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피틀', 이 말은 원래 살 곳을 찾아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난민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 '보트 피플'이 영국에 등장했다. 바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영국의 청년들이 템즈강 일대에서 '보트'로 집을 삼아 살기 시작하며 영국형 보트 피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보트 피플'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니게 되었다. 서울의 평균 집값이 7억에 달한다. 물론 이건 평균이다. 강남으로 가면 날마다 치솟아 몇 십억을 호가한다. 7억이라 해도  2백만원씩 30년을 모아야 하는 한 달에 2백만원을 벌지 못하는 청년층이 70%를 상회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한다는 건 이제 '언감생심'인 세상이 되었다. 과연 청년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신혼 여행만 4년째
2016년 12월에 결혼을 했다. 대학도 채 졸업하지 않은 채 결혼에 돌입한 전재민- 김송희 부부, 신혼집을 얻는 대신, 그 돈으로 항공권을 사서 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어언 4년 여, 이들은 어느새 '프로 여행 영상 제작자'가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신혼여행(?)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행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적게는 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까지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이제 천만 원 정도의 10kg이 넘는 방송장비를 짊어지고 경관이 좋은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는 프로 여행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여행의 경험은 두 사람을 어느새 독자 초청 강연회의 저자로 만들어 주었다.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오늘은 행복하니까>의 저자 쨈쏭 부부가 바로 전재민-김송희 부부 자신이다. 강연회에서 두 사람은 에베레스트 트레키의 경험을 나눈다. 

새벽 누구보다 먼저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나섰던 두 사람, 하지만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겨우 주변의 도움으로 정상을 정복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두 사람은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만 맞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나만의, 우리만의 방향'에 집중하고 싶다는 두 사람, 이제 수익은 생겼지만 '평생 살아갈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집'을 마련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잠시 머무는 그곳이 '순간'이지만 어느덧 두 사람의 집이 된 지금, 인생이 곧 여행이 아니겠나며, 결국 인생이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라며, 평생 머무를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삶을 얻었다고 말한다. 

 

 
고시원 대신 캠핑카
김동해씨는 자신에게 온 택배를 받으러 차를 타고 가야한다. 왜냐하면 그의 집은 택배 아저씨가 찾아갈 수 없는 '캠핑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 천변 무료 주차장에 지금은 머무르고 있는 동해씨,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의 집은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어릴 적 꿈은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올라온 서울, 현실은 월세를 내기도 빠듯한 삶이었다. 반지하, 고시원, 지금까지 동해씨가 살아온 공간이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고시원 살이가 지겨웠던 그는 보증금 4천만 원으로 중고 캠핑카를 마련했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대리 운전' 일을 위해 보다 더 기동성이 있는 '전동휠'를 마련했다. 

물론 자유로운 '집'을 마련했지만 캠핑카에서의 생활도 녹록치는 않다.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밖의 실온보다 5~6도가 높은 캠핑카에서 여름을 나는 건 고역이었다. 기능이 떨어지는 냉장고 덕에 식재료가 잘 상해서 애를 먹는 것도, 물탱크는 있지만 샤워 등을 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나름 고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더위, 추위 등 자연적 환경을 피하는 곳이라는 집의 사전적 의미를 놓고 보면 엄연히 캠핑카는 덜 스위트해도 그의 '홈'이다. 

햇빛이 들지 않은 고시원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는 동해씨, 어제처럼 살면 어제처럼 밖에 살 수 없다고 써놓은 캠핑카 속 그의 좌우명처럼 그는 이 캠핑카를 '고치'로 삼아 탈피할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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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 달 살이 70만원이면 수영장 딸린 집이 
웹디자이너인 조희정 씨는 사전적 정의 그대로 '디지털 노마드'족이다. 디지털 시스템 아래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한다는 디지털 노마드족에 걸맞게 조지아에서 서울에 있는 동료와 화상 회의를 통해 일을 진행한다. 

조지아에서 생활한 지 어언 28일 째, 세계의 여러 곳을 떠돌며 한 달 살기를 실행하고 있다. 이곳 조지아는 유럽과 같은 환경이지만 서울에서 장 한번 보면 8~10만원이나 들 비용이 이곳에서는 한껏 장을 봐도 2만2천원 정도, 한 달 40만원이면 충분해 한 달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한 때는 워커홀릭이었다. 그러나 경쟁적인 일 관계 속에서 자신이 소모되는 게 싫어 독립을 했다. 그리고 이제 모바일 웹 서비스를 개발하며 세계를 떠돌고 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그녀의 직업이 그녀의 방랑을 가능케 한다. 한 달이 끝난 그녀가 다음에 선택한 곳은 '독일', 그곳에서는 또 다른 한 달짜리 ' 새집'이 그녀를 기다리고 그녀는 홀가분한게 가방 한 개를 들고 또 다른 '노마드'로서의 삶을 떠난다. 

 

 

쫓겨나는 대신 이동식 집을 
농사를 짓고 싶던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땅'이 없던 그에게 '농사'란 꿈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임대했던 땅에서 쫓겨난 청년, 홧김에 세계로 떠났다. 유지황 씨를 비롯한 청년 3인방의 2년 여에 걸친 무일푼 세계 농업 체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파밍 보이즈>라는 다큐 영화로 제작까지 되었다. 

그로부터 7년, 지황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를 찾아나선 제작진이 그를 만난 곳은 6평짜리 이동식 주택에서이다. 농사를 짓는 청년을 위한 이동식 주택, 입구에 일을 하고 온 작업복을 벗어 세탁할 세탁기에서부터 샤워실까지 이어지는 비록 작지만 한 사람이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을 단 돈 천만원으로 지황 씨는 지었다. 

왜 집을 지었을까? 세계를 떠돌면서 텐트에서 지내다 보니 아늑한 집이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엔 농촌에 많은 빈집을 이용해 보고자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말이 빈집이지 외지에 사는 자녀가 주인인 집을 임대하기도 쉽지 않았고, 막상 살만하게 고치려면 2~3000 정도 비용이 드니 그것도 만만치 않았단다. 무엇보다 농촌에 정착하는 것도 잠시 쫓겨나는 경험을 했던 그는 집이라도 가지고 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년들을 위한 이동식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지은 자신의 집, 일년에 전기세 등으로 20~30만원 정도, 거기에 겨울에 난로를 떼는 비용으로 5~6만원, 더 이상 '월세'에 시달릴 염려가 없는 집, 그런 ''타이니 하우스'들이, 그런 집을 짓고 살고픈 청년들이 남해군 두모마을에 모였다. 지자체와 이장님의 적극 지원 아래  폐교를 빌려 6개월 정도 기한을 정해 뜻을 맞는 사람들과 벌써 6채 째 집을 짓고 있는 중이다.  첫 농사를 짓고 쫓겨난 지 어언 7년 청년 지황씨의 꿈은 이제 ' 청년 공동체'로 부풀어간다.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시대>에 따르면 이른바 '386'이라 통칭되는 세대는 어느덧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 되어 권력과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벌어서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청년 세대'들이 있다. 다큐는 말이 좋아 집을 버리고 세상을 찾았다고 하지만, 스스로 집을 얻을 수 없는 세대의 궁여지책, 저마다의 각자도생을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한 달 생활하기가 버거워 세계를 떠도는 사람들, 집을 얻을 수 없어 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그리고 쫓겨날 수 없어 달팽이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집을 짓는 청년들, 과연 이게 요즘 것들이 자신의 '세상'을 찾는 보편적 방식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땅에 정착하고 싶은 청년들을 '하우스 노마드'로 모는 세상, 이 땅에서, 세계에서 떠도는 청년 노마드들을 그저 세상에의 도전이라 퉁칠 수 있을까. 



by meditator 2019. 9. 25. 15:15

sbs는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공채 탈렌트를 선발했다. 공채 탈렌트, kbs나 mbc 등이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던 시절 '공채 탈렌트'는 마치 지금의 '공사 취업' 그 이상, 배우로서의 안정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규모와 환경이 변화하며 '공채'가 아닌 '연예기획사' 등 다른 방식으로 데뷔한 스타들이 주연을 꿰어차면서 공채 탈렌트의 면모는 퇴색했다. 그럼에도 1990년 개국한 sbs는 새로 만들어질 자사 드라마의 자원을 위해 '공채' 탈렌트를 모집했고,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성동일, 김지수, 김남주, 김명민 등이 바로 이 sbs 공채라는 관문을 통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sbs에서 공채 1기인 성동일이 1996년 방영된 <은실이> 속 단역에 가까운 역할인 '빨간 양말'을 통해 세상에 그 이름을 알렸듯 sbs 공채의 길은 험란했다. 결국 2003년 10기를 끝으로 더 이상 공채라는 이름의 탈렌트 공모는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러다 2008년 일부 스타급 연기자들의 고액 출연료 등으로 인한 제작비 증가가 문제가 되고, 연예 기획사를 통한 배우 수급이 방송국과 마찰을 빚게 되자 kbs에 이어 sbs도 다시 자사 방송국에 1,2년 동안 전속되어 활동하는 공채 탈렌트를 모집하게 된다. 

이미 '연예 기획사'의 몸집이 거대해져가는 드라마 시장, 하지만 그만큼 드라마를 통한 스타의 탄생 역시 주목받고 각광받던 시절, 2009년 이루어진 sbs공채 탈렌트 모집에는 무려 415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남자 397대1, 여자 222대1, 평균 29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4명이 영광스런 sbs공채 11기 탈렌트가 되었다. 
그리고 10년, 김성오, 허준석, 김가은 등 그 14명 중 그래도 지금도 우리에게 기억되는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경쟁을 뚫고 공채 탈렌트가 된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sbs스페셜>이 그들을 찾아나선다. 

 

 

297대1, 그리고 10년 
처음 만난 건 김호창씨,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이름을 치면 4~50개의 작품이 나열될만큼 여러 작품 속 감초같은 조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바로 그가 10년 전 297대1의 경쟁을 뚫고 sbs공채 탈렌트가 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드라마를 보느라 직장 나갈 시간인 것도 잊어버리신 어머니를 보면 젊은 김호창은 그게 바로 자신의 길이라 생각했다. 저 드라마에 나오면 더 이상 어머니가 고생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최종합격, sbs공채 탈렌트라는 명찰을 걸고 방송국에 들어설 때면 성공은 눈 앞에 있는 거 같았고, 곧 유명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렵게 공채가 된 동기들은 청소 아줌마보다 더 일찌 나와 탈렌트 실을 지켰다. 지나가는 행인 등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는 다작 배우가 되었고, 스스로 처절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은 낯설다. 그래도 여전히 연극과 영화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호장 씨의 'dreams come true'는 여전히 ing중이다. 

