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케이블, 종편, 심지어 웹드까지 범람하는 드라마 시장, '이런 드라마가 있었어? 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드라마들, 10%가 넘으면 대박,  애국가 시청률인 1%도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의 제작 편수는 늘어났지만 과연 그 양만큼 질을 담보해 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2018년, 그래도 이들 드라마가 있어 드라마 볼 맛이 났다는 몇몇 드라마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였다. 

여전히 왕좌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선샤인>은 '명불허전'이었고,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에게 <나의 아저씨>는 '환골탈퇴'였으며, <안투라지> 서재원 작가의 <손 the guest>에 이르면 '개과천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제 아무리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지만 이들 드라마를 작가들의 이름만으로 설명하자니 어딘가 아쉽다. 그건 바로 올 한 해 '명품'이었던 이들 드라마들에서 작가만큼, 아니 때로는 작가보다 더욱 빛났던 피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에게 날개를 달아준  이응복
일찌기 <파리의 연인(2004)>이래 김은숙 작가는 '로코'의 여왕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그녀에게 찾아온 위기는 뜻밖에도 바로 지금의 동지 이응복 연출때문이었다. 2014년 동시간대 kbs2의 <비밀>에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은 고전했고, 당연히 김은숙 작가의 한계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 한계는 2016년 '적과의 동침', 이응복과 김은숙의 만남으로 통해 극복되었다. 

아니 극복이 아니라 날개를 달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무엇을 써도 '로코'였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서사성은 물론 서정적으로도 탁월하고 웅장한 스케일을 펼쳐내는데 거침이 없는 이응복 연출을 만나 시대성을 담은 문제작으로 거듭났다.  그리스의 풍광을 배경으로 낯선 땅 그곳에서 '조국'의 사명감을 안고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젊은 의사와 군인들의 이야기 <태양의 후예(2016)>에 과연 이응복의 터치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마찬가지다. 고려를 연상케 하는 과거와 동유럽의 이국적 정서, 그리고 현실과 도깨비의 세계를 오가는 시공초월 러브스토리였던 <도깨비(2017)> 역시 첫 회부터 비극적 정서를 한껏 뿜어내던 김신의 캐릭터 설정과 지은탁의 키다리 아저씨였던 두 남신의 미학적 장치가 아니었다면 과연 설득력을 지녔을까 싶다.

그리고 이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18년 김은숙 작가는 '사극'에 도전한다. 그것도 드라마계에서 승률이 언제나 불리했던 구한말 의병의 이야기를.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는 <토지>의 어느 장에선가 본 듯했고, 여전히 김작가만의 '로코'적 대사와 전형성을 그리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스토리와 관계의 행간을 이응복 연출의 비장하고도 장엄한 구한말 조선의 재연을 통해 메워냈고  시청자들은 거기에 다시 한번 감응했다. 이응복의 연출은 성당을 가득메운 구비구비 이야기가 담긴 예술적 벽화와 천장화처럼, 심지어 창문을 빼곡하게 채운 스테인드글라스의 조합까지 놓치지 않고 채색해가며 드라마를 완결시킨다. <태양의 후예>에서, <도깨비>, 그리고 이제 <미스터 선샤인>을 경과하며 어느덧 김은숙의 이응복이 아니라, 이응복의 김은숙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격조가 다른 드라마의 장을 펼쳐냈다. 이 압도적인 윈윈 조합이 과연 2019년에도 이어질 지 두 사람의 파트터쉽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선샤인>이 이응복 연출 스케일을 통해 여타 드라마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드라마로 거듭남으로 2018년 드라마계에서 독보적이었다면, <나의 아저씨>는 올 한 해 시청자들을 이른바 '힐링'이란 차원에서 압도했던 드라마이다. 

 

 

우리 시대의  '나저씨' 김원석
이미 <또 오해영>을 통해 '로코'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던 박해영 작가, 하지만 <나의 아저씨>는 이 작품이 <또 오해영> 작가 꺼야 라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다른 색채의 작품이다. 회사 내 권력 싸움 와중에 건축 구조 기술사로서의 직업적 자부심이 무색하게 밀려나고 또 밀려날 처지의 아저씨 박동훈과 그의 회사 일개 비정규직 사원으로 인연을 맺게 된 밑바닥 청춘 이지안이 '회사'와 사회를 배경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또 오해영>보다는 김원석 피디의 <미생>에 더 가닿는다. 

일찌기 <성균관 스캔들(2010)>로 조선시대 빛나는 청춘들의 성장담을 그렸던 김원석 피디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3년 그 청춘의 성장담을 '음악'을 매개로 하여 그리려 했던 <몬스타>을 경유한 후 '아프니까 청춘이다' 시대의 공감과 위로를 담았던 <미생>으로 그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미생>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은 시즌2를 기대했지만, 김원석 피디는 다른 방식으로 시대에 응답했다.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손을 잡으며 과거과 현재의 인물이 무전기를 매개로 '시대를 관통하는 적폐'의 상징적 사건을 해결하는데 돌진함으로써 2016년 '적폐' 시대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제 2018년 마치 <미생>2처럼, 세상사에 치인 사람들에게 기댈 '내력'이 되어준다. 김원석 피디는 민감하게 시대에 반응하되,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선함과 그를 향한 의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 '긍정'의 미학을 일관되게 작품을 통해 그려내왔다. 그리고 그 '절정'이라 할만한 작품이 바로 <나의 아저씨>이다. <미생>에서 오상식과 장그래에게 열광했던 사람들은 2018년 박동훈과 이지안을 응원했다. 아니 열광하고 응원하도록 김원석 피디가 그려냈다. 

김규완, 김태희, 정윤정, 김은희, 그리고 박해영, 그간 김원석 피디와 함께 했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다. 이들 작가는 김원석 피디와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났으며, 김원석 피디는 이들 작품을 통해 예의 김원석 표 휴머니즘, 따뜻하지만,  나약하지 않고, 흔들리되 꺽이지 않는, 그리고 언제나 세상사에 눈감지 않고, 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이야기들을 끈질기게 펼쳐낸다. 과연 2019년 김원석이 그려낼 시대 정신은 어떤 것일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엑소시즘까지, 장르의 개척자 김홍선 
<보이스1>을 연출했던 김홍선 피디가 한국적 엑소시즘 드라마를 만든다 했을 때 그 작가가 <안투라지>의 작가라는 발표에 다들 우려를 금치 못했다. 그만큼 미드 <안투라지>를 바다 건너 '탱자'로 만들어 버린 작가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그 우려는 <손 the guest>의 세계가 열리면서 '기우'가 되어버렸다. 

엑소시즘은 외국 영화로는 여러 시리즈로 호평을 받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질적인 장르이다. 하지만 김홍선 피디에게 '이질적'이란 수식어는 '도전'이란 말로 치환되는 듯하다. 일찌기 <도시 괴담2>를 시작으로 <야차>, <무사 백동수>, <조선 추리 활극 정약용>, <라이어 게임>, <피리부는 사나이>, <보이스>에서 이제 2018년 <손 the guest>까지 그의 작품은 곧 장르물의 개척지가 되었다. 게임이 드라마로 들어왔고, 니고시에이터, 보이스프로파일러 등 드라마에서 생소했던 직업들이 장르물의 주인공으로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제 귀신들린 이에게서 악령을 내쫓는 구마 사제와 전통의 무당이 바다로 부터 온 박일도라는 바다로부터 온 '거악'을 없애기 위해 콜라보를 하기에 이른다. 

장르물의 개척자답게 늘 김홍선 피디의 작품에서는 '스토리'보다 '액션'이 앞서나가는 경향이 있어왔다. 장르의 설정은 그럴 듯하지만 막상 펼쳐놓으면 '액션'에 방점이 찍히며 서사는 저만치 밀려나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라이어 게임>, <보이스>를 경과하며 김홍선 피디의 작품 역시 서사의 미흡함을 채워나갔다. 물론 <손 the guest> 에서도 15회에서 '좀비'들의 뜬금없는 향연으로 시청자를 의아하게 했지만 마지막 회 처절한 최윤의 윤화평에 대한 혈투와도 같은 바닷속 구마 의식으로 절정의 대미를 장식해냈다. 

서사만이 아니다. 묻힐 뻔했던 서재원 작가의 장기를 살려낸 것부터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이 보색의 절묘한 배합으로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던 조명, 전래의 꽹과리를 협연시키며 긴장감을 배가시켰던 음악과 음향까지, 어느 부분하다 비워진 틈없는 종합 예술로서 <손 the guest>를 완성했다.

