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금요 예능 <미운 우리 새끼>, 출연자 중 허지웅의 깔끔한 생활이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집안에 음식 냄새가 배는 것이 싫어 냉동밥을 데워먹는다던가, 손님이 오는 것을 '저어'한다던가, 먼지를 못견뎌 각종 청소도구를 갖추고 청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던가는 그의 기이한 생활 습관은 '결벽증'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깔끔함'이 소소한 예능의 화제성을 넘어 한 개인이 살아가는데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면? 3월 19일 <sbs스페셜>은 결벽증을 넘어선 '강박 장애'를 다룬다. 


자신을 옭아매는 정신적 사슬, 강박 장애 
개그맨 오정태 씨의 아내는 '세균'에 대한 강박이 있다. 카메라가 훑은 화장실은 여느 가정집 화장실에 비해 한결 깨끗한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닦고 또 닦는다. 심지어 봉화직염에 걸린 남편이 응급실을 다녀온 사이 세균이 두려워 이불 빨래를 해버려 두고두고 서운함을 살 정도다. 한번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가스불, 전기 등 점검에 점검을 하느라 외출하기가 겁날 정도다. 
가장인 김정민씨와 나이 차이가 14살 나는 그의 아내는 제 아무리 한다해도 남편의 깔끔한 취향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남편 앞에 아내는 매번 청소 점검을 받으러 온 학생의 처지다. 


외출이라도 한번 하고 들어오면 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들, 몸을 씻기 위해 비누 하나를 다써버리던 남자의 유일한 위로는 하루 종일 먹다시피하는 약이다. 하지만 다큐가 처음 그를 만난 2005년 이후 그의 증상은 좋아지기는 커녕, 이제 그는 세상으로 부터 자신을 고립시켰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강박 장애를 밝힌 자밀 킴은 '대칭'에 대한 그의 강박으로 인해 늘 고통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 청년은 매일 베개 커버를 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취침용과 쉬는 용으로 침대를 분리한다. 

'강박 장애'로 나타난 증상들은 대체적으로 '타인, 혹은 자신이 아닌 외부의 어떤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나 공포로 나타난다. 또한 청소나 대칭 등 소위 말하는 어떤 자신이 꼿히는 지점에 대한 '극단'의 집착으로 증상이 드러난다. 그런데 왜 지금 '강박'이 문제가 될까? 

급증하는 강박 장애 
강박 장애는 '선진국병'이라 일컬어진다. 그래서일까? 국민건강 보험 공단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4년까지 강박 장애로 인해 진료를 받은 국민의 수가 2만 490명에서 2만 3174명으로 13.1%나 증가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조사에서 급격하게 증가된 환자의 비율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환자 중 젊은 층의 비율이다. 인구 10만명 당 20대 환자가 83.6%였고, 다음으로 30대, 40대, 70대의 순으로 환자 비율이 높았다. 

자밀 킴의 경우 어린 시절 미국 이민 이후 잦은 이사를 하다 어느 순간 강박 장애가 나타났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의 경우 10대 시절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게 되며 가족이 있는 친구들만큼 번듯해보여야 한다는 조바심이,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명주씨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게 만들었던 사랑이 그녀를 한 시간이 넘게 머리를 감고, 락스로 숟가락을 닦는 강박으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탄핵 과정에서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드러났던 전직 대통령의 '변기 집착'은 어떨까? 잠시 들른 인천 시장 사무실에서 심지어 각국 국가원수들과의 정상 회담 과정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변기'나 개인 공간에 대한 '강박적 메뉴얼'이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것도 '강박 장애'의 일종일까?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오히려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부모님을 외부 공간에서 불의의 사고로 잃은 데서 드러나는 사회적 장애로 판단한다. 사회적 장애와 다른 강박 장애의 제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1. 오염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를 제거하려고 하는 오염-청결 강박행동
2.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의심하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확인 강박행동
3.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행동을 반복하는 반복 강박행동
4. 물건을 반드시 제자리에 놓아야 안정이 되는 정렬 강박행동
5.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수집 강박행동
6. 특정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는 강박행동

그리고 이런 강박 장애가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 개인에게는 '죽음' 만큼의 고통을 안기며, 그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격리하는 수준에 이르는 심각한 질병이라는 점이다. 실제 다큐 속 강박 장애 환자 들 중 몇몇은 자신의 병으로 인해 오랜 시간 칩거하거나, 아직도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로 설사 스스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밀 킴의 이모처럼 주변에서 그것을 용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가 필요한 병임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가벼운 '결벽증' 정도로 치부하며 병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독일 율리우스-막시밀리안 대학 연구소는 이런 강박 장애의 발병이 뇌 세포의 특정 단백질 부족과 관련이 있으며 항우울제 등의 약이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큐는 이렇게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강박 장애를 '세상'에 드러내는데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다큐의 관점은 '두 얼굴'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강박 장애의 심각함을 알림과 동시에 그 '장애'의 긍정성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줌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발병한 강박 장애로 인해 고통받던 미국의 소녀는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고 행동 치료를 통해 이겨내고 그와 관련된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기에 이른다. 그녀는 강박 장애에 있어 약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를 위해 자신의 강박을 이겨내고자 하는 도전적 행동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깔끔한 성격으로 인해 조직 생활이 힘들었던 곽영문씨는 그의 강박이 직업적 성공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카시트를 다 뜯어내며 한 점의 먼지도 허락치 않는 그의 세차는 거의 예술적 경지다. 예술적 경지에 이른 사람은 또 있다. 남해의 절경을 예술적 리조트로 재탄생시킨 정재봉 사장의 강박은 리조트의 관리에까지 빈틈을 허용치 않는다. 

이렇듯 다큐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강박 장애의 실상을 알림과 동시에 그 '편견'의 시선을 피하기에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선진국병'의 원인을 좀 더 사회적이고 구조적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장애'가 성공이 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강박'과 결벽증의 경계에서 다큐조차 헤매이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다큐가 미처 말하지 못한 강박 장애 자가진단 테스트를 더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다음의 증상 중 자신이 다섯 가지가 넘는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by meditator 2017. 3. 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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