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공자님은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요즘 한참 '공부'를 해야 하는 청춘들에게 전해준다면 당장 읽던 책이 날라올 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에서 공부란 곧 밥벌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의 인생 충고 세 번째,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연봉 4만 달러가 될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그 교시에 충실한 공부이다. 일찌기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이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안타깝게도 연봉 4만 달러를 보장하지 않는 불경기로 인해 또 공부를 시작한다. 전공과 상관없이 각종 고시와 자격증을 따기위한. 이런 형편에 놓인 이들에게 공부는 즐거움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다. 그러니 절바감은 있을 지언정, 즐거움은 얼어죽을 놈의 소리다. 그러니 취직에 도우이 되지 않는 '문과'는 '문송합니다'가 되는 것이다.



죄송한 공부가 즐거운 공부가 되다. 
그런데 그 '죄송한' 문과 공부가 사회로 나오면 처지가 달라진다. '인문학 열풍'의 당당한 주역이 되는 것이다. 이 '공부'의 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를 위해서 장미 여관의 뇌가 순수한 남자 육중환이 나섰다. 최고의 성적 반에서 32등, 양치기를 즐겨했던 38년의 인생 동안 단언컨대 단 한 번도 공부를 해본적이 없는 그가 mbc스페셜-공부 중독의 프리젠터로 나섰다. 말이 프리젠터지 본의 아이게 읽어야 할 책을 받아든 육중완, 도무지 읽어도 읽어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붙잡고 씨름하다 결국 책의 저자 유시민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거기서 들은 뜻밖의 '풀밭론'

유시민은 묻는다. 과연 당신은 몇 평의 풀밭이 필요한 사람이냐고? 평생 세 평의 풀밭에 만족하는 토끼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초원이 필요한 사람인지 알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각자 사회적 경험을 쌓은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공부에 빠져든다. 직장인으로
승승장구하던 김승호씨는 퇴직 후 사회와 삶으로부터 고립된 선배들을 보며 찾아온 우울증을 공부로 치유했다. 주변에서는 '돈'이 되는 공부를 하라지만, 돈은 덜 되지언정 비어있던 삶을 채워준 공부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답한다. 청도 농사꾼 김형표씨 부부는 농사일 하는 틈틈이 팟캐스트로 '공부'를 한다. 자식을 키우고, 손주까지 키우워 낸 후 노년의 허탈함을 7순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들어간 방송 통신대학 공부로 달랜다. 가정 대신 공부를 택한 남편이 괘씸했던 아내도 이젠 남편 못지 않은 과학 매니아가 되었다. 아이를 낳은 후 복직한 직장에서 권고 사직을 당한 후 세상에서 밀려난 소외감을 '힐링' 시켜준 것도 공부다. 



공부가 즐거운 사람들
중년 이후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자 시작한 공부는 이제 '도끼 자루 썪는 줄' 모르는 늦바람이 되었다. 그 골치앞은 과학을 배우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회원은 6000명을 넘어섰다. 몽골로 떠난 학습 탐사, 이들은 털털거리는 버스에서도 촌음을 아껴 공부에 빠져든다.  꼭 책으로 하는 공부만이 아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등의 공부 관련 팟캐스트가 6000개가 넘었다. 구청, 도서관에서 열리는 교양 강좌가 가득차고, 도서관에는 취업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이 자리 경쟁을 한다. 이렇게 '밥벌이'가 되지 않는 공부를 하며, 어른들은 비로소 '공부가' 재밌어 졌다고 한다. 허무했던 중년 이후의 삶이 충만해 졌다고 한다. 



책 한 장을 넘기기 힘들어 했던 육중완도 달라졌다. '공부'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공부'의 재미를 알 수 있는 사회, 이 '아이러니한' 공부 중독은 '성장주의' 한국 사회가 낳은 기현상이다. 즐겁지 않은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 그래서 공부의 즐거움을 놓치는 사회, 뒤늦게 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회. 다큐는 늦바람난 중년 이후의 공부를 '보람'되게 그려냈지만, 그 재미진 공부 중독 이면의 씁쓸한 사회는 쉬이 가려지지 않는다.
by meditator 2016. 11. 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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