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은 지난 12월 2일 방영된 <나를 찾아줘>에서부터 이른바 MZ세대라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방영 중이다. 12웧 2일 방영분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MBTI 붐을 분석하였다. 이어진 12월 14일 방영된 <N잡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에서는 최근 유행어가 되고 있는 '부캐'로 이어지는 N잡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MZ세대,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X세대 처럼 2020년대의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부캐릭터)'라는 단어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N잡러라는 단어도 더는 생소하지 않다. 평생 직장의 시대를 살아오던 아버지 세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 그 이유는 뭘까 다큐가 찾아든다. 

다큐를 이끄는 건 우리에게는 여전히 '플라이더스카이'의 멤버로 익숙한 브라이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알려진 '가수' 외에 플로리스트와 크로스핏 코치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진 N잡러이다. 가수 활동을 하며 악플로 마음 고생을 하던 브라이언은 꽃을 만지며 '힐링'을 하게 되었고 그게 그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이렇게 브라이언처럼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는 생소하지 않다. 직장인 10명 중 3사람이 N잡러인 시대가 되었다. 그 중 20대가 25.7%, 30대가 34.6%로 주로 2,30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MZ세대 부캐를 갖다 
회계벌인에서 일하는 윤혜진 씨의 또 다른 이름은 혜강사이다. 프리다이빙 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로 하루 종일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자세로 일을 하던 그녀는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2년전 프리 다이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보다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향하고 싶은 그녀의 열망이 강사 자격증까지 이어졌다. 

수입으로 따지면 본캐(본 캐릭터)의 1/5~1/20에 불과하지만 좋아해서 하던 일에 수입까지 생기니 액수로 따질 일이 아니라고 혜진씨는 말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오로지 자신의 숨소리만 온갖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동안 '부캐'없이 어찌 살았나 싶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 세대에게 자기 성장은 더는 승진이 아니다. 대신 자아 성취를 위해 그들은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의 증가가 그런 그들의 선택을 도왔다. 

 

 

회사원 이강원 씨의 '부캐'는 캐릭터 디자이너이다. 회사간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외국계 회사로 옮기게 된 그는 회사에 모든 걸 걸고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의 시간 그간의 '취미'를 '부캐'로 승화시켰다. 테니스를 좋아하던 그가 즐겨그리던 테니스 선수들을 옷에 도안으로 옮겨 이윤을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그의 그림이 '부태'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재능 거래 플랫폼'의 도움이 필수였다. 올 한해 프리랜서 등록건수만 작년 대비 2배나 늘었다는 플랫폼에는 이미 25만개 서비스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직장을 다니며 '부캐'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디자인, IT프로그래밍을 비롯하여 전자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직업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 전자책 분야는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각종 전문적 영역을 중심으로 한 전자책이 2000 여권 등록되어 있다. 백화점 영업직으로 12년동안 근무했던 김용환 씨도 인턴 사원을 위한 메뉴얼을 만들다, 그 내용을 '직무 기술서'로 등록했다. 일반 출판과 달리 인세의 80%를 작가가 가지는 플랫폼의 구조 덕에 김용환씨의 부캐 수입은 쏠쏠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22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업의 종류는 이처럼 취미나 직무 관련 분야이다. 실제 추가 수입을 올리는 부캐의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동영상 크리에이터나 SNS운영이 가장 많다. (44.5%) 그 뒤를 잇고 있는 건 헬스, 요가 등 운동 레슨 분야이다.(25.2%) 그 외에서도 소설 등의 창작과 요리 등도 있다. 

 

 

군대와 대학 친구들로 이루어진 오진승(정신의학과), 이낙준(이비인후과), 우창윤(내과) 세 사람은 의학 분야의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63.4 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들 세 사람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의학계의 다양한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팔로워의 수만큼 수익도 늘어났지만 다양한 기부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그저 이윤을 내는 부캐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이낙준 씨의 경우 홀로 지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쓴 웹소설이 7편, 그 중 인기작인 <골든 아워>의 경우 다운로드 수만 1700만에 이르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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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냐? 부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부분 '본캐'가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새로이 선택하는 '부캐'의 경우 이윤만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도전'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5년차 N잡러인 주대성 씨의 경우 컴퓨터 관련 직종이 '본캐'였지만 컴퓨터 앞에만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음식 배달, 대리운전, 탁송, 크리에이터 등으로 변신했다. '부캐'가 본캐가 되어버린 경우, 안정적인 직장 대신 하루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수입도 만만찮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부캐'를 위해 '본캐'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다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을 걱정하며 '포기'를 '포기'하게 된다는데. 하지만 또 다른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꼭 '부캐'가 '본캐'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 지가 아니라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캐에 시너지 효과를 낳으면 되지 않느냐고도 한다. 

취미로 부터 시작되었든, 이윤을 위한 선택이었든 그 무엇이든 '부캐'는 미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한다. 유연해지고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부캐'는 필연적인 과정이라 전문가는 해석을 더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20대도, 30대도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N잡러의 대열에 속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아이들 논술을 가르치던 기자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오마이뉴스에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어언 10여 년, 코로나로 인해 정작 본캐였던 논술 수업이 멈추게 되었다. 모두가 홀로 버텨야 하는 시절, 그래도 글을 쓸 수 있어 침잠하는 나의 일상을 버티게 해주었다. 본캐와 부캐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본캐가 상실되는 상황에서 그림책 심리를 배우며 부캐였던 글쓰기에 새로운 '장르'를 더하게 되었다. 논술도, 글쓰기도, 그리고 그림책 심리 지도도, 말 그대로 N잡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프리랜서의 삶은 고달프지만 다큐에서 말하듯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내 삶에 고스란히 통한다. 


by meditator 2020. 12. 14. 14:58

트롯에 소크라테스라니, 가수 나훈아가 '테스 형'을 부를 때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광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테스 형의 그 말 한 마디가 그토록 통쾌했던가. 그런데 '너 자신을 알라'는 건 테스 형만이 아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MBTI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의 무료 검사지에서 확인한 자신의 성향에서 부터 꽃, 별, 각종 매개를 활용한 '나' 알아가기 방식에 사람들은 자신의 경계를 허문다. 2020년 왜 사람들은 새삼스레 나를 찾는 것일까?

 

 

 

 


16가지로 구분된 인간 유형 
1) 나는 다른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가? 아니면 혼자 시간을 보내는가?
2) 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가? 아니면 상상을 즐기는 창의적인 사람인가?
3) 논리적이고 분석적인가? 아니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가? 
4) 일을 함에 있어 계획적인가? 아니면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을 잘 하는가?
 
외향적(E)인지, 내향적인지(I), 감각적인지(S), 직관적인지(N), 사고형인지(T) 아니면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지(F), 판단형인지(J), 인식형(P), 사람의 성향을 판단하는 8가지 서로 다른 지표를 조합하여 16가지 성격 유형이 드러난다. 

 



이러한 MBTI의 시초는 칼 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칼 융은 사람은 저 마다 타고난 심리 유형이 있다고 있고, 이러한 칼 융의 사상을 캐서린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가 16가지 인간 유형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30년전 김정택 신부가 도입했다. 

자기 안의 어떤 특성이나 장점을 먼저 이해하고 수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사도구라는 김신부의 취지, 그런데 히틀러와 간디가 같은 심리 유형이라는데 과연 맞을까?

다큐에 등장한 젊은 층들은 신기하다. 소름끼친다는 말로 MBTI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짚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요즘 시대의 명함'이라는 표현처럼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 남을 이해하는 유효한 도구가 된다고 장담한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만능'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렌즈가 다른 사람들 
똑같은 상황이라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 MBTI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유형을 알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즉 각자가 가진 렌즈가 다르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층이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는 MBTI에 대해 정작 이를 만든 이사벨 마이어스는 '장벽처럼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다'는 유려를 표명한다. 즉 나를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동질감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너무도 다른 유형들에게 대한 '편견'의 색안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MBTI가 사람을 알아가는 조금 쉬운 도구지만, 정작 MBTI를 알게 되고 나니 아무나 못만나겠다는 고백도 등장한다. 