 

 

하지만 2018년에 빛을 발한 연출력에는 이들 세 사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연출'의 역할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손 the guest>에 앞서 장르물의 화제가 되었던 <라이프 온 마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다수의 리메이크작들이 '바다 건너 탱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70년대로 타임슬립한 영국의 수사극이었던 <라이프 온 마스>를 당시의 맨체스터와 비슷한 1988년 인성시를 통해 재현해 냈다. 이것이 진짜 '응답하라 1988'이었다는 평가처럼, 당시 최고의 유행가였던 조용필의 미지와의 조우 등을 배경으로 여전히 법과 과학 수사보다, 주먹과 우격다짐과 편법이 득세하던 80년대 지방 도시의 공기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외려 원작보다 더 원작의 주제 의식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박보검, 송혜교의 스타 캐스팅인 동시간대 tvn의 <남자 친구>를 무색케 하는 <황후의 품격>의 주동민 피디가 2018년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이미 주연배우의 하차라는 악수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낸 <리턴>에서 인정받았던 '포르테시모(매우 세게)'한 주동민 피디의 연출력은 '막장의 대가'라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을 에니메니션 기법 등 화려한 변주를 통해 안정적으로 미니 시리즈로 안착시켜내며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들 외에도 예단하기엔 이르다 하겠지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돌아온 <비밀의 숲>의 안길호 피디, <스카이 캐슬>의 조현탁 피디 등도 2018년을 빛낸 장인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데 손색이 없지 않을까. 풍성했던 피디들의 연출력으로 인해 작품들이 더 돋보였던 한 해 과연 2019년에는 또 어떤 장인들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까, 풍성한 수확으로 다음 해의 기대가 부풀어진다. 

by meditator 2018. 12. 12. 04:50

ocn에서 처음으로 편성한 수목 밤 11시,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손 theguest>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말을 증명했다. 1.575%(닐슨 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로 시작했던 드라마, 하지만 드라마에 잠시 출연했던 배우의 sns에 궁금증의 댓글이 달리고,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드라마 중 악의 절대 세력을 상징했던 '박일도'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고, 심지어 그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외려 드라마의 긴장감이 더해지며 끝까지 시청자들을 흡인시키며 주인공 세 사람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에 대한 열화와 같은 지지와 함께 4.073%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엑소시즘'을 내건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종영 전부터 예고가 되었던 같은 방송사의 주말 <프리스트>로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열기가 식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5회를 경과하고 있는 <프리스트> 기대와 달리 1,2%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주제 드라마의 연속 방송이 주는 피로감?
아마도 편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손the guset>로 불붙은 '엑소시즘'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관심'은 이미 첫 회를 보는 과정에서 무너지기 시작해 버렸다. 

<손the guest>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어느 한 요소때문만이 아니다. 연기, 연출, 심지어 조명에 이르기까지 '엑소시즘'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한껏 불러일으켜 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드라마 장르에서 생소했던 '엑소시즘'이란 낯선 주제가 거부감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 반면 <프리스트>는 바로 그 대척점의 지점에서 드라마를 시작한다. 

드라마는 '남부 카톨릭 병원'이 배경이 된다. 긴박한 응급실, 그곳에 여주인공 함은호(정유미 분)가 있다. 때로는 병원 시스템이 요구하는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도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정의감'이 앞서는 의사, 어린 꼬마 환자 우주, 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응급수술에 돌입하지만 안타깝게도 목숨을 살려내지 못한다. 하지만 고개를 조아린 채 환자의 가족 앞에 선 것도 잠시, 꼬마의 심전도 그래프가 다시 움직인다.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난 환자, 심지어 생명의 기로를 오가던 그 상처는 기적처럼 회복이 빠르다. 그리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쓰레기를 주워먹는 등 '구마'된 상태로 돌아다니던 우주와 젊은 구마 사제 오수민(연우진 분)이 마주치게 되고, 오수민은 결국 꼬마의 몸에 들어간 악령을 구마하기 위해 소년을 납치하여 이제는 쓰지 않는 오래된 폐병원 건물로 가 구마 의식을 한다. 

 

 

이렇게 1회에서 '구마'에 이르기까지의 장황한 과정에서 드라마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고자 한다. 양 손을 다 쓸 정도로 능력자이며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는 융통성이 만랩이던 여주인공 함은호는 정작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두고 '악령' 운운하는 사제 오수민과 필요 이상의 실랑이를 벌이며 사건의 진행을 막는다. 그런가 하면 아직 '구마'를 할 만큼 경험과 능력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오수민은 스승이자 또 다른 구마 사제인 문신부의 허락도 없이 대뜸 우주의 구마를 시도한다. 막는 의사와 열혈 젊은 사제의 실랑이 속에서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소년 속의 악령의 존재, 하지만 그 '악령'을 만나기 까지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많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1회를 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프리스트(신부)>란 제목과 달리 이 드라마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즉,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의학 드라마'인가, 아니면 사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엑소시즘 드라마인가 이다. 물론 드라마는 이 둘을 합친 '메디컬 엑소시즘'이라 하지만 정작 본 시청자들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제 5회에 이른 드라마는 계속 남부 카톨릭 병원을 배경으로 환자에 이어 전문의, 간호 조무사 등 이 병원과 관련된 사람들이 악령에 씌임으로써 배경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이른바 드라마가 내걸고 있는 메디컬 엑소시즘이라는 콜라보 장르의 의미는 쉬이 다가오지 않는다. 

 

 

신부의 키스?
그렇게 '메디컬'도 '엑소시즘'도 어정쩡하게 시작된 드라마,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이미 1회에서 부터 '구마' 의식에 걸림돌 역할을 하던 여주인공은 이후 조력자가 되었지만, 정작 엑소시즘의  과정에서 매번 중요한 계기가 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함은호는 착하고 헌신적이지만 그냥 그럴 뿐이다.

그런데 4회에서는 '최면 과정'에서 젊은 신부 오수민과 함은호의 '과거'와 관련된 사연이 복선으로 등장하며 '키쓰'까지 하며 외려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논란'은 '신부의 키스'가 아니라 결국 4회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에게 조력자임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도 다가서지 못한 함은호나 오수민의 캐릭터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심지어 이제 6회를 앞두고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던 사건들이 그녀를 가르키고 있으면서 신부와의 키스 이상 '사연'이 등장할 예정이지만 그다지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게 <프리스트>의 안타까운 지점이다. 길영이 형이라고 까지 불리며 든든하게 드라마의 한 축이 되었던 <손the guest>의 강길영을 그리워한 이전 드라마의 호청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거기다 이제 5회차에 이른 드라마에서 어쩌면 가장 큰 의문은 정작 드라마에서 이렇다할 비중있는 활약을 하지 않음에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문기선(박용우 분)을 차치하고 왜 모든 '구마 의식'의 중심에 아직 이렇다할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오수민이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오수민은 비롯한 634레지아라고 하는 '구마' 레지스탕스를 만들고 그 대표인 듯한 문기선이지만, 늘 사건의 중심, 그리고 구마의 중심에는 어설퍼보이는, 그래서 최면 속에서 어머니의 환영에 고통받는 오수민을 내세워야 하는가 라는 '합리적 질문'에 드라마는 이렇다할 타당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즉, 선배 구마 사제의 갈등과 죽음을 목격하고, 그럼에도 자신의 형을 찾아서, 그리고 그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박일도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구마하려고 했던 <손theguest> 최윤(김재욱 분)에게 마음이 가닿았던 시청자들에게 오수민은 어설프고, 문기선은 무게만 잡는 그런 존재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엑소시즘 드라마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들이 흥미을 가질 만한 구마 과정이나 의식에 대한 긴장감을 드라마가 제대로 유지해 가고 있는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희생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박일도의 정체를 따라가던 <손the guest>처럼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악령과의 '악연'을 가진 이들이 '레지스탕스'처럼 조직을 만들어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프리스트>는 동일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화평과 최윤, 강길영이 가졌던 처연하고도 비극적인 악령과의 악연은 <프리스트>에서 어쩐지 실감나지 않는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얕으니 그들의 비극적 사연조차 그저 한 에피소드처럼 스쳐지나가 버린다. 

물론 섣부르게 예단 할 것은 아니다. 아동 학대의 희생양이었던 우주, 그에 이어 번아웃 증세를 보이던 견습의, 그리고 이제 직업적으로 소외된 간호 조무사의 악령들림을 통해 병원이란 배경 속 캐릭터들을 활용해 나가고 있다. 또한, 최면과 폴터가이스트 현상 등 다양한 악령과 구마 의식의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거기에 구마 레지스탕스의 사연과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안타깝게도 초반에 시선을 잡지 못하고 캐릭터의 어설픔으로 인해 관심을 놓쳤지만 오수민과 함은호, 그리고 문기선 등의 관계에서  매회 풀어놓는 사연의 곡진함은 유장하다. 부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 '창대'한 결말에 이를 수 있도록 <프리스트>의 건투를 빈다. 

by meditator 2018. 12. 9. 17:34

'해와 하늘 빛이 서러워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뜨면 애기 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라는 천상병 시인의 문둥이란 시로 시작되었다. 아니, 그 시의 한 구절, '애기 하나 먹고'처럼 드라마는 '아이'의 희생에 대한 사건을 '시'로 수식하여 시작되었다. 

 

 

죽음과 시, 그리고 아이
시작은 아이의 죽음이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이제 곧 세상으로 올 둘째 아이를 가진 세상 부러울 것 없었던 아동 상담사 차우경, 그렇게 햇살같았던 그녀의 일상은 우연히 그녀 앞에 뛰어든 어린 소년으로 인해 어둠이 깔린다. 그렇게 우경에게 벌어진 우발적 사고와 함께 시작된 강력반에 배당된 의문의 사고들, 아동학대 치사 공범이 차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되고, 그 범인은 스스로 '자해'하여 자신의 목숨을 끊고, 아내와 딸을 학대하던 남자는 차에서 역시 스스로 연탄불을 펴서 자살을 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방기된 채 상담센터에서 아이를 기르던 젊은 엄마 역시 '썩어서 허물어진 살 그 죄에 무게'라는 붉은 페인트 낙서에 둘러싸여 미이라가 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미이라가 된 젊은 엄마를 발견한 계기로, 거기에 알고보니 강력반 형사 강지헌(이이경 분)의 전연인이 차우경 남편의 내연녀였던 인연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두 사람의 행보는 겹쳐진다. 그저 의아심만으로 사건에 접근해 들어가던 지헌에게 우경은 젊은 엄마 시체의 발견에서 부터, 개장수인 그 전 남편의 집 수색,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의 발견 등등 적극적인 활약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개별적인 사건들 사이에 '아이', 그것도 친부모로부터 방기되고 학대당한 아이가 있음을 밝혀낸다. 

