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단 2회만을 남긴 sbs의 월화드라마 <낭만 닥터>가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19회 26.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에 도달하며 과연 이 드라마가 30% 고지를 깨뜨릴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기있는 장르인 의학 드라마에 역시나 빠질 수 없는 강동주(유연석 분)과 윤서정(서현진 분)의 병원에서 연애하기까지 흥미로운 요소를 다 갖춘 <낭만 닥터>, 하지만 그런 흥미로운 요소를 넘어서 격동의 2016년을 넘어 2017년, 역사적 전환기에 놓인 대한민국에서 <낭만 닥터>의 인기는 그저 재밌는 병원 이야기를 넘어 시사적인 지점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그 모호했던 '낭만'의 실체가 드러나며, 그 '낭만'을 차근차근 실현해가는 '낭만닥터' 부용주를 통해 그려내는 '제대로 된 어른'의 모습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시대에 더욱 상징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담' 주인공만으론 부족한 어른되기 
첫 회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김사부의 비밀이 극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며 비로소 서서히 드러났다. 거대 병원의 인기 스타였던 닥터 부용주, 그리고 그의 이름값을 보고 달려오는 환자들, 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거대 병원, 그리고 당시 부원장이었던 도윤환(최진호 분)은 대리 수술이라는 편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그런 과정에서 부용주를 '김사부'라 부르며 따르던 장현주가 죽고 부용주는 그 비리의 전모를 밝히려 했지만 그 비리를 밝히면 스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거라는 도원장의 협박에 부용주는 스스로 모든 것을 짊어진 채 병원을 떠났다. 

지금까지의 드라마는 이 정도의 부용주, 아니 지금의 김사부의 책임 의식만을 그려내면, '어른'으로서의 몫을 다한 것이라 칭송한다. 거기에 김사부가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병원을 깽판쳤던 강동주가 병원에 입힌 피해와 법적 판결까지 보호해 줬다면 '미담'도 이런 미담이 없다. 하지만 강은경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낭만 닥터>가 기존 강은경 작가의 작품, 그리고 기존 의학 드라마, 아니 드라마에서 한 발 더 진일보한 작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2017년 새해에도 여전히 나날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 드라마의 이유이기도 하다. 

19회,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온 신회장(주현 분) 덕분에 폐쇄 위기에 놓인 돌담 병원을 구한 김사부. 그 과정에서 그가 그리고 있던 야심차고 비밀스러웠던 계획이 드러난다. 바로 그가 끌어모았던 응급의학, 외과 스텝들과 함께 외상전문 센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김사부는 말한다. 신회장의 돈으로 만들어진 카지노, 그리고 그 환각의 터널 속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사건 사고로 인해 돌담 병원의 중환자실은 병상이 비기는 커녕 모자라는 병상을 놓고 우격다짐을 하는 실정이다. 돈이 만들어낸 부상자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그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외상 전문 센터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부담을 안고 신회장의 치료를 맡았던 김사부였던 것이다. 



이 시대 진짜 어른이 되려면 
그렇게 굴러온 돌같은 외과, 응급의학과 젊은 의사들과 함께 응급 환자 전문의 외상 센터 건립에만 매진하던 김사부가 떨쳐 일어선다. 이제는 법적 소추 기간도 지났지만 지난 시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당시 스텝들의 안위가 걱정돼서 홀로 물러서면 된다고 생각했던 김사부, 하지만 그가 물러섬으로써 당시 부원장이었던 도윤환은 이제 거대 병원의 원장이 되어 당시의 그 시스템을 확장시켰다. 그저 나 하나만 입 닫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김사부, 그리고 당시 스텝이었던 간호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비겁'으로, 돌담병원 원장 말대로, 분명 나쁜 사람인데, 여전히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하고, 심지어 그로 인해 여전히 그 피해가 되풀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이제 '미담'을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 '어른'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눈감고, 외면했던 진실은 결국 시간이 흘러도 다시 똑같은 부조리를 낳으며 사람들을 고통에 빠지도록 만든다는 교훈을 강조하며, 진짜 어른이라면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강변한다. 그래서 19회 마지막 김사부는 돌담의 '군단'을 이끌고 거대 병원을 향한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당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로 인해 늘 한 자락 '과거'라는 그림자로 어두움이 드리워졌던 김사부는 이제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김사부의 나아감은 이 드라마를 보는 부용주로 살아왔던 어른들의 반성을 촉구한다. 당신들의 비겁과 부역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게 아니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서달라고. 
by meditator 2017. 1. 1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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