다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MBTI에 열광하는 현상을 세대론을 통해 분석한다. 이른바 MZ세대,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이 세대는 살아오며 성적과 실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익숙한 세대이다. 즉 끊임없이 '나'에 대한 자극과 질문을 받은 세대로 그만큼 자신을 납득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던 세대였다. 그래서 나를 찾는 MBTI'를 놀이 문화이자 트렌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소서' 앞에서 내가 누구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했던 이 세대에게 MBTI는 스스로를 찾아가는 유효한 도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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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BTI일까? 
또한 올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취업의 어려움과 함께 '고립감'과 싸워야 하는 시절, 학교에 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밥이라도 먹으며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조차 놓친,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인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MBTI는 자신을 확인해주는 거울이 된다. 

물론 '나'를 확인해주는 도구가 MBTI만 있는 건 아니다.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신뢰했던 사주, 그리고 동양 사상에서 유래된 '사상체질', 그리고 MBTI에 앞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은 '타로' 역시 다르지만 같은 류의 자신을 확인해 주는 매개체이다. 

온라인 MBTI 무료 검사지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방식,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 검사 방식이 사실은 MBTI가 아니라면 어떨까? 다큐 제작팀이 문의해본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그 MBTI 검사는 MBTI를 만든 마이어스-브릭스 제단과는 상관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검사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는 자신의 인스타를 통해 MBTI의 효용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똑같은 사람이 검사를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등 결과의 유효성 자체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최스원 교수 역시 회의적이다. 몇 개의 질문에 본인이 답을 다는 방식 자체를 심리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유형별로 나누면 한 유형당 부산 인구만큼의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들을 동일한 정체성으로 재단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또 다른 심리 전문가는 MBTI 검사는 결과보다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문적인 해석이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결과가 나의 모든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평가하고 재단하는 기준이 아니며, 그 유형 안에 나를 가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큐를 이끈 '쭈니 형', 박준형 씨는 MBTI를 비롯하여, 사주, 사상체질, 타로를 체험하고 모두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맞는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한다. 다큐 상에서 등장한 MBTI, 사주, 타로, 사상 체질은 박준형 씨에 대해 모두 다른 정의를 내린다. 그런데 본인은 맞다고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즉, 박준형이라는 한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면이다. 박준형이라는 사람은 MBTI로 보면 분위기를 잘 띄우는 사람이지만, 사주로 보면 또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사람이고, 타로로 보면 한번 하기로 마음 먹으면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이게 서로 다른 걸까? 박준형이라는 사람이 가진 서로 다른 측면인 것이다. 그렇듯 MBTI는 우리가 가진 성격의 한 면을 반영해 주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심리를 공부하며 오랜만에 MBTI 검사를 해봤다. 올초에 한번 해봤고, 올 중반에 다시 한번 해봤다. 올 초에 내향이던 성격이 중반에 이르러서는 외향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성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상황이 변했던 것이다. 외향으로 결과가 나오던 시기 기자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맺던 시기였다. 당연히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자신의 생각들도 변화를 겪게 되는 상황, 그런 변화를 MBTI가 반영한 것이다. 물론 똑같이 나온 부분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10여 년전 검사했던 것과는 나머지 부분도 달라졌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하지만 상황에 따라, 경험에 따라 변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MBTI를 알고나면 편하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니 '결정'을 해야 되는 과정에서 한결 자신을 덜 혼돈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나'는 변한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나'가 변했을 수도. 내 스스로 나에 대해 답을 정하는 MBTI, 답에 대한 내 기준이 변하면 나도 변한다.  



by meditator 2020. 12. 7. 17:37

아이러니하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그간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2030 세대로 하여금 주식 열풍에 빠지게 하였다. 2030세대 100 명 중 54%가 주식을 하고 있고, 그 중 90%가 올해 주식을 시작했다. 

 

 

BTS 주식을 굿즈로 사는 세대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 풍경이 변화했다. 점심 시간이 시작하자 마자 제일 먼저 할 일은 식당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전 장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점심 식사 후 차 한 잔을 놓고 나누는 이야기가 대부분 주식 투자 관련이다. 대부분이 우리나라든 해외든 주식 투자를 하고 있기에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는 어색한 주제가 아니다. 

대학생이라고 다를까. 수업 시간에 주식을 못팔아 '물렸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세대이다. 주식 관련 스터디 모임을 하고 몇 십만원에서 부터 연습삼아 주식을 시작하는 '주린이'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낯설지 않다. 이들에게 주식은 한강아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도록 '자수성가'의 꿈을 이뤄줄 이 시대의 동앗줄과도 같다. 

6년전 대학을 중퇴한 후 단돈 200만원에서 1억 2천을 마련한 주식 투자 크리에이터 종현 씨, 종현 씨의 여자 친구는 한때는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는 욜로 족이었지만 종현 씨를 만나 신용카드 끊기부터 시작하여 삶의 방식을 바꿨다. 데이트도 투자와 수익이 날 상가를 찾아보며 하는 이들 커플, 그런 덕분일까 그간 저축한 돈에 대출을 얹어 신혼집을 장만했다. 

더는 부모님 세대처럼 주식으로 패가망신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세대. 그들에게 주식은 주도면밀한 생존 전략이다. 금융 투자 전문가 존리는 코로나와 함께 등장한 젊은 세대의 주식 투자 열풍에 대해 고통으로 인한 인식의 변화를 그 이유로 든다. 코로나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가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하고, 혹시나 인생에서 놓치는 것이 없는가라는 '성찰'이 주된 관심사 '돈'에 대한 열망으로 귀결되며 주식 투자 열풍을 낳았다는 것이다. 

작년에서 올해에 걸쳐 20대의 일자리가 20만 개가 줄었다. 30대는 29만 개가 줄었다. 저성장 시대 삶이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평생 직장은 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실직 불안에 떤다.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의 가격차는 커졌다. 선택의 차이가 너무도 다른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평가에 82%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세대. 근로 소득만으로 부를 축적할 수 없다고 88?%가 대답하는 세대. 젊은 세대는 혹시나 그들에게 닥칠 극단적 궁핍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절박하게 주식에 뛰어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평등한 정보에 따른 해석 능력에 따라 부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일확천금의 꿈을 꾸도록 만든다. 

 

 

래버지리라도 마다하지 않는 투자
자칭 '오창의 존리'라는 김재용 씨는 퇴근하자 마자 주식 마감장을 확인한다. 이제 주식 투자 7개월 차, 2000 만원을 대출 받아 투자하여 4500만원을 만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매달 200만원 정도 씩을 투자하는 그는 매번 이익을 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우상향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투자에 올인한다. 5000 만원이 모이면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가겠다는 그, 부족한 자금은 대출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임대를 한다면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낼 것이란다. 

블루머니라는 주식 투자 블로그를 하는 30대, 3천~4천 정도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여 국내외 주식 투자 자금을 1억 5천 정도 되게 불렸다. 주식 투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그는 원래는 빚을 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초급락장에는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활용하여 '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금리 시대 빚을 이용해야 한다고조 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대 주식 투자를 안하면 손해라는 것이다. 상승장과 하락장의 대세를 잘 알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한다. 

주식 투자 15년 만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전인구 씨는 구독자 24만 주식 관련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에게 오는 상담 메일 중 상당수가 돈을 잃었다는 내용, 그 중에서는 2~30대가 제일 많단다.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카드론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주식에 '몰빵' 했다가 날렸는데 어떻게 하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냐는 내용들이다. 

올 한 해 신용대출만 13.2조원,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30대가 가장 많았고, 20대도 많았다. 100 조에 이르는 주식 시장에 도는 자금 중 10~20%가 이른바 '빚투'이다. 대출은 너무 쉽다. 젊은이들은 비상금 대출을 받아 주식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 역시 회사에서 해주는 대출이 쉽다. 상승장에 이른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래버리지'라도 땡겨서 투자를 하려는 이들, 과연 빚투는 승산이 있을까?