 

 

개장수로부터 학대당하던 떠돌이 소녀 출신의 엄마는 상담 센터에 숨어 아이를 키우지만 거의 방기하다시피한다. 그리고 아이의 눈 앞에서 그 '누군가'에 의해 천식 호흡기를 빼앗긴 채 죽어 '죄의 무게'의 대가를 치룬다. 아내를 때려 탄 보험금으로 노름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딸 아이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던 아빠에게는 아내가 사간 연탄불이 배달되었다. '자살'이나 '의문사'로 처리될 죽음의 속에 숨겨졌던 '붉은 울음'이 강지헌의 추궁으로 드러나며, '학대된 아이'가 매개된 사건에게 '배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천식 기침에 숨이 넘어가던 엄마의 호흡기를 치운 사람도 붉은 울음일까? 과연 붉은 울음은 누구일까? 

미친 여자 차우경, 그녀는 누구일까? 
드라마의 시작은 '아이'에게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차우경이었다. 자신의 차로 뛰어든 소년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질 정도로 고통받던 그녀, 남편이 떠나갔을 때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아이를 죽인 죄의 대가라 감내하려 했던 우경,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으스스한 낡은 창고도, 위험해 보이던 개장수의 집도 마다하지 않던 우경, 그녀의 '정의'에 시청자는 함께 시선을 맞추어 <붉은 달 푸른 해>의 서사를 따라갔다. 

 

 

그런데, 동시에 그런 우경으로 인해 혼돈스럽다. 그녀의 차에 뛰어든 건 초록원피스를 입은 대여섯살 정도의 여자 아이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보다 훌쩍 더 큰 남자아이였던 그 순간부터, 시시때때로 그녀의 눈앞에 등장하는 그 '초록옷의 여자 아이'는 우경만큼 시청자들을 혼돈으로 빠뜨렸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서 우경은 그 '아이'가 이끄는 대로 사건의 현장에 뛰어들어 두 아이를 구했다. 미이라가 됐던 젊은 엄마의 딸과, 그녀의 차에 치어죽어간 소년의 동생, 모두 초록옷 소녀를 찾아 헤맸던 행로의 끝에서 만난 학대받고 방기된 아이들이다. 

과연 초록옷 소녀는 누구일까? 여전히 초록옷 소녀가 보이냐는 지헌의 질문에 우경은 이제 더 이상 그 아이로 인해 혼란스럽지 않다 한다. 그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을 구할 수 있던 우경, 하지만 그뿐일까? 남편의 외도로 인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부엌에서 칼을 들고 뛰쳐갈뻔 했을 때도, 그리고 이제 자신이 치어 죽인 아이를 '돈'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채 외면하는 엄마를 차로 밀어버릴 뻔한 순간에서도 우경을 저지하고 위로한 이는 '초록옷 소녀'였다. 

그리고 12회 마지막 초록옷 소녀의 몽타주를 작성하던 우경에게 떠오르는 과거의 한 장면, 그 속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쓰러지던 그 '초록옷 소녀'. 그리고 그 순간 경찰서의 강지헌에게 떠오른 가장 유력한 사건의 배후, 붉은 울음, 그리고 차우경이다. 즉 1회에서 부터 12회까지 헌신적으로 사건을 이끌어 오던 우경은 동시에 늘 사건의 현장, 혹은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어 등장했던 것이다. 심지어, 미이라가 된 젊은 엄마를 발견하기까지. 과연 우경은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그건 마치 우경이 치어 죽였지만, 그 소년에 애닮아하며 그 동생을 구한 그 정황과도 유사하다. 그 사건은 우경에 대한 또 다른 상징일까?

 

 

거기에 더해진 의미심장한 관계, 바로 우경과 우경의 새엄마(나영희 분), 그리고 뜻모를 미소를 지은 듯한 여동생(오혜원 분)이다. 우경의 자매를 살갑게 보살펴 주는 듯하지만 한 순간 얼음장처럼 돌변하는 새엄마, 그 앞에서 죄지은 아이처럼 쩔쩔매는 우경, 과연 이 세 모녀의 과거에는 어떤 사건이 있을까가 우경의 존재에 대한 키가 된다. 

그리고 그 키에 대한 힌트는 뜻밖에도 우경이 자신의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화에서 등장한다. 다섯 살 딸에게 밤마다 읽어주는 동화, 첫 날 읽어주던 동화는 아기 돼지 삼형제, 다음 날 읽어주던 건 <붉은 달 푸른 해>라는 제목의 '해와달'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경의 구연을 통해, 해석을 통해 풀이된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형제'와 '오누이'가 있고, 그들에게 '선한 부모'인 척 다가가는 '늑대'와 '호랑이'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상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경의 기억 속에 등장한 초록옷 소녀는 학대당한 우경인가, 아니면 우경이 알고보니 가해자인가. 아니면 그저 우경이 쫓고있는 아동 학대 사건들의 상징인가. 드라마는 맞춰지지 않은 퍼즐 조각들을 뿌려대며 시청자들을 유인한다. 

학대당한 아이의 사건들로 풀어가던 <붉은 달 푸른 해>는 이제 12화를 기점으로 초록옷 아이의 망상에 시달리던 주인공 우경에게로 다가선다. 그녀의 말처럼 '선의에 의한 악행'일까? 아니면 어릴 적 사고로 인한 이중 인격의 발현일까? 아니면 그저 어떤 사건으로 인한 피해 의식이 이제 그녀를 아동 학대의 지킴이로 만들었을 뿐일까? 아동 학대 사건의 씨실 사이로 구비구비 엮어진 차우경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니 사실 차우경만이 아니다. 그녀를 비롯한 등장 인물 모두가 다 의문스러운 <붉은 달 푸른 해>는 시청률은 꼴찌지만 보고 뜯고 추리하는 재미는 '대박'이다. 

by meditator 2018. 12. 7. 15:08

'드라마 왕국의 부활'을 내세웠던 mbc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포진한 마지막 작품은 바로 수목 미니시리즈 <나쁜 형사>이다. 2016년 <피리부는 사나이> 이후 2년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신하균을 주인공 나쁜 형사인 우태석 역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는 영드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던 <루터>의 '리메이크' 작이다. 

 

 

또 한 편의 영드 리메이크가 왔다.
올 한 해 그간 우리나라에서 스테디 셀러가 되다시피 했던 '일드(일본 드라마-)'나 미드(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들이 <하늘에서 내린 일억개의 별>이나 <미스트리스>의 경우에서 보여지듯 부진했다. 그런 <라이프 온 마스(2018.6~8)>가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에서 성공하며 범람하는 제작 편수와 상대적으로 고질적 콘텐츠 고갈에 시달리는 드라마 시장에 '영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셜록> 신드롬에서 보여지듯이 이미 우리에게 '영국 드라마'는 낯선 것이 아니다. 거기에 이미 다수의 영드들이 미드로 '번안'되고 있듯이, 그 작품성과 대중성의 면에서 '영드'는 이미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2018을 마무리하는 mbc 수목 드라마로 영드 <루터>가 등장했다. <셜록>, <라이프 온 마스> 등을 통해서 보여지듯이 '영국 추리, 혹은 수사 드라마'는 독특한 설정과 서사 구성으로 이미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시즌 4를 마친 <루터>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터>를? 아니나 다를까, 공중파 10시에 하는 미니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루터>의 리메이크 작 <나쁜 형사>는 19금의 딱지를 달고 방영을 시작했다. 15세가 보기에는 잔인해서? 아니 그건 태생적으로 19금의 캐릭터를 품은 한국으로 온 루터, 우태석 형사 때문이다. 

 마블의 '토르' 시리즈에서 아스가르드의 문지기인 해임달 역할로 우리에게 얼굴을 알린 이드리아스 엘바가 분한 루터는 영국의 강력범죄 수사관이다. 범죄자 심리 파악에 능하고 거기에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 해결 능력이 뛰어난 수사관이지만, 형식과 절차를 무시하고 때로는 '정의'의 이름으로 나쁜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바람에 늘 감사의 대상이 되는 골치덩어리이다. 

바로 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 구현'을 하는 이 캐릭터가 그간 늘 '법'의 테두리 내에서 '악', 심지어 권력의 비호를 받는 '거악' 앞에서 자괴감을 느끼며 무릎을 끓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우리 수사드라마 풍토에 신선한 인물 우태석으로 돌아왔다. 

 

 

신하균 맞춤의 우태석 표 나쁜 정의
우태석, 전국 강력 범죄 검거율 1위, 넥타이까지 갖춰 맨 딱 떨어지는 슈트에 멋들어지는 중년의 형사지만, '죄지은 자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죄값을 치르게 한다'는 그의 신조로 인해 늘 그의 수사 방식은 윗선을 좌불안석에 떨게 만들며 '감사'와 '감봉'의 처지에 그를 놓이게 만들고, 그런 그가 불안하다며 아내는 '이혼' 서류를 내민 형편이다. 

'잘 할게, 처갓댁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할게'라는 그의 읍소에 아내는 반문한다. '과연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걸 놔두고 달려올 수 있겠는가'라고, 그리고 이혼하기 싫으면 '형사'를 그만두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아내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어린 아이를 놔둔 채 사라진 젊은 엄마의 실종 사건을 쫓는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초보 순경 시절 그를 좌절케 만들었던 검사 장형민(김건우 분)과 조우한다. 

