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저녁 무렵 당신의 집에 낯 모르는 그 누군가가 찾아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해달라고 한다면?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그 누군가가 당대 최고의 개그맨이라면? 그에 대한 반가움은 있겠지만, 그래도 준비되지 않는 우리집 저녁 밥상을 '개그맨'을 빙자한 방송에 공개한다는 건 어쩐지 무리수다. 차라리 아쉽고 말지. 10월 19일 첫 선을 보인 <한끼 줍쇼>의 1회을 요약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결국 큰 소리를 치며 숟가락 하나만을 달랑 들고 야심만만하게 떠난 강호동과 이경규의 여정은 7시간의 행보 끝에 실패하고 만다. 결국 궁여지책 편의점에서 식사하는 여고생들 틈에 껴서 컵라면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다음 회를 기약하며, 그런데 다음 회엔 가능할까?




이경규, 강호동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저녁을 잃어버린 삶
지금도 재래 시장에 가면 간혹가다 만나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에 경문을 외며 집집마다 '보시(施)'를 받으러 다니는 탁발승이 있었다. 스님은 음식을 얻으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통해 음식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그를 통해 자신의 업을 덜 수 있다하여 '구원'해주는 길이라 당당했다. 이렇게 '보시'가 가능했던 것은 담이 낮았던, 그리고 담만큼이나 인심이 넉넉했던 우리 집과 외부가 열린 '마을 공동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오늘날이라면 아파트라면 경비실을 넘지 못할 것이요, 혹시라도 넘는다 하더라도 당장 업무가 불성실하다 경비 아저씨가 경고를 먹을 일이 될 것이다. 단독 주택이나 빌라라면 문이 열리기는 커녕, 인터폰으로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시골이라면 다를까?

그래서일까? 도시의 이경규와 시골의 이경규는 달랐다. 지난 6월 22일 종영한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몰고 오지를 돌던 이경규는 그의 딸 예림이와 유재환과 함께 시골 마을을 누볐다.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드리는 목적에서 였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집에서 이경규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마을 노인정에서도 무사통과였다. 하지만 그렇게 어르신들에게 프리패스였던 이경규가 '도시'로 오니, 그의 '자신만만'이 무색하게 옹색해 진다. 당장 거리로 나서니, 그의 수제자이자, 파트너라는 강호동의 너스레는 백발백중인 반면,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싶게 인지도부터 떨어진다. 

하지만 강호동의 너스레라고 다 통하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천하장사'를 내세워도 닫힌 문은 요지부동이다. 예능 대부 이경규라는 이름표도, 철 지난 강호동의 '천하장사'란 타이틀도 무색해지게 결국에 쫄쫄 굶고 만 <한끼 줍쇼>, 첫 회니 '규동'이라 이름붙인 '망원동 브라더스'의 어정쩡한 조합을 각인시키기 위해, 거기에 오히려 굶어서 '한 끼'가 부각될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위해 굶을 만도 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때늦어 버린 건 아닌가라는 노파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예능은 아닐까?
프로그램 말미 강호동은 실패했다 하지 말고 성공하지 못했다로 하자며 자위한다. 그리고 비록 밥은 얻어 먹지 못했지만, '망원동'이라는 동네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맨땅에 헤딩이란 수식어답게 몇 십년만에 처음 지하철을 타고 망원동에 내려 해가 저물도록 다리 품을 팔았지만, 애써 강호동이 '문학적'이란 수식어를 내세우며 강조한 것도 무색하게, '망원동'이란 동네가 그리 정겹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어디를 가나, 인기척 대신 꽏 닫힌 문들로 점첩된 도시의 동네를 마주하게 될 뿐이다. 심지어 해가 지니 으슥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매번 거절 당하기도 하였지만, 과연 저 집들 중 얼마나 되는 집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까 하는 회의가 먼저 든다. 



'저녁이 있는 삶', 모 정치인의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 단어, 하지만 도시민의 '저녁'은 그리 녹녹치 않다. 이제는 '가족'을 이루어 사는 집보다 홀로 사는 이의 가구가 더 많아져 버린 나라에서 아이들이 뛰놀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음식 냄새 풍기는 집을 향해 각자가 달려가 퇴근하신 아버지와 함께 밥상머리에 빙 둘러 앉아 한 끼를 나누던 그 저녁은 이제 '추억'의 한 장일 뿐이다. <응답하라>라는 드라마가 그토록 '붐'을 이루는 것은 이제는 잃어버린 도시 공동체를 기억 속에서 '소환'했기 때문이었으니. 6시부터 8시까지라고 저녁 시간으로 정해놓고 망원동을 두 mc가 헤매는 시간, 그들이 헤맨 골목에는 불이 켜진 집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우 불 밝혀진 집으로 찾아가면 거절 당하기 일쑤니. 지하철에서 만난 신혼의 아내 고백처럼 하루에 한끼도 밥을 나누지 못하는 부부들이 사는 세상에서, 애초에 밥 숟가락 하나 얹을 저녁상을 받을 집이 '희박'한 것이다. 

취지는 좋다. 도시의 저녁을 함께 나누며 잃어버린 도시의 온기를 느껴보는 것만큼 낭만적인 것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 밥 한 끼의 낭만은 어쩌면 이제 시대 착오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한끼 줍쇼>가 고민해야 할 것은 25년만에 처음으로 만나 어색한 '규동' 커플의 어울리지 않음이 아니라, '저녁'을 잃어버린 '도시'가 아닐지. 그건 그 옛날 '양심 냉장고'같은 캠페인으로 해결될 길 없는 시대의 삭막함이다. 


by meditator 2016. 10. 20. 05:52

5월 <스타 꿀방 대첩 좋아요>를 기점으로 쏟아진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들, 하지만 쏟아부은 물량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 그러나 몇 달간의 시행 착오를 거친 끝에 정규 편성 이후 금요일 밤의 강자 <나 혼자 산다>에 이어 최근 화제가 되었던 <언니들의 슬램덩크>까지 제치며 <미운 우리 새끼>가 연속 2회에 걸쳐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7.2%) 그에 이어 새롭게 안착한 <꽃놀이패> 역시 파일럿의 아쉬운 점을 개선하여 호의적 반응을 얻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와 <꽃놀이패>의 묘수 
이렇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거나 정규 편성된 두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와 <꽃놀이패>는 묘한 공통점을 가진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신규 프로그램이지만 '신규'라기엔 어쩐지 익숙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건 바로 두 프로그램을 보면 모두 어떤 프로그램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마치 이미 성공적으로 검증된 모 프로그램들의 '아류'라는 오명을 둘러댈 길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우리 아들이 혼자 산다>라는 우스개가 떠돌듯 동시간대 mbc의 <나 혼자 산다>가 없었으면 등장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미운 우리 새끼>의 소재는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싱글 라이프',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는 거기에 '모성'이라는 조미료를 친다. 그래서 엄마가 지켜보는 우리 아들의 혼자 사는 모습이 <나 혼자 산다>의 싱글 라이프와는 다른, '가족애'라는 변주를 가능케 하며 <나 혼자 산다>보다 광범위한 시청층을 흡수해 낸다. 

<꽃놀이패> 역시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모여 지정된 장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포맷은 <1박2일>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거기에 이미 <1박2일>에서도 자주 등장한 바 있는 두 편으로 나누어 '비교 체험 극과 극'의 여행 과정, 잠자리 복불복 역시 익숙한 것이다. <꽃놀이패>는 이런 이미 익숙한 포맷에 '환승권'과 '투표'라는 변주를 주어 새로움을 낳는다. 꽃길과 흙길로 나뉘어진 팀, 제작 발표회에서 기자단의 노골적인 거수 투표로 흙길 팀장을 고르는가 싶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역전'이 가능한 '환승권' 추첨으로 여행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꽃길과 흙길의 맛보기 여행이 끝난 밤, 출연자들이 익명으로 제출한 시를 통해 네티즌의 투표로 출연자들의 운명이 갈린다. 