주식만이 아니다. 이른바 '영끌'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겠다는 사람들이 젊은 층의 61.5%에 이른다. 실제 주택 담보 대출의 44%가 2~30대이다. 과도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짊어진 빚의 무게를, 마이너스 통장을 대출받아 그걸로 주식 투자를 해서 메꿔보겠다는 세대. 아파트 값이 평균 10억 이상이 된 시대, 여전히 부동산은 손해보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저당잡힌 젊은 세대의 어깨가 무겁다. 

젊은 세대들은 왜 그렇게 '돈'을 모으기에 자신을 던질까. 그들은 말한다. 돈때문에 선택이 바뀌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인색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돈은 불행을 막아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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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환불해 주세요
하지만 36년 투자 경력의 이원기 씨의 주장은 다르다. 지금은 비교적 수익률을 올리기 쉬운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과잉 자신감을 가질 우려가 크다고 경고한다.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지난 36년의 경험에 비춰 이른바 우량주라는 주식이 -30%, -50%, 심지어 -80%가 되버린 경우가 200개도 넘는 반면, 엄청난 수익을 낸 경우는 20개에 불과했다고 우려한다. 

스마트한 소수가 이익을 보고 평범한 다수가 손해를 보는게 주식 투자의 구조라고 정의한 이원기 씨는 주식을 마치 전자 오락이나 모바일 게임처럼 희화화하는 경향이나, 동학 개미 따상 등의 감각적인 단어가 붐을 일으켜 사람들을 주식으로 끌어모으는 호객 행위와도 같다며 냉철하고 차가운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한다. 

존리 씨 역시 오른것만 보고 투자하는 근시안적인 안목을 안타까워 한다.  200만원을 투자하여 50만원을 벌면, 2억이면 5000 만원을 번다고 상상하게 되는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 박영미씨는 빅히트 주식이 떨어지자 환불 소동이 벌어지는 데서 보여지는 젊은 층의 주식 자체에 대한 짧은 지식을 우려한다. 

가계 대출 사상 최대, 경제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피케티 지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인 한국 경제, 젊은 층은 이런 시대를 돌파하게 위해 경제 전선에 자신을 던진다. 밀레니얼 세대는 마치 게임 인벤토리 리스트처럼 직장도, 수익도, 그리고 기초 자산도 필수라 여긴다. 

하지만 이런 브레이크 없는 고속 열차같은 한국 경제 상황에 '버블'을 우려한다. 고대 강성진 교수는 재정 적자로 인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지출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끝나고 재정이 줄어들어 거품이 꺼지면서 빚내서 집을 산 사람이 파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영혼을 끌어모아' 투자를 하고 집을 사지만, 그런 방식이 외려 젊음의 시간을 담보로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by meditator 2020. 12. 2. 03:10

지난 2015년 메르스에 걸렸던 마지막 환자가 사망하자 언론은 앞다투어 '메르스 종식'을 보도했다. 후에 메르스 유족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마치 온 사회가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그로부터 5년, 이제 우리 사회는 다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그 전쟁 과정에서 '전사'한 사망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처음 <2020 tvn shift- 1화 코로나 재난의 불평등> 예고편을 방영하던 11월 17일에 NO.는 480이었다. 그리고 불과 반 달도 되지 않아 그 숫자가 510으로 늘어났다. 우리가 줄어드는 숫자에 안도하고, 늘어나는 숫자에 불안에 떠는 이 순간, 그 숫자는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혹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숫자'가 지닌 사회적, 계급적 불평등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코로나'라는 이유만으로 한때는 우리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았던 이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기회를 잃고 있는 건 아닌가?  배우 안내상과 연세대 상담코칭학 권수영 교수가 추모의 길에 함께 한다. 

 

 

코로나 유족, 죽음 뒤의 이야기
그는 NO. 89 사망자이다. 500여 명에 이르는 코로나 사망자, 그 중 193명이 대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 중 한 명이다. 65세, 기저 질환이 있었지만 망자가 되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열이 나 병원에 가려 했지만 그 마저도 환자가 많아 여의치 않아 집에서 보낸 이틀, 몇 번의 검사후 실려갔다. 

61세의 아내, 남편은 미안하다, 버텨달라며 우는 아내와 아들에게 울지말라 당부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전염병 환자의 경우 평범한 장례조차도 치루지 못한 채 24시간 내 화장하는 '처리' 대상이었다. 2개의 유리창 너머로 겨우 마주한 남편의 시신, 감염 우려로 남편의 유품이었던 휴대폰과 지갑은 태워졌다. 그 후로 7개월 '저 집 신랑이 코로나로 죽었다'는 수근거림이 들리는 것 같아 밖에도 나갈 수 없었단다. 누구를 원망하겠나, 원망한들 무엇하겠냐던 아내는 언네 끝나나만 관심있는 세상이 야속하다.

슬픔을 나누는 고별의 의식같은 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관조차 못만지게 하는 상황, 염은 커녕 평상복 그대로, 시신 팩에 넣어져 관에 넣어졌다. 위로는 커녕 아버지가, 어머니가 코로나로 돌아가셨다고 드러내어 말할 수 조차 없는 세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이러스'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더 살고 싶었던 평범한 삶은 그저 빨리 치워버려 할 '대상'이 되었다. 

 

 

감염은 공평하지만 결과는 공평치 않다. 
코로나 팬데믹, 노년층의 사망율이 전체 사망자의 94%에 이른다. 노년층 자체가 호흡기 감염병 자체에 취약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는  T- 세포 자체가 수도 줄고, 기능도 떨어져 감염에 무방비해진다. 특히 남자 노인들이 더 많은 이유는 남성 호르몬이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남성 호르몬이 저하되기에 노령층 남성 사망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사망자들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죽음에 이른다. 폐로 부터 시작된 바이러스의 공격이 주요 장기에 이르러서이다. 신장과 심장이 나쁘면 바로 다발성 장기 부전에 이른다. 노화와 함께 떨어진 기능은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노년을 괴롭히는 건 그저 '바이러스' 만이 아니다. 추석 당일 서울의 한 무료 노인 급식소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지난 2월부터 급식대신 주먹밥을 나눠주는 형편이지만 한 끼의 호구지책에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코로나보다 우선인 건 허기진 배, 의지할 곳, 기댈 곳 없는 노인들은 그래서 더욱 '취약층'이 된다. 

청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당당하다. 그들의 신체적 상황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2,30대의 과반수 이상이 코로나는 '운명이다'라는 운명론적 믿음을 보이고 있다. 즉 노력을 해도 걸릴 사람은 걸린다는 이런 생각은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사회에 대한 '믿음', 즉 '신뢰 자본'의 붕괴를 가져온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 자본의 붕괴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장기적 동력 상실의 원인이 된다. 누군가의 일탈, 누군가의 거짓말이 코로나를 다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전염 과정은 청년층으로 부터 고령층으로 흐름을 가진다. 운명론에 휩싸인 젊은이들의 행태가 노년층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취약 계층이 된 노인층, 방역의 한 축이 되어야 하지만 사회적 배려는 없다. 

대부분의 노년층이 한국 전쟁 세대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어렵게 성장한 그들은 청년기에 군사 독재를 겪었다. 그리고 장년기에 IMF를 맞이했다. 그리고 숱한 파고를 넘었던 이들은 이제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의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되었다. 

 

 

방역 수칙을 지킬 수 없는 계급
취약한 건 노인만이 아니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네 계급으로 나눴다. 전문 관리와 기술 인력으로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코로나 시대 제 1계급이 되었다. 그 아래, 창고, 운수 노동자와 보건 인력들이 있다. 일자리는 있지만 감염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누군가의 직장은 더 위험한 곳이 되었다. 지난 5월 물류 업체였던 직장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가 된 전모씨가 '확진 판정 통보'를 받은 후 제일 처음 한 말은 '제가요? 그럴 리가'였다. 마스크도 쓰고, 장갑도 꼈지만 '직장'을 쉴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160여일, 자신때문에 코로나에 걸렸던 남편은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로 인해 뇌손상을 입고 지금까지 의식 불명 상태이다. 코로나는 한 가정을 순식간에 풍비박산내 버렸다. 