그가 잡은 아이 납치범을 강압 수사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은 검사, 하지만 단지 그 사건 이상 우태석을 오늘의 '걸어다니는 시한 폭탄'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장검사다. 

실종된 여고생을 찾아 풀숲을 수색하던 그날, 밤 늦은 시각 그곳을 배회하던 또 다른 여고생에게서 그는 사건의 단서를 발견한다. 자신에게도 너같은 동생이 있으니 보호해주겠다며 약속을 했던 그, 하지만 그런 그날의 약속은 처참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제 우태석은 그날의 사건 현장의 목격자와 같은 어린 아이를 아무 것도 모른다며 보호하는 대신, 장형민에게 '미끼'를 던진다. 

피해자의 치아를 날로 뽑아대며 쾌감을 느끼며, 그 고문 현장의 증거를 깔끔히 인멸하는 그의 용의주도한 범죄 방식을 역으로 이용하여 사건 현장을 조작하는 듯한 인상을 줘 장형민을 사건 현장으로 불러들인 우태석,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 수사 드라마가 그러하듯 음산하고 위험한 공장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앞서 장형민이 구속 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은 그 사건에서 처럼 난간을 사이에 대치하게 된다. 

난간에 매달린 장형민, 그런데 우태석은 앞서 사건보다 한 술 더 뜬다. 양 손으로 매달린 장형민의 손을 구두로 짓밟고 결국 그는 높은 난간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아마도 장형민의 손을 잡아 '법의 심판대로 갔다면 검사였던 그의 신분으로 '법망'을 유유히 피해갈 수도 있을 지도 모를 상황, 우태석은 그런 번거로운 절차 대신 이미 10년전에 죽었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아이 엄마도 죽지 않았을거라며 스스로 '심판자'가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장면이 이 드라마가 19금인 이유가 된다. 

 

 

'법'의 절차 대신, 스스로 '심판자'가 된 우태석,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나쁜 형사'에 시청자는 동시간대 1위, 7.1, 8.3%의 시청률로 답했다. 물론 거기엔 영드 <루터>의 이드리아스 엘바 저리가라 할 모처럼 돌아온 '나쁜 정의'의 캐릭터에 안성맞춤인 돌아온 '하균신'의 존재감이 크다. 그리고 드라마 왕국 부활의 기치를 내걸을 만한  그동안 어디 있었어?라고 할만한 연출과 극본, 음향, 조명 등의 절묘한 조합이 거들고 있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 이미 판가름났듯 제 아무리 명작도 '탱자'가 될 수 있는 '리메이크' 시장에서 <나쁜 형사>가 된 <루터>는 손색이 없었다. 19금이란 한계가 무색하게 첫 회에 19금의 정당성을 선포한 스피디한 수사와 캐릭터 소개는 색다른 수사 드라마를 기대한 시청자의 시선을 잡았다. 그리고 거기엔 무엇보다 그간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고전했던 수사 드라마에 갑갑함을 느끼던 시청자의 니즈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이다. 

첫 술은 배불렀다. <셜록>이 소시오패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정신적 편력에 기반한 사건 수사를 배치해 나가듯,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루터>는 스스로 '나쁜 정의'를 자처하며 사이코패스와 공조수사를 펼치는 형사의 정신적 방황과 고뇌가 심도깊게 펼쳐지는 사색적인 작품이다. 과연 이런 무게감있는 작품을 <나쁜 형사>가 우리 현실에 맞게 연출자의 말처럼 한국판 '다크 히어로'로 승화시켜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8. 12. 4. 15:11

스페인의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으로 유명한 이곳에 유진우(현빈 분)가 온 이유는 '관광'이 아니다. 간밤에 온 한 통의 전화, AR, augmented reality,  즉 증강 현실 게임의 개발자라는 사람의 전화 한 통에 그는 '밤드리' 이곳 그라나다로 날라왔다. 그리고 그 AR 게임의 유입 도구가 된 '렌즈'와 '인이어'를 끼자, 관광지 그라나다가 달라진다. 

 

 

광장에 우뚝 서있던 검을 든 무사의 동상이 뛰어내린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진우를 향해 달려든다. 무방비의 상태에서 진우는 당연히 일격을 당하고. 다음 순간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는 문구와 함께 레벨 1의 첫 번째 게임에서 그는 로그아웃당하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 그라나다의 한 광장을 배경으로, 거리의 맥주집 화장실에서 찾은 녹슨 철검으로 진우의 되풀이되는 도전이 지속된다. 매번 '로그인'을 할때마다 진우의 전투 능력은 일취월장하지만 역시 버겁다. 거리의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무사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혀 분수대에 나자빠뜨린 진우. 드디어 레벨 1의 단계를 도약한 그는 환호작약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거리 까페 시민들에게 그는 그저 혼자 미쳐 날뛰는 제 정신이 아닌 듯한 모습. 이게 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1회의 내용이다. 

 

   

 

송재정 작가의 거침없는 도전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 일까? 이 '화두'는 곧 작가 송재정의 화두인 듯하다. MADE BY 송재정의 드라마들은 곧 우리나라 드라마의 개척지가 되어왔다.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지금까지 가장 많이 회자되는 '순재'네 집의 아웅다웅 기록기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그 이름을 알린 송재정 작가는 2008년 알만한 사람들만 아는 문제작 <크크섬의 비밀>로 돌아왔다. 세상에 서해안 낙도에 떨어진 직장인 10명의 무인도 표류기라니. 미드 <로스트>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 코믹 시트콤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렇게 '독보적 영역'으로 하지만 대중적 호응을 얻는데는 실패했던 송재정 작가는 역시나 알만한 사람들은 '힐링'작이라 손꼽는 표민수 피디와의 <커피 하우스>를 경과하여, <인현왕후의 남자>를 통해 우리가 몸담고 있는 3차원의 세계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조선 숙종 때의 선비 김붕도는 장희빈에 밀려 폐위된 인현왕후의 복위에 힘쓰던 중 뜻밖에 '타임슬립'을 하며 2012년의 드라마 <신장희빈>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최희진(유인나 분)와 조우하게 되며 운명적인 사건과 사랑에 휩쓸리게 된다. 

이처럼, 송재정의 드라마에서 남자는 휩쓸린다. 그가 머물던 세상에서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신비로운' 비과학적 동인에 따라 자신이 머물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결국 '표절'로 귀결된 <나인>에서 신비의 향 9개를 얻어 20년전의 과거로 돌아간 박선우(이진욱 분)이 그러했고, 2016년 서울이라는 같은 공간인 듯 하지만 사실은 웹툰은 배경으로 한 실재와 가상 세계를 오가던 강철(이종석 분)이 그러하다(W 공간 이동의 시작은 웹툰 매니아였던  여주인공 오연주(한효주 분)이지만)그리고 이제 그라나다라는 실제적 공감을 배경으로 증강현실 게임 속으로 뛰어든 유진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송재정 작가는 과거와 현재, 웹툰을 배경으로 한 가상 세계와 현실, 그리고 이제 현실과 증강 현실로 드라마의 소재적 영역에 도전해왔다. 그러기에 현빈이 분한 유진우가 그라나다의 길거리에서 거리의 동상을 상대로 칼싸움을 하는 황당한 설정은 낯설지만, 송재정의 세계를 함께 해왔던 시청자들에게는 그리 새로울 것도 낯설것도 없는 것이며 그저 송 작가의 또 다른 도전이 반가울 뿐이다. 

하지만 송재정 작가의 도전이 그저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다. 2012년 <인현왕후의 남자>가 방영될 당시 공중파인 SBS에서 같은 타임 슬립 소재의 <옥탑방 왕세자>가 방영되었듯 당시 '타임 슬립'은 드라마적으로 가장 '트렌디'한 소재였고, 안타까운 결론을 맺었지만 <나인>은 그 '타임 슬립물'에 있어서 최고봉으로 인정받았었다. 

또한 '웹툰'을 배경으로 한 서울의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W> 역시 콘텐츠로서 '웹툰'의 활황에 힘입어 평소 드라마를 보지 않던 젊은 층조차 기꺼이 '닥본사'의 대열에 합류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내노라하는 배우들, 심지어 외국 유명 배우들까지 RPG 게임의 모델로 하는 광고라 TV 광고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전국 시대'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보는 이의 '이물감'을 쉬이 잦아들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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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로코의 양수겸장 
거기에 더해 송재정 작가의 작품은 '소재'는 파격적이지만, 그 '파격'을 풀어가는 서사의 구비구비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양식을 담아낸다. 조선에서 온 선비지만 2012년 서울에서 '킹카'를 넘어 키다리 아저씨같던 <인현왕후의 남자>가 그러했고, 죽음의 앞에서 아버지와 형,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향을 피우던 <나인>이 그러했다. JN글로벌 공동 대표에 방송국 W를 소유한 사격 국가 대표 출신의 웹툰 속 젊은 재벌 강철이라고 다를까. 만화 속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다르지 않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유진우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그 유진우로 등장한 현빈에게서 우리는 2010년 방영된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 분)가 운영하는 보니끄 호스텔의 낡고 미비한 서비스에 울화통이 터진 유진우가 정희주를 향해 분노를 폭발할 때 예의 김주원이 '타임슬립'을 한듯 하다. 그렇게 현빈이 가장 잘 해내는 싸가지 재벌의 캐릭터로, 그러나 정희주의 동생이 게임 개발자인 것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180도 돌변하여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려는 설정은 익숙한 '로코'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거기에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한 정희주의 변모는 당연히 증강 현실처럼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흡인시킨다. 