당시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주목받았던 이수진 씨, 당시를 그녀는 눈 앞에 계단이 보여 걸어가기만 하면 될 것같았던 시기라고 회고한다. 하지만 오디션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그녀를 찾는 미팅은 쉬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그녀 앞에 올라가기만 하면 될 것 같던 계단은 점점 투명해져 갔다. 이제  10년이 지난 이수진은 이제 이가현이 되어 다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다. 생계를 위해 친구 까페 일을 돕고 있다. 물론 그만 둘까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또 돌아오고야 말았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땐 무엇이 되고 싶었지만, 이젠 그저 이 일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당대 이미 스타였던 김태희와 동명이인으로 주목받았던 김태희씨는 이제 중국으로 향한다. 유명 백화점 모델로 발탁되어 중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곳에서 더 이상 자신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아 언어의 장벽을 감수하고서라도 선택한 길이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10년전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린 태희씨는 주마등같이 눈 앞에 스치는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참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열심히 했지만 항상 외줄타기와도 같은 배우의 삶, 떨어질 듯하다가도 다시 붙잡고 가는 그런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목표에 골인할 수 있을 것이란 신념으로 그녀는 중국에서의 도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동기들 중 가장 미모가 뛰어나서 주목받았던 김효주씨는 활동 도중 사라져 동기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사람이다.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택할 용기가 없었다던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어 조용히 그 길에서 물러섰다고 한다. 그리고 미술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제서야 비로소 마음이 유연해져 자신의 길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10년전 자신의 모습이 마치 전생같다던 효주씨는 이제 다시 용기를 내서 오디션을 보고, 드라마와 영화, 연극으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김호창 씨, 이수진씨, 김태희씨, 김효주 씨, 비록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은 여전히 10년전 공채 탈렌트가 되어 선택한 길 위에 있다. 비록 아직 그들의 꿈은 진행 중이지만, 대번에 날아오를 것같던 10년전 그때와 달리, 이제 그들은 '날아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연기'하는 자신의 삶이 좋아 이 길 위에 있다. 

반면, 당시 21살 최연소로 발탁된 석진이 씨 당시만 해도 연기에 더더욱 미치고 싶다며 포부를 당차게 밝혔던 석진이씨는 이제 그 길 위에 있지 않다. 처음에는 하루하루 꿈꾸는 것 같았고 즐거웠지만 계속계속 살아남아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의 생리가 그녀의 성향과 맞지 않았던 것. 복학을 하고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며 불투명한 미래에 저당잡힌 자신을 견딜 수 없었던 석진이 씨는 몇 달 동안 한 두시간씩 잠을 자며 공부해서 승무원이 되었다. 비록 일은 힘들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배우와 다른 안정적인 생활이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고 웃는다. 

29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날개를 달았던 14명의 10년 전 공채 탈렌트들, 다큐는 그렇게 10년 전 꿈을 꾸었던 젊은이들을 통해 다시 꿈을 묻는다. 십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혹은 왜 여전히 이곳에 있는지, 혹은 다른 길을 선택했는지를 짚어본다. 그것을 통해, 그저 배우가 되려고 했던 젊은이들이 아니라 여전히 갈림길에 선 동시대인들의 공감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10년 전을 회고한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그들은 공채라는 자부심을 채 느끼기도 전에 그 날개는 초라해 졌다. 당시 몇몇 드라마에 출연 기회는 얻었지만, 이미 대세가 되었던 외주 제작과 연예 기획사의 융성기에 방송국은 자사가 뽑아놓은 젊은 유망주들을 제대로 보살펴주었을까? 그랬다면 그들이 기억하는 10년 전이 그토록 애잔하지는 않았을 것같다. 물론 각자의 재능과 스타성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도 있겠지만,  시스템 속에 그들을 묶어놓고 흘러보낸 시간, 10년 전과 지금의 꿈을 논하기 전에, 그 꿈을 저당잡았던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꿈은 그저 막연한 개인의 의지만이 아니다. 시대와 사회가 움틔워주어야 할  새싹이다. 

by meditator 2019. 9. 23. 20:59

2017년 <쇼미더머니> 시즌 6에서 화제가 된 노래가 있다. 바로 <요즘 것들>, '요즘 것들은 이래서 안되요.'라며 시작하는 노래는 '엄마 카드 쓰는 버르장머리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능력도 없는  뒤처진 세대' 라고 '꼰대'에 의해 규정된 처지를 통렬하게 읊는다.

하지만, 50평생을 열심히 모아도 집조차 살 수 없는 '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장본인의 처지라면? 부모 세대처럼 덜 먹고, 덜 입어 돈을 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데? 평생 직장은 커녕 당장 정규직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을 살아간다면? 어름들이 한심해 하는 '요즘 것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악조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것들'도 '돈'을 번다. 단지, 부모들이 살아왔던 시대의 방식과 다를 뿐, 아니 다를 수 밖에 없다. 9월 16일 방영된 <mbc스페셜>은 바로 이 달라진 요즘 것들의 돈벌이 트렌드를 살펴본다. 

 

 

N잡러- 한 우물만 파다 굶어죽는다
개그맨 안가연씨, 공개 개그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그녀, 하지만 3개월 단위로 등수가 정해지고 선택을 받지 못하면 코너가 없어지는 방식의 프로그램에서 최근 2달 동안 그녀는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이렇게 불규칙적인 일거리,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전두 탈모'라는 스트레스성 질환까지 시달리던 안가연 씨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통해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연히 그리기 시작한 웹툰 '자치로운 생활', 이제는 그녀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웹툰 속 츄카피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는 처지의 안가연씨 자신이고, 웹툰 속 등장하는 친근한 캐릭터들은 바로 안가연 씨 주변인들을 모델로 한 것. 바로 부정기적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개그맨의 '자취' 생활이 안가연 씨 웹툰의 소재가 되었다. 

이렇게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정규직'조차 얻는 게 쉽지 않은 시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N잡러가 되는 것이다. 

주말의 실내 아이스링크장, 그곳엔 아르바이트를 하는 31살의 유두희씨가 있다. 그런데 다음 날 유두희씨는 아이스링크 장의 작업복을 벗어 던진 채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집을 보러간다. 본업은 공인중개사, 벌써 6년차이다.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사무실 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사이트를 만들어 신축 빌라 분양을 매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1200만원의 수수료를 벌기도 했다는 그, 하지만 최근 들어 성사 건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정작 고정 수입을 내는 건, 주휴 수당까지 챙겨주는 아르바이트와 함께 하고 있는 전자 상거래 사업이다. '쇼핑몰간의 차액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일은 6월에만 425건, 4500달러 정도,원화로 계산하면 백만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자리를 옮긴 그는 어느 틈에 농사일을 하는 어머님들이 쓰시는 천이 길게 늘어진 모자와 긴 장화까지 챙겼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어느 덧 9마리로 늘어난 한우 농장, 소들이 좋아하는 풀을 베느라 오뉴월 삼복에 비지땀을 한껏 흘린다. 이렇게 4가지의 일을 하고 있는 유두희 씨, 4가지 일 중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어릴 적 어머니가 '공부 안하면 소똥이나 치운다'며 닥달하시던 그 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러나 '흙수저'로 태어난 설움을 자식 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그는 오늘도 쉼없이 움직인다.  이번 생이 망했다고 주저않기엔 아직 너무 젊기 때문이다. 

청년 들 중 한 달에 200만원 미만을 버는 사람들이 79.6%에 달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김승현씨,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50만원, 통신비 6만원 등, 밥을 굶어도 한 달에 기본으로 나가는 돈이 60만원에 달한다. 아껴쓰는 걸 안하고 싶어도, 하루를 맘껏 쓰면 다음 날은 굶어야 하는게 현실, 이게 세상에 떠밀려 홀로서기를 한 많은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이들에게 N잡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돈만이라도 계획대로? 
한 편에서 소용되는 돈을 벌기 위해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직업을 택하는 N잡러가 있다면, 또 다른 편에서는 고전적 방식으로 '돈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 것들은 '아끼는 방식'도 다르다. 

'티끌 모아 한솔'이라는 개인 방송을 하는 한솔은 자신의 경험이 곧 돈이 된 케이스이다. 금리가 높은 상품, 쿠폰 모아 돈 벌기, 교통비 아끼는 팁 등 대학을 다니면서도 1300만원을 모으고, 현재 통장만 16개가 된 생생한 경험이 곧 그녀의 방송 자산이다. 

한참 멋 부릴 나이, 하지만 화장품 갯수도 겨우 몇 개, 옷가지도 행거 한 줄, 커튼 봉값을 절약하기 위해 집게로 설치한 커튼, 하지만 한솔은 돈을 모으는게 행복하다. 그러나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사고 싶은 걸 사고 싶을 때 사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하기에, '미래의 보상'을 위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돈만큼은 계획대로 모으고 쓰고 싶다는 그녀가 가장 잘하는 건 '참는 것'이다. 심지어 취미로 시작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차 한 장에 500원씩 팔아 돈을 모은다. 집 사는데 걸리는 30년을 20년으로 단축할 그 날을 위해. 

신상만 나오면 사는 게 취미였던 공부방 선생님 이초롱 씨는 '남의 돈 버는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삶의 방식을 바꿨다. 그런데 '요즘 것들' 답게 그녀가 돈버는 방식은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스마트폰으로 돈을 버는 '앱테크'이다. 영수증을 모으고, 은행 출석 체크를 해서, 조금씩 모은 포인트가 어느새 그녀의 화장품 값이 되고, 손님 접대 비용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모은 돈이 지난 달만 해도 15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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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달러만 번다면, 당장 사표를 - 파이어족 
이렇게 요즘 것들을 위한 다양한 금융 비서 앱들도 속속 등장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지만 이렇게 사들이시면 같은 색을 또 사는 게 아닌가요'라는 애교섞인 멘트로 '과소비'를 경고해주는가 하면, 무지출을 게임 식으로 유도한다. 이런 '앱테크'를 활용하여 이초롱 씨는 작년 한 해만 3000만원을 절약했다.

