또 다른 변형으로 보여진다. 



2015년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삼시 세끼> 만제도 편이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는 차승원, 유해진의 가상 부부 코스프레와, 손호준, 그리고 동물까지 어우러진 '가족'연하는 분위기에 있다. 또한 결국은 '남편 찾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응답하라 1988>을 이끈 것은 '쌍문동 골몰길'의 가족 공동체였다. 그렇게 2015년 우리를 울리고 웃긴 것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이었다. 그리고 2016년, 예능은 여전히 그 '가족'을 다른 버전으로 끌어 가고자 한다. 거기엔 여전히 보호해야 할 아이들과, 서로 막말을 해도 되돌아 서면 보다듬을 수 밖에 없는 부모와 자식, 심지어 개, 그리고 부부가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이란 이름 앞에서 서로 부등켜 안는 존재들인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유산>이 유치원생에서 부터 10대까지 아동,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가상의 가족 공동체를 만들려 애쓰는 그 시간, , jtbc <썰전>은 최근 벌어진 부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을 다루었다. 가부장적이지만 자신의 감정조차도 조절할 수 없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스톨홀름 증후군처럼 얽매인 어머니, 그 사이에서 죽어간 아이, <썰전>은 말한다. 아이의 학대와 방치가 언론에서 이슈화시키듯 계모와 계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친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장관까지 나서서 재발 방지를 장담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물 콧물을 쏙 빼고, 하하 호호 거리며 '가족'이 최고라는 tv, 하지만 현실에서는 붕괴되는 '가족', 결국은 스테디 셀러인 가족 예능은 이 시대 사라져 가는 '가족'에 대한 '노스탤지어'일까. 
by meditator 2016. 1. 29. 15:39

이철희씨가 <썰전>을 그만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세간의 반응은 이젠 <썰전>도 다 됐구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은 이어진 다음 패널로 유시민 전 장관이 등장한다는 소식에, 섭섭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과연 유시민 장관의 입담을 당해낼 '보수적' 인사가 누가 있을 것인가 라는 노파심들이 지레 앞섰다. 하지만, 지난 1월 14일에 이어, 21일 방영된 <썰전>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유시민을 당할 자가 그 누가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말 그대로 우려였음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2회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패널로 등장한 전원책 변호사는 때론, 이른바 '좌파' 유시민을 앞설 정도로 통쾌한 보수로 실시간 검색어까지 장악할 경지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새로이 합류한 유시민, 전원책의 색다른 케미는 프로그램의 인기에도 영향을 끼쳐 2%대에서 고전하는 시청률은 단박에 3%대를 넘어섰다.(1월 14일 3.353%, 1월 21일 3.586% 닐슨 코리아 기준)


유쾌통쾌한 보수 전원책 
1월 14일 첫 선을 보인 전원책 변호사가 처음부터 '사이다' 보수였던 것은 아니다. 첫 등장에서 부터 그가 종종 출연했던 종편의 방식대로 유시민과 김구라를 싸잡아 '좌파'라는 프레임을 씌우기에 급급했다. 인터넷에 회자되던 '김정일 ㅇㅇㅇ' 발언자 답게 '핵무장론'까지 들고 나오며 보수로서의 자신의 칼라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분투했다. 무엇보다 첫 방송에서 그는, 언제나 등장하는 보수적 인사들이 그렇듯이, mc 김구라나, 또 다른 패널 유시민의 말을 듣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목소리 높은 사람이 이긴다는 속담을 실천하기 라도 하듯, 자신의 주장을 목소리높여 내세우는데 급급했다. 그래서 저래가지고서야, 양 측의 입장은 둘째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썰전>이 가능하겠는가란 회의를 들도록 만들었다. 

허긴, 보수적 인사의 '마이동풍'은 전원책 변호사만의 전매 특허는 아니다. 이미 강용석 변호사 시절부터 '대화'를 하는 대신, 마치 성명서를 발표하듯이 자신이 준비해온 입장을 낭독하는 듯한 발언을 줄줄이 쏟아냈었다. 단지 그것이 시간의 마법에 말려들어 어느덧 '아전인수' 해놓고 스스로 낯이 붉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첫 등장한 전원책 변호사에겐 아직 '시간'의 마법 가루가 뿌려지지 않은 듯, 날선 자신의 입장을 토해 놓기에 급급했다. 