물론 그 '익숙한 로코'의 여정은 증강현실 게임 속을 헤매이는 듯한 1년 뒤 유진우의 설정과 함께 '고난'의 여정이 될 것임을 예측시킨다. 거기에 그의 오랜 친우였다 이제는 전처의 남편이 되어 거침없이 그를 향해 칼을 뽑는 또 다른 유저이자, 경쟁자인 차형석(박훈 분)의 존재는 '갈등'의 계기로서 흥미진진하다. 

이제 2회를 마무리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과연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 증강 현실 게임을 제대로 구현해 냈는가 여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현빈, 박신혜라는 스타 캐스팅을 차치하고서라도 '증강 현실 게임'이라는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1위(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라는 성과는 그간 우리 시청자들이 얼마나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증이 깊었는가를 보여주는 한 반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송재정 작가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답해주고 있다. 

by meditator 2018. 12. 3. 14:26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 서정주, 문둥이 


<붉은 달 푸른 해>라, 이 역설적 제목을 가진 mbc 수목 드라마는, 그 역설적인 제목보다 더 미스터리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운동장, 달리기가 시작되고 아이는 전력질주를 한다. 1등으로 골인, 하지만 소란스러움도 잠시, 자신의 아이를 얼싸안고 돌아서는 학부모들 사이 아이는 홀로 서있다. 그런 것도 잠시, 어느덧 아이는 계단 위에 서 있고, 그곳에서 자신의 몸을 날린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
결국 아이는 상담 센터에서 우경(김선아 분)를 만난다. 햇살이란 태명의, 어린 딸이 기다리는 남동생을 가진 만삭의 우경은 자상한 IT업체 대표 남편에 부러울 것이 없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상담하러 온 아이 시완이 말한다. '좋은 게 아닌데, 죽었으니까'. 교통사고로 죽은 자신의 동생을 일러 하는 그 말이 '씨'가 되었을까? 그로부터 11월 22일 2회의 엔딩까지 우경은 아이도 잃고, 남편도 잃고, 무엇보다 자신을 잃었다. 

아이를 학대해 죽이고 그 시체를 불에 태웠다는 패륜 잔혹 범죄, '아이'를 상담하는, 아니 그 이전에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던 우경은 주변의 아는 엄마들과 함께 분노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까지 나섰었다. 그랬던 그녀가 자동차 전용 도로로 뛰어든 아이를 그만 보지 못한 채 치어 죽이고 만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눈에 보인 아이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대여섯 살 또래의 여자 아이였는데, 막상 사고를 당해 죽은 아이는 남자 아이라니! 그 일로 인해 같은 또래인 자신의 딸과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사고'의 진실, 아이의 정체에 집착하는 우경.

그런 가운데 우경이 1인 시위에 나섰던 그 사건의 엄마가 자동차에 탄 채 불에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마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것, 출소 당일 교도소 앞을 메웠던 그녀를 지탄하는 시위대 행렬,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그렇게 드라마는 '의문의 죽음, 그것도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의 그물을 펼친다.

 

 

 



그리고 그 그 그물에, 서정주의 시 한 자락을 걸친다. 우경의 차에 죽은 소년의 운동화 깔창 아래서, 그리고 아들을 죽였다던 여자의 가족 사진 뒤에서 발견된 문구, 바로 서정주의 시 <문둥이>의 한 구절, '보리밭에 달 뜨면'이다. 그 시구의 뒤에 이어진 말은 '애기 하나 먹고', '미스터리한 아이의 죽음'은 '서정주의 시구, '아이 하나 먹고'로 이어지고, 드라마의 <붉은 달 푸른 해>의 역설적 어구는 첫 연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와 맥락이 닿는다. 그렇게 드라마의 사건은 시를 통해 상징되고, 다시 시는 의문의 사건에 '해석'의 결을 댄다. 

이렇게 시를 통해 '상징'의 나래를 편 드라마는 3,4화에 이르러 그 시적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결국 자신이 차로 친 소년에 대한 집착, 결국 해프닝이 된 딸의 실종은 우경에게 뱃속의 아이를 빼앗아 간다. 그리고 늘 든든한 보호자인 듯했던 남편도. 그렇게 우경의 가정이 부숴지는 동안,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가족이 등장한다. 고가 다리 아래 방치된 차안에서 발견된 '자살'로 추정되는 가장의 시체, 그런데 그 주은 남편에 대한 아내 동숙(김여진 분)의 태도가 수상하다. 남편의 시체를 확인하는 것보다 지금 직장의 일자리에 연연하던 아내는 죽은 남편이 남긴 돈다발에 눈이 희번덕해진다. 그리고 돌아와 온집안을 뒤집어 찾아낸 건 보험 증서, 그 증서를 들고 아내 동숙은 웃음을 토해낸다. 그런 동숙의 웃음 위로 교차되는 칼을 들고 남편을 향해 달려가다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우경. 그리고 서정주의 시 <입맞춤>,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작구 달아나고
울타리는 마구 자빠트려 놓고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의 사랑의 석류꽃 낭기 낭기
하누바람이랑 별이 모다 웃습네요.
풋풋한 산노루 떼 언덕마다 한 마리씩
개구리는 개구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구비 강물은 서천으로 흘러 나려……

땅에 긴 긴 입맞춤은 오오 몸소리친
쑥나물 지근지근 이빨이 허허옇게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서정주의 시를 얹어 더욱 모호해진 도현정의 미스터리 스릴러 
<붉은 달 푸른 해>의 도현정 작가, 전작이 바로 sbs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안다면 <붉은 달 푸른 해>가 뿜어내는 상징의 향연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 속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을 찾아 그 이름부터 묘한 아치아라 마을도 들어온 한소윤(문근영 분), 그곳에서 그녀는 마을의 권력자로 행세하는 서창권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감지한다. 하지만  그녀가 찾던 언니는 정작 '백골'로 돌아오고, 그 '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은 결국 마을이 덮고 있던 부도덕한 음모의 폭로로 이어진다. <붉은 달 푸른 해>의 서정주 시처럼, 안개에 뒤덥힌 마을과 비밀을 품은 사람들이 그 자체가 '미스터리'의 퍼즐 조각이 되어 지방 토호의 권력으로 짖뭉개진 그리고 그 속에서 춤추는 인간의 욕망을 차근차근 실밥을 풀듯 풀어나갔던 도현정 작가의 내공은 이제 조승우가 출연했던 <조감도>의 최정규 피디와 <남극의 눈물>의 송인혁 촬영 감독을 만나 다시 한번 날개를 편다. 

드라마는 한 아이의 알 수 없는 자해로 부터 시작되어, 보호받지 못한 아이의 죽음으로, 그리고 그 죽음으로 부터 파생된 환영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히스테릭한 파멸에, 뜻밖에 등장한 가장의 죽음에 환호작약하는 아내로 받아치며 <붉은 달 푸른 해>가 내비치고 있는  붉지 못한 해와 푸르지 못한 달,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부모와 거기서 보호받지 못한 아이라거나, 혹은 우리 고전 설화의 호랑이에 쫓겨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비극적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관계와 존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거기에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죽인 부모의 사건, 거기에 그 어머니를 다시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거둔 아버지의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이 엇물리며 드라마의 박진감을 더한다. 

 

 

또한 일찌기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 이래 2017년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 2018년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까지, 이제 김선아라는 배우 자체가 '장르'가 되어가는, 히스테릭하게 집착하는 모성성을 가진 우경이 되어버린 김선아의 열연 그 자체만으로도 <붉은 달 푸른 해>는 보는 재미의 충분 조건이 된다. 그에 더해 마지막 엔딩 미친듯한 웃음의 한 장면만으로도 시청자들을 꽉 잡아버린 동숙 역의 김여진 등 발군의 호흡이 더해지며 2018년을 마무리할 '명작'의 탄생을 알린다. 특히나  ocn의 <손 THE GUEST>의 종영이 아쉬웠던 장르 드라마 팬들에게는 '반색'할 소식이다. 







by meditator 2018. 11. 23. 15:49

장르물의 본가하면 이젠 누구라도 OCN를 떠올린다. 바로 그 '장르물'이라는 수식어로 오늘날의 OCN이 있도록 만들었던 처음을 만들었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10년 '희귀병'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의학과 범죄 수사를 결합한 <신의 퀴즈> 시즌 1이 그것이다. 이즈음이야 의학과 범죄 수사의 결합이 새로울 것도 없지만, 당시만 해도 '법의학 연구소'가, 의사가 수사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은 신선하고도 획기적인 것이었다. 더구나 거기에 '희귀병'이라니. 

 

 
그런 취지에 걸맞게 시즌 1은 이런 병도 있었어?라고 할만큼 근이영양증, 포르피린증, 길랭-바레 증후군등 세상의 다양한 희귀 질병을 끌어모아 이 질병을 매개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10가지 범죄를 다뤄내며 메디컬 수사극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로부터 2011년, 2012년, 2014년까지 <신의 퀴즈>는 무려 4시즌을 달리며 장수 시리즈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 공백기 후 2018년 '리부트'되어 11월 5일 화제의 < 손 THE GUEST>의 뒤를 이어 OCN의 수목을 책임지게 되었다. 