이런 요즘 것들의 '돈라벨'은 예전처럼 무조건 허리 띠를 졸라매 막연한 먼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로 하는 여행을 위해, 자아 가치 실현을 위한 자산 관리라는 뚜렷한 각자의 목표가 있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제적인 자유를 위해 조기 퇴직을 준비하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엘리트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근 급속하게 등장한 이 신종족은 100만 달러(11억2620만원) 만들기를 목표로 이 금액이 달성되면 미련없이 직장을 나오는 풍속도이다. 이들은 모은 100만 달러로 주식을 하거나 은행에 예치하여 거기서 나오는 수익이 5~6%만 되면, 연간 5만 달러 정도, 이 정도면 충분히 먹고 살만하다는 계산을 한다. 대부분 고소득 연봉을 받고 있는 IT 종사자나 금융권 종사자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파이어족' 열풍은 현재 비록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일로 부터 오는 스트레스와 일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는 현실에서의 고충을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고 싶다는 '소망'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딸을 하나 둔 김상진씨 부부 역시 '파이어족'을 지향한다. 회사원인 김상진 씨는 주말을 이용하여 마카롱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통신 판매업을 겸업하는 중이다. 본사와 점포 사이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챙는 식으로 하여 2천, 2천5백, 3천, 최근 그가 벌어들인 돈이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인 아내는 경매에 나섰다. 이미 상가 경매의 달인 수준, 당연히 벌어들이는 돈은 아내의 본봉을 넘어섰다. 거기에 더해 재개발 지역 부동산을 통해 거의 1년 연봉에 버금가는 돈을 만진다. 

부부가 이렇게 본업 이외의 직업에 열심히 매달리기 시작한 건 딸을 낳고 나서이다.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부부는 본격적으로 부업 전선에 뛰어 들었고 부업만으로 살 수 있을 때 기꺼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약속을 했다. 

물론, 방식을 달리 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 16시간을 일하던 요리사의 삶을 살던 병훈 씨는 이제 편의점 알바를 하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실천하고자 한다. 더 이상 자신을 사회 속에서 혹사시키고 싶지 않다는 그의 결심이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경제적으로는 불안하지만,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렇게 목표는 저마다 100억이 될 수도, 3억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지금을 투자해 미래를 얻으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지 않으려 한다. 그런 선택의 중심에 그 예전 세대들이 한 마디로 편의적으로 규정짓던 '요즘 것들'이 있다. 

이렇게 예전과 다른 요즘 것들의 '돈라벨'의 방식, 그 기저에는 바로 울타리가 사라진 불안을 안고 사는 이 시대가 있다. 재능 공유 플랫폼을 하는 김영경, 김윤환 씨, 몇 백만원씩 하는 전문 자격증 강의를 품앗이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동시대 젊은이들과 공유한다. 대부분 직장인들이기에 퇴근 무렵부터 시작되는 강의,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 중 심하게는 8,9개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수능만 잘보면, 그래서 대학만 잘 가면 되던 시대,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 평생 직장이 사라졌다. 과연 50살까지 모아도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이 시대 젊은이들 사이에 흐른다. 그래서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영수증을 모으고, 쿠폰을 모으고, 하루 24시간, 주말이 따로 없이 여러 직업을 뛰고, 그러면서 그 속에서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어른들이 펼쳐놓은 세상에, 어른들처럼 했다가는 떡은 커녕 굶어죽기 십상이니, '요즘 것들' 방식대로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9. 9. 17. 17:29

9월 8일 <sbs스페셜>은 체인져스에 대해 다뤘다. 여기서 말하는 체인져스란, 혁신을 바탕으로 돈버는 판을 뒤집어 바꾼 사람들이란 말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각종 '스타트업' 기업을 만든 사람들을 통칭한다. 특히 나날히 극심해져가는 취업난, 거기에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다시 돈 걱정을 해야 하고 '미래'를 꿈꾸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014년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30세 미만의 창업자들, 과연 이들 '체인져스'의 '인피니티 스톤'은 무엇일까? 



 

단군이래 가장 돈벌기 좋은 시대
'단군이래 가장 돈벌기 좋은 시대', 자영업을 하는 34살 주인규 씨가 이 시대를 정의내린 말이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런 그의 정의에 부합하게 경제 방송 피디를 하던 그가 월 7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말이 경제 전문 방송 피디지, 자신이 분석하는 경제 상황, 눈 앞에서 몇 천억이 오고가는데도 정작 그가 받는 월급은 170만원 남짓이었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창업을 생각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까 하고 고민하던 그가 찾아낸 건 바로 이 시대 고객들의 니즈(needs), 사람들이 검색하는 제품과 그에 걸맞는 상품 정보량을 비교하여, 상품에 비해 검색량이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성공 메뉴얼을 자신의 중학교 친구였던 정재민씨를 비롯하여 온라인에 공유하였다. 예전만 해도 쇼핑몰을 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데만도 돈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 초기 비용조차 들지 않는 세상, 누구라도 자신만의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만의 쇼핑몰 사업을 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세포 증식하듯이 증가한다 하여 이른바 '세포마켓'이다. 

 

 

이 시대 체인져스들의 인피니티 스톤? 
다큐는 그렇게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성공한 이들의 인피니티 스톤, 즉 성공 요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4년전만 해도 스위스 로잔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던 서찬수 씨, 그때까지 그의 삶은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고, 교수를 꿈꾸는 공학도의 루트를 따라가는 삶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지도 교수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학교에서 짤리게 되면서 서찬수씨의 인생 궤도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스위스 유학을 오면서 공부하는 틈틈이 가이드 일을 하던 그는 그 가외로 하던 가이드 일에서 자신의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여행 까페를 운영중인 그는  평균 월 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가 돈버는 방식이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방식과 좀 다르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서찬수 씨 까페의 회원들에게는 전문 사진사가 무료로 '작품'같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그런 사진사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500만원. 500만원을 주고,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니? 그렇다면 서찬수씨의 이익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무료로 사진 서비스를 받은 이들은 까페에 솔직한 후기 4개를 남겨야 한다. 그렇게 솔직한 후기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바로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서씨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의 통로이다. 

이처럼 이 시대 체인져스들의 이윤 추구 방식은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방식과 다르다. <SBS스페셜>의 취재 작가로 직접 체인져스의 대열에 뛰어들어 '문구' 쇼핑몰을 연 박해인 씨 30일 기준으로 월세 35만원을 감당할 만한 이익을 목표로 뛰어들었지만 고전하는 중, 그런 박씨의 쇼핑몰에 멘토로 나선 주인규 씨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생후 20개월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정지예 씨는 회사 화장실에서 육아 고퉁을 해결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직장맘들의 고민을 접하다 베이비시터 중계 플랫폼을 창업했다. 기존의 베이비시터에 더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학생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베이비 시터 공급 시스템을 원활하게 한 덕에 창업 3년, 매해 두배가 넘는 수익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마켓 컬리>의 김슬아 대표의 경우도 직장인이었던 자신에게 필요한 새벽 배송을 찾다가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경우이다. '다이어트 코칭', '개인 라디오' 등 그저 돈을 벌어야지가 아니라, 목적과 가치 판단이 분명한 아이템들이 이 시대 '체인져스'들의 인피니티 스톤이다. 이처럼 이 시대 새로운 스타트업에 도던하는 고객들의 변화하는 '니즈'에 집중한다.

물론, 다큐는 무조건 극찬만 하지는 않는다. 월세 35만원을 목표로 쇼핑몰을 창업했던 박혜인 작가, 기한이던 30일의 중반이 지나도록 주문량 0의 고전을 면치 못한다. 성공 사례자인 주인규씨의 도움을 받아 심기일전 홈페이지부터 바꿔 주문은 늘었지만 30일의 기한이 되었을 때 벌어들인 돈은 15만4천원, 순수액은 매출의 10%인 15000원을 겨우 넘겼다. 결국 쇼핑몰 대신 자신이 원래 하던 작가의 일로 돌아선다. 주인규 씨 역시 창업 첫 해 1000만원의 수익도 못올렸다며 생각보다 스타트업 창업에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한다. 

 

 

벤처 붐에 이은 스타트업 붐? 
여기서 최근 활성화된 스타트업 창업 시장과 관련하여 김대중 정부 시정의 벤처 기업 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IMF외환 위기 이후 무너진 시장 경제를 다시 일으켜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김대중 정부는 벤처 기업 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거기에는 외환 위기 이후 오늘날처럼 심각해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필요성도 함께 했다. 정부 주도의 벤처 기업 육성 제도 정책에 힘입어 1998년 7만 6000명이던 벤처 고용인구가 2001년 31만 6000명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20002년 32만 여명으로 줄었고, 오늘날 당시에 출발했던 네이버, 다음, NC등 몇몇 기업들만 이제는 네임드한 거대 기업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팬택, 드림위즈 증 수많은 '벤처'에 명운을 건 기업들이 사라져 갔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벤처 버블 가운데 수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도태되었다. 

다큐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한 서찬수씨는 이런 스타트업 창업을 낯설지만 새로운 인생의 오솔길이라 칭한다. 새로운 길이지만, 그 길은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없는 낯선 외로 난 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큐에서 등장한 여러 성공한 스타트업의 사례는 '대박' 아이디어 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힘든 '특별한'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벤처가 그렇듯, 2019년의 스타트업이 불황과 실업에 몰린 이 시대 젊은이들의 생각 가능한 선택지라는 점에서는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그건 공부만 하던 이들이 갑자기 예체능 도전을 하듯 생각만큼 쉬운 길이 아닌 듯 보인다. 

게다가 그들이 창업한 '아이템'들 대부분이 '소비' 중심이라는 점에서, 장기 불황이 예고되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더더욱 위험 부담이 커진다.  과연, 그 '특별하고도, 특수한' 오솔길에 자신을 던질 용기, 안그래도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그건 또 다른 '무모한 도전'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 체인져스의 인피니티 스톤은 어쩌면 이 시대의 또 다른 '벤처 버블'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다. 

by meditator 2019. 9. 9. 16:16

'우리 회사는 500채 이상의 성도 보유하고 있죠.' 2008년 시작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의 자부심넘치는 말이다. 2015년 3월 기준으로 전세계 190개국 3만 4000여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100만 실의 빈방을 여행객에게 연결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6000 여 곳이 등록되어 있다. 이제 어디든 여행을 가면 '에어비엔비'만 있으면 잠 잘 곳 걱정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 숙박업소가 되는 집의 주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에어비앤비가 숙박 공유 서비스를 넘어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라면? 재개발, 철거, 그리고 이제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이런 도시화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는 낯선 것이 아니다. 몇 년전 10억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강남 집값이 이제 20억을 호가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그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전 세계의 도시들이 급등하는 집값에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급등하는 전 세계의 집값에 '검은 손길'이 드리워져 있다면? 바로 이 문제에 대해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가 추적을 한다. 