<미운 우리 새끼>나 <꽃놀이패>의 전략은 sbs가 시도했던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 <신의 직장>이나 <스타 꿀방 대첩 좋아요>가 보여주었던 이질감과 생소함을 우선적으로 넘어서는 유리함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거기에 두 프로그램이 가미한 '조미료'는  이 프로그램들이 본딴 프로그램의 시청층을 확장하거나, 포인트를 달리하며 새로운 재미를 창출한다. 마치 <나는 가수다>로부터 시작된 가요 프로그램들이 <복면가왕>까지 변주되는 것처럼. 하지만 이미 타 방송사에서 스테디 셀러인 프로그램을 '조미료'만 곁들였다는 점에서 콘텐츠적 안이함이나 비겁함을 핑계댈 말은 딱히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가 방영되는 가운데, <불후의 명곡>을 런칭하는 관행이 이제 더는 치사하다고 욕먹을 일조차 되지 않는 방송가의 현실에서 새로울 것도 없는 '콘텐츠의 변주'이다. 

어쨋든 최근 <동상이몽, 괜찮아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 이어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 <스타킹>, <오 마이 베이비>까지 줄을 이어서 폐지되고 있는 sbs 예능의 빈 자리를 <미운 우리 새끼>와 <꽃놀이패>가 순조롭게 바톤을 이어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제작비 부담의 고육지책이 낳은 
그런데 앞서 폐지된 예능과 이제 새롭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예능 사이에는 차별점이 두드러진다. <동상이몽>, <신의 목소리>, <스타킹> 등이 일반인 관객들을 비롯하여 다수의 출연자등 제작비에서 부담을 주었던 프로그램들이다. 그에 반해 새롭게 편성된 <미운 우리새끼>나 <꽃놀이패>는 보다 적은 수의 출연자들과 스튜디오라는 '경제적 예능'이라는 점에서, 최근 공중파의 예능 부진에 따른 제작비 부담을 한결 덜어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두 프로그램은 불황 속 공중파를 구제할 구원 투수이자,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서 주목할 바가 크다. 


또한 제작비의 부담을 가졌던 sbs 예능이 그 모색으로서 거대 연예 기획사 yg와 손잡았다는 점에서 <꽃놀이패>는 또 다른 변수를 낳는다. 이미 대표적 연예 기획사 sm이 예능을 비롯한 다수의 드라마에서 초반 부진을 넘어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빅뱅의 군입대가 예견된 시점에서 수익성 창출에 고민해 왔던 yg의 예능 참여는 또 다른 국면을 연다. 

그러나 'sm의 저주'라는 용어가 떠돌 정도로 sm의 아이돌들을 비롯한 소속 연예인을 중심으로 꾸렸던 sm발 작품들이 연달아 부진의 늪에 빠졌던 전례를 예능 프로그램을 처음 제작한 yg 역시 비껴가지 못한다. 정규 편성된 <꽃놀이패>는 제작 발표회장에서 출연자 조세호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이 yg 소속 유병재때문이라는 조크인지, 진실인지 모를 언급이 등장하는가 하면, yg 수장 양현석의 처남인 이재진을 합류시켜 두 사람이 yg 소속 아파트에서 사는 대화 등을 가감없이 내보낸다. 과연 이런 자사 소속 연예인을 대거 출연시킨 yg 예능, 혹은 yg 예능에 출연한 yg 연예인들이 '저주'를 피해갈 것인지, 그 귀추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과 달리, 제작과 배급의 독점을 규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영화계가 일부 대기업에 의한 제작과 배급의 독과점으로 인해, 영화 배급 시장의 왜곡 및 영화 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이뤄, 이제 그 돌파구를 외국의 거대 자본에 기대어야 하는 웃픈 현실이 tv에서도 재연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이미 예능 mc에 sm 소속 mc들의 과점과 <라디오 스타>에서도 보여지듯 sm 소속 연예인의 잦은 출연처럼, 이미 관행처럼 정착되고 있는 연예거대 기획사의 전횡이 더더욱 고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접어둘 수가 없다. 
by meditator 2016. 9. 6. 06:20

<다시 쓰는 육아 일기!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는 사실 동시간대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와 그리 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홀로 사는 연예인의 싱글 라이프를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음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나 혼자 산다>에 옥탑방에 사는 육중완이 나와도, 그리고 생후 584개월에 이르는 김건모가 나와도, 사실 그들은 시청자들이 그 이름만으로도 그들을 알 수 있는 이미 검증된 연예인이다. 그런 알려진 연예인의 삶은 우리 이웃의 필부의 삶과 다르게 정해진 프레임 속에서 생존의 전투에서 일정 정도 보장된 삶을 사는 '프레임' 속의 삶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들의 거꾸러질 일 없는, 하지만 인간이기에 겪는 희로애락의 공감대를 유지하며 적당히 '편안하게'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원래 즐거움 중에 가장 짜릿한 것 중 하나가 '엿보기' 아닌가. 그 부담없는 엿보기가 <나 혼자 산다>를 스테디셀러로 만들었고, 이제 그 아류인 <미운 우리 새끼>를 순탄하게 정규 방송화시키고 있다. 




<나 혼자 산다>와는 다른 질감의 <미운 우리 새끼>의 싱글 라이프 
그런데, 똑같이 싱글 라이프인데 거기에 '엄마'라는 존재가 곁들여 지면서 <미운 우리 새끼>는 다른 질감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의 명칭인즉슨 생후 몇 백 개월을 들먹이며, 육아 일기를 다시 쓴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사십 줄, 오십 줄의 홀로 사는 아들의 삶을 전혀 몰랐던 엄마들에겐 그들의 싱글 라이프가 '깜짝 쇼'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엄마들의 '충격'파는 <나 혼자 산다>와 다르게, 가족적 공감대라는 신선한 볼거리의 지형을 연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아들들의 싱글 라이프가 전개되고 그리고 그런 아들들에 대한 엄마들의 입장이 분명해 지면서 <미운 우리 새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세 mc 신동엽, 서장훈, 한혜진과 함께 스튜디오에 자리잡은 어머니들, 어머니들의 일관된 입장은 우리 전통의 가족관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들이 마흔이 넘었건 오십이 넘었건, 여전히 '육아'의 관점에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여전히 맹목적으로 아들의 결혼과 안정된 결혼 생활을 바란다. 하지만 첫 회만 해도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소개팅도 하고 그러던 아들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정규 편성과 함께 합류한 박수홍, 방송에서의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미운 우리 새끼>의 박수홍은 클럽을 좋아하는 반전의 모습을 보인다. 미스코리아를 만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평소 집에서 아저씨처럼 뒹굴던 모습을 뒤로 하고 말끔하게 꽃단장(?)을 하고 외출한 박수홍, 친구의 집에 시커먼 사내들만이 포진해 있자, 노골적으로 실망을 표시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주도적으로 클럽 행을 부추키고 일행을 이끌고 밤 나들이에 나선다. 

이런 박수홍의 모습을 본 박수홍의 어머니는 당혹감을 넘어 어머니의 뒷배경으로 등장하는 분출하는 화산처럼 화를 좀처럼 누르지 못한다. 무려 마흔 일곱의 아들, 그 아들의 클럽 행이라는 '취미 생활'에 어머니는 여전히 스무 살 아들을 대하듯 못마땅해 한다. 이런 식이다. 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 스튜디오에 나란히 앉은 어머니들은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몇 십년의 생을 살아온 아들들을 '육아'의 관점에서 애를 끓인다. 아들들은 우리 사회에서 다 저마다의 커리어를 가지고 이제는 중견조차 넘어선 위치에 있는 인물들인데, 여전히 어머니에게는 '품안의 자식'인 것이다. 이게 좋게 말하면 '모성'이자, '가족애'이지만, 달리 보자면, 성인이 된 아들과 어머니가 서로를 객관화시키지 못하는 지점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미운 우리 새끼>의 예능적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빚어진다. 출연자들과 모두 안면이 있는 신동엽은 때론 어머니들의 그런 '노심초사'를 부추키고, 때론 진화를 시키며 적절하게 아이러니한 가족애를 조장한다. 

가족주의를 말하려 하지만, 오히려 가족에의 일탈이 드러나는 
하지만 그 조장에도 불구하고, 9월 2일 방송에서 보여지듯, 이제 마흔 줄, 오십 줄에 넘어선 아들의 삶은 이미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는 '가족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드러낸다. 