반갑다, 한진우!
무엇보다 <신의 퀴즈> 하면, 한진우, 한진우 하면 <신의 퀴즈>라고 연상되듯이, <신의 퀴즈>라는 시즌이 가능하도록 만든 건 바로 류덕환이 분한 초천재 의사 한진우다. 10세에 카이스트에 입학, 로봇 공학을 전공하다 인류 최고의 로봇인(?) 인간을 정복하기 위해 다시 한국 의대에 입학한 천재 의사이다. 그가 촉탁의로 한국 법의관 사무소에 합류하며 시즌은 시작되었다. 

 

 

희귀병을 다룬 메디컬 범죄 수사 드라마,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한진우 자신이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로 지난 시즌들을 이끌었다. 브레티즌이라는 신물질을 실험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인 한진우에게 투여했던 시즌2의 사이코패스 정하윤의 아버지, 그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한진우는 엄청난 고통을 받고, 스스로 병을 제어하려다 뇌의 과부하로 인해 이중인격이 되는가 하면 뇌의 절반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시즌 4에서는 극초반 식물인간의 상태로 등장하다 기적적으로 회복하며 활약을 보인다. 그리고 이제 '리부트'의 시작은 시즌 4에서 그를 옭죄었던 음모의 위기에서 벗어나 세상과 인연을 끊은 '자연인' 한진우로 시작된다. 

케이블의 인기 예능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으로 초빙되어 등장한 한진우, 하지만 모양만 자연인이지, 그 예능의 주인공들처럼 자연을 활용한 모습은 커녕, 여전히 그의 오랜 동지이자, 연인인 강형사와 연락을 주고 받는 모습으로 '복귀'에 시동을 건다. 거기에 실제 부검 대신 인공 지능 데이터에 의존하는 '코다스'의 대두로 사무실마저 밀린 채 위기에 봉착한 법의관 사무소에 등장한 의문화 발화 시체에 자꾸 솔깃해지는데. 결국 그는 덥수룩한 수염에 모양새는 영락없는 '자연인'으로 법의관 사무소에 등장하고, 예의 깐족 발랄한 태도에, 자존감 만랩의 천재적 능력을 발휘하여 3개월 촉탁의로 법의관 사무소로 복귀한다. 

시즌 1,2,3,4이끌었던 박재범 작가가 프로듀서로서 총괄하는 대신, 신진 강은선, 김은희 작가가 새로이 집필을 맡은 <신의 퀴즈; 리부트>의 1,2회는 예의 '한진우스러움'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고심한다. 

 

 

<신의 퀴즈>다운, 한진우다운 
법의관 사무소를 뒷방으로 밀어내며 '인공 지능 데이터'에 의존하여 법의학적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코다스'를 새로운 맞수로 등장시키며, 그 팀장인 곽현민(김준한 분)을 내세우며 천재 한진우와 대립각을 세운다. 일찌기 로봇을 연구하다 '인간'으로 돌아선 한진우는 당연히 '수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해야지'라며 예의 한진우스러운 치기어린 호기로 '코다스'를 말로 찜쪄먹는 한편 , 발화 시체에 대해 '인간 핵폭발'이라는 곽 팀장의 발표에 사체에서 보이는 변색된 부분을 통해 외인으로 인한 발화의 근거를 잡아내며 <신의 퀴즈> 한진우의 진가를 선사하며 시즌의 진정한 개막을 열어보인다. 

또한 법의관 사무소에 갇힌 법의학자가 아니라, 언제나, 아니 시즌 3를 제외하고 호흡을 맞췄던 강형사와 함께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며 범인으로 추정된 용의자의 집에서 어머니의 두발을 통해 발화 시신의 이식된 신장과 일치함을 밝히는가 하면, 희귀병인 어머니가 복용할 리가 없는 신장 보호제를 통해 유학 심사에서 떨어진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어머니를 이용한 병원의 살인적 신장 이식 수술 과정을 폭로해 낸다. 그 과정에서 한진우의 과학적 관찰력과 천재적 추리력,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발로 뛰는 사건 수사의 과정이 <신의 퀴즈>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다. 

심지어, 때론 독불장군같고, 때론 안하무인같은 한진우의 대사를 통한 통쾌한 사회 고발과, 아들을 위해 자기 한몸 희생한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발화 살인'를 기획한 아들의 '신파적 고해'까지 이전 <신의 퀴즈>를 고스란히 빼어 박은 듯 복기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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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한진우' 그리고, 한진우의 아버지같던 장교수님은 안계시지만, 든든한 누님같은 조영실 소장(박준면 분)과 강경희 형사(윤주희 분)의 여전한 파트너쉽이 반가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시즌4로 부터 무려 4년 여, 그 시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통통 튀기는 한진우도 반가웠지만, 그래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삼십대 중반, 조금은 성숙해진 한진우의 차별화된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거기에 희귀병을 비롯하여 의학 범죄 수사 드라마에 난무하는 다양한 전문 용어에 대한 '자막' 서비스 등 시즌이 낯설거나 오래돼서 적응이 필요한 시청자들을 위한 전문 장르물의 친절한 정보 서비스도 아쉬웠다. 

1회 1.926%, 2회 2.566%로 모처럼 돌아온 시즌의 첫 술로서는 아직 아쉬운 성과다. 하지만 부디 시즌의 익숙함과 새로운 시도를 적절히 조화하여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는 시리즈가 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by meditator 2018. 11. 16. 18:03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문구야 말로 11월 1일 막을 내린 <손 The guest>에 가장 어울리는 상찬이 아닐까. 1회, 1.575%로 시작하여 16회, 자체 최고 시청률 4.073%로 마무리지었다. 4%의 수치로만 보자면 이젠 케이블도 10%, 15%를 오르내리는 시절에 높다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르 드라마 위주의 ocn, 그 중에서도 새로이 편성된 주중 수목 밤 11시에, 도저히 무서워서 못보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던 엑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호기롭게 풀어내어 도달한 성취로 보자면 장르물의 '도깨비' 급이라 하면 좀 과장일까. 하지만 시청률이 무색하게, 매 회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등장인물, 혹은 등장 인물과 관련된 단어가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건 여사가 된 '화제성'으로 보자면 꼭 과장은 아닌 듯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벌써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내리는 <손 the guest>,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호러, 그 화려한 서막 
<손 the guest>의 성취를 논하기 위해 우선 이 드라마와 나란히 호러 장르에 도전장을 낸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겠다. 올 여름 호기롭게 '호러'에 도전한 드라마들이 있었다. kbs2는 월화, 수목 야심차게 호러 장르물을 편성했다. 10월 2일 종영한 <러블리 호러블리>와 10월 31일 종영한 <오늘의 탐정>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낮은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시청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 두 드라마가 보여준 건 무엇보다 아직 kbs2가 장르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즉 이는 역설적으로 <손 the guest>가 보여준 축적된 장르물의 성과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김홍선 감독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일찌기 2007년 <도시 괴담 데쟈뷰 시즌2>를 시작으로 <조선 추리 활극 정약용(2009)>, <야차(2010)>, <무사 백동수(2011)>, <히어로(2012)>, <라이어 게임(2014)>, <피리부는 사나이(2016)>, <보이스 1(2017)>에서 이제 2018년 <손 the guest>까지 작품이 곧 우리 장르물의 역사가 된 김홍선 감독, 그가 그간 꾸준히 쌓아온 장르물의 성과가 <손 the guest>를 통해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김홍선이라는 장르 
이미 < 도시 괴담 데쟈뷰>, <조선 추리 활극 정약용>, <히어로> 등을 통해 호러적 영역에 대해 꾸준한 시도를 해오던 김 감독은, 그가 연출했던 장르물의 축적된 성과를 <손 the guest>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이 찬사는 어쩌면 <손 the guest>에만 쓰기에는 무색할 지도 모른다.

 

 

이미 <무사 백동수>를 통해 거친 남성적 액션, <라이어 게임>을 통해서 리얼리티가 된 게임의 세계, 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에서는 도심 테러와 그에 대응한 위기 협상, <보이스1>에서는 112 센터를 중심으로 한 소리 추격 스릴러처럼 어찌 보면 <손 the guest>의 엑소시즘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늘 장르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김홍선 감독이기에 당연한 것이 되었다.  늘 그의 애청자들은 <라이어 게임>에서도 제발 시즌2를, 그리고 <보이스 1>에서도 당연히 <보이스 2>를 '고소원'했지만, 김감독은 그런 애청자들의 간청을 즈려밟고 좀 더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장르물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인도했고, 그 결과물로 이제 우리는 <손 the guest>를 만나게 되었다.  즉 <손 the guest>는 새로운 장르이지만, 김홍선이라는 장르의 여정 속에서 만난 한 작품이며, 앞으로 더 무시무시한 그 무엇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바로 <손 the guest>의 성취 그 제 1요인이다.  이런 김홍선 감독의 내공을 입봉작으로 장르물을 주체하지 못한 <러블리 호러블리>나, 역시나 장르물에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오늘의 탐정>이 어찌 넘볼 수나 있었겠는가. 

그런 김홍선 감독이 있었기에, <안투라지(2016)>의 서재원 작가가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릴 수 있었고, 김동욱이, 김재욱이, 그리고 정은채가 자신의 몸에 맞는 캐릭터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즉, <손 the guest>는 서재원 작가를 비롯하여, 배우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를 재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엑소시즘에 대한 알찬 구성과 전개를 통해 전작의 오명을 거뜬히 삼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원티드>를 통해 장르물 작가로의 기대주가 되었던 <오늘의 탐정>의 한지완 작가의 부진과 비교된다. 