그래도 쉴 수 없어도 직장을 다니면 그나마 나은 것일까? 제조업, 서비스업 계통의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장기 불황에 원치 않는 무급 휴가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은 아프면 무조건 쉬라고 한다. 타인과 거리를 두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통계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아파도 쉴 수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날 수록, 거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노동 조건은 위태로워진다. 

그리고, 마지막 4번 째 계급, 노숙자, 이민자 등이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스페인 카탈루니아 지방 아라곤에 과일을 수확하러 온 이민자들, 작은 기숙사에 집단으로 생활하는 이들은 마스크를 살 경제적 여력조차 없다. 그래서 코로나에 신체적으로 우위라는 2,30대 들조차 사망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전세계 그 어디를 막론하고 가장 아프고 소외된 곳에 코로나는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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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엑스레이, 코로나 
서울 시내에 노숙자가 갈 수 있던 공공병원이 6군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중 5개가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전환되고 이제 서울 중구 동부병원만이 노숙자들을 받는다. 동부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방역의 나비효과'를 말한다. 외려 노숙자들은 그들을 받아주는 의료시설의 부재로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사망자의 46%는 시설 병원내 감염이었다. 그 중에서 37%가 정신질환자였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곳도 대남병원, 그후 100 여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폐쇄병동 환자들, 하지만 도시락 업체도, 청소 업체도 그들이 받은 '항의 전화'를 핑계로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대형 병원 음압 병실조차 공평하지 않았다.
사회가 버리고, 가족이 버린 사람들을 국가마저 버렸다.

코로나에 걸려 이송되던 2번째 환자가 '바깥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다'고 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20년 입원, 42KG이던 첫 번 째 환자는 세상 밖으로 나와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장기 입원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어땠을까. 확진자 발생에 대한 기사가 수 천 건 쏟아지는 동안 단 169건의 기사, 그 마저도 사람들의 반응은 본질과 상관없는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키워드'에 집중되었다. 

코로나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공격한다. 그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편견에 휩싸인 채 철처지 소외된 채 사라지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오늘 몇 명이야 숫자 세기에 바쁘다. 세상은 기억하지 않는다. 사망자는 번호로만 불려진다. 첫 확진자 후 300여 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숫자가 아닌 우리 곁에 살았던, 그리고 이제는 비워진 자리가 된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도를 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소한다. 그건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숫자가 아닌 존재에의 확인, 그건 바로 살아갈 우리를 위한 사회적 '기억'이다. 








by meditator 2020. 11. 25. 03:11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장림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 머리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수궁가>가 토끼가 별주부 거북이의 꾐에 넘어가 용왕 전에 불려갔다가 꾀를 내어 도망친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것이라는 건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 터이다. 하지만, 그 <수궁가> 중에 저런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라는 내용의 판소리 곡이 있던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하는 '광고' 시간은 눈에 보이지니 보지만 보고 싶지 않은 강제 영상 시청의 시간이다. 그 15분 여의 시간 동안 눈이 번쩍 띄여지게 만드는 광고 한 편이 등장했다. 갓을 썼지만 한복은 아니고, 한복같은 색감인데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곳곳을 종횡무진 '춤'바람을 내는데, 거기서 나오는 음악이 귀에 쏙 들어온다.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힙한 판소리 
바로 한국 관광 공사의 홍보 영상이다. 35개국의 사람들, 조회수 3억을 돌파했다는 1분여의 짧은 영상에서 춤꾼들의 춤사위에 배경이 되는 음악, <범내려온다>는 얼터너티브 밴드 이날치가 <수궁가>의 한 부분을 재구성한 것이다. 11월 22일 sbs스페셜은 요즘 뜨는 판소리 밴드 이날치를 조명한다. 수궁가의 전편은 재구성하여 원곡과 이날치의 트렌디한 음악을 대비하며 판소리 밴드로서의 이날치의 음악적 성취와 의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1일 1범'이라는 유행어가 만들어 질 정도로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무한 재생'을 부르는 밴드 이날치의 음악, 그저 판소리라 하기엔 비트가 빠른 가사는 판소리 장단에 맞춰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이런 '이날치'의 힙한 판소리 음악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힙합과 붙여놔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힙한' 음악이라 평가하는가 하면, 중독성 있는 '범 내려온다'의 반복 구는 소녀시대의 gee gee gee gee 만큼이나 트렌드하다 정의내린다. 

이런 대중과 전문가 모두의 '찬사'와 열띤 호응을 받고 있는 이날치, 하지만 그들의 오늘은 그저 어느날 눈을 떠보니 '스타'가 되었다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춤출수 있는 재밌는 음악을 해보자고 모인 사람들, 그리고 전통 음악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싶었던 이들의 조합 , 베이스 장영규, 정중엽, 드럼 이철희, 보컬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 이들의 음악 경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을 정도의 내공의 산물이 바로 이날치 신드롬의 이유이다. 

 

 

모두 합쳐 100년이 넘는 음악적 내공 
<전우치>, <타짜>, <좋은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최근 <보건교사 안은영> 등 100 편이 넘는 영화 음악을 비롯하여, 연극, 무용, 광고까지 종횡무진, '소리의 해체와 조립에 능한 전무후무한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장영규가 바로 이날치의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이다.

그에게 판소리 밴드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7년 미국의 명망있는 음악 프로 타이니 데스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씽씽>을 통해 '판소리와 밴드의 결합을 시도한 바 있는 장영규는 김광석의 드러머였던 이철희와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베이스를 맡았던 정중업과 함께 이날치의 기초 공사와 같은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에 판소리의 장단을 맡던 '고수'의 역할,  기존 밴드의 기타를 제외하고 두 개의 베이스와 드럼만으로 판소리가 가진 문학적 매력을 한껏 살려내고자 했던 장영규의 시도는 '춤추고 싶게 만드는 세련되고 독특한 리듬'이란 평가를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보컬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이나래 27년, 권송희 27년, 신유진 16년, 안이호 25년, 인생의 반 이상을 소리꾼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쉴틈 없이 공연을 하는 와중에 판소리의 본향 전주에서 4시간에 이르는 <적벽가> 완창에 도전하는 안이호, 변강쇠 전을 옹녀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공연한 바 있는 이나래 등은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 <드라곤 킹>을 통해 만나 이날치의 멤버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리꾼으로서의 정체성에 있어 한 치도 흔들림이 없는 네 사람의 보컬, 하지만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자기 확장과 정체성, 전통 음악의 한계에 도전하고픈 열망이 그들을 얼터너티브 이날치의 멘버가 되게 하였다. 물론 이날치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전통 음악의 편견을 깨기 위해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의 조합을 시도한 롹밴드 장비나이 등이 두 문화의 콜라보를 시도한 바 있다. 장비나이가 처음 두 문화의 조합을 시도했을 때만 해도 국악계에서 시선이 곱지 않았었지만, 이제 이날치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에 보컬 들의 스승들은 기꺼이 이날치의 음악을 통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반긴다. 

듣는 이들에게는 '힙하디 힙한' 음악이지만,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 가사도 그대로, 사설도 그대로'의 원형을 지키고자 한다. 단지 리듬를 변화시키고 듣기 좋게 가사를 재구성했을 뿐이라고 자신들의 작업에 겸손을 표한다. 하지만 공연장을 가득찬 팬들, 그들의 음악에 절로 어깨춤을 추는 관객들에, 나아가 알아듣지 못해도 이미 '아름답지만 낯설다'며 특별한 팝으로 해외 음악 팬들에게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by meditator 2020. 11. 23. 01:35

60세, 그저 60년을 살아온 시간이 아니다. 還甲(환갑), 자신이 태어났던 육십갑자의 해가 다시 돌아오는 해, 인생의 두번 째 바퀴가 시작되는 해이다. 즉 본격적으로 '노년'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이다. 