 

 

누구를 위해 도시는 존재하는가 
전세게를 다니며 다양한 주택 문제를 조사하는 것이 임무인 UN주거보장 특별 보고관 레이라니 파르하는 5월 1일 집세 거부 운동을 조사하기 캐나다 토론토로 향한다. 바퀴벌레와 쥐가 수시로 출몰하고, 수리를 하지 않아 물이 줄줄새는 낡은 집, 하지만 그래도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새로 이 건물을 산 집주인은 집세를 대폭 올리며 이들을 내쫓으려 한다. 이곳을 떠나면 더는 이 도시에서 갈 곳이 없다는 사람들은 집세 거부운동을 벌이지만 이에 당국은 '업무 방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한다.

지난 30년간 토론토의 주택 가격이 425% 인상됐다. 그동안 평균 가구 소득은 133%가 올랐을 뿐인데. 정체된 임금, 반면 나날이 치솟는 집값, 부동산 업자들은 낡은 건물을 사들여 리뉴얼된 새 건물을 올리고 집세를 획기적으로 올린다. 가난한 이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허덕이고 중산층들조차 도시에 살 여유가 점점 없어진다. 

이게 비단 토론토만의 문제일까? 영화 한편으로 유명해진 도시 영국의 노팅힐,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영화로 인한 유명세보다는 다양한 신념과 색깔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친근한 이웃으로 어울려 지낼 수 있었던 가족같은 분위기의 노팅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런데 그 사람냄새 나는 노팅힐이 변했다. 부유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중 한 곳인 '밸그레이브', 부유한 사람들은 몇 천만 파운드씩을 퍼부어 건물을 사고 그곳을 리뉴얼해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서 내놓았다. 당연히 높아진 가격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조금씩 노팅힐에서 내쫓기고 이제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80%가 빈 거리가 된 곳 , 지방의회 의원은 당당하게 말한다. '노팅힐에서 살 여력이 없으면 노팅힐에 있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라 가정을 꾸리고 살아왔던 이들이 이제 와서 내쫓겨야 하는 것일까?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라고 다를까? 토론토처럼 수리를 해주지 않은 채 기반이 내려앉아가는 집, 집주인은 어떻게든 세입자들을 내쫓으려 한다. 이곳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던 병원은 철거되어 이제 고급 콘도로 거듭났다. 하지만 콘도는 비어있다. 이곳 주민들은 그곳에 살 여력이 없다. 올리브 등 각종 과실 나무가 주렁주렁 열리던 에덴 동산같던 발파라이소는 사라져간다. 

뉴욕 할렘가 1700가구가 살던 건물, 건물주가 바뀌자 집세가 900달러나 폭등했다. 안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때문에 소득 대비 90%를 집값으로 내야 했던 입주민들에게 이 놀라운 폭의 집세는 어불성설이다. 아니 연봉 100000달러나 되야 감당할 수 있는 집세다. 

스웨덴이라고 다를까. 스웨덴 국민들의 자부심이었던 주거 시스템. 하지만 스웨덴이 변했다. 부동산 자본이 스웬덴에 진출하여 스웨덴 저소등층용 주택을 마구 사들였다. 그리고 이를 보수하여 50% 이상의 집세를 인상하여 내놓았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자칭 스웨덴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라는 주부는 더 이상 집세가 올라가는 걸 감당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젖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평번한 가족들이 살던 공영 주택단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라고 다를까. 

 

 

전세계적인 도시 부동산 급등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빈티지 옷가게가 생기고 허름한 옷을 입은 예술가들이 까페에 앉아 예술을 논할 때가 바로 그 동네를 떠날 때라는 우스개 소리는 오늘날 도시가 봉착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빗댄 말이다.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목포의 창성장으로 부터 시작된 목포 도심 재개발로 인해 벌써 목포의 집값이 두 배니 세 배니 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현실'이 되었으니까. 방송인 홍석천이 나서서 애써보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휩쓴 경리단 길은 이젠 사람들이 떠난 삭막한 공간으로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컬럼비아 대 세계 도시 이론 연구의 선도자 사스키아 사센은 차라리 그 정도의 초기 젠트리피케이션만 되도 라고 한숨을 내쉰다. 지금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도시 몰락은 보다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할렘가의 건물을 사들인 회사는 대표적인 부동산 사모 펀드 회사 블랙 스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어비앤비의 회사명도 등장한다. 2003년부터 쭉 비어 있었다는 런던 벨그레이비어의 고급 주택들. 자산이 된 건물들이 빈채로 묵혀진채 누군가의 자산이 되어 불려지고 있다. 반면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만, 살 집이 없다. 무분별한 투자와 그들이 이용하는 금융 시스템은 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법'을 활용하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오던 도시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렇게 주택에 투자한 부동산 사모 펀드들은 돈이 주택에 묶여 있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투자자를 끌어들여 자신들이 가진 10000 채의 집을 증권으로 만들어 팔고, 집이 증권이 되는 순간 쉽게 매도할 수 있는 '자본 이익'으로 변신, 1초도 안되는 시간에 35번을 사고 팔 수 있는 '극초단타 매매'의 대상이 되어 오로지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사스키아 사센은 오늘날 금융의 방식은 고전적 은행과 다르다고 안타까워 한다. 자신들의 고정 고객을 위해 봉사한 고전적 은행과 달리, 마치 금광을 채굴하듯 이윤이 되는 것이라면 갖은 수단을 마다하지 않고 팔고자 한다는 것이다. 채굴이 끝나면 폐허가 된 곳을 놔두고 떠나는 금광업자처럼 자신의 이익을 뽑아낸 뒤에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책임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과 달리 오늘날 부동산을 움직이는 금융에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쫓겨나고 있다. 

문제는 전세계의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이 현재 217조달러, 이는 전세계의 GDP보다 많은 금액이다. 즉, 이런 자본주의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1980년대 부터 벌어진 각국 정부와 자본의 이익 간 격차로 인해 정부들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도대체 그 검은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전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사모펀드 회사 블랙 스톤의 존 그레이 대표, 금융 위기를 기회로 아주 싼 가격에 단독 주택을 대량으로 사서 수리하여 이윤을 얻었다고 자신의 출발을 자랑스럽게 회고한다. 

스웨덴에서처럼 한 지역을 몽땅 사들여 입주민을 내쫓고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개발 방식,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손을 놓고 있거나, 외려 '법'적인 절차를 핑계로 압류를 부추기는, 혹은 규제 철폐나 완화 등 법과 제도의 이점을 이용하는 이들의 편에 서시가 십상이다. 더 많은 정보는 부도덕한 엘리트들에게 전해지고, 이들은 부를 창출하는 대신 기존의 부를 빼앗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한다. 

심지어, 마약, 인신 매매 등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역외 조세 피난처에 만들어진 회사를 통해 전세계 식당, 호텔, 콘도 등 부동산을 통해 되팔며 자연스레 합법적인 자본과 불법적인 자금을 교차시키며 돈 세탁하고 자산을 불려나간다. 

어디 불법적인 자본 뿐일까. 아마존, 페북, 넷플릭스 등의 자본이 가장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이 바로 세금을 덜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에서 정직한 근로자가 60%의 세금을 내는 반면, 조 단위 수익을 내는 회사는 단 4%의 세금을 낸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 세금을 덜 내는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비싼 부동산'이다. 아파트를 사재기 하며 돈을 불리는 부도덕한 방식이야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레토릭'아닌가. 

거기에 이런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공공의 자금들도 있다. 부동산 사모펀드의 출처를 찾아 전세계를 유랑한 끝에 도달한 곳은 뜻밖에도 우리나라. 바로 우리나라 연기금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기꺼이 부동산 사모 펀드 등에 투자를 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토론토에서 38년 세를 내며 살아왔던 하지만 이제는 쫓겨나게 생긴 연금 수급자. 그는 자신이 낸 연금을 관리하는 연기금이 자신을 내쫓는 부동산 사모 펀드에 투자된 돈이라는 걸 알까?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할까? 
전세계를 돌며 부조리한 부동산 자본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 그리고 그로 인해 죽은 도시가 되어가는 삶의 터전을 기록했던 레이라니 파르하가 도달한 건 바로 '인권'이다. 도시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 바로 도시가 아니냐고. 그런 의미에서 주거권은 곧 '인권의 문제가 아니냐고. 작은 동네 까페보다 스타벅스만이 북적이는 거리, 우리가 지역에서 쓰는 돈이 우리 지역이 아니라 지역을 넘어선 '자본'으로 흘러가는 것에 무심해 지는 세상. 우리가 살던 그 집의 집세를 올린 주인이 누구일까?  그 무너진 시스템이 만든 검은 돈이 다시 우리의 주거권을 위협하게 된 세상에서, 인권의 차원에서 주거권을 위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함께 힘을 모으자 호소한다. 

by meditator 2019. 8. 31. 18:05

euthanasia 안락사,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좋은 죽음(ευθανασία )이라는 뜻이다. eidf2019(2019 16회 ebs 국제 다큐 영화제)에 출품된 토마스 크루파 감독의 <우아한 죽음>의 원제 역시 The good death, 안락사를 다룬 작품이다. 

안락사,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 혹은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인공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방식이다. 안락사는 그 방식에 따라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더 이상의 의미가 없는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영양 공급, 약물 투여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소극적 존엄사, 그리고 안락사를 시행하는 사람이 불치병의 환자 등을 대상으로 환자의 삶을 단축시킬 것을 의도하여 구체적인 행위를 능동적으로 하는 적극적 안락사로 크게 나뉘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존엄사', 혹은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 스위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불법'으로 다뤄진다. <우아한 죽음>은 바로 이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삶의 종착역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로서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 다큐는 설득한다. 