 

 

배우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신과 함께>를 통해 저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를 왜 그동안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없었는가 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던 김동욱에게 제대로 찾아와준 기회, 그리고 이미 <보이스 1>를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김재욱의  앙상블, 거기에 초반 연기력의 논란이 무색하게 '길영이 형'이란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정은채까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빛난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에 못지않게 그들에게 기꺼이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매회 혼신의 열연을 선보인 박일도에 빙의됐던 출연자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손 the guest>를 화려하게 피어오르도록 했다. 

감독, 배우, 하지만 <손 the guest>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르 드라마를 장르 드라마답게 만드는데 주된 충분 조건이 된 음악과 음향과, 조명, 미술까지, 아니 어쩌면 출연자들보다 더 장르물다웠던 이들 기술 음향 팀의 열일이 엑소시즘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우리의 전통 신앙인 샤머니즘과 외래의 엑소시즘의 결합을 굿판의 꾕과리와 결합된 ost를 통해 긴장감을 더했고, 붉은 색과 푸른색 등 보색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장르물의 색감을 화려하게 재탄생시켰다. 즉 드라마가 종합 예술이지만 장르물의 경우 각 영역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손 the guest>의 성취는 바로 이런 축적된 성과와 제 역량을 한껏 발휘한 각 영역의 성공적 결합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이다. 

 

 

엑소시즘과 샤머니즘, 그 난제의 절묘한 해석 
시작은 바다로 간, 아니 바다로 부터 온 '손'이었다. 박일도라는 이름을 가진 귀신, 그에 빙의되어 한 세습무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만다. 그로부터 20년 그 사건으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고, 아버지 마저 집을 나가 떠돌게 되어버린 윤화평(김동욱 분)은 박일도를 찾아 떠돌고, 역시나 박일도로 인해 가족이 몰살당하고 사제가 된 최윤(김재욱 분), 역시나 엄마를 잃고 형사가 된 강길영(정은채 분)와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손 박일도로 부터 비롯된 샤머니즘은 구마 사제의 등장을 통해 엑소시즘과 접신하고, 거기에 형사와의 협업으로 수사물의 형식을 더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 낸다. 

드라마는 최윤을 걱정한 윤화평이 박수 무당 육광에게 부적을 써서 최윤의 바지 주머니에 끼워 넣고, 마지막 회 구마 의식 과정에서 전달된 십자가가 영매가 된 윤화평의 목에 걸려있듯이 전통의 샤머니즘과 외래의 엑소시즘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빙의된 박일도를 쫓기 위해서는 엑소시즘의 구마 의식이 필요하지만, 박일도, 그로 비롯된 얼키설키 악연의 계보는 '전설의 고향' 속 한 장면과도 같다. 즉 외국 영화를 통해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장르물의 소재로는 낯선 엑소시즘을 드라마는 전래의 샤머니즘적 요소와 설화와 같은 박일도 집안과 주변 인물을 통해 설득해 낸다. 

또한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소외된 왕따 직장인, 계약직 사원 등을 통해 '악의 사회적 근원'을 파헤쳤으며, 나아가 양신부(안내상 분), 박홍주(김혜은 분)를 통해 '빙의'를 넘어선 '사회적 악'의 존재를 설파했다. 박일도로 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박일도를 불러들일 수 밖에 없는 사회를 통해 2018년의 시대적 공기를 담뿍 담아낸다. 

 

 

그렇게 낯선 엑소시즘 장르를 전통과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오늘에 맞게 재탄생시킨 <손 the guest>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역시나 16작의 호흡은 너무 길었던 것일까? 마치 양신부가 할아버지를 납치(?)하여 요양원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요양원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을 '현혹'하여 빙의자들의 피의 카니발을 벌이는 장면은 마치 할로윈 특집이나, <새벽의 저주>나, <워킹 데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서사적 연결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결국 최후 드러난 박일도의 존재와, 그의 그간 행적을 마지막 회에서 줄줄이 설명할 수 밖에 없는 구성의 아쉬운 점도 상찬 속의 티일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반전을 위한 카드 때문이었을까, 스스로 십자가를 부정하고, 성경을 부정했으며 악의 오른 팔이 되어 그토록 많은 이들을 제물로 삼았던 신부의 '자유'에 대한 개연성은 어쩐지 고개가 갸웃해 진다. 

하지만 그 갸웃해지는 혹은 아쉬워 절레절레했던 서사와 구성 상의 단점들이, 물 속에서도 서로의 목숨을 걸고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아 애원의 구마를 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손을 놓고 스스로 자신을 죽여가는 배우들의 열연의 감동 속에 허물어져 버린다. 아쉬운 점을 접은 채 <손 the guest>와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영광의 박수로 보내며 마무리짓고 싶게 드라마는 시청자를 설득해 냈다. 

by meditator 2018. 11. 2. 14:00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해(?) 호러물들이 떼를 지어 찾아왔다. 심지어 kbs2tv는 월화수목을 다 호러물 시리즈로 편성했다. ocn 역시 수목 밤 11시에 <보이스>의 연출 김홍선 감독의 호러물 <손 the guest>를 편성했다. 야심찬 시도, 하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시원찮다. 앞서 종영한 <러블리 호러블리>가 6%에서 1%까지 러블리와 호러블한 시청률을 오갔는가 하면, <오늘의 탐정>은 3,4%의 산뜻했던 출발과 달리 좀처럼 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손 the guest(이하 손더게스트)> 역시 '박일도'가 누구일까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2,3%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호러' 장르물, 장르의 한계일까? 만듬새의 부실일까?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속성에 기대어 만들어진 장르가 '호러'다. 주인공 캐릭터가 맞닥뜨린 공포와 그걸 지켜보는 긴장감이라는 이율배반적 감정을 절묘하게 구성함으로써 시청자의 자극을 극대화시킨다.(네이버 지식 백과) 그래서 대부분 호러물이 납럅 특집물로서 편성되는 이유가 무더위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공포를 공감각적으로 대리 만족시킴으로써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게 해주려는 배려(?)에서 이다. 

초자연적인 존재와 그에 맞선 인간들 
호러물의 핵심 내러티브는 크게 귀신이나 늑대인간, 뱀파이어 등 신비스럽고 초자연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과 연쇄 살인마나 살인 짐승과 관련 실존했을 법한 이야기에 기댄 두 가지로 나뉜다. 늦여름 찾아온 <러블리 호러블리>, <오늘의 탐정>, <손더게스트> 세 작품은 모두 이 핵심적 내러티브의 두 가지 면을 절충하여 현대적 관점에서 '호러'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한다. 

우선 <손더게스트>의 경우, 11회에서 비로서 드러난 박일도의 정체에서 보여지듯이 박일도는 '실존 인물'이다. 일제 하 지방의 유지였던 한 집안, 그 집안에서 태어난 기괴한 살인마, 박일도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실존인물이었다던 박일도는 집안의 식솔은 물론 사촌 여동생, 자신의 처와 아들까지 무참히 살해하고, 스스로 '인간'의 굴레를 끊고 큰 귀신이 되고자 스스로 눈을 찌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영계의 존재로 질적 승화된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포섭'하여 박일도에 빙의되어 살인을 빈발하는 인간들을 발생시킨다. 시작은 '살인 사건'이며, 인물은 '실존'이지만, 그들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들은 '초현실'적이다. 그에 맞서 현직 형사 강길영(정은채 분)과 구마 사제 최윤(김재욱 분), 그리고 한때는 빙의된 희생자였다가 이젠 영매가 된 윤화평(김동욱 분)의 합동 작전을 필연적이다. 

<오늘의 탐정> 역시 시작은 유치원 원아 실종 사건이다. 하지만 그 배후에 등장하는 빨간 옷을 입은 의문의 여인, 알고보니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식물 인간이 된 살아있지만 죽은 '생령', 선우혜(이지아 분)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뒤쫓다 죽음에 이르게 된 탐정 이다일(최다이엘 분) 역시 귀신이었다가, 다시 생령이 되어 그녀를 뒤쫓는다. 역시나 <오늘의 탐정> 역시 벌어지는 사건은 이지아가 자신의 하수인이 된 인간들을 시켜 벌인 갖가지 사건들이다. 그러나, 그 배후에 초인간적인 힘을 가진 생령이 있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또 다른 생령과 인간들이 연합 작전을 펼친다. 