그런데 60세 이후 '노년'의 삶은 녹록치 않다. 특히 60세 이후 홀로 '독거'하는 인구가 200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에서 여성이 2/3에 이른다. 11월 16, 17일 양일에 걸쳐 방영된 <ebs 다큐 프라임>은 <60세 미만 출입금지>를 통해 60세 이후 '독거'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함께, 독거
다큐는 서로 다른 '독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60대 여성 세 사람이 셰어 하우스 한달 살기라는 '실험'을 통해 60세 이후 삶의 방식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서울 한가운데 고즈넉한 한옥, 그 대문 안으로 62세의 사공 경희 씨가 들어온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사람은 이제 '독거' 두 달 째를 맞이한 65세으 김영자 씨, 그리고 마지막 13년 째 '독거' 중인 65세의 이수아 씨가 오면서 함께 한 달 살기가 시작된다. 

어느덧 65세, 그리고 홀로 산 지 두 달, 하지만 영자 씨는 '독거 노인'이라는 호칭에 진저리를 친다. 아직은 '노인'이라고 하기 싫은 나이, 예전과 달리 '환갑 잔치'라는 용어 조차도 무색해지는 요즈음 영자 씨 또래의 '노인'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독거'를 하는 60대 여성들이지만 세 사람의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사공 경희 씨는 62세이지만 아직 '미스'이다. 30대는 40대가 되면, 40대에는 50대가 되면 하고 결혼을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덧 60대, 이젠 70대가 되면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이 무색해지는 시절이 되었다. 

결혼은 했지만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혼은 안했지만 남편과 따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왔던 영자 씨는 얼마 전에야 정식으로 이혼을 했다. 그리고 함께 살던 아들 내외마저 분가를 하고 홀로 산 지 2달이 되었다. 북적거리던 집안에서 아이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자 불안이 밀려오고 왜 이렇게 됐나, 인생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던 즈음 딸의 신청으로 새로운 '함께'의 삶을 시도해 보게 되었다. 

사별한 지 13년 째 자식도 없는 수아 씨는 항상 외롭다. 단란한 가정도, 친구도 없는 그녀는 이대로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부산과 광주, 그 지리적 간격만큼 홀로 살아온 시간도, 살아온 이유도, 그리고 홀로 살아갈 삶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인 세 사람이 불과 한 달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시간은 쉽지 않다. 화통한 성격처럼 무엇이든 앞장서서 이끌어 가고, 그만큼 스스럼이 없어 보이는 영자 씨, 하지만 그런 영자 씨와 달리 스스로 해결하는데 익숙한 삶을 살아온 경희 씨는 자기 자식들에게 하듯 챙겨주는 영자 씨의 방식이 어색하다. 그런가 하면 오래도록 외롭게 살아왔으면서도 막상 함께 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수아 씨 역시 만만하지가 않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두려워 늘 tv를 켜놓고 살았던 수아 씨, 함께 했던 첫 날 밤, 문을 닫지 말라던 부탁을 여름밤 모기를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들어주었던 영자씨, 그렇게 닫히지 않은 방문처럼 세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갇혀있는 저마다의 방문을 열고 나온다. 그리고 그 방문을 열고 나온 마음은 결혼을 했든 안했든, 자식이 있든 없든 옛날 사진이 예뻐서 슬픈, 어느덧 60줄의 '노년'이 막막한 처지에서 다르지 않다. 

혼자 사는게 좋고, 누구와 살까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던 경희 씨가 숨겨왔던 병원공포증을 두 언니 앞에 꺼내놓고 '나 너무 무서워'라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시간, 세 사람은 불과 한 달이었지만 사람이 정든다는게 이런 거구나라며 이별을 아쉬워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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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간다는 일
다큐가 처음 던진 물음은 60세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였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로 삼아왔던 '독거'에 대한 질문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불과 한 달이라는 '시한부'의 '함께'라는 시간을 지켜보며 다큐가 보여준 '답'은 '누구와 살 것인가'이지만, 그 살 것인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을 함께 하는 삶이 아니었다. 

다큐는 '독거'라는 사회적 현상을 매개로 나이들어 살아가는 삶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과 한 달의 기간, 다른 삶을 살아왔던 세 사람은 엇물리는 관계를 풀어가며 성장한다. 즉, 함께 산다는 건, 그저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관계를 '도움닫기'로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다큐는 말한다. 

혼자 살아가기에 '치킨' 한 마리도 시켜먹지 못하게 되는 삶, 그런데 불과 한 달이었지만, 그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서로에게 자신을 터놓고, 그런 가운데 서로의 '이해'와 '지지'를 얻게 된 세 사람은 훌쩍 큰다. 60이 넘어야 철이 든다는 영자씨의 말처럼, '60'은 늙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니 어쩌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출발선이다.  움츠러들기만 했던 자신의 문을 열고 나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피아노의 건반을 용기내어 누르듯 그렇게 세 사람은 자신이 살아갈 삶을 사랑하며 살아갈 자세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세 사람은 헤어져 저마다 살아왔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세 사람은 한 달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불과 한 달이지만 그간 '점'처럼 살아왔던 세 사람 사이에 그 점과 점을 이어줄 '관계'의 매듭이 생긴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의 집을 찾아가는 '관계'는 그들이 '독거'라도 '독거'가 아닌 삶을 열어준다. 높은 데서 훨훨 날아가듯 떨어져 죽고 싶다던 수아 씨가 지금 이 나이가 좋아요라고 말하기 까지 필요한 건 '한 달'이었다. 겨우 한 달이었지만 다시 혼자 살아도 이제는 혼자가 아닌 삶, 노년의 문제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삶의 질의 문제라는 것을 세 사람의 변화를 통해 말한다. 






by meditator 2020. 11. 18. 02:52

전쟁, 이데올로기를 통제하는 도구, 재앙, 새로운 진리, 이 극과 극의 의미를 지닌 단어들은 '시험'을 칭하는 세계 각국의 수험생들의 표현이다. 그들이 맞닥뜨린 '시험'의 상황이 이들로 하여금 전혀 다른 의미로 시험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험생들은 이 중 어떤 의미로 '시험'을 생각할까? 그러는 당신에게 '시험'은 어떤 의미인가? 

팬데믹 상황에 빠진 코로나 임에도 '수능'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일정이 조금 늦춰질 뿐, 수능은 예정대로 12월 3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학교를 나간 날보다 나가지 않은 날이 더 많은 올해 고 3에게 수능은 어떤 의미일까? 제대로 학교는 다니지 못했지만, 여전히 수능은 그들이 '어른'의 세계로 건너가는 '관문'이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은 저마다 '통과 의례'로 시험을 친다. 그런데 각 나라의 배경과 상황에 맞춰 '시험'이 천차만별이다.

지난 2015년 ebs다큐 프라임을 통해 바영된 <시험> 5부작, 52회 백상 예술대상 tv작품상 교양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여전히 우리 사회 성공의 '관문'이 되고 있는 시험을 해부한다. 그 중 1부, 시험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는 세계 각국의 시험을 통해 시험의 사회적 의미를 묻는다. 

 

 

시험은 권력이다
인도의 비하르 주, 이곳은 카스트 제도 중 가장 하층의 계급인 불가촉천민(손을 대는 것조차 오염된다 하여 붙여진 호칭)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에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000여년간 유지되어 온 신분보다 '시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천한 취급을 받고 기회가 거의 없는 불가촉천민들, 이들은 이제 시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회'를 얻고자 한다. 실제 시험을 통해서라면 불가촉천민이라 해도 대학 총장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외가 성행하고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가르쳐주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시험을 칠 실력도 학원을 다닐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지난 2015년 수험생 600여 명이 쫓겨나고 학부모들이 체포된 사건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교실 창문에 기어올라가는 사람들, 이들은 수험생의 친지와 학부모들로 수험생에게 컨닝페이퍼를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자칫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컨닝페이퍼를 전달하기 위해 건물을 오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 60%가 이런 '불법'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자 관행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시험, 거기엔 신분 제도를 넘어서고야 말겠다는 극단의 '의지'가 있다. 