클럽 애호가인 박수홍, 하지만 주말 저녁 그의 클럽 행은 결국 예약 혼선으로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친구들과 결국 해장국 집에서 늦은 저녁인지, 야식인지를 먹게 되는데, 그런 클럽 행 이전에 친구의 집에서 박수홍은 어머니의 간곡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해장국집에서도 변함없다. 오랜 연애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반대로 결혼할 수 없었던 상처를 가진 그는 그 과정에서 믿었던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시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을 했더라면 하고 반문해 보면, 과연 행복한 결혼을 유지할 수 있을까란 회의가 든다고 한다. 그러기에 박수홍은 사랑은 감정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며 회의론에서 한발 도 나서지 않는다. 



박수홍만이 아니다. 상처로 인한 어려운 터득이라는 점에서 허지웅도 그리 다르지 않다. 모처럼 남자 친구들과의 여행, 오랜 지기들과의 격의없는 대화에서 허지웅은 연애는 가능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no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아이'는 바란다. 허지웅만이 아니다. 오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철이 없는 소개팅 자리에서도 개구장이처럼 굴다 끝내버린 김건모의 속내도 외롭지만 그렇다고 결혼은 글쎄다. 찾아온 후배 김종민이 이리저리 그의 생활을 들쑤시자 못견뎌하는 김건모, 남들이 외로워 보인다 하건 말건, 이미 그의 삶은 김종민이 함부로 흐트러 놓을 수 없는 그의 물건처럼, 나름의 궤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때론 외롭지만, 그래도 나날이 게임을 하든, 피아노를 치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 

프로그램은 어떻게든 어머니들의 입장과 그 어머니들의 입장에 맞춘 프레임 속에서 아들들을 마치 예전 어른들이 장가를 못가면 영원히 성인 취급을 못해주듯, 생후 몇 백 개월을 들먹이며 철이 덜 난듯이 취급한다. 이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삶의 단계로 규정짓는 '가족주의'의 편견이다. 프로그램은 그 편견을 '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엄연한 자기만의 궤도를 가진 아들들의 삶에 덜 떨어짐이라는 시선을 얹는다. 

하지만, 9월 2일 방송에서 드러난 것은, 흔히 '세대 차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간극이다. 어머니는 그 예전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아들들이 살아가길 바라지만, 이미 아들들이 사는 세상은 어머니들이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 되었음을 아들들은 증명한다. 오십이 넘은 아들은 비록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여백으로 삼으며 음악과 게임, 그리고 자신만의 취미 생활로 나날을 이어간다. 또 다른 마흔 후반의 아들은 나이가 무색하게 클럽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한번의 실패를 겪은 또 다른 아들은 연애는 하고, 아이는 갖더라도 결혼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정상'인 세상과 다른 세상을 이미 아들들은 오래전부터 살아왔고, 프로그램이 그리려고 하듯, 이 철없는 아들들만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어머니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왔던 것일 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은 '육아일기'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의 관점에서 아들들을 예단하려 시도하지만, 오히려 그 결과로 회를 거듭할 수록 드러나는 것은 이미 자신만의 삶의 구조가 탄탄해진, '가족' 밖의 아들들이다. 문자를 자주 하고, 수시로 아들의 집에 쳐들어가 보지만, 하지만 이미 아들들은 어머니의 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족'의 울타리에서 한참을 벗어나있다. 프로그램은 '가족'의 언어로 이야기하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아들들의 언어는 다른 세상의 언어다. 프로그램은 '육아'를 통한 '연대'와 '관계'를 끊임없이 모색하지만, 그 속에서 보여지는 것은 서로 다른 세대의 가치관과, 그 불협화음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들들이 어머니의 입장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여전히 아들들은 어머니의 메시지에 바로 답을 하는 순종적 아들이다. 하지만 아들의 달디 단 대답과 달리, 아들들의 삶이 말한다. 이미 우리는 어머니와 다른 세대를 산다고. 그러나 아들의 외국인과의 결혼조차도 양보할 수 없는 어머니, 여전히 양갓집 규수와의 반듯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어머니와 아들의 공감은 평행선이다. 그리고 이는 프로그램 속 모자의 평행선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 어머니 세대와 아들 세대의 평행선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6. 9. 3. 06:38

이번엔 라디오 스타다.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이제 더 이상 메인 mc로서 프로그램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패널로서 장렬하게 산화하겠다고 선포했던 이경규, 그의 공약은 현재 진행중, 그 도정이 드디어 <라디오 스타>까지 도달했다. 6월 29일에 이어 7월 7일 연달아 <라디오 스타>는 '킹경규와 네 제자들'을 내걸고 이경규 사단을 소집했다. 




6월 29일 프로그램 초반, 이경규는 <라디오 스타> 출연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를 '탈탈' 털어내는 것이 장기인 <라디오 스타>에 제 아무리 예능의 제왕으로 오랜 시간 군림해 왔던 이경규라 한들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라디오 스타>의 mc진들 김국진을 비롯하여 김구라, 윤종신은 다들 한때는 이경규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기에, 이경규를 너무도 잘 알아, 그래서 더 이경규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은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김구라를 붉은 장군 복식의 이경규에 대비하여, 푸른 장군복을 cg로 입히며, 전의를 돋구웠지만, 정작 이경규가 부담스러워한 것은 김구라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시간'의 내공을 자랑하는 꼿꼿한 김국진이었다. 어쨋든 선비같은 김국진이든, 물불 안가리고 떠들고 보는 김구라든 부담스럽긴 매일반,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종종 그들의 노골적인 언사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서도, 백전 노장 이경규는 이젠 그런 '폭로' 조차도 여유롭게 자신의 일부분인 양 여유롭게 '패널'로 2회분 <라디오 스타>를 장악해 냈다. 엠씨들의 '폭로'조차도 결국은 이경규라는 웃음의 제국에 또 다른 '경의'가 되었다. 

츤데레 이경규와 나이불문 우정어린 벗들 
이경규를 제외한 출연자의 면면은 익숙한 듯 새로웠다.  이경규라고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규라인 서열 이윤석, 거기에 서열 2위라고 주장하지만 늘 어딘가 아쉬운 윤형빈, 그리고 그의 출연만으로도 검색어에 올랐던 배우 한철우에, 최근 이경규와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함께 하고 있는 음악인 유재환까지. 이경규야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하자마자 '눕방'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듯이 그의 등장만으로도, 그리고 그의 몇 마디 말 만으로도 스튜디오를 흥건한 웃음으로 채우기엔 넉넉했지만, 6월 29일 첫 회 방영분에서 그의 규라인 '제자'들의 소개 분량은 언제나 그렇듯 버럭 이경규와 그의 그늘에서 전전긍긍하는 '라인'들의 에피소드로 친근했지만, 종종 그래서 지루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함께 한 패널이 좀 약하지 않냐는 mc의 지적에 이경규의 솔직한 토로가 이어졌고, 한철우가 한번이라도 웃기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자폭성 멘트까지 덧붙여 졌다. 

하지만 2부의 분량을 장담했던 이경규의 확신답게, 익숙한 웃음으로 판을 벌렸던 규라인의 출연은 2부인 7월 6일 방송분에서는 그저 방송가의 흔하디 흔한 줄타기 '라인'을 넘어, 그들의 '진한 우정'으로 넘어가면서 '감동'으로 진해진다. 