<러블리 호러블리>의 시작은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 작가 오을순(송지효 분)으로 부터 시작된다. 자신도 모르게 들리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씌여진 대본, 그런데 그 대본의 내용이 고스란히 스타 유필립(박시후 분)에게 사건 사고로 벌어지며 두 사람이 엮이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두 명의 귀신, 10년전 한 호텔의 레지던스 화재 사건에서 죽어간 유필립의 전 여친 김라연(황선희 분)과 엄마 김옥희(장영남 분)이 이제 귀신이 되어 운명적으로 엮인 오을순과 유필립 주변을 배회하며 사건을 벌이고,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얽혀들어간다. 시작은 '귀신'이지만, 거기에 인간의 욕망이 얽히며 살인과 음모, 각종 사고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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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작, '호러의 긴장감'으로 이끌기엔 
이들 세 작품 중 이미 장르물에서 잔뼈가 굵은 김홍선 피디의 작품답게, 거기에 이미 오랫동안 각종 장르물에 매진해왔던 ocn의 내공이 더해져  <손더게스트>가 화제성에서 앞선다. 전래의 귀신을 '손'이라 했던 그 이질적 존재에 대한 네이밍과 바다로부터 온 귀신의 절묘한 캐릭터 구축과 악령과 그에 대응하는 구마 의식의 긴장감이 매회 '화제'를 불러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10회를 넘어서면서까지 <손더 게스트>를 이끈 건 과연 박일도가 누구인가? 누구에게 빙의되어 있는가가 가장 큰 궁금증이며, 작품은 각회의 빙의된 인물에서, 배후의 그 누군가로, 거기서 더 나아가 주인공인 윤화평의 가족, 그리고 이제 윤화평에게 까지 의심에 의심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작품의 흥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시청률은 '공포'를 주메뉴로 즐기는 시청자층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손더게스트>는 재밌지만 도저히 밤 11시에는 볼 자신이 없다는 애청자층들이 있듯이. 무서움 자체가 작품의 한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더해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16부작의 호흡이다. 과연 끊임없이 공포와 그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긴장감으로 끌고 가야 하는 '호러' 장르의 특성상 16부 자체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지점이다. 차라리 8부나, 10부, 혹은 12부의 보다 짧은 호흡이었다면 좀 더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미니 시리즈'와 '호러'라는 장르의 조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바로 이 호흡이라는 면에서 <오늘의 탐정>은 더욱 안타깝다. 구성면에서 따라가자면 생령으로 인해 귀신이 된 탐정, 그가 귀신을 보는 정여울(박은빈 분)과 영매인 길채원(이주영 분)등과의 연합 작전, 하지만 역부족을 느낀 이다일이 악령과의 악수, 그리고 알고보니 생령이었다는 전개는 나름 논리적이지만, 호흡이 딸린다. 이지아가 분한 선우혜의 악령은 매혹적이고  파괴적이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도돌이표같은 느낌이다.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가고,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자신들을 죽이려 해서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충격적이지만, 군중 참사을 도발할 만큼의 악령인가에 대해서는 힘이 딸린다. <선암여고 탐정단>, <원티드>에 이은 <오늘의 탐정>까지 장르물에서 한지완 작가의 능력은 걸출하지만 매번 16 미니 시리즈의 호흡이 작가의 장점마저 상쇄하고 만다. 

<러블리 호러블리>의 경우 역시 안타깝다. 드라마 극본 공모작인 이 작품이 과연 16부를 위한 대본이었는가가 의심스러울 만큼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애초에 작가 자신이 설정했던 두 사람의 운명이라던가, 두 주인공의 캐릭터, 심지어 애초 귀신의 등장 이유까지 그 모든 것이 방향을 잃고 만다. 마지막 회 천둥 번개가 쳐도 사랑을 하겠다는 두 주인공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을 사랑해서 귀신으로 나타났던 귀신의 집착이 무색하게 엄마 귀신의 과도한 욕심이 부른 참사란 생각 밖에 들지 않게 만든다. 무엇보다 연출의 호러 장르에 대한 일천한 이해와 불친절한 편집, 심지어 거기에 코믹까지 곁들인 옥상옥의 과욕이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호러'물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복합 장르로서 로코물로서의 공감성조차 갉아먹고 만다. 

 

 

물론 공포 영화를 찾아 극장에 가는 관객이 정해져 있듯, '호러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 접근성의 한계를 '미니 시리즈'의 이름으로 찾아온 드라마들은 '수사물'이라든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복합 장르의 이종 교합으로 돌파하고자 한다. 상대적으로 <손더게스트>의 화제성에서도 보여지듯이 '호러'는 호러다울 때 가장 흡인력이 있다. 조미료를 잔뜩 끼얹은 들 본래의 메뉴가 가진 맛이 없다면 시청자들은 이미 간파한다. 그런 면에서 오랫동안 스테디 셀러였던 <전설의 고향>의 지긋한 교훈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기억하다시피 <전설의 고향>은 단막극이었다. 16부작으로 호러의 긴장감이 끊겨 버리며 자충수에 빠지기 보다 '호러'에 맞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늦은 여름 찾아온 세 작품, <손더 게스트>, <오늘의 탐정>, <러블리 호러블리>로 인해 장르물의 애청자는 행복했다. 부디 내년 여름 땀을 쫘악 식혀줄 보다 품질 좋은 호러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아니, 그러고 보니 ocn의 <프리스트>가 대기하고 있다. 이래저래 호러 장르물 애청자들에겐 올 한 해는 풍성한 잔칫상이다. 


by meditator 2018. 10. 18. 17:00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은 오랫동안 미드에서 활약을 펼치던 김윤진 씨의 모처럽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의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치고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니만큼 과연 김윤진의 선택을 받을만한 작품인가에 대한 촛점이 맞춰진다. 

김윤진 배우는 그 선택의 주된 박진우 작가를 들었다.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 중 여전히 명작으로 회자되는 <한성별곡>의 박진우 작가, 이후 <닥터 이방인(2014)>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천재 탈북의사라는 신선한 시도는 인정받았다. 그런데 모처럼 돌아온 박진우 작가가 선택한 건 뜻밖에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추리 소설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중 한 명인 '미스 마플'이다. 

 

 

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의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는 80여편의 작품으로 전세계 103개의 언어로 번역, 40억부 이상이 팔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베스트 셀러 추리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소설은 물론, 영화, 연극, tv 시리즈로 재가공되어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이끄는 탐정은 늘 프랑스인이라 오해받는 벨기에인 에르큘 포와롱와, 수더분한 동네 할머닌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예리한 미스 마플 두 사람이다. 에르큘 포와로가 1914년 첫 작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부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까지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질 때까지를 이끈 인물이었다면, 1930년대 이후 추리 소설가로서 정점을 이루던 시기에 <목사관 살인 사건>으로 미스 마플을 등장하여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후반부를 빛낸다. 

그렇다면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한 대표작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나, <나일 살인 사건>이듯이 포와로 탐정은 유럽을 횡단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라던가, 나일강을 유람하는 배처럼 공간의 역동성이 작품의 배경이 된다. 이방의 공간, 지역에 모여든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인물들, 그들이 숨겨온 이력들이 날카로운 포와로 탐정을 통해 해부되고, 그들의 과거의 인연을 통해 사건이 풀어헤쳐진다.

그에 반해, 미스 마플은 영국의 시골 마을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독신 노인 제인 마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조용한 시골마을, 그곳에서 뜨개질이나 하며 동네 사람들과 수다나 떠는 할머니, 하지만 그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 과정에서 얻어진 그녀 특유의 '직관'과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열쇠를 얻어낸다. 

바로 이 '마을'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여성 탐정을 박진우 작가는 <미스 마>의 주인공으로 초빙한다. '마을'은 그간 sbs장르 드라마가 그간 잘 활용해 왔던 공간이다.  2015년 방영한 <아치아라의 비밀> 에서도, 얼마전 종영한 <시크릿 마더>에서도 '사건'의 중심은 '마을'이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마을, 하지만 그곳에 인간의 본능과 관계들이 엮어낸 사건이 벌어지고, 그곳에서 인간 관계의 복잡한 애증이 그것들을 증폭시켜나가는데 sbs의 장르 드라마는 이런 것을 남다르게 주목해 왔고, <미스마 복수의 여신> 역시 한국으로 온 미스 마를 통해 이 '장점'을 신도시 중산층 단지의 '무지개 마을'로 살려낸다.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질 복수극
하지만 박진우 작가는 마을 탐정 미스 마플을 '무지개 마을'로 되살려 낸 것에 더해, 거기에 '복수'라는 요소를 가미한다. 영국 시골 마을의 노처녀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은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혐의로 복역 중 탈주에 성공하여 진범을 찾으려 한 엄마로 재해석되었다. 

덕분에 드라마는 한 편에서는 미스 마플 시리즈 특유의 마을에서 벌어진 갖가지 인간 관계로 부터 빚어진 사건을 한 축으로 하며, 거기에 탈주범 미스 마의 진범찾기와, 그런 미스마를 추격하는 한태규(정웅인 분)와 양미희 검사(김영아 분)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의 묘미를 더한다. 

10월 6일 방영된 1~4회 중 1,2회는 보호 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던 미스마의 탈옥 과정을 박진감있게 그려내었고, 3,4회는 탈옥에 성공한 미스마가 무지개 마을에 노처녀 추리 소설가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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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미스 마플의 전반부는 김윤진의 헌신적인 호연과 정웅인, 김영아의 안정적인, 혹은 강렬한 연기, 그런 연기와 스릴러적 상황을 잘 버무려 낸 제작진의 협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에 반해, 3,4회 무지개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진 미스 마플 특유의, 혹은 sbs특유의 공간 장르물은, 앞서 1,2회의 박진감 넘치던 스릴러의 톤과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차별화된다.

결국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성공은 아기자기한(?) 무지개 마을의 사건과 미스 마의 탈주 사건은 적절히 조화해 낼 수 있는가에 달릴 것이다. 거기에  우리나라 장르물들이 가지는 특유의 B급 정서를 과연 주말 드라마로서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 얼마나 극복해 낼 수 있는가 여부도 더해진다. 또한 아직까지도  미스 마의 대사를 통해 등장하는 '인간의 본능' 운운하는 날선 대사와, '추리'를 명목으로 안갯속처럼 시청자들을 모호하게 이끌어가는 서사의 딜레마를 과연 <미스마 복수의 여신>은 조절해 나갈 수 있는가도 관건이 된다.  전작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통해 기존의 주말 드라마와는 차별적인 '장르'적 특성을 가진 드라마로 일정 정도 승부수를 띄운 SBS주말극이 안착할 수 있을지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8. 10. 7.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