시험은 서열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6월 1000만 명 이상이 응시하는 우리의 수능과 같은 국가적 인재 선발 시험인  '가오카오'가 시행된다. 

'끌어주는 사람도 없고, 배경도 없고, 연줄도 없다. 하지만 머리가 있다. 돌격, 돌격'
'우산없는 토끼는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문제를 풀 것이며 나는 할 수 있다.'

이 비장한 문구는 시험을 준비하는 교실 밖에 씌여진 낙서이다. 가오카오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지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지만 신분 상승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절박한 표현이다. 

허난성의 관묘 고등학교, 매번 신양시에서 선두의 성적을 거두는 학생들을 배출하는 이 학교는 논두렁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논두렁을 지나 학교에 이르는 거리에 학부모들은 집을 얻어 수험생인 학생들을 뒷바라지한다. 학생들은 유치원에서부터 12년동안 자신이 원하는 지위와 직업을 얻기 위해 가오카오를 준비한다. 등교한 이후에는 암기, 시험, 다시 암기를 반복하는 학습 과정, 같은 반 친구들은 경쟁자이다. 가오카오를 통해서만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은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숨막히지만 믿을 건 자신 밖에 없다고 믿는다. 

가오카오가 시행되는 날 시험 시작 30분전부터 교통이 통제된다. 942만 명의 수험생이 저마다의 고사장으로 향한다. 듣기 평가 시간에는 차량 경적 소리 등이 금지되고, 드론을 띄워 학생들의 부정을 감시한다. 18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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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성장이다

'열정없이 살 수 있는가'
'인식이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가'
'정치는 인간의 일인가'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논술형 대입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철학 문제들이다. 6일간의 시험 과정, 총 684,734명이 저런 문제를 푼다. 교장 선생님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풍경, 시험에 늦더라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입실을 허락한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각 교실을 돌며 시험 문제를 개봉하고, 8시에서 12시까지 4시간 동안 주어진 3문제 중 한 문제를 선택하여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2015년 문과의 문제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존중하는게 도덕적 의무인가'와 '나는 내 과거로부터 만들어 지는가' 등이다.  '정치가 진실에 대한 요구를 회피하는가'가 이과 학생들에게 주어진 문제이다. 

그렇다면 채점은? 예, 아니오라고 답할 수 없는 문제, 답안의 적절성과 논리성이 채점의 기준이다. 철학 시험이지만 여타 문화적 소양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 프랑스에서 철학은 현실과 관련이 있는 학문이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저런 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어떨까?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라 시험이라고 따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한다. 심지어 학기 중에 외국도 다녀오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과외 활동이 지속한다. 무의식적으로 믿고 말하고 생각하던 것, 즉 자신과 마주할 기회, 바칼로레아는 성장이다. 

시험은 이데올로기다
독일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논술과 구술로 이루어진 '아비투어'를 치뤄야 한다. 아비투어 당일 학생들은 문제를 먼저 받고 30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한 후 2명의 교사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정답? 없다. 자신의 생각, 근거를 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독일이 가진 치욕스런 역사적 경험이 전제한다. 나치 시대, 당시 시험은 나치의 프로파간다였다. 우생학의 논리에 따라 사회 복지는 생산성이 없는 것, 다른 곳에 쓸 돈을 왜 장애인에게 주는가라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시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그 결과 장애인들에 대한 말살작전을 펼쳐 살인 센터를 통해 '안락사'시켰다. 

장애인들을 말살시키는데 앞장서거나 조력했던 사람들은 '평범'했던 사람들이다. 규칙적인 삶을 살았고 정직했으며 순응적인 인간들이었다. 전후 그 시대의 '평범한 악'에 대해 반성한 사람들은 더 이상 시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재생한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질문하고 의심하는 인간 양성을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라 여긴다. 

인도와 중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 각국은 저마다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시험제도를 가진다. 불가촉천민에게 사회적 기회가 된 시험, 가진 것 없는 농촌 출신의 학생들의 등용문, 그리고 철학적 문제를 논하는 프랑스와 자신의 의견을 주체적으로 피력하는 게 관건인 독일, 우리의 시험은 이들 나라의 시험 중 어디쯤 있을까? 21세기에 대비한 창의적 인간상 구현을 목표로 하는 7차 교육 과정에 기반한 우리의 수능은 과연 '창의적 인간'을 길러내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일까.

by meditator 2020. 11. 12. 02:15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모색의 와중에 있다. 시각적 매체 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은 이제 tv를 통해 제공된 프로그램을 떠난 유투브 등 스스로 찾아가는 매체 환경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tv다큐멘터리는 안그래도 저조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탈피하고자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성들은 ebs의 <다큐 it>이나 sbs스페셜이 시도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다큐의 연성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다큐와 토크 프로그램의 콜라보, 혹은 보다 대중적인 주제와 접근 방식으로의 모색이 올 한 해 다큐 프로그램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 그런 가운데 또 한 편의 새로운 다큐 한 편이 시작되었다. kbs1tv가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영하는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이다. 


 
내가 아들 엄마라니 ! 
지난 11월 8일 <김나영의 아들 연구소> 3부작의 1부 <내가 아들 엄마라니>로 첫 선을 보인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는 단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고, 과도하게 요약하지 않고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는 편안한 다큐를 지향한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내세웠다.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고만고만한 아들 둘 신우와 이준을 키우는 패션 인플루언서 김나영, 멋들어진 그녀의 패션과 달리 '하지마!, 하지마! 위험해!'라는 짜증과 호통으로 연이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말을 안듣는게 아들의 정체성일까 고민하는 그녀, 요즘 핫한 오은영 정신과 의사를 만나 '아들 키우기'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와의 아들 키우기 상담은 아들과 딸의 언어가 다르다로 시작하여 아들들은 듣는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가로 두 엄마가 공감하더니,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어리숙하다로 여자 아이들보다 늦은 성장에 방점이 찍힌다. 

그렇게 교감이 안되는 남성을 아들로 키우기의 난감함에 공감을 하던 다큐는 훌쩍 건너뛰어 어느덧 열등 종족이 되어가는 아들의 세상 이야기로 흐른다. 대학 진학율에서도 어느덧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지른 세상, 예전에는 그래도 수학은 남학생이 잘한다고 했지만 이젠 그 마저도 여학생이 평균 점수가 더 높은 세상, 이제 아이를 낳을 가임기의 부모들은 한 명만 출산한다면 딸을 원한다는 통계가 66%나 되는 세상이 되었단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여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봐 남녀공학을 안보내는 시절, 회장 선거에서부터 학교 내 모든 일들을 여학생들이 리더쉽있게 처리하는 세상 , 과에서 남학생이 우등생이 되면 뉴스 거리가 되는 세상, 다큐는 그렇게 여성들이 주도하는 세상, 그리고 이제 더는 예전과 같은 습성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남자로 살아가기에 고민되는 세상 
더 이상 여성에게 '예쁘다'라는 단어를 쓰면 안되는 세상, 남학생들끼리만 MT를 가는게 편한게 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남학생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하소연한다. 젠더 이슈가 민감한 시절, 4~50대 남성들에 대해 문제 제기에 자신들이 방패가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남학생들의 상실감과 불만에 대해  노명우 교수는 같은 시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라 정의내린다. 현실 인식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간의 서로 다른 시각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지배관이 더 많이,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남자라서 부당하거나 위협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부딪치지는 않는다며 세상이 더 여성에게 편해질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의견에 대해 남성들은 이미 자신들은 변할 만큼 변했으며 더 이상의 변화에 대해 절실하지 않다는데 딜레마가 있다고 다큐는 짚는다. 그리고 이런 남성들의 의식을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과 엘리스가 아무리 달려도 주변이 바뀌지 않았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레드퀸' 효과'라 정의내린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을 쓴 오찬호 교수는 이런 상황을 우리 사회의 딜레마로 본다. 그간 아버지는 가장으로 희생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그런 희생의 보상으로 가정에서는 군림해왔었다.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지만 왜 내가 주범처럼 취급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교수는 강조한다. 문화의 힘을 말한다. 아들들이 말하듯 스스로 변화했다고 하지만 아직 아들들의 의식적 변화는 느리다는 것이다. 아들들은 여성들도 군대를 가야한다며 역차별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취업에서 남성 선호는 여전한 만큼, 이십대 남자들의 역차별 주장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십대 남자들을 중심으로 역차별이 주장되며, 젠더 갈등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그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귀결된다. 어른들이 물려준 경쟁 중심의 세상에서 버텨내야 하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그리고 이제 어른들의 세대보다 더 좁아진 경쟁의 문에서 보다 더 냉정해지고 예민해지는 아이들의 자기 보호가 '역차별'로 등장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큐는  이른바 요즘 아이들이 주장하는 바 '억울하면 시험치고 합격'하라는 '공정'은 납작한 공정이라고. 약자를 도와주는 정책이 역차별 처럼 느껴져서는 안될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함께 앞으로 20년 변화는 더 가속될 것이며 남녀와 지위와 역할에 있어서도 빠른 변화가 예상될 것이며, 지나간 세대의 관성에 기대어서는 '도태'될 것이라 경고한다. 