한때 규라인이었으면서도 연신 '규라인'의 '이간질을 시도하는 김구라의 방해 공작에 때론 넘어가는 듯하면서도, 결국 이경규의 제자들은, 그저 독불장군 이경규의 그늘 밑에서 숨죽인 '시녀'들이 아니라, 그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벗'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천하의 박찬욱 감독을 한 대 패버리겠다면서 웃음을 주었던 이윤석은 그저 이경규의 시중드는 사람을 넘어, 믿음과 존경의 관계가 되었고, 이경규 성대 모사에 재미가 들렸던 윤형빈을 통해 '츤데레'한 형님 이경규의 면모가 드러났다. 무엇보다, <나쁜 녀석들>출연자 중 유일하게 뜨지 못한 한철우에 대한 '치킨집 알바' 운운에서 부터, 시작된 에피소드는, 윤종신의 말처럼, 막연한 위로나 동정이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는 벗의 자세를 알게된다. '선배님~' 외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유재환조차 '공황장애'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환우가 된다. 때론 이경규의 전화가 부담스럽고, 이제는 '폭로'에 재미가 들린 '제자'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라인을 기꺼이 자부할 만큼, 이해에 맞춰 기꺼이 이합집산하는 방송가의 풍토에서 진득한 우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음의 제왕 그 비결은?
이런 나이를 막론한 우정과 더불어, 2회분의 <라디오 스타>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이경규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웃음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면모이다. 자신의 입으로 B급 방송이라며 출연을 위해 방송 작가가 귀찮을 정도로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이경규에서부터, 결국 <라디오 스타>의 출연 자체도 더 이상 나이가 들면 할 수 없을 공연을 위해 기꺼이 나왔다는 노골적인 홍보에, 혹시나 방송인이라는 편견이 자신의 작품을 훼손할까 시나리오를 2년에 걸쳐 고치고 또 고치는 프로패셔널한 예술인으로서서의 면모까지, 나이가 무색하게, 스스로의 일에 완벽하게 매진하는 열정적인 한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런 열정 속에서 얼핏얼핏 비춰지는 '공황 장애'나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이루는 연예인의 압박감과 딸의 사춘기보다 자신의 갱년기가 더 고통스러웠던 유명세의 그늘은 웃음기 머금은 페이소스로 남는다. 한 시대 '웃음의 제왕'으로 머물기 위해 기꺼이 '패널'로 연예대상을 넘보는 이경규가 감당한 열정 페이 역시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이경규의 2회 보장 장담에도 불구하고, 2회분의 <라디오 스타>는 웃음 폭탄으로서의 성과로서는 아쉬운 성과로 마무리되었다. 첫 회에서 보여진 익숙한 '규라인'의 면면이 아마도 더 감동적이었던 2회의 시청으로 이어지지 않은 듯하다. 또한 '패널'로서 '폭주'하고 있는 이경규의 출연이 잦아진 만큼, 그가 보여준 웃음 폭탄의 여파도 그 파급력이 줄어든 탓도 크다. 이는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연의 소모성으로 지적된 바 있다. 공연이 아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경규의 지적이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운명을 예견한 셈이 된 것이다. 최근 <런닝맨>에 이어, <snl코리아>, 그리고 <라디오 스타>까지 이경규의 행보는, <런닝맨>과 <snl코리아>를 통해 '갓경규'의 면모를 확인했다면, '츤데레'한 형님 이경규를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라디오 스타>는 조금은 더 아껴 두어도 좋았을 패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부디 '패널' 이경규가 소모되지 않고, 종종 웃음의 폭탄으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by meditator 2016. 7. 7. 15:45

처음 함께 <썰전>을 시작했던 강용석 변호사가 일신 상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하게 되자, <썰전>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 위기는 비록 아쉽지만, 그래도 신선한 젊은 피 젊은 보수 논객 이준석으로 수혈되었다. 하지만, 4.13 총선과 함께 찾아온 정치의 계절은 <썰전>에겐 혹한이 되었다. 두 패널 이철희 소장과 이준석씨가 모두 여야 국회의원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과연, 이철희를 대신할만한 분석적 패를 <썰전>은 마련할 수 있겠는가? 대중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3%이상의 꾸준한 시청률과 목요일 밤 종편 종합 1위, 예능 1위(닐슨 코리아 기준)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썰전>은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이다를 스스로 증명해 냈다. 




유연한 진보와 과격한 보수의 신선한 콜라보 
6월 17일 비례 대표 국회의원의 존재 유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유시민 의원은 자신이 <썰전>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L'과 '리'가 출마하게 된데서 '땜빵용'이라며 애교스럽게 표현했다. 한때는 가장 까칠한 논객이었던 정치인 유시민은 이제 마치 '거울 앞에 선 국화'처럼 원숙하게, 그리고 쌀알을 주렁주렁 달고 고개를 숙인 벼처럼 포용력을 가진, 그래서 본인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그에게 대권을 희망하게 만드는 희망적인 분석가로 돌아왔다. 심지어 종종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 따위가 무색하게 전원책 변호사는 말끝마다 '단두대'를 들먹이며 6월 16일 방송에서 처럼 비례 대표 국회의원 무용론 등의 직설을 퍼붓는 반면, 유시민 의원은 오히려 융통성을 발휘하는 듯한 발언으로 '명분'까지 두둔하는 상반된 모양새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쌈쟁이 진보와 현실 긍정의 보수란 프레임은 <썰전>을 통해 어긋나기가 일쑤이고, 바로 그 점에서 유시민, 전원책 두 새 패널의 <썰전>은 그 이전의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 충실했던 이철희, 강용석-이준석의 <썰전>과 차별화되고, 새로운 재미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가장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단두대'를 운운하며 개혁을 부르짖는 보수와, 그를 살살 말리며 현실 인정을 설득하면서도, 결코 원칙을 저버리는 않은 두 패널의 '만담'같은 정치 분석은 종편 예능 1위에 걸맞게, 웃기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그 어떤 예능보다 재밌으면서 유익하다. 

하지만, <썰전>은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두 패널의 '만평'에 머무르지 않았다. 외려 두 패널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썰전>을 정착시켜 나가자, 그 안정적 흐름 위에 '특집'처럼 정치 평론의 각을 벌여 나가기 시작한다. 

지난 5월 12일 4.13 총선이 마무리 된 후 166회 <썰전>은 1부 저술 활동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유시민 작가 대신 진중권 교수를 대타로 등장시킨다. 동네에서 개아빠와 고양이 아빠로 종종 마주친다는 두 사람은 이전의 유시민 의원과 다르게 '기승전 파이트'의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눙치고 얼르는 유시민 의원과 달리, 진중권 교수는 달변의 전원책 변호사에게 놀란 듯하면서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쳐 이전의 유시민 패널과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다. 



다양한 정치인들로 꾸며진 '특집'
하지만 정작 이날 <썰전>의 백미는 이후 2부로 이어진 <젊은 정치인 특집>이었다. 낙선한 <썰전>의 이전 패널이었던 이준석 노원병 새누리당 후보와, 선거 이전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더불어 민주당 김광진 현 의원이 함께 자리를 한 것이다. 비록 이준석 과거 진행자는 이미 <썰전> 패널을 역임했듯 젊은 정치인으로 일찌감치 방송에 등장했지만,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김광진 의원과 함께, 노회한 논객들에게선 맛볼 수 없는 '젊은 정치'의 세계를 선사했다. 이철희와 상대한 이준석은 그저 새누리당 입장을 대변했지만, 김광진 의원과 조우하니, 선배 정치인들과는 다른 야심을 가진 새로운 정치 세대의 대변자로 보였다. 새 얼굴 김광진 의원은 때론 그래도 국회의원을 역임한 경력과, 하지만 경선 패배와 함께 이준석과 함께 노회한 정치의 벽 앞에서 그래도 두드리기를 멈추지 않는 패기를 선보였다.

그렇게 <젊은 정치인 특집>을 선보였던 <썰전>은 그에 뒤이어 6월 9일에 이어 16일 2부로, <웰컴 특집>을 선보인다. <썰전>의 터줏대감으로 더불어 민주당 비례 대표 국회의원이 된 이철희 소장과, <썰전>을 비롯하여 jtbc의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 얼굴을 종종 보였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기념으로 <썰전>에 등장한 것이다. 



9일 방송에서는 이철희 의원의 비례 대표 국회의원으로 들어간 이유과 고뇌에 대한 해명의 자리를 마련하는가 하면, 3선이 된 김성태 의원의 여유를 선보였고, 역시나 여야로서 뼈있는 덕담으로 화기애매한 자리를 선보였다. 이젠 국회의원이 된 두 사람, 그 중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의 핵심부에 자리한 두 사람은 이젠 안방 마님이 된 유시민, 전원책 패널과도 다르고, 햇병아리 젊은 정치인 두 사람과도 다른, 정치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다. 