 

 

주여, 당신의 종을 떠나게 해주옵소서
자넷 버틀린, 1944년 6월 23일생, 2016년 당시 72세였다. 두 번의 결혼, 전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삶은 공평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앓았던 근위축증이 그녀를 찾아왔다. 불행히도 이 병은 '유전'이라 그녀는 아들에게도 그 병을 물려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들에게 자식이 없어 더 이상 그 불행한 유전을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근위축증으로 자넷의 어머니는 30년 동안 온종일 의자에 앉아 투병을 하셔야만 했다.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삶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어머니의 고통은 자넷에게 고스란히 현실이 되어간다. 2년전만 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던 자넷, 이젠 잠자리에서 혼자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는 걸 자넷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목발에 의지해서야 움직일 수 있는 삶,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게 '공허'하다고 판단한 자넷은 자발적인 안락사을 선택한다. 자신에게 의식이 있을 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겠다는 것. 

 

 

하지만 자발적인 안락사가 쉬운 길은 아니다. 그녀가 사는 영국은 자발적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지역 보건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영국 현실에서 보건의는 자넷의 결정을 노인성 우울증이라 여기며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 위탁을 하려고 한다. 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정신 병원에 강제로 입원을 해야될지도 모르는 상황, 결국 자넷은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에게 정신병원에 가지 않기 위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자식들은 엄마의 결정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그녀가 결정을 미룰 것을 종용한다. 딸은 엄마의 결정을 지지하지만 자신의 결혼식까지 미뤄주면 안되겠냐면서 정해지지도 않은 결혼식 핑계를 댄다. 아들과 딸은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로 향하려는 그녀와 함께 동행을 핑계로 차를 대절하여 어머니의 맘이 바뀔 계제를 노린다. 우선은 가서 그저 한번 알아만 보자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요양병원에 있는 남편은 기꺼이 그녀의 선택을 존중, 하지만 눈물로 그들의 이별을 감수한다. 신이 준 생명 자신의 마음대로 끝내는 건 안된다는 사람부터, 늘 그녀에게 의지해왔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을 위해 아들이 사는 미국으로 살러간다는 여러 번의 거짓말까지 그녀가 죽음을 실행에 옮기기 까지 11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결정을 용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려 고통 속에서 계속 삶을 견뎌가는게 용기라며, 자신은 쉬운 길을, 편하게 죽음을 선택한거라고, 하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낼,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신은 인간이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렵사리 자넷이 영국을 떠나고 스위스에 도착하여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해줄 '라이프 서클'의 의사를 만났다. 오랫동안 메일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왔던 두 사람은 마치 자매처럼, 동지처럼 포옹을 나눈다. 

자넷을 죽음으로 인도할 의사는 일주일에 단 2명만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제 아무리 신념에 따라 행하는 일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의 짐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직에 임하는 그녀가 '안락사'라는 '숙명'을 어떻게 수용하게 되었을까.

기독교적 신앙이 투철했던 집안, 하지만 두 번의 뇌졸증으로 더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아버지는 계속 자살 시도를 했다. 약을 먹고, 기차에 뛰어들었던 아버지, 종교적 신념이 지극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안락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선포했다. 

물론 말기암 환자에게 진통제를 통하여 고통을 감소시키듯 '안락사'라는 극단적 방법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종교적으로 병으로 인한 고통조차 신 앞에 인간이 감내해야 할 '시련'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반문한다. 오늘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간이 겪는 고통이 과연 '신'에 의한 것이냐고. 심장 마비로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를 사람을 '소생'시키고 있지 않냐고. 외려 오늘날 인간은 자연스럽게 죽어갈 수도 있는 순간을 '인간'이 만든 기술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그녀와 그녀가 소속된 '라이프 서클'은 스위스를 넘어 더 많은 나라에서 '안락사'라는 선택지가 있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안락사가 누구에게나 행해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안락사를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왜 자신이 그런 과정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누군가의 의견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악화를 막을 방법이 있는 건 아닌지. 재차 확인한다. 

딸은 마지막까지 엄마를 설득해 본다. 엄마를 존중하지만 안락사가 아니라도 엄마가 삶의 질을 누리며 투병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한다. 지금이 아니라도 6개월 후에 다시 올 수 있다고 멋진 차를 불러 타고 돌아가자고 제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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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오늘 당신의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 게 확실합니까 
하지만 자넷은 이런 과정이 고치에서 나비가 나오듯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담담하게 결론을 내린다. 지난 시간 동안 사느냐 죽느냐를 놓고 엄청 애를 써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그녀가 도달한 삶의 현실이라고.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두렵지 않다고. 하지만 죽음 앞에서 그녀가 지금까지 그래왔듯 삶에 대한 열정을 포기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여전히 궁금한 게 많다고. 정말 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아직도 알고 싶은 게 많다고. 

오늘 당신의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 게 확실합니까? 라는 다시금 되물어진 질문, 수면 마취 후 4분 내에 신부전이 올 수 있는 약물을 투입한다. 그리고 '2016년 9월 22일 자넷 버틀리는 운명하셨습니다'.

자넷은 자신의 유골조차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깔끔하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그녀를 기리고 싶었던 자식들은 그녀의 유골함을 가지고 가 그녀가 오래도록 애지중지 가꿨던 오래된 정원에 그녀를 뿌린다. 

어머니의 죽음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이게 최선일까 의구심은 들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던 아들, 가족 중 한 사람이라고 해서 신념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던 그에게 자신과 같은 병으로 '안락사'를 선택한 어머니의 결정은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재혼으로 인해 오랫동안 어머니와 적조했던, 그러나 바로 그 어머니에게서 근위축증을 물려받은 아들은 스스로 근위축증 실험실을 만들었다. 1A형 지대형 근위축증, 근막을 지탱해줄 단백질이 손상되며 근육이 점점 무력해지는 이 불치병,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다. 그의 실험을 시작으로 뱀독과 같은 카디오 톡신을 주입하여 근육 재생 능력을 재생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9. 8. 29. 16:04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회로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재건'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성화 봉송은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직선 거리로 20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출발하며, 60km 떨어진 여전히 방사능 오염된 흙이 쌓여있는 이즈마 야구장에서 야구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원전 사고로 인해 고향을 떠난 주민들에게 '부흥'을 내세우며 돌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10일 cbs는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를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선견지명'을 밝힌 바있다. 과연 '후쿠시마'는 '재건'되었을까? 

 

  


후쿠시마는 끝나지 않았다. 
2011년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강진과 대형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제 1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원자력 사고 등급은 레벨 7,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가장 위험한 단계로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사고와 동일한 등급이다. 사고 후 요오드, 세슘 등 다양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었다, 4월 후쿠시마 토양에서는 골수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이 검출되는 등 토양 오염이 진행되었고, 많은 양의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었으며, 편서풍을 타고 전세계로 확산, 특히 주변국인 우리나라, 중국 등에는 직접적인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3년 일본 정부가 자신하고 있는 '복구'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그걸 알아보기 위해, 다큐 제작진은 미야기현 현청 소재지인 센다이 미야쿠지 마을을 찾았다.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된 처참한 흔적, 지난 1월부터 복귀가 시작되었지만 한쪽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파손된 집을 수리하는 등 어수선한 상태이다. 

평생 이곳에서 살아온 후네히키씨, 사고가 나자 허겁지겁 남편과 아들을 남겨둔 채 며느리, 손자들과 피난을 떠났다고 한다. 잠시 떠나있으면 될 줄 알았던 피난 생활은 무려 3년이나 이어지고 피난 떠난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인형' 등을 만들며 지내지 않았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시간, 그래서 아직은 어수선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이든 그녀야 평생 살아온 곳이라 다시 돌아왔지만 앞날이 창창한 젊은 손자들은 차마 같이 올 수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독려, 심지어 지원을 끊는 등의 강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30%의 주민들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렇게 아직은 어수선한 미야쿠지 마을, 돌아온 학생들도 야외 활동을 할 수 없어 놀이터의 그네는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했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학교는 생기를 잃었다. 

이곳에서 측정해본 대기 중  방사능은 0.17μ㏜도쿄와 비슷했다. 그렇다면 안심해도 될까? 땅속 방사능은 대기와 달리 수치가 높았다. 0.5~0.6까지도 이르렀다. 평균 0.359μ㏜, 이 정도량이라면 일년 기준으로는 3.1m㏜에 이른다.(1m㏜ =1,000μ㏜) 연간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능 기준량이 2.4m㏜라고 했을 때 높은 수치이다. 

적은 방사능이라도 누적되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암 발생은 정확하게 피폭량에 정비례한다는 거이다. 안전기준치를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피폭량을 절대적으로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 사고후 일본 정부의 복구에 대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심상치않다.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에서 진료를 맡아오 요시히코 스기이 씨에 따르면 미성년자 중 갑상선암 환자가 수백 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평균 100명 당 한 명이어야 할 갑상선암 환자가 36만 명 당 200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에 카리야 테츠라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가 그의 작품 <맛의 달인>을 통해 후쿠시마를 취재했던 주인공이 '코피'를 흘리는 모습을 묘사하며  '나는 결단코 현재의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등 의식있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후쿠시마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입장을 달리한다. 5m㏜ 이상의 방사능이 측정되는 곳에는 일반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반면, 그외의 지역에 대해서는안전하며 사람이 충분히 살 수 있다며 이주를 서두르고 있다. 세금의 감소와 산업 쇠퇴라는 지자체의 위기에 대한 두 가지 트랙의 정책적 접근 방식이다. 

재건의 와중에 있는 미나미소마시 쓰나미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 공영 주택 건설이 한창이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시 전역에서 여전히 방사능 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흘가, 나무, 돌, 풀 등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곳이 없다. 안전한 상태가 될 때까지 30년 동안 안전하게 격리 보관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공기, 땅. 지하수 등 그 대상이 한정이 없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은 주민들 주거지와 주거지 근처 20km 이내로 한정되어 있다. 산림 등 그외 지역은 방치되어 있다. 비라도 내린다면, 바람이 분다면 그곳의 방사능은 언제나 도시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 

 

  

후쿠시마 인근의 또 다른 지역 이바라키 현 등 후쿠시마로부터 반경 200~300 km에 이르는 광번위한 15개 지역에서 15세 미만 아동 85명 중 58명에게서 세슘-137이 검출되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세슘-133과는 다른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아이들이 결국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음식 등을 통해 '내부 피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을 일본 전역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미나미소마시 등에서는 무료 방사능 측정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 정도를 상시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주변 농산물  6172건 중 588건, 약 9.7%가 방사능 오염 수치를 넘고 있다. 특히나, 사람들의 적극적인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곳에서 자라난 버섯, 산나물, 야생 죽순 등의 오염 사례는 심각하다. 