지성과 지성을 연결하겠다는 다큐의 취지답게 싱글맘 김나영의 아들 키우기 고민으로 시작한 다큐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현실을 비교하는가 싶더니, 결국 우리 사회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이남자'를 중심으로 한 역차별 논쟁으로 귀결된다. 그러기에 다큐의 예고에서 김나영의 아들 키우기 고민 프로그램인 줄 알고 시청하려 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는 결과이다. 최근 다큐들이 장르와 주제의 결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모색을 하는 가운데,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역시 육아 고민을 현실에 있어서의 젠더 갈등까지 끌어가며 주제의 확장을 시도했다. 

그런데 다큐가 내세운 바 단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고, 요약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런 취지에 걸맞았을까, 이십대 남자들의 의견도 내세우고, 여러 학자들의 입장을 들어보았지만, 결국 다큐가 '설득'하고자 했던 것은 이 시대 이십대 남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역차별 주장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역차별 주장에 대한 설득이 설득력을 가질까?

과연 다큐가 내세우고 있는 '도태'되지 않기 위한 관성의 변화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느덧 상실감을 느끼는 이십대 남자들에 대한 충분한 천착이 이루어졌는가, 혹은 여태까지 되풀이 되고 있는 젠더적 갈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거에 불과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색되고 있는 새로운 다큐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결국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 브이로그처럼 새로운 형식을 덧붙인 것일까? 새로운 담론일까? 과연 이 시대 다큐가 당면한 과제는 새로운 형식일까, 새로운 담론일까? 첫 방송을 마친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의 과제이다. 

by meditator 2020. 11. 10. 18:37

우주복을 입은 누군가가 어떤 행성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다니며 '탐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탐험하는 행성의 모양새가 익숙하다. 여기저기 쌓인 부식된 쓰레기 더미, 흡사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쓰레기 적치장과도 같다. 그 쓰레기 적치장과도 같은 '행성'의 잔해에서 찾아낸 것은 '뼈', '닭뼈'이다. 우주복을 입은 그 누군가는 '미래'의 사람이다. 그가 과거의 잔해 더미에서 가장 많이 찾아낸 것은 '닭뼈'이다. 그렇다면 그는 '과거'의 지구를 어떻게 정의내릴까? 혹 우리가 백악기를 '공룡의 시대'라 명명하듯, 닭들의 행성이라 이름붙이지 않을까? 

2020년 방송대상을 수상한 ebs다큐프라임 <인류세> 1부 닭들의 행성은 이렇게 시작된다. 왜 닭들의 행성이 되었을까? 전세계 230억 마리, 인류 한 사람 당 3마리에 해당하는 개체수이다. 개체수로만 보면, 지구는 닭들의 행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지구가 닭들의 행성이 된 까닭은 '닭'의 적극적 생존 의지가 아니다. 

 

 

닭들의 행성, (feat 인간 )
갈루스 갈루스 도메티쿠스(Gallus gallus domesticus) , 들에서 살던 붉은 들닭은 5000년 전부터 인간의 가축이 된 이후 인류를 따라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강한 다리, 넓은 가슴, 질량으로만 보면 전체 조류를 압도하게 된 닭, 미래의 후손들이 지구를 '탐험'하고 그 압도적인 개체수로 인해 '닭들의 행성'이라는 결론을 내릴 지도 모르는 닭의 번성을 '주도'한 건 '인간'이다. 

인간에 의해 '변형'되어진 닭은 1950년대에 비해 무려 5배나 빨리, 더 크게 성장한다.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5,6주 무렵 도사로딘다. 한 해 도살되는 개체수만 해도 650억 마리이다. 닭들의 행성이라 명명될 수 있을 정도로 번성하지만, 그 '번성'은 닭의 '고난'이다. 심지어 2008년 한 해에만 천 만 마리가 도살되는 일이 벌어지듯, AI, 조류 독감은 인간과 함께 하여 겪게 된 '고난'의 또 다른 면이다. 그렇게 이르게 도살되어 사라진 청소년 닭들은 전세계 쓰레기 장에서 화석이 되어가는 중이다. 

2018년 유엔 생명 다양성 회의에서 등장한 '핑크 프로젝트', 닭을 '핑크'색으로 상징시킨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먼 훗날 우리 시대의 지질층이 '핑크'색이 될 거라 '예언'한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50만 마리가 '소비'되는 닭, 인류 문명과 함께 번성하고, 번성한 만큼 사라져가고 있는 닭을 상징하는 핑크색 지질층의 시대, 다큐가 말하고 있는 '인류세'이다. 

지금까지 지구는 다섯 번의 '생물' 멸종을 겪었다. 빙하기로 인한 고생대의 멸종, 이은 데본기의 멸종, 가장 피해가 컸던 페룸기 대멸종, 파충류의 대부분이 멸종했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백악기의 공룡 멸종, 그리고 이제 6번 째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그 여섯 번 째 멸종은 인류의 번성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와의 멸종과 달리, 한 종, 지구 역사상 존재했던 가장 강력한 종이 지구 환경 전체를 바꾸는 시대이다. 그래서 최근 1만여년전부터의 '홀로세'와 구분하여 '인류세'라 명명되어야 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멸종의 시대, 인류세 
'인류세'를 처음 '발의'한 사람은 폴 크리천이다. 대기학자였던 그는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지구의 변화에 주목했다. 인간이 스스로 명명한 시대, '인류세, 인류세의 시작을 학자들은 1950년 원자 폭탄 폭발 이후부터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불과 70년, 지질학적 관점에서 보면 번개가 치듯 짧은 순간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인류는 그 이전의 지구 멸종기에 맞먹는 '멸종'의 시대를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이래 지구 생물 중 97%가 인간과 가축이 되었다. 야생의 생물들은 불과 3%에 불과하다. 자이언트 펜더, 침팬지, 아시아 코끼리, 기린, 얼룩말, 안테스 플라밍고, 펠리칸이 대멸종의 '길'에 들어섰다. 멀리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강치, 늑대, 표범, 크낙새 등이 이미 멸종했다. 학자들은 금세기 말에 지구에 있는 종의 반이 멸종될 거라 경고한다. 맘모스, 스테누루돈 ,디프로토돈, 일본 늑대 등 대형 척추 동물의 멸종이 인류세의 '시그널'이다. 