여유로운 진보 유시민과 과격한 보수 전원책과 더불어, 종종 특집을 통해, 젊은 층의 정치 외면 시대에 젊은 정치의 가능성을 열고, 정치 무능론의 시대에 정치에 대한 재미와 가능성을 열어가며 <썰전>은 프로그램의 지평은 넓혀감은 물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간다. 
by meditator 2016. 6. 17. 05:36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갓경규'로 새로이 등극한 이경규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3월 19, 26일 방송에서 애견 뿌꾸의 갓 태어난 여섯마리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에서 1위를 쟁취했던 이경규는 4월 2일과 9일의 낚시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1위에 등극, 그의 방 채팅창에서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 '갓경규'의 위엄을 확인했다. 


3월 19일 프렌치 불독 강아지 여섯 마리와 함께 개인 방송을 시작했을 때, 이경규가 방송을 한다 하여 그의 개인 방에 들어가 본 인터넷 유저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노안으로 채팅 창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그의 말대로 그저 갓 태어나 발바닥이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보는 것 외에 이렇다할 상황을 연출하지 못한 이경규의 방은 방송 분량을 채우기 위해 야심찬 준비를 하고 등장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심심하기 이를데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저들은 명망에도 불구하고<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무기렸했던 박명수, 정준하의 예를 들며 이경규의 몰락을 예견했다. 



눕방에 이어 낚방까지 성공
하지만 이경규는 달랐다. 채팅장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번잡한 마이 리틀 텔레비젼 방송의 리듬을 거스르며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는 것 그 자체가 '힐링'임을 강조하며 묘하게 채팅장 유저들을 설득해 갔다. 간간히 정 지루할 만하며 강제 모유 수유를 하던가 그도 안되면 억지 '투견'을 해보이며 채팅창의 지루함을 달랬다. 하지만 긴 촬영 시간 동안 자신이 지쳐 누워 버리는 사태까지 초래하며 일찌기 <무한도전>에서 예견했던 '눕방'까지 선보인 이경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전후반 모두 1위를 달성했다. 

그렇게 신개념 '눕방'이란 단어를 만들어 내며 1위가 된 이경규는 애견 분양에 이어 이번에는 '낚시'라는 또 한번의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이미 '낚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케이블 방송들이 있는 것처럼, 낚시는 매니아들을 확보한 취미 생활이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의 사람들만이 즐기는 '편향된' 취미 생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낚시'를 내세운 케이블 프로그램을 보면, 낚시가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라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정적인 분야라, 실제 케이블 방송도 낚시 그 자체보다 몸매가 늘씬한 여성들과 경치 좋은 곳에 놀러가 먹방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여사이기 때문이다. 즉, 낚시 tv인데 낚시가 없는 그 자체의 함정을 지닌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 분양에 이어 이경규는 다시 한번, 지극히 정적인 아이템을 들고 다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찾았다. 하지만 이경규의 낚방은 일반적인 케이블의 낚시 방송과는 달랐다. 낚시를 표현하는 말로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종일 기다려 몇 마리를 잡을까 말까한 기존의 낚시 방식 대신, 떡밥으로 붕어들을 모아 빈번하게 낚는 신기술로 스펙타클한 낚방을 선보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신개념의 낚방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추운 날씨, 밤에, 촬영을 위해 조명이 잔뜩 켜진 열악한 조건은 이경규가 내세운 20마리의 승률에 도달하기엔 무리한 목표였다. 결국 이경규는 18마리의 성적으로 한 밤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이날 이경규의 낚방은 결국 목표를 채우지 못한 '입수'로 화제가 되었지만, 이경규의 입수는 방송이 마무리된 이후의 벌칙이었다. 즉 생방송의 분량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입수'를 매개로 고군분투한 스펙타클한 낚시 전반이다. 방송 마지막 '이게 뭐라고 내가 나가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다'는 채팅창의 말처럼, 과연 이경규가 자신이 내세운 20마리의 공약을 달성할까에 함께 노심초사한 그 과정 자체가 '이경규 낚방'의 매력인 것이다. 

'갓경규'의 내공, 유연함과 끊임없는 도전 
그간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는 먹방의 붐을 탄 백종원 등의 쉐프 그룹과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성 방송을 마련한 김구라를 제외하고는 연배가 있는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이렇다할 효과를 내지 못했었다. 나름 예능계에서 이름값을 한다는 박명수도, 정준하도, 연예인이 아니라도 나이가 제법 있었던 만화가 김충원도 무기력했다. 대부분 나이든 출연자들이 무기력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인터넷 채팅방'과 소통하며 방송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창의 내용과 자신이 준비했던 내용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관심도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대부분 융통성있게 대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경규 방송의 거듭된 승리의 가장 요인을 꼽을 수 있는 것은 절묘한 채팅창과의 호흡이다. 무언가 보여줄 것을 잔뜩 준비한 채 정해진 시간 안에 그걸 풀어놓기 위해 분주한 여타 출연자들과 달리, 이경규가 준비한 컨텐츠는 정적이다. 강아지 분양이라 하지만 그저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이 꼬물거리거나 엄마 젖을 먹는 외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의도적으로 투견 상황까지 만들어야 한다던가, 기껏해야 낚시 찌가 흔들리거나 손바닥만하거나 피래미만한 붕어가 잡혀 들어오는, 애초에 이렇다할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 없는 방송 내용으로 이경규는 방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이경규는 채팅창의 요구에 적절하게 응답하고, 또한 채팅창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방송을 흥미롭게 끌어간다. 심지어 채팅창에 올라온 딸 예림이의 동정까지도 여유롭게 받아치고, 승률이 좋은 낚씨에 잠수부 운운하는 채팅창의 멘트를 이어받아, 상황을 설정해 가는 유연성과 순발력은 유저들이 이경규에게 '갓경규'란 찬사를 그저 붙인 것이 아님을 증명해 낸다. 방송을 보면 이경규는 분명 여느 아저씨와 다를바가 없는 묘하게 그의 아저씨스러움에는 공감하며 거부감을 들지 않도록 만드는 유연함이 있다. 

또한 대부분 출연자들이 채팅창의 유저들을 '갑'으로 여겨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송 분위기를 흔들렸던 것과 달리, 이경규는 오히려 그들을 설득해 낸다. 방송 내용이 없다는 유저들의 불만에, 그저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며 반문하거나, 불평을 제기하는 유저에게 강아지 좋아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대차게 대응하며 방송의 중심을 놓지 않는다. 낚방도 마찬가지다. 물고기가 잘 낚이면 낚이는 대로, 못낚이면 못낚는대로 이렇게 저렇게 잔소리를 해대는 유저들의 불만을 유연하게 받아쳐서 오히려 실제 물풀을 제거해 주는 잠수부가 있다던가, 나이든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 생활이라며 낚시를 선전하며 특별한 취미 생활 애견과 낚시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설득해 낸다. 달콤한 디저트와 변신에 가까운 미용,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한 야구 시즌의 여러 정보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치고 그저 낚시를 던지고 붕어를 낚는 그 평이한 과정에 주목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내공, 거기에 '갓경규'의 마력이 있다.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시작하며 개그맨 생활 내내 처음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이경규, 하지만 일찌기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등 한국 예능사의 신기원을 이끌어 갔던 그 전설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치 않고 여전한 도전의 발길은 멈추지 않는 듯하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이경규의 도전이 그가 해보지 않았던 리얼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을 시작으로 당시 트렌드가 되었던 '힐링'과 토크쇼의 콜라보레이션 <힐링 캠프>로 이어지며 제 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힐링'이 지겨워지듯, 이경규의 새로운 도전은 또 다른 예능 트렌드와 함께 <힐링 캠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이경규의 예능은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올해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메인이 아니라면 객원으로라도 남은 불꽃을 태우겠다는 이경규는 그의 말처럼 이제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처럼 첨단의 예능 콘텐츠에서 '갓경규'로 등극하며 여전한 이경규 월드의 건재를 확인시켜 주는가 하면, <나를 돌아봐>나, 새로이 시작한 <능력자들>에서 처럼 박명수나 조영남의 매니저나, 김성주와 함께 하는 감초로서 그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거기엔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 이제 자신만으로 어려우면 딸과 함께 라도, 그게 부족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자신의 애견까지 동원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 의식과, 그를 뒷받침하는 열정이 있다. 

by meditator 2016. 4. 10. 14:20

결국 시즌3를 끝으로 조용히 사라지고 만 <인간의 조건>의 후속으로 야심차게 등장한 건 '언니'들의 예능이다. 그 중에서도 그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걸 크러쉬'한 것으로 한 몫을 했던 그녀들을 몽땅 모아놨다. 김숙, 라미란, 제시, 홍진경에 신선한 얼굴 민효린, 티파니가 합류했다. 