 

  

후쿠시마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방사능 오염이 일본 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문제가 전세계적 관심 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명의 여파는 저 멀리 캐나다까지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밴쿠버 스티브스톤 해안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바다 표범이 괴사했다. 미역과 물고기에서 5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되었다. 일본에서 수천 km난 떨어진 캐나다 해안, 하지만 후쿠시마의 수증기가 제트스트림을 타고 밴쿠버 해안에 이르러 비를 통해 이곳 해조류와 바다 생물들을 방사능 물질로 오염시켜버린 것이다. 

캐나다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라면, 당연히 질문은 우리에게로 향한다. 더구나 일본은 스트론튬이 포함된 원전 오염수를 사고 초기 대량 배출 이후 저지대에 위치한 특성으로 인해 오염수들이 계속 축적되어 온 상황,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100만톤을 태평양에 방류하려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런 경우 한국이 가장 위험할 것이다라는 예고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시켰던 48기의 원전을 재가동시켰다. 당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기 부족을 겪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이라고 다를까. 

 

  

필요악 원전? 
원전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원전 사고에 대해 '확률은 적더라고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명제를 들며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관계 기관에서는 수소발생 억제기, 피동형 방수문 설치 등 시스템 안전에 대해 보다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지금도 한 달에 한번 꼴로 멈추거나, 폭우로 가동 중단 사태가 빚어지는 원전은 등에 진 화약고처럼 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불안한 건 설계 수명을 넘긴 노후 원전이다. 후쿠시마 제 1원전이 그랬듯이 고리, 월성의 원전도 설계 수명을 넘어 가동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움직이는 탈핵학교'는 여성과 어린이에 더 많은 피해를 주는 원전, 그 중에서도 수명을 다한 원전의 폐쇄를 주장한다. 

 

  

딸을 둔 엄마인 전선경 씨는 늘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다닌다. 가는 곳곳마다 측정기를 대보는 엄마, 또한 방사능의 위험을 알리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3아이의 엄마인 손수련씨는 엄마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다, 걱정되는 음식을 안먹다는 소극적 자세를 넘어 방사능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이다. 

노동 환경 건강 연구소가 운영하는 녹색 병원에서는 식품의 방사능 잔류치를 검사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1베크렐(bq) 미만을 방사능 오염의 기준치로 잡고 있지만 식약처의 검사 과정은 시간이 너무 짧아 정확한 피폭량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건을 검사했을 때 식약처가 0건인데 비해, 녹색 병원이 7건의 방사능 오염이 나왔듯이 민간 연구소의 검사 결과는 정부의 발표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권고치, 기준치 아래라면 문제가 될 것 없다지만, 시민들과 민간 연구소에서는 잔류 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정확한 수치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쿠시마 방사능과 관련하여 대표적 위험 물질로 대두된 세슘의 경우 전체 방사능 중 1%도 안되는 비중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저 권고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발표는 결코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부천시, 세종시 등은 이런 시민들의 고양된 원전에 대한 의식을 반영하여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 등의 도시도 준비 중이다. 반면, 삼척처럼 원전 예정 지역의 시민들은 한숨이 깊어만 간다. 뜨거운 논란과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원전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재앙은 후쿠시마에서 보여지듯이 도시 전체의 생존은 물론, 한 개인의 생명과 삶을 송두리채 날려버릴 만큼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 누구라도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 더구나 선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이의 제기가 있으면서 지난 2014년 주민 투표에서 83%의 주민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새로 짓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대 원전 국가이다. 그런데 전체 원전 개수로 보면 6위이지만 원전 밀집도로 보면 1위의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원전 국가이다. 심지어 원전을 수출까지 한다.더구나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일본, 중국 등 역시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 이 아시아 3국만으로 보면 '화약고'가 따로 없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은 '필요악'이라 여겨진다.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에서 탈히하기 위한 노력이 개진되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 역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은 높아가지만 어느덧 여름철 에어컨이 '상비'가 된 것처럼 전력 에너지에 의존한 우리의 삶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듯 뽀족한 대책 마련이 아쉽다. 

by meditator 2019. 8. 28. 11:13

'결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성인 남녀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결합? 하지만, 이 이상적인 문구는 각 사회가 처한 '근대적'인 조건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만 해도 결혼은 젊은 남녀의 자유로운 선택이라 하지만, 결혼 과정에서 부모의 경제력이나 서로의 집안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결혼 제도는 세계적 기준에 따르면 '불완전한' 자유 결혼'이라 평해진다. 아직까지도 자유 의지보다는 '조건'이나 '환경'이 우선하는 결혼 제도이기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으로부터 자유롭고싶다는 '비혼 선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국가, 거기에 각 지역별로 사회, 문화적 발전의 불균등한 격차가 사회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중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은 어떤 고민을 겪고 있을까? 16, 7살만 되면 가족이 남편감을 찾는 유대교 전통의 압박이 있는 이스라엘 출신의 쇼쉬 슐람, 힐라 메달리아 감독이 살펴본 동시대 중국의 여성들의 모습은 근대를 삶으로 겪어내야하는 여성들의 '동병상련'을 담고 있다. 

 

 

성뉘; 잉여 여성 
국가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1980년대 이래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해왔던 중국 정부(인구 감소에 따라 2013년 폐지), 여전히 전통적 '남아 중심 사상'이 지배한 중국 사회였기에 중국 전체 인구 비율 상 남성 인구가 3천 만명이 더 많다. 당연히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남녀의 비율이 맞지 않는 상황, 그래서 중국 정부는 여성들에게 20대, 특히 27세 이전에 결혼할 것을 강권한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27~29세의 여성 중 4명 중 한 명이 미혼이며 이 추세는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 중국 정부는 이렇게 결혼하지 않는 고학력의 이른바 '골드 미스'들을 '성뉘; 잉여 여성'이라 낮잡아 부르며 국가적으로 결혼 제도 속에 편입하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 
<위기의 30대 여자들>은 이렇게 본의 아니게 '성뉘'가 되어버린 세 여성 추화메이. 쉬민, 가이치의 이야기를 다룬다. 

 

 

34살 변호사가 '불리한 조건'?
결혼 중매 회사를 찾은 34살의 변호사 추화메이, 자신의 일을 존중해 주며 집안 일도 같이 해주는 남자를 찾는다는 자신의 조건을 내세우자, 중매 회사 관계자가 난색을 표한다. 34살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거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성격이 강해보이게 만들어', 좋은 조건이 아니라며 그녀의 눈높이를 낮출 것을 요구한다. 답답한 마음에 공원에서 열린 부모들의 중매 시장을 찾은 그녀, 변호사라는 그녀의 직업에 남자 측의 어머니는 그녀가 법으로 자신의 가족을 해꼬지 할 수도 있다며 말도 못붙이게 한다. 

베이징에서 차로 4~5시간 거리에 있는 산둥성의 추화메이의 집, 집에 오자마자 가족들은 '괜찮은 남자 찾았니?' 라며 그녀의 결혼 걱정에 한숨이 늘어진다. 법에 따라 20대에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기 싫다며 먼저 결혼해서 좋냐고 언니들에게 물어보지만, 결혼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때가 되서 하는 거라며 가방끈이 길어 눈만 높아졌다며 외려 퉁바리를 준다. 심지어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학비까지 대줬더니 동네 사람들에게 딸 시집 못보낸 집안이라 손가락질 받게 생겼다며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바보라며 온가족이 닥달을 해댄다. 결국 눈문을 흘리고야 마는 추이메이. 

결국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중매 회사를 찾은 추이메이, 같은 고향 출신의 괜찮은 조건의 남자를 만났지만, 이 남자 대놓고 남성 우월주의가 강한 산둥성의 전통을 따르겠다며 법적인 부분에서는 그녀의 조언을 따르겠지만 주도권은 자기가 쥐어야겠다며 당당하게 말해 추이메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혹시나 너무 늦은 결혼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할까 하는 우려에 산부인과를 찾은 추이메이, 35살 이상이면 노산이며 자궁 내막이 건강하지 않아 기형아 출생율이 5배나 높다며 겁을 주던 의사는 정작 정자를 보관해 주는 정자 은행은 있지만 난자를 냉동시켜 보관해 주는 난자 은행은 태국이나 미국에 가서 알아보란다. 

 

 



28인데 노처녀?
베이징의 매일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 쉬민은 이제 28살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밸런타인 데이트 이벤트에 참석하는 그녀에게 결혼, 그리고 결혼할 남자에 대한 생각은 아직 이상적이다.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그녀, 하지만 고학력에 베이징에 살아야 하며, 공무원이나 엔지니어, IT계열에, 집도 가져야 하고, 키는 175 이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등 점점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하지만 이런 까다로운 조건이 그저 쉬민만의 생각이 아니다. 밸런타인 데이트에서 공무원이라는 남자를 만나서 설레이며 돌아온 집,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부모님, 특히 엄마는 속을 수도 있다면 까다롭게 따진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8살인데 늦었다며 초조해 하시면서도 무남독녀인 그녀가 남자를 만날 때마다 장점보다는 단점을 끄집어 내며 연애의 장애물이 되어왔다. 좋아해서 만나다 엄마가 반대해서 결국 계속 만나지 못했던 경우마저 있었다. 

그렇게 사사건건 반대를 하며 트집을 잡는 엄마때문에 심리 상담까지 받으며 힘들어 하던 쉬민은 결국 어머니 앞에서 폭발하고 만다. 어머니 역시 맨날 성화인 할머니 때문에 비슷한 집안의 아빠를 만나 결혼하게 된 케이스, 엄마 때문에 남자 만나기도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는 쉬민에게 엄마는 집도 사줬는데 이제 와서 엄마를 무시한다며 외려 서운해 하신다. 독립적인 성숙한 여성으로 자기 삶의 파트너를 선택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나이 28살이다. 

 

 

결혼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
가이치는 36살의 영어 강사이다. 지식인 가정에 태어난 그녀, 하지만 47살에 파킨슨 병을 앓기 시작한 아버지로 인해 배우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집안이 번듯하지 않아서 그녀의 결혼에 장애물은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다행히도 결혼에 성공했다. 그 모든 악조건에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는 연하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의지할 수 있는 연상의 안정적인 남자가 좋다지만 그녀는 웃고만다. 결혼 후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광저우 대학으로 옮긴 그녀 학생들과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고 페미니즘과 결혼이 공존할 수 있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자신의 바뀐 결혼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20대에는 집있는 남자를 바랬다는 가이치, 아버지가 아프실 때는 그런 그녀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남자를 바랬었다고.  서른 살이 넘어가고 그녀가 바라던 조건의 남자가 나타나지 않자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미혼으로 살아갈 것인가 타협점을 찾을 것인가 고민하고.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괜찮은 연하남. 

