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으로 시청률은 물론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이제 김은숙의 경쟁자는 김은숙이라는 정의가 나돌 정도로 김은숙 작가는 데뷔작 이래 줄곧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 히트 작가의 대열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단 김은숙이라면 사람들은 '믿고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제 드라마계에서는 출연한 배우들 못지 않은 '스타' 작가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작가만이 아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모래 시계>의 김종학 피디로 부터 기꺼이 김은숙 작가로 하여금 '적과의 동침'을 청하게 한 <비밀>,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이응복 피디, 그리고 그 이름이 하나의 선택지가 된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피디 등 또 다른 '스타' 피디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된 작가와 연출자들, 그들이 빚어내는 히트작들 속에서 당차게, 그리고 신선하게 자신들의 작품으로 자신들을 '들이대는' 신인 작가와 연출들이 있다. 




제 2의 김은희와 김원석? <터널>의 이은미와 신용휘
제일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3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ocn의 <터널>이다. 기대작이었던 유아인의 <시카고 타자기>을 가볍게 누르며 4.02%(닐슨 코리아)로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성취했다. 방송 초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시그널>과 비교가 되었던 <터널>은 하지만 똑같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현재와 과거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과거'의 아재 형사가 '현재'와 와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거에 못풀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신선한 구성 방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ocn 특유의 장르물로서의 '수사 드라마'라는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80년대 아저씨의 어설픈, 하지만 왕년에 잘 나가던 형사의 내공이라는 '인간미'를 내세우며 전작 <보이스>보다 더 접근성높은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터널>은 드라마 스페셜<불청객> 등 단막극을 집필한 바 있는 이은미 작가의 입봉작이자, 신용휘 감독의 입봉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입봉'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김은희-김원석의 <시그널>이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게 적페와의 전쟁으로서의 연쇄 살인을 다룬 것과 달리, 동일한 연쇄 살인이지만 그 희생자들의 '의지'에 촛점을 맞추며 수사물의 새로운 영역을 매끄럽게 풀어낸다. 



공모전 수상 작가의 화려한 데뷔-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
이영애, 송승헌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며 수목 드라마의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kbs2의 <추리의 여왕>과 mbc의 <자체 발광 오피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 모두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가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추리의 여왕> 이성민 작가는 2016년 8회를 맞이한 kbs의 경력 작가 극본 공모에서 '이정은'이라는 이름으로 동명의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자체 발광 오피스>의 정회현 작가 역시 동명의 작품으로 2016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 우수상을 받으며 입봉한 케이스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한 장르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입봉' 작가의 패기가 느껴진다. 경찰이 되고 싶었으나 이른 결혼으로 꿈을 접은 채 동네에서 '한 추리'하며 파출소장에게 '선생님' 대접을 받는 유설옥(최강희 분)과 그녀와 엮이게 된 경찰대 수석 입학에, 알고보면 거대 로펌의 후계자라는 금수저의, 그러나 현실은 파출소로 경질된 현직 형사의 생활 밀착형 '추리 수사물'은 그 신선한 소재와 출연한 배우들 모두를 살려낸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비록 <추리의 여왕>에 눌려 2위이지만, 3.8%로 시작하여 10회 이제 7.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거의 두 배가 넘는 기록을 갱신중인 <자체 발광 오피스>는 우리 시대의 현실에 기반한 실감나는 '오피스물'이자, 로맨틱 코미디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만년 공시생에, 입사 면접 100번의 흙수저 낙방생에, 마마보이 등 우리 시대 어디선가 만날 법한 주인공들이 자살 위기를 겪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의 비정규직으로 애환과 사랑을 엮어가는 사연은 뻔한 재벌남, 혹은 능력자 로맨스물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이렇게 <터널>,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는 뻔한 소재의 답보 상태에 놓인 드라마 계에서 신선한 소재와 캐릭터의 구성으로 신선한 수혈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들 드라마들이 '추리', '수사, '오피스'물이라는 전통적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서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드' 등으로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에 대한 젊은 드라마 시청자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으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입봉 작가라고 해서 다 성공적인 입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만과 편견>, <결혼 계약>의 김진민 피디의 첫 tvn 연출작이자, 동명의 일본 에니메이션, 드라마의 번안작으로 화제가 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단막극 <정글 피쉬2>를 공동 집필한 김경민 작가의 미니 시리즈 첫 입봉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연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와 '음악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로 tvn 월화 드라마의 암흑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입봉 작가와 피디들의 작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2의 <완벽한 아내>의 후속작 <쌈 마이웨이>는 단막극 사상 미니 시리즈를 제압한 <백희가 돌아왔다>의 임상춘 작가와 영화로도 개봉한 <눈길>의 이나정 피디의 미니 시리즈 입봉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mbc에선 역시나 2016 드라마 극본 입상작인 김수은 작가의 <파수꾼>이 대기하고 있다. <자체 발광 오피스>의 후속작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정해리 작가와 공동 집필할 박혜진 작가 역시 입봉작가로 알려져 있다. sbs에서는 <사임당> 후속 권기영 작가의 <이 여자를 조심하세요>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 연출을 도왔던 박선호 피디가 미니 시리즈에 입봉을 한다. 케이블과 종편에서로 신인 작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힘센 여자 도봉순>의 후속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집필했던 김원석 작가의 첫 단독 미니 시리즈 집필인 <맨투맨>이며, 조승우와 배두나의 만남 만으로 화제가 되었던 <비밀의 숲> 역시 이수연 작가의 입봉작이다. 

여기에서도 보여지듯이 이들 '입봉' 작가 혹은 피디들의 드라마는 기존의 드라마들과 달리 새로운 장르, 새로운 구성, 새로운 서사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포부를 펼친다. 물론 그들 중 누군가는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것이고, 혹은 화제의 외곽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이런 신인들의 야심찬 도전이 드라마 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길 일이다. 
by meditator 2017. 4. 14. 16:18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