그랬던 전원책 변호사였는데, 2회에 들어서는 이 사람이 지난 주 그 사람이 맞아?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여전히 정치인 들 모조리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던가, 혹은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는 추호도 달라진 입장을 보이진 않지만, 이전 회와 달리, 함께 자리를 한 김구라나, 유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패널로서의 편안함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어떤 장면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에 비해 전원책 변호사가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예의 정치인들 모조리 단두대 행이라는 그의 소신에서부터 비롯된 정치 전반에 대한 회의가, 여야를 막론하고 가차없는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 발을 걸치거나, 발을 걸치고 싶어하는 강용석, 이준석에 비해 한결 그의 보수적 입장이 명료해진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핵안보'를 내세우는 극강 보수이지만, 현실 정치 환경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그의 입장들이, 여러 정치적 사안들에 냉정한 평론적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썰전>에는 제격인 것이다. 

심지어 야당이 보이는 일련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보이는 그대로의 '순수한 의도'(?)를 강조하는 유시민 전 장관의 소박한, 그래서 때로는 순진하거나 고지식해 보이는 입장에 비해, 대놓고 문재인 당, 안철수 당이라며, 정곡을 찌르고 가는 전원책 변호사의 언급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 

한 회만에 달라진 <썰전>, 프레임을 넘어선 정치 평론이 가능케 된 것은?
심지어 두 번 째 출연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자신이 첫 시간 '좌파'라고 까지 하며 심하게 몰아붙였던 김구라에게 사과를 하며, 속옷까지 파란 색 운운하며, '좌파' 프레임을 내건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회 등장에서 부터 무시무시하게 '좌파' 프레임에 '종북' 프레임을 내걸지 못해 목소리를 높이던 전원책 변호사와, 단 한 회만에 자신의 속옷까지 내걸며 자신이 '온건한' 사람이며, 보수적이지만, '친여'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선회한 듯 보이게 만든 건 무엇일까? 그저 전원책이 방송을 아는 사람이라서 혹은 매력적인 보수라서 라는 평가론 부족하다. 

첫 회 곧 김정은 나쁜 놈이라고 외칠 것같고, 진짜로 단두대에 올라설 듯 서슬이 퍼랬던 전원책 변호사와, 같은 단두대 얘기를 계면쩍은 미소와 함께 농담으로 얼버무리고, 유시민 장관과 함께 '만담'을 하듯, 농협 이사장 선거에서 부터, 정치자금법에 이르기 까지 입을 모을 수 있는 전원책 변호사는 같은 사람이다. 결국 같은 사람이지만, 그 같은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져 있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즉 첫 회 등장한 전원책 변호사는 그가 출연했던 종편 정치 토론 프로그램에서의 전원책 변호사이다. 그래서 그가 출연했던 종편 프로그램에서 요구해왔듯이, 그는 선명하게, 극렬하게 자신이 가진 '보수적' 입장의 날을 한껏 벼린다. 김구라나, 유시민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입장만 소리 높여 외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가지고서는 '썰전'이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한 회 출연해서 입장만 밝히는 건 몰라도, 끼리끼리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누가 더 목소리가 높은가, 선명한가를 두고 경쟁이라도 하듯 하는 종편에서는 몰라도,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사안들에 대해 '썰전'을 하는 방식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달라질 밖에. 



결국 같은 전원책 변호사이지만, 첫 회의 그와, 두번 째 출연한 그가 마치 전혀 다른 사람같듯이 보이는 건, 결국, '프레임'에 맞춘 테이프 돌리듯한 종편 방송 환경에 대한 '확인' 과정이 되는 것이다. 결국은 가장 선명한 보수론자 전원책 변호사도 유시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맞장구도 치고, 혹시나 앞으로 자신의 입장으로 인해 곤란한 점에 대해 미리 사과도 할 수 있는 그런 '보수'의 이례적인 모습은, 결국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양극화가,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함께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의 변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보다 얄밉게 상대방을 무시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던 유시민 전 장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신사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이미 이철희 강용석 두 패널의 대립을 경험한 김구라의 노회한 중립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건데, 제 아무리 중뿔난 전원책이기로서니, 혼자서 내내 고함을 질러댈 순 없는 것이다. 

단 한 회 만에 보수 논객에서 썰전의 매력적인 패널로 변신한 전원책 변호사를 보면, 막가파 여당 바라기 강용성을 데이터 뱅크 강용석으로, 결국은 더 민주당원이 되어버린 이철희를 객관적인 평론가로 벼려왔던 <썰전>의 내공이 돋보인다. 가장 선명한 색깔인 줄 알았던 유시민과 전원책이 모여,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말 그대로 정치를 비롯한 각종 사안에 대해 속시원히 풀어주는 '썰전'은 그래서 모처럼 다시 기대되는 정치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그저 또 하나의 정치 프로그램이 아니라, '막말 보수 논객도 달라졌어요'가 보여준 '소통'의 가능성이다. 


by meditator 2016. 1. 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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