여전한 남성 중심 예능계에 야심찬 도전을 
'남자 예능이 주를 이뤘던 방송계 판도를 뒤집을 센 언니들이 왔다'는 <언니들의 슬램 덩크> 야심만만한 포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예능계의 대세는 남성 예능이다. 심지어 그간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한 자리가 주어졌던 여성 진행자들 조차 <해피 투게더>의 박미선, 김신영을 끝으로 자리를 감추었다. 이젠 더 이상 남성들이 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기껏해야 '인턴'이라며 여성 출연자들과 우스꽝스런 춤 대결을 벌이는 것이 최근까지 여성 연예인의 위상이었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택시>를 진행하는 이영자가 독보적일 정도로. 

물론 여성 중심의 프로그램이 시도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인간의 조건>도 여성 특집이 호평을 받자, 남성 팀과 병행하여 프로그램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소재 고갈로 좌초되었고, <진짜 사나이>도 네 차례의 여군 특집을 진행했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화제성면에서 하강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그렇게 남성 중심의 예능계에 최근 파열음을 일으키며 몇몇 여성 연예인이 등장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걸크러쉬'라는 말을 새삼 유행시킨 김숙이다. 윤정수와 함께 출연한 <님과 함께>에서 김숙은 '가모장'이라는 신선한 캐릭터로 올해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유일한 여성 예능인으로 초대받을 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녀에 이어 또 다른 '걸크러쉬'의 주인공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거침없는 언변과 행동으로 화제가 되었던 제시이다. <진짜 사나이>에서 참 군인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멋진 엄마로 그 캐릭터를 승화시켰던 라미란 역시 이들에 못지 않은 '센 언니'이다. 숱한 남성들과 함께 <무한도전> 특집에 한 몫을 하는 홍진경 역시 걸출하다. 

이렇게 최근 예능을 통해 '센'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언니'들을 여성 예능의 포부를 밝힌 <언니들의 슬램 덩크>는 모아놓았다. 그런데, 언니들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왜 하필 슬램 덩크? 그 이유는 1박2일 멤버들과 함께 한 장황한 한 명, 한 명의 소개 이후 뒤늦게 밝혀졌다. 왜 우리가 함께 하게 되었을까?를 되짚어 본 멤버들, 따지고 보니, 그 자리에 함께 한 여섯 명의 멤버들은 모두 한결같이 십대나 이십대 초의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각각 십여 년에서 이십 여년이 넘는 연예계 생활동안 한 길만 바라보고 달려 오느라 개인적인 '꿈'은 일찌감치 접어두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 '슬램 덩크'의 소년들이 농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듯, <언니들의 슬램 덩크>를 통해 못다이루었던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한 도전을 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꿈의 도전으로 김숙의 관광버스 기사 도전이 시작된다.

걸크러쉬했던 그녀들은 어디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센 언니'들의 매력을 기대하며 첫 회였지만, <언니들의 슬램 덩크> 속 언니들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매력이 넘치던 그 언니들이 아니었다. 김숙은 '가모장' 김숙과 <인간의 조건> 속 자상한 맏 언니 김숙의 경계선에서 왔다갔다 했다. 아직 리얼 예능이 낯선 라미란은 부끄럼이 많았고, <응답하라 1988>의 치타 여사처럼 당차보이진 않았다. 홍진경은 일관됐지만, 솔직히 그들의 그 캐릭터는 <무한도전>에 홍진경이 등장하면 멤버들이 고개를 돌리듯 보기도 전에 식상해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제시는 매력적이지만 최근 그녀의 매력 역시 중첩되어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티파니와 민효린은 신선하다지만 sm과 jyp라는 기획사의 배경을 빼고 아직 그녀들에게 시선이 가진 않는다. 



프로그램은 '꿈'을 논하지만, 정작 장황한 인터뷰에 주저앉아 버린 프로그램은 그녀들의 꿈을 향한 여정에 개연성을 놓친다. 왜 지금 그 시간에 그녀들이 꿈을 향해 경주해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대신 몇 마디의 말로 퉁쳐버린다.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가 아닐까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이미 자신의 꿈을 이룬 것처럼 보인 그녀들이 새삼 지난 혹은 앞으로의 꿈에 대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 입봉 피디의 야심작이라는데, <남자의 자격>이나, <인간의 조건>을 보는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3개월기간의 빠듯한 돈이며, 멤버들이 예능국장까지 나서서 일을 꾸려가는 방식이 새롭다는데 새롭지가 않다. 

이미 '가모장'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김숙을 필두로 역시나 예능에서 화제가 되었던 여성 개그우먼을 중심으로 '센 언니'들의 프로그램이 시도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jtbc의 <마녀를 부탁해>처럼 '센언니'라는 캐릭터를 밀어붙여 남성 연예인과의 집단 토크쇼를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프로그램에서 펄펄 날던 그 '센 언니'들의 화제성은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걸크러쉬'의 캐릭터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어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라는 점이다. <님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의 '가모장'은 리얼 김숙이 아니라, <님과 함께> 속 윤정수의 파트너로서의 김숙이다. 마찬가지다. 라미란이 돋보였던 것은 <진짜 사나이> 속 상황극이나, <응답하라 1988>과 같은 드라마 속 캐릭터에서 인 것이다. <언 프리티 랩스타>의 제시 캐릭터 역시 큰 맥락에서 다르지 않다. '리얼 버라이어티'라지만 그녀들이 화제가 되었던 리얼 버라이어티는 철저하게 '각본화된 상황'을 전제로 했던 것이다. 

그랬던 그녀들이 그 상황극을 벗어나 본연의 얼굴로 돌아온 <언니들의 슬램 덩크>는 그녀들 본연의 얼굴과, 대중들이 호감을 느낀 '센 언니' 캐릭터 속에서 아직 방황하는 듯 보인다. 아니 오히려 종종 등장하는 자막은 알고보니 '센 언니'가 아니라 '수줍은', '소녀 감성의,' 천상 여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럴 수는 있지만, 과연 이 대중들이 소비하고픈 '센 언니'의 이면의 모습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아마도 <언니들의 슬램 덩크>가 해나가야 할 숙제가 될 듯하다. 


by meditator 2016. 4. 9. 06:16

작년 11월 13일 <능력자들>의 첫 방송과 함께 메인 mc로 이 방송을 이끌었던 김구라가 이 프로그램이 목요일 밤으로 자리를 옮기며 떠났다. 동시간대 jtbc에서 방영하는 <썰전>과 출연이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하차는 그저 방송시간대의 중복 뿐이었을까? 첫 방송 이래 20회까지 5~6%의 시청률을 오르내렸던 <능력자들>은 동시간대 tvn의 나영석 표 예능과 또 다른 금요일 밤의 강자 <정글의 법칙>과의 대결에서 보면 최악의 성적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악은 아니었지만, 20회의 회차에도 불구하고 '화제성' 등에서 그다지 긍정적이라 보기도 힘든 형편이다. 그렇게 애매한 <능력자들>이 금요일 밤을 음악 프로그램인 <듀엣 가요제>에 넘겨주고 목요일로 자리를 옮겼다. 