결혼 후 광저우 대학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그녀에게 아이를 낳고 싶어하던 남편은 광저우가 생활비가 적게 들어 아이 키우기에 적당할 것같다며 이직을 권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그녀, 이제 남편의 바램에 따라 아이를 낳고 광저우에서 직장도 구했는데, 그녀는 말한다. 재미로 따지면 결혼 전 인생이 재밌었다. 하지만 결혼 후 인생은 재밌지는 않지만 더 많은 행복감을 준다고. 결혼도 하고 자신의 삶도 누리기 위해서는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결혼을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하남과의 안정적인 결혼에 성공한 가이치,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추이메이는 프랑스로의 유학을 선택한다. 결혼에 대한 편견을 전족에 빗대는 추이메이, 포부가 작은 여자는 작은 발를 가진 여자처럼 전족같은 결혼에 맞춰 살아갈 수 있지만, 큰 발처럼 자기 인생에 대한 포부가 큰 그녀는 이 나라의 결혼 제도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망망대해 거세게 그리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홀로 맞서는 처지. 노처녀란 단어에 발목잡히고 싶지 않지만 끊임없이 그녀를 향해 밀려오는 사회적 편견의 파도는 그녀를 질식할 것같이 만든다고 토로한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건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도망치는 것.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그녀는 이 나라를 떠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결혼을 안한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아버지는 그제서야 그녀가 아들이 없으면 무시당하던 시대를 살아왔던 자신의 꿈을 이루어 주었다며 자랑스럽다며 손을 잡는다. 고향을 떠나며 아버지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추이메이, 그녀는 비록 떠돌겠지만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위기의 30대 여자들> 속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인 중국 여성들의 모습은 불과 한 몇 십년전 우리 여성들의 복사판같다. 아니 몇 십년 전이라 예단할 수 있을까? 노처녀라는 낙인을 피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을 위해 조국을 떠나는 추이메이나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져오는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비혼'을 선언하는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처지는 나라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그 속에 담긴 '압박'에 대한 저항은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 최근 등장한 '취집'과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쉬민이 무에 그리 다를까. 행복한 결혼을 위해 '포기'해야할 것이 있다는 가이치의 토로에 가장 공감할 사람은 우리의 '직장맘'이 아닐까. 나라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문화적 상황에 맞춰 여성들의 삶은 재단되고, 그 재단된 삶을 향해 여성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고뇌하고 싸운다. 



by meditator 2019. 8. 22. 21:39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아들 둘만 키웠다. 아들 둘만 키우는 기자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흔히 '딸이 없어서 어쩐대요' 하고 안타깝게 혀를 찼다. 마치 세상에 행복한 순간을 놓쳐버린 사람을 보듯이, 정말 그랬을까? <sbs스페셜- 속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을 보면 아들을 키우는 일은 요즘 말로 '헬'이다 싶다.  슬하에 아들을 둔 엄마들 1000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아들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한 엄마가 무려 응답자의 85%에 달했다. 심지어 83%의 엄마가 아들을 키우면서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아들이 뭐길래, 엄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아들은 비글이다
충남 천안의 박효선 씨네는 9살, 8살, 6살 아들 셋을 키운다. 엄마의 생일날 아빠가 마련한 편의점표 미역국에 아들들이 우렁차게 엄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생일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도 잠깐 엄마가 케잌에 불을 끈지 10분도 되지 않아 난리가 났다. 자기가 생일 케잌을 자르겠다는 아들, 잘랐는데 모양이 흐트러져서 먹지 않겠다는 아들 한 명을 겨우 달래놓으면, 다른 한 명이 방에 가서 울고 있고 으르고 달래다 남편 말로 '포악'해져야만 겨우 좀 수그러드는 아들들, 정작 생일 당사자인 엄마 입에 케잌 한 입 들어갈 틈이 없다.

목동의 주한이 엄마는 딸 둘에 아들 주한이를 키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엄마 말에 따박따박 해야할 거 , 준비물을 잘 챙기는 반면, 열 살이나 된 아들 주한이 뒤치닥거리는 끝이 없다. 당장 학원에 가야 하는데 학원 숙제를 잊어먹은데서 부터 시작하여 내일 학교 갈 가방 준비는 당연히 엄마 몫이다. 겨우 공부 좀 하라고 방으로 들여보내면 귀는 온통 거실의 가족에게 쫑끗, 공부가 끝날 때까지 하세월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연년생 윤이 형제를 키우는 김수정씨라고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서 부터 먹고 싶다는 초코 과자, 엄마가 준비한 아침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 앞에 눈물 투쟁을 벌인 아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낸다. 이런 식이다. 마음이 약한 엄마와, 엄마가 자신의 눈물에 약하다는 걸 아는 겨우 여섯 살 아들의 싸움은 언제나 아들의 승리이기가 십상이다. 한 마디해서는 엄마 말을 듣지도 않는다. 층간 소음이 민감한 엄마는 장난감을 두드리고 노는 윤이에게 그만 하라 하지만, 한 번, 두 번, 결국 엄마의 목소리가 하이데시벨에 이르러서야 놀던 것을 멈춘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아들을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가방, 일기장, 핸드폰까지 뭐든 챙겨주지 않으면 않되는 부족한 존재이며,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대상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도대체 엄마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다. 엄마들은 입을 모아 한 마디로 아들을 정의 내린다. 개 중에 이른바 '미친 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비글'이라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애초에 아들이 엄마의 말을 알아먹지 못하게 태어난 '하등'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아니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가정 버정'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저 '내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틀에 아이를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화성에서 온 아들 
전문가들은 엄마 역시 '여성'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존재'로써 반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엄마들이 조금 더 이해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우선 드는 건 뇌량의 차이이다. 아들들은 흔히 엄마들이 하는 밥먹고 들어가서 문제 풀고 책가방싸고 독서해라는 식의 '지시'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딸들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인 뇌량이 넓어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기 쉬운데 반해, 아들들은 가늘고 길어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이른바 '멀티'가 어렵다고 한다. 

또한  대뇌 피질의 성격 자체가 아예 다르다. 남성이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 논리적인 접근이 취운 반면, 여성들이 언어적 학습적 능력이 뛰어난 공감적 반응에 있어 우수한 차이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다큐는 이런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초등학생 남학생과 여학생 각각 3명씩 총 6명의 그룹, 문래동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함께 떠난다. 선생님과 함께 떠난 길, 선생님은 계속 아이들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주변에 관심을 돌리며 종착지에 도착하고, 거기서 부터 남자 아이들 그룹과 여자 아이들 그룹으로 나뉘어 출발지를 찾아가도록 한다. 

물론 남자 아이들도, 여자 아이들도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판이하다. 여자 아이들이 출발과 동시에 자신이 어떤 길로 왔는지 헷갈려하며 이 길 저 길을 찾아보며 도착지에 도착하는 것과 달리, 남자 아이들은 자신이 왔던 길을 정확하게 기억해내며 쉽사리 출발지에 도착한다. 

공간 감각 능력, 공간 지각 능력이 높은 남자 아이들에게 유리한 미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길을 잘 찾는 게 아니라, 왜 잘 찾는가 다큐는 짚는다. 남자 아이들은 주변 환경에 대해 '시각'으로 지각을 하기에 '길찾기'에 여자 아이들보다 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는 과정에 있었던 풍경에 대한 기억도 훨씬 상세하다. 반면 여자 아이들은 '청각'적 자극에 더 예민하다. 오는 과정에 친구와 통화를 했던 내용에 대해 남자 아이들이 무심하게 반응한 것과 달리 여자 아이들은 그 세세한 내용과 함께 선생님의 감정적 상태까지 기억한다. 언어적 공감 능력이 좋은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전문가는 말한다. 남자 아이들은 청각적 예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대화의 상호 작용도 떨어지고 흔히 엄마들이 말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엄마는 연속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그게 한 번에 '접수'되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엄마가 '감정적'으로 폭발할 상황에서야 '메시지'가 전달되며 '엄마가 나를 미워하나?'라는 오해를 사기가 십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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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 소통이 먼저다
다큐는 '엄마 수업'을 통해 나와 다른 특성을 지닌 아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흔히 아들이니 무조건 신체적 놀이만 하면 되겠지 하는 엄마에게 '신체 놀이'와 '대화 놀이'의 균형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놀이 과정에서의 '대화'와 '소통'에 집중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규칙을 따르는 것에 익숙한 남자 아이들에게 규칙을 세분화하여 미리 정하고 협상을 통해 갈등을 줄여나갈 것을 제시힌다. 

그리고 '산만'하다 한탄하기에 앞서 '시각적 자극'에 취약한 남자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시각적 유혹의 여지를 줄여나갈 것을 요구한다. 

다큐가 제시한 지침을 따른 앞서 '문제의 가정'들, 한결 평화롭고 행복한 모자 관계의 단초를 마련한다. 하지만 어디 '가정' 뿐일까?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 특히 초등학교 역시 여자 선생님들이 대부분인 상황, 그곳에서 '남자 아이들'은 처지는 다르지만 '산만'하고 '말안듣는', 문제아가 되기가 십상이다. 속터지는 건 엄마만이 아니라, 사실은 많은 여자 선생님들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멀쩡한 남자 아이들을 사람을 속터지게 만드는 문제아로 만드는 사회, 어쩌면 이런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오해는, 결국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젠더'에 대한 이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젠더 갈등의 단초가 될 수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다큐에서도 보여지지만 한참 뛰어놀 아이들을 시간에 맞춰 학원에 보내느라 다그쳐야 하는 환경은 어떨까? 친구랑 놀고 싶다는 아이의 눈물은 그저 '떼'로만 보여지지 않았다. 한참 놀이터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아파트 방 속에서 복닦거려야 하는 상황은? 거기에 더해 출연한 엄마의 말처럼, 남의 아이는 몰라도 '내 아이는 달라야 한다'는, 혹은 내 아이는 당연히 내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오늘날 우리 사회 엄마들의 강박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아이가 혹여 학교에 준비물이라도 안챙겨갈까 엄마가 자는 아이의 머리 밭에서 시간표를 챙기고, 연필을 깍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만드는 그 상황은 그저 내 아이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라고만 넘겨야 하는 것일까?