동물들은 어떤 식으로 사라져가는 걸까? 말레이시아 팜오일 농장, 25년 정도된 나무들을 자르고 새 묘목을 심는다.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기존의 숲이 사라진다. 그 숲의 자리에 팜유 농장이 들어선다. 그 과정에서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잃는다. 인간과 생존권을 놓고 갈등하는 악어라고 해서 '멸종'의 파고를 피할 길이 없다. 한약재로 인기가 높은 비단뱀이라고 다를까. 제 아무리 멸종 위기 동물들의 유전자를 '보관'하여 보존하려 해도,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번성을 위한 자연 파괴는 멈춰지지 않는다. 

 

 

인도 델리, 빛의 축제 디왈리 디왈리가 한창이다. 어둠을 밝히며 인류가 시작되었음을 '자축'하기 위해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500만 kg의 불꽃들을 쏘아댄다. 그 다음날, 대기 오염은 AQI(Air Quality Index ) 2000을 넘어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폭죽을 쓰지못하게 하지만 이 디왈리 축제 기간 동안 경기가 활발해지고, 매출이 올라가자 멈출 수 없었다. 

다큐는 이 멈출 수 없는, 아니 멈추려 하지 않는 인도 디왈리 축제가 여섯 번째 멸종을 향해 질주하는 인류세의 인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라 한다. 자책하지만, 멈출 수 없는 강력하고도 큰 영향력을 가진 인류, 그들에 의해 다가올 멸종의 시대, '인류세'는 그저 인류가 번성하고 압도적인 '시대'가 아니다. 다큐는 '인류세'를 통해 '인류'가 자행하는 '멸종'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6번 째 멸종의 시대, 그렇다면 과연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by meditator 2020. 10. 17. 02:30

2020년 방송 통신위원회는 올해의 방송 대상으로 ebs다큐 프라임 <인류세> 3부작을 선정했다. 260편이 넘는 응모작 중  '인류세라는 재난적 상황에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인간 역시 멸종을 피할 수 없다 사회적 메시지'가 대상 선정의 이유로 꼽았다.

<인류세 > 3부작은 이미 앞서 프랑스 스크리닝 마켓에서 20,000 개 이상 스크리닝 작품 중 가장 많이 본 9번 째 작품으로 뽑혔고, 바르셀로나 플래닛 영화제 사르라다파밀리아 상, 한국 기독 언론 대상 생명사랑 부문 최우수상, 미국 임팩트 다큐 어워즈 장편 다큐멘터리 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에 ebs는 수상 기념으로 10월 5일부터 3부작을 다시 방영했다. 

그렇다면 용어조차 생소한 '인류세'란 무엇일까? 지구가 형성된 이후 현재까지의 단계인 '지질시대' 중 약 1만년 전 부터 현재까지를 '홀로세'로 구분한다. 2001년 화학자 파울 크루첸은 '인류가 화석 연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면서 그로 인해 배출된 온실 가스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시작되었음에 주목하여 '인류세'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즉, 공식적인 지질 시대명은 아니지만 너무도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된 생물종, 인류가 지배하는 시대라는 개념이다.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인류세>는 '닭뼈', '플라스틱', '과잉 인구'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풀어내고자 한다. 

 

   

 

인구 폭발, 붕인섬 
꾸르니 아완 안드레, 물고기 잡는 걸 좋아하는 14살 소년이다. 아직은 길어야 2분 정도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작살질을 하는 소년은 한번 물에 들어가면 4~5분 숨을 참을 수 있는 어부인 아버지처럼 물고기를 잘 잡는 게 희망이다. 

안드레는 바자우 족이다. 1만 7천 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도서국가 인도네시아, 그곳에 사는 바자우 족은 원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바다의 집시들이다. 그런데, 2002년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이며 세상에 알려진 붕인 섬, 이곳 바자우 족들은 독특하게도 200여 명의 섬 주민에 정착 생활을 하고 있다. 다큐는 정작 생활을 하는 붕인 섬의 바자우족들을 통해 '인구 과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리를 통해 세상과 이어진 붕인 섬, 그 다리를 통해 세상의 문물 역시 붕인 섬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붕인 섬에는 쓰레기 통이 없다. 지금까지는 쓰레기가 생기면 키우는 염소들이 다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쓰레기라 봐야 대부분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였으니 가능했다. 그런데 바깥 세상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쓰레기통이 없는 붕인 섬에서 쓰고 버린 비닐과 쓰레기들이 점점 섬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섬 주변을 채우고도 남은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염소는 비닐을 먹고 병이 들기 시작했고, 바다에 둥둥 떠다디는 쓰레기로 인해 물고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화산 폭발로 이곳에 모여든 바자우 족은 이곳 붕인섬에서 살아가는 것을 자신들 삶의 숙명이라 여긴다. 그런데 처음 100 여 명에서 시작된 바자우 족은 해마다 늘어나 이제 4000 여 명에 이른다. 

왜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고 있을까? 조절은 안되고 있는 것일까? 1년에 100 여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반면에 죽는 사람들은 34명 정도이다. 당연히 인구는 급격하게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2명을 낳으라하지만, 그 정부의 정책이 사람들에게 '수용'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이 낳는 것이 바자우 족의 '관습'이다. 4명, 5명, 6명, 7명까지도 낳는다. 붕인 섬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습을 고집하는 한 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인구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매년 서른 쌍 정도가 결혼하는 바자우 족, 새로 결혼하는 부부에게는 '새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한 바자우 족은 바다에서 죽은 산호를 캐내 집을 지을 '땅'을 넓힌다. 그리고 넓힌 산호 땅에는 육지에서 들여온 자재로 집을 짓는다. 해마다 새로 필요한 산호 땅을 위해 바다에서 산호를 캐내는 마지노이는 점점 더 깊은 바다로 향한다. 그의 보트 수 백대를 채워야 집 한 채가 만들어지는 붕인 섬의 집들, 바다가 섬을 감당해야 하는 '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어디 집을 짓는 산호 뿐인가. 육지의 사람들이 차를 가지듯 붕인 섬의 사람들은 차처럼 배를 가진다. 한 대는 기본, 재력에 따라 두 대, 세 대를 가지기도 한다. 늘어나는 배와 함께 어획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물고기 개체 수는 그대로이다. 늘어나는 배만큼 경쟁도 심해지고, 배들은 시도 때도 없이 바다로 향한다. 바다는 위협당할 수 밖에 없다. 

마을 사람들은 생선은 매일 즐기지만 육지나 도회지의 사람들처럼 인스턴트나 육류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친환경적일까? 붕인 섬에서는 채소가 나지 않는다. 키울 땅이 없다. 채소 뿐인가. 전기, 수도, 플라스틱 등의 공산품, 식료품 등 생활의 대부분을 섬 외부로 부터 조달한다. 재생 에너지? 붕인 섬 사람들은 재생 에너지가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자동차와 비행기는 이용하지 않지만 붕인 섬 사람들처럼 살려면 2.7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지구의 한 귀퉁이에 불과한 붕인 섬, 하지만 붕인 섬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곧 지구의 축약본이다. 지구를 1억 분의 1로 줄이면 붕인 섬이다. 아버지처럼 어부가 되고 싶은 안드레, 하지만 청년 정치가 티손 사하부딘은 붕인 섬의 어부는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한다. 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을 위해 지난 10년간 노력했다. 그 결과 절반 가까이 훼손되었던 산호에 새 살이 돋는 중이다. 하지만 안드레가 느끼게 될 바다는 그 이전 세대가 느끼게 될 바다와는 다를 것이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에너지 사용과 기온 상승 오존 파괴 등 지구 시스템의 가파른 상승세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가속은 지구 시스템의 변화 비율을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밀어붙였고, ㄱ결국 지구 시스템은 홀로세의 안정적인 상태를 벗어났다. 그 결과 호주 들불과 같은 기후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우리는 홀로세에 살고 있지 않다. '(책 <인류세>  중)

인류세, 인류가 소행성 충돌, 지각판 충돌처럼 지구의 지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붕인섬은 바로 인류세의 현장이다. 




by meditator 2020. 10. 1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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