폐지 아니면 부활, 능력자들의 배수진 
목요일 밤 11시, 마지막 방송에서 김구라는 mbc 예능의 목요일 밤 11시를 '목요일의 저주'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별바라기>, <경찰청 사람들 2015>, <헬로 이방인> 등 다 나열하기도 무색하게 그간 mbc 예능의 목요일 밤 11시대는 처절한 패배의 현장이었다. <능력자들>이 이 자리로 옮겼다는 것은, 이 전쟁터에서 그간 사라져갔던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전사'하거나, 저주를 푸는 모아니면 도의 선택, 아니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김구라의 후임으로 이경규가 선정되었다는 보도에 혹자는 섣부르게 이경규와 함께 침몰했던 <경찰청 2015>의 씁쓸한 기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최근 <마리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신기원의 눕방을 선보이며 '갓경규'로 등극한 이경규의 상승세가 다시 발목이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월 7일 그의 첫 방송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예능인의 생존감을 내세웠던 '갓경규'이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젼> 이전의 이경규의 실적(?)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사표에서 무모하더라도 도전을 내세웠던 이경규답게 다시 한번 '목요일의 저주'의 자리에 용감하게 찾아들었다. 

하지만 4월 7일 방송분을 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새롭게 개편된 <능력자들>의 신의 한수는 이경규보다는 최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김성주였다. 마지막 방송에서 '대결'이 강조되는 <능력자들>에서 축구 캐스터로 활약했던 김성주가 적절할 것이라 예측했던 김구라의 선견지명은 개편된 첫 회 빛을 발했다. 

갓경규, 위의 신의 한 수 김성주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이른바 여러 분야의 덕후들을 찾아내, 그들의 덕후력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인 <능력자들>은 그 '덕후'의 신기함이란 면에선 신선하지만, 그들의 '덕후력'을 일반적인 시청자들과 공감하는 예능화하는 지점에선 보편성의 한계를 지녀왔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특수한 '덕후'와 그들의 '덕후력'을 '중계를 통해 보편적 공감으로 승화시키는데 축구 캐스터 출신의 김성주가 묘수였음은 한결 생기 넘치는 21회에서 증명된다.덕분에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는 '열차' 능력자의 능력 검증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축구 게임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일찌기 <슈퍼스타K>에서 부터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 <복면 가왕>을 통해 메인 mc로써의 능력이 일취월장해 가고 있는 김성주의 진면모가 <능력자들>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오죽하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이경규가 자신이 메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김성주가 메인이라고 하듯이 <능력자들>의 흐름은 김성주가 끌고가고 이경규가 양념을 치는 식이다. 일찌기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함께 '덕후'들을 탐험한 바 있던 두 사람이지만, 그 주도 양상이 변화되었다. 놀라운 것은 굳이 메인 mc로서의 지분을 고집하지 않는 채 여전한 '갓경규'의 원숙한 내공이다. 거기에 새로 합류한 덕후 맘으로서 데프콘의 조력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mbc 예능의 산 증인이었던 이경규와, 최근 진행의 물이 오른 김성주의 조화는 그간 우리와는 좀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그친 <능력자들>의 공감도를 높여준다. 초반 mc이전에 능력자로서의 김성주와 이경규의 검증은 그 자체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예능적 재미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특히 그 분야도 생소했던 '날씨' 능력자를 소개하기 위해 등장한 김동완 통보관과의 매끄러운 대화, 그리고 82살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손주뻘 능력자랑 대결을 하느라 고전하는 노 기상 통보관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가능성을 열었다. 

덕분에 이전에 능력자의 능력이나 호감도에 따라 오르내리던 프로그램의 재미는 일반인 예능의 한 분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남겨진다. 굳이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필요가 의문스러운 연예인들의 존재와, 굳이 리액션조차도 보이지 않는 종이 상자를 뒤집어 쓴 방청객의 무기력함이다. 차라리 그 어설픈 봉투를 제치고, 어색한 연예인들의 리액션대신 자연스러운 방청객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덕후 예능이 아닌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또 하나의 가능성이 아닐까. 

by meditator 2016. 4. 8. 06:03

3월 13일 방영된 427회 <sbs스페셜>에서는 sns 상에서 회자되는 '개저씨'를 다루었다. 여기서 말하는 개저씨는 개+아저씨의 줄임말로 한 마디로 개같은 아저씨를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룬 개저씨의 체크 목록은 다음과 같다. 




**개저씨 체크리스트
□ 식당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을 한다.
□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 사생활을 묻는다.
□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 농담을 한다.
□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행을 했다.
□ 회식도 업무의 연장!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 직장후배에게 업무 외의 일을 시킨 적이 있다.
□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게 강요했다.

이 체크 리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개저씨는 '가부장제 사회'의 그 분이다. 여전히 남성이 군림하고 있는 당신의 세상에서, 남성인 당신의 아랫 사람을,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함부로 다루며, 자신의 사고 방식을 강요하는 그 사람들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저씨'라고 칭한다. 그 이전 세대의 '꼰대'와 비슷하지만, 꼰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없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에 방점이 찍힌다면, 개저씨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상'인 남성 우월주의 추태가 곁들여 졌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의 '꼰대'이건, 요즘의 '개저씨'이건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퇴행하는 중장년층을 지칭한다는 의미에서 공통적이다. 

그렇게 아저씨들이 시대에 뒤쳐져서, '개'와 동급이 되는 세상, 자청해서 '개저씨'가 되는 분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개저씨'들은 개같아서 개저씨가 아니라, 개와 함께 해서 '개저씨'라는 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 개저씨들은 '먹방'이 한 풀 꺽인 방송에서 이른바 '펫방'으로 신조류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sns 상의 개저씨와 차별성을 지닌다. 



이경규 강아지들과 함께 누워 방송하다  
지난 3월 13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인터넷 실황 방송에서 부터, 20일 정규 방송에 이르기까지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이경규의 '눕방'이다. 말 그대로 누워서 방송하는 이경규, 그런데 심지어 그랬는데도 전반전 1위라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 관심을 끌었다. 

물론 애초에 시작부터 이경규가 누워서 방송을 한 건 아니었다. 이경규가 애견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이날 방송은 그의 애견 중 한 마리인 '뿌꾸'가 갓 낳은 여섯 마리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이었다. 방송 당일날 겨우 눈을 떴다는 꼬물거리는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데리고 대담하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한 코너를 맡은 이경규, 하지만 방송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시쿤둥한 반응으로 흘러가고, 강제 수유와 강아지 소개에 지친 이경규는 결국 어미와 강아지들과 함께 지쳐 누워 버리고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누방'의 신세계를 열었다. 올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예능 대부로서 예언한 '누워서 하는 방송'을 실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누워서 방송을 마무리했음에도 이경규라는 방송 대부의 저력, 거기에 이경규의 말처럼 그저 보는 것만으로고 경이롭고 귀여운 여섯 마리 강아지들의 마력은, 좌충우돌 추신수, 김동현의 이벤트와 늘씬한 모델들의 활보, 거기에 귀여운 쿡방까지 제치며 전반전 1위를 성취했다. 그리고 그런 '펫방'에 힘입어 이경규는 수요일 밤 딸 예림이와 함께 하는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도 또 다른 애견 두치를 합류시켜 시골 노인들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한다. 



삼둥이 아빠 주병진과 강호동과 작은 마리들
하지만 동물과 방송하는 '개저씨'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이경규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마리와 나>를 통해 각종 동물과의 교감을 실천하고 있는 강호동이 그 시초였고, 송일국의 아이들 삼둥이 못지 않게 인기있는 웰시코기 삼둥이 아빠  <개밥주는 남자> 주병진이 있다. 

jtbc와 손을 잡은 강호동이 함께 한 프로그램은 <아는 형님>에 이어, 생뚱맞게도 동물 돌보기 프로그램인 <마리와 나>이다. 더구나 <마리와 나>에서 그에게 보호가 맡겨진 동물들은 덩치 큰 강호동과 대비되는 아주 작은 동물들이었다. 쥐면 꺼져버릴 것같은 작은 동물들이 커다란 강호동의 품 안에서 편안히 쉬는 그 장면은, 늘 큰 목소리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했던 강호동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런가 하면 싱글이란 말이 무색할 나이의 주병진의 화려한 펜트 하우스에 침입한 웰시 코기 삼형제와 주병진의 해프닝, 그리고 가족 만들기는 타 출연자의 지지부진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개밥주는 남자>를 살려내는 효자 아이템이 되었다. 외로움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하지만 주병진의 손길이 여기저기 숨쉬는 정갈한 펜트하우스, 거기에 들이닥친 무법자 삼형제가 대번에 싸대는 똥, 오줌에 정신을 놓다시피하면서도 그들과 하루하루 정을 쌓아가며 가족이 되어가는 주병진의 모습은 그 어떤 육아 프로그램보다도 훈훈하다. 