다큐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 졌다. 엄마가 원하는 건 '소통'일까,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일까? '엄마 수업'의 목표는 나와 다른 아이에 대한 이해일까? 엄마 말에 따라 문제도 성실하게 푸는 공부 잘하는 아이일까? '규격'에 맞추어 지지 않는 여전한 '본성'을 가진 남성적 젠더의 아이들을 아파트 숲의 환경에서 잘 길들이는 방식을 가르치는 '엄마 수업'일까? 

by meditator 2019. 8. 19. 17:07

덥다. 어김없이 올해도, 작년보다는 낫다지만 올 여름에도 '폭염' 문자를 피할 수 없다. 초등학교 아이들마저 '여름'을 엄마와 함께 시원한 까페에 가서 책도 보고 숙제를 하는 계절로 기억하게 되는 시절, 땡볕을 피해 얼른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곳을 '피신'을 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마당의 평상, 나무 밑 그늘, 살랑살랑 부채바람, 그리고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는 그저 옛날의 추억일 뿐, 에어컨이 '필수'가 되어가는 시절, 하지만 우리가 이젠 당연하다 여기는 이 '에어컨' 등이 뿜어내는 '온실 가스'가 그 누군가 삶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면? 지난 7월 25일 방영한 <다큐 시선>은 바로 우리를 습격하고 있는 '폭염', 그 공평한 햇빛 속에 숨겨진  '불평등'을 주목한다. 

 

 

지난 2018년 인도에서는 심한 가뭄으로 한 농부의 아내가 목숨을 끊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여인만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찾아온 혹서기로 인해 5만 9천 여 명이 죽어갔다. 하층민들은 동료들의 유골을 앞세우고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다큐 시선>이 주목한 건 바로 오늘날 지구가 봉착하고 있는 기후 변화가 지구에, 그 중에서도 취약 계층의 삶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도의 하층민은 동료의 유골을 들고 시위라도 나서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그 피해를 피해로 보고있지 않아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을 피해 이사가는 멍게 양식장 
경남 통영, 배 후미에 시뻘건 무언가를 매단 배가 바다를 가로 지르고 있다. 사람들이 놀러가기 좋은 곳을 넘어,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 우리나라 수산업 1번지가 바로 통영이다. 배가 매달고 가는 건 양식하던 멍게, 이곳 가조도에서부터 25km 떨어진 비교적 해수온이 낮은 한산도로 멍게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름철 폭염이 거듭되며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그를 견디지 못하고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 70%의 멍게가 폐사하자 특단의 조치로 '양식장'이 이사를 하게 된 것.

갈수록 양식하기가 어렵다는 25년 경력의 이종만씨, 강원도까지 가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해역 표층 수온이 지난 50년간 1.1℃ 상승했다. 전세계 평균 상승 온도보다 약 2.5배 빠른 속도이다.  그리고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는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지난 4년 사이 10배나 늘어났다.

양식만 힘든 게 아니다. 바닷속 생태계도 변했다. 해양 생물들의 생태 주기가 달라져 기존에 살아왔던 해저 부착 생물들이 줄어들고 고기의 이동도 많아졌다. 예전에 많던 우뭇가사리 대신 따뜻한 곳에서 서식하던 다른 해양 부착 생물들이 나타났다. 조기를 잡던 어부들은 이제 난류성 어종인 멸치를 잡는다. 물반 멸치반인 바다 하지만 언제 또 무슨 변화가 생길 지 몰라 어민들은 긴장과 불안을 늦출 수 없다. 

바다만이 아니다. 가업으로 대를 이어 양계장을 운용하는 박현배 씨 여름이 시작되고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땀구멍이 없어 더위에 취약한 닭, 2016년부터 폭염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하여, 작년에만 3000마리가 죽었다. 쿨링을 하고 대형 선풍기를 돌려도 35도만 넘어가면 페사가 속풀한다. 이렇게 전국 양계장에서 2018년에만 620만 마리가 죽어갔다. 그나마 냉각 장치를 가동할 수 있는 기업형 양계장은 나은 편이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영세 양계농은 폭염 앞에 무방비하게 피해를 입고 있다. 

 

 

온실 가스, 취약 계층에 집중된 피해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를 활용한 비약적인 산업의 발전은 온실 가스라는 괴물을 낳았다. 온실 가스는 속성상 수백년 동안 공기에 남아있다. 그 피해는 지구 전체에 광범위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 그 중에서도 어업과 농업 등 자연과 직접 맞닿아 있는 1찬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또한 야외에서 직접 햇볕을 맞으며 일해야 하는 야외 노동자, 에어컨 없이 생활해야 하는 극빈 계층, 온도 감지 능력에 취약한 어르신들 역시 피해갈 수 없다. 하나의 태양은 온 세상을 고루 덥히지만 그 피해는 취약 계층에 집중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절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열매가 제대로 달리지 않는 등 여름철이 가장 일이 많은 농사의 현장은 논, 밭, 비닐 하우스로 그 자체가 곧 '사고 현장'이 되고 만다. 경북 상주의 오르신들, 작년 여름 그만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바람에 들깨 농사를 망쳤다며 수십년 해오던 농삿일이 점점 더 어렵다며 하소연을 하신다. 4월 가뭄, 7,8월의 폭염, 8월말 9월초의 폭우, 몇 십년 해오던 농삿일이라지만 피해갈 수 없는 환경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이다. 

변화된 기후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냉감 센서는 이제 어르신들만 남은 농촌 사회의 큰 복병이다. 지난 여름 말라가는 고추 밭을 보다 못해 물을 대다 쓰러지신 82세 오정필씨, 칠십년 농사를 지으며 병원 신세를 져본 적이 거의 없다는 어르신은 아내가 없었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거라며 고개를 저으신다. 

2018년 온열 질환자수 4526명, 사망 48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화된 농어촌 사회는 특히나 취약 지역이다. 오죽하면 보건소 직원들이 마을을 돌며 혈압과 당뇨를 체크하며 '낮에 혼자 다니시면 안된다'고 당부하고, 독거 노인들이 많은 마을에서 혹시나 모를 비상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혼자 다니시지 않기를' 독려할까.  일하다 힘들면 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 한 숨 자며 더위를 피하는 건 이젠 '과거'가 된 상황, 7,8월 혹서기에는 일하는 거 자체가 힘들어진 농촌, 누군가가 내뿜어댄 탄소에 농촌이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았다. 

 

 

바다가 비어간다. 
직격탄은 바다라고 해서 피할 수 없다. 온실 가스의 주범인 탄소는 바다에 녹아들어 해양을 산성화 시킨다. 산성화된 바다에서 산호초는 백화되고, 갑각류와 폐류는 산호 부족으로 껍질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한 채 폐사해 간다. 해녀들의 곳간이 헐거워져 가는 것이다. 한참 성게가 제철인 시절, 바닷속을 아무리 뒤져도 성게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 

곳간이 비는 건 물론, 점점 올라가는 수온 때문에 해녀들을 보호해 주는 잠수복을 입고 물질하기가 쉽지 않아 아예 벗고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단다. 그만큼 '위험'에 무방비해지는 상황. 물질 30년이 되었다는 해녀는 이 생활 최대의 위기라며 한탄한다. 

해녀들만이 아니다. 근해에서 고기를 잡던 10톤 미만의 어부들 역시 이제는 빈손으로 돌아오기가 십상이다. 통발 어업을 하는 지창정씨,  매일 건저 십만원씩 벌던 통발을 이젠 15일씩 놔둘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바다가 비어간다. 겨우 건져낸 딱게 등등 차비도 안남아 팔 것이 없다. 이런 식이니 일 년에 천 만원 벌이도 쉽지 않다. 이삼천 씩 벌어 야무지게 살림을 꾸려가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나이가 드니 이제 와서 일용직으로 나갈 수도 없고 노령 연금을 받아 근근히 두 부부가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창정씨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 어민의 43.7%가 1천만원 미만의 벌이를 하고 있는 현재의 어업 상황, 집집마다 배를 두고 고기잡이를 나가던 시절은 추억이 되었다. 고령화에 파괴된 연안으로 인해 어선 어업을 포기하는 어부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 지역 사회는 공동화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기후 변화는 사람들에게 몇 십년씩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도록 만든다. 30년 동안 사과 농장에서 일하던 경북 문경 김법종씨, 환경 변화와 함께 '홍로' 등의 품종이 더는 옛날과 같은 맛과 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되자, 사과 농사를 짓기 좋은 조거느이 강원도 양구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 일조량이 적당하고 태풍 등 기후 재앙을 피해갈 만한 지리적 터전, 사과는 이제 무럭무럭 자라지만 두 부부는 34년 동안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온 우울증 등 후유증을 톡톡히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1℃의 변화로 지금처럼 우리 농촌과 어촌의 생태계가 극심한 변화를 겪고, 그곳에 삶의 터전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 하지만, 과연 온난화로 인한 변화가 1℃에서 그칠까. 기후 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21세기 말이 되면 지표면의 온도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까지 상승하리라 경고한다. 과연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생태와 자연, 나아가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 

전체 지구보다 더 심각한 건 우리나라이다. 반생태적인 삶의 조건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위, 지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던 방식으로 전 지구 사람들이 살아간다면 지구가 3.5개가 더 필요하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한반도 자체로만 봐도 8.5개의 한반도가 더 필요하다. 다큐는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온난화의 문제가 환경 이전의 삶의 문제임을 밝히고자 한다. 빨간 불이 켜진지는 오래, 내가 마구 튼 에어컨에 우리의 가장 취약한 이웃들이 신음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우리의 삶의 태도와 습관이다. 무너져가고 있는 농촌과 어촌, 그 일터의 불평등에 가해자는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우리다. 

하지만 에어컨을 끌 수도 없고, 온난화로 인한 폭염을 다시 온실 가스에 의존하여 해결 할 수 없는 화석연료 산업 사회의 우리, 더위가, 폭염이 그저 계절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우리가 딛고 있는 산업 사회라는 존재론으로 부터 비롯된 것임을, 그리고 그 사회적 기원의 문제는 결국 기후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다큐는 명확하게 설득해낸다.  

by meditator 2019. 8. 9.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