애견의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으로 시작한 이경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어린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 강호동, 그리고 자식을 키우듯 웰시코기 삼형제를 보살피는 주병진, 이 세 사람들의 공통점은 '펫방'이라는 것 말고 또 하나가 있다. 세 사람 모두 한 때 예능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예능계의 거목들이라는 점이다. 



예능 거목들의 자기 변신 
언제나 메인 mc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단정한 주병진이 자신의 집과 속내를 드러내며, 거기에 한 술 더떠 강아지들의 아빠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한 점은 그 자체로 이미 새로운 도전이 된다. 동물에 익숙하지 않은 강호동의 펫방도 마찬가지다. 예능계 거두들의 ,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도전, 그 결과물로서 호응을 얻고 있는 '펫방'은 그래서 여러모로 신선하다. 개저씨이지만, 이른바 요즘 개저씨와는 다른 시대와 호흡하는 모습인 것이다. 

이미 이경규는 올 초 <무한도전>에서 스스로 중심이 돼서 방송을 이끌 수 없는 여건이라며 패널로서 마지막 예능감을 불태우겠노라고 단언한 바 있고,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그런 그의 결심의 첫 테이프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그런 단언이 일회성이 아닌 것은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 예정에서 보여진다. <마리 리틀 텔레비젼> 출연을 놓고 이미 박명수 등이 고배를 마신 프로그램에 제 아무리 예능 대부라도 이경규의 출연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반응에, 이경규는 그런 무모한 도전이야말로 안되면 휩쓸려가지만 잘되면 반향이 크다며 거침없는 그의 행보를 정의내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경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펫방은 '펫방'을 빌미로 삼는다기 보다는 '펫방'으로 시작된 이경규의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sbs스페셜에서 미흡하지만 개저씨가 개저씨가 아닐 수 있는 처방을 내렸었다. 결국 개저씨들이 웅크리고 있는 세계를 나와 젊은 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해법을 '개저씨'들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경규가 실시간 자막을 보며 '나가'를 외친다고 해서, 더는 이경규를 개저씨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막에 눈치보는 사람들보다, 그의 솔직한 한 마디에 열광한다. 심지어 개를 돌보다 누워 버린 그에게 그가 하고자 했던 눕방을 했다고 열광한다. 그건 그가 누워서 방송을 해서가 아니라, 이경규의 말대로 부딪치고 깨져도 멈추지 않는 부단한 자기 변신의 노력이 사람들을 호응케 하는 것이다. 결국 개저씨의 해법은 '구 시대'에 머물지 않는 자기 변화의 노력이다. 

by meditator 2016. 3. 26. 14:00

2016년 새해가 밝자 마음이 앞선 사람들은 너도나도 작년 한 해 미디어를 휩쓴 '먹방'의 후속 주자를 점치기에 바빴다. 실제 방송가에서는 '먹방', '쿡방'을 이을 '집방' 프로젝트를 마련하기도 하고. 이 이야기는 곧 결국 더는 '먹방'이나 '쿡방'이 매려적인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고, 솔직히 '한 물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쉽게 싫증내는 사람들에게 그만하면 울궈먹을 만큼 울궈 먹었다는 것이다. 




진부해진 먹방과 쿡방 홍수 속에 돌아온 시즌2
이에 각 먹방 프로그램은 변화를 모색한다. 본의 아니게 mc를 교체해야 하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우 몇 명의 인턴 mc를 거쳐 축구 중계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안정환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 후발주자였던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아이돌 하니를 합류시켜 젊은 층의 관심을 끌려고 애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비정상회담>의 스핀 오프 격이었던 <네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냉장고를 부탁해>의 세계편으로 <쿡가대표>를 마련했지만 그 반향은 미미하다. 그런 가운데, 작년 '집밥' 열풍과 '백선생' 열풍의 주인공이었던 <집밥 백선생>이 시즌2를 선보인다. 

<한식대첩>의 박학한 심사위원을 시작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거쳐 <집밥 백선생>의 열풍을 이끌었던 백종원, 그는 이런 프로그램의 성공을 기반으로, 그의 이름을 건 몇 개의 요식업체를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역시나 그의 이름을 건 sbs의 <백종원의 3대 천왕>이라는 음식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만능 간장' 등 각종 비법을 충분히 전수한 듯 보였던 <집밥 백선생> 시즌2를 또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과유불급'처럼 보였다. 

이미 피로도를 느끼기 시작한 먹방과 쿡방, 거기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백종원과 함께 시즌2를 시작한 제작진이 던진 묘수는, 시즌1을 백종원과 함께 시즌1을 이끌던 제자 군단의 전격 교체이다. 한 시즌동안 호흡을 맞추며 백종원만큼이나 집밥의 대명사가 된 이들을 교체하는 것으로, 진부해질 수도 있는 <집밥 백선생>을 변모시켰다. 

시즌1의 제자들을 그 면면에서 '집밥'의 필요성을 각인시켜주는 인물들이었다. 기러기 아빠 윤상, 가정적으로 시련을 겪은 김구라, 거기에 젊은 싱글족 제자들을 합류시켜,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는 열풍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심기일전을 위해 새롭게 불러모은 제자들은 과연 시즌1의 열풍을 이어갈만 할까? 

3월 22일 첫 선을 보인 <집밥 백선생> 시즌 2, 시즌1에서처럼 백선생보다 제자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네 명의 제자, 또 집밥이 필요할까란 질문이 무색하게,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시즌2'의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시즌 2의 당위성을 설득해 낸 새 제자들 
소개 동영상에서 제일 먼저 선을 보인 것은 배우 이종혁, 이미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예능에 선을 보인 바 있던 그가 '달걀' 요리를 한다. 하지만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결국 백선생이 닭의 잡내 때문에 시식을 못할 수준의 요리를 만들고 만다. 백선생 마대로 아내가 요리하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스스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을 단번에 증명해 내고만 그의 대충대충 요리는 '교정'이 절실해 보인다. 그의 뒤를 이어 자신의 집 주방에 등장한 장동민도 만만치 않다. 완벽주의자라며 제법 칼 질을 해보이는가 싶더니, '창조적'을 운운하며 '낙지 젓갈'을 볶음밥에 퍼부어, '비린내' 범벅을 만들고 만다. 위기 상황에 '엄마~!'라는 이 늙은 철부지 아들에게도 '가르침'은 필수적이다. 자칭타칭 요리 블로거 정준영의 요란한 빈수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세 사람의 제자들의 면면에서, 이미 한 시즌을 돌아 낸 <집밥 백선생>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보인다. 어떻게 시즌2를 이끌어 가나 고민했는데 제자들의 실력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는 백선생의 웃음기어린 고백이 빈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이미 세 명의 제자들을 통해, <집밥 백선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이던 방송은, 52년동안 엄마 밥만 얻어먹었다는 김국진의 방송분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눈 앞에 있는 후라이팬도 못찾고, 가스불 하나 켜지 못하는, 마치 생전 처음 부엌에 들어온 듯한 '요리 신생아' 김국진의 모습은 묘하게도 '그에게 요리의 세례'의 절실함을 설득한다. 더구나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이제 너에게 음식을 해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언에서는 김국진의 요리는 '간곡'하기까지 한다. 기러기 아빠도 아니고, 이혼한 지도 오래된, 그의 존재가 새삼스레 '쿡방'의 새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김국진을 비롯한 네 명의 제자들은 시즌 1의 네 제자들처럼 '요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묘하게 시즌1의 네 제자들과 다르다. 시즌1의 네 제자들이 '원론'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네 제자들은 그 한 명, 한 명이 스핀오프로서의 '집밥'의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진부한 소재, 뻔할 지도 모르는 콘텐츠가 신선한 가능성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집밥 백선생>시즌2의 기묘한 한 수는 결국 콘텐츠의 진부함을 불러오는 건, 콘텐츠의 기간이 아니라, 제작진의 관성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런 면에서, <집밥 백선생>의 새로운 시즌이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6. 3. 23.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