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세대, 5포세대, 젊은 층을 상징하는 저 '포기'의 규정 안에 꼭 들어가는 요소가 있다. 바로 결혼! 인구 1000명당 결혼하는 사람 5.9건, 남성 40%, 여성 58%가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라고 답하는 시대, 결혼이 미친 짓이 되어버린 시대, '비혼'이 사회 문제가 되고, '결혼 고시'라는 말이 등장하는 시대, 결혼적령기에 달한 28살의 피디가 직접 발로 뛰어 청춘들의 결혼 실태 보고서를 작성했다. 바로 <mbc 다큐 스페셜-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다. 




결혼은 언감생심, 청춘의 사라진 봄날
결혼식장 예약은 차고 넘치고, 청첩장은 이제 진화를 거듭하여 카톡으로 전송되는 세상, 하지만 과연 누가 결혼을 하는 것일까? 피디 5년차, 이제 막 정규직이 된 피디가 만나본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언감생심 청춘의 봄날조차 막연한다. 24일 방영된 1부는 그 청춘들의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꿈꾸기 힘든 현실을 다룬다.

통계청 발표 2016년 청년 실업률 12%, 그러나 체감 실업률은 34%, 입시를 통과하여, 대학만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청년들은 여전히 '시험 준비' 중, 혹은 구직 중이다. 그런 청년들에겐 '결혼'은 먼 나라의 일, 심지어 연애조차 사치가 되었다. 결혼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해야 결혼도 꿈이라도 꿔보지, 하지만 사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청년들에게 결혼은 먼 미래의 일, 당장 연애조차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 먹어도 쉽지 않다. 한국의 결혼 비용 2억 7천만원, 장갑을 만들어 파는 28살 예비 신부가 잠도 안자고 50살까지 만들어야 댈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불황을 이제 넘어서고 있다는 일본, 하지만 장기간 경기 침체가 낳은 것은 젊은이들의 '결혼 포기' 풍속도, 이제 일본의 젊은이들은 '러브 호텔'이 폐업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거나, 그 욕구를 아예 봉쇄한 '신족속'으로 일본이란 사회의 재생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연애를 학원에서 배우기에 이르렀을까. 

중국이라고 다를까? 경제 성장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부국 중국, 하지만 그 경제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고루 나뉘어 지는 것은 아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차별적 성과는 중국의 젊은이들의 결혼 풍속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북경 출신의 있는 집안 자제들은 '돈을 뿌리는 결혼 이벤트를 벌인다. 하지만, 그런 부의 그늘 속에서 북경으로 올라온 지방의 젊은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 현상 속에 4차 독신 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에 놓여있다. 

결국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자본주의 사회는 고도화되어가지만, 그 속에서 그 경제의 성과물이 젊은이들에게 고루 배분되어지지 않고, 오히려 이제 '결혼'과 연애를 사치로 여길 정도로 '젊은이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음을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보여주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래도 하늘 아래 남자와 여자가 있다면, 그 누군가는 이런 현실을 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결혼에 도전하는 '용자'가 있을 텐데, 10월 31일 방영된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2부는 바로 '결혼의 용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그 용자 중 한 명은 이 당돌한 다큐를 발로 뛴 피디 자신이다. 

이제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안착하게 된 피디, 연하의 남친도 생겼다. 당연히 결혼 말도 나올만, 두 사람은 이제 본격적으로 결혼의 여정에 함께 돌입해 본다. 하지만, 그 첫 여정에서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돈', 전셋집을 알아보려니 엊그제 1억이라던 전셋집이 며칠 뒤에 1억에 4천을 얹어줘도 없단다. 결국 서울에서 집 구하기를 포기하고 길을 떠난 두 사람, 경기도 언저리의 아파트, 아니 빌라는 얻으려 하니, 1층의 식당 들에서 흘러오는 고기 굽는 냄새를 감당해야 하는 것처럼 주거 조건이 열악하다. 그러면 우선 집은 뒤로 미루고, 결혼식 비용은? 겨우 골랐다는 드레스는 제일 비싼 거고, 그 남들 다간다는 몰디브 신혼 여행 비용은 1인당 천만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겨우 대학 등록금 융자를 다갚고 다시 빚을 얻어 결혼을 하려 하니, 빚만 갚다 마는 청춘이란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난다. 과연 이렇게라도 해서 결혼을 해야 할까?

그런 피디의 회의는 결혼이란 제도를 다르게 통과하고 있는 커플에 시선이 돌려진다. 중식이 밴드의 리더 중식씨와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여성, 그 두 사람은 결혼이란 형식에 소비되는 비용이 너무 아깝단다. 결혼을 해도 헤어지는 것이 비일비재한 세상에, 당장 자기 앞가림도 힘든데, 돈을 들여 결혼을 하다니, 그래서 두 사람은 짐을 합치고, 아기 대신 아기같은 강아지 두 마리와 산다. 향후 5년, 아니 최소한 3년은 이 생활을 책임질만 하단다. 

아기가 없는 부부는 또 있다. 각각 직장 생활을 하는 박준모-박미정 부부, 두 사람의 명절은 시댁에 가서 음식을 하는 대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불효 캠핑을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서로를 집이라는 직장의 동료라 칭하는 두 사람은 아기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육아 대신 자기 계발을 위해 기꺼이 2년간의 해외 근무를 자원한다. 

물론 결혼도 하고, 아기를 낳은 부부도 있다. 만화가 김영석-전정미씨 부부, 그들은 서울 살이 대신 부모님이 계시는 지방으로 내려와 아이를 낳았다. 함께 아이를 돌보는 두 사람의 일상을 채우는 것은 그들의 이쁜 아들, 그래도 남편은 만화 연재를 계속하지만, 아내는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아 주기 시작한 최근에 이르러서야 다시 만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단돈 500만원으로 결혼하기 란 만화로 이름을 알렸던 부부, 하지만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한다. 결혼은 돈을 안들이고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무조건 주변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아이러니하게도 2부의 다큐에 등장한 세 쌍의 부부, 그 세 커플 중 인간의 아이는 오로지 한 커플에게만 있다. 나머지 커플의 아이는 개와 고양이, 인간의 아이보다, 동물들이 '아이' 노릇을 하는, 결혼을 어찌어찌 했지만, 아이는 부담스러운 현실을 다큐는 의도적이지 않게 증명하고 만다. 

물론 다큐는 이제 막 불투명한 앞날에도 불구하고 , '사랑'이란 이름만으로 결혼을 감행한 부부의 인터뷰를 끝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긍정적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1부에 이어, 2부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2부 마지막의 그 희망적인 언급이 마치 인지 부조화처럼 느껴진다. 아직 남편이 학생이라는 부부는 그 평균 2억 7천만원이라는 결혼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결국 '북경 토박이'의 화려한 결혼식처럼 부모님이라는 뒷배가 없었다면 그렇게 '사랑'이란 이름을 내걸고 결혼을 감행할 수 있을까? 부모님께 육아의 도움을 받는 만화가 부부는 또 어떻고. 야심차게 이제 직장도 생겼으니 결혼을 해볼까 하다가, 실제 결혼 준비 과정에서 멘붕에 멘붕을 거듭하다, 졸업하자 마자 등록금 융자를 갚다가, 그게 끝나니 주택 융자, 그게 또 끝나면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정신없을 현실과 미래의 삶에 눈물을 보이고 만 피디처럼 2부작 <우리가 결혼할 수 없는 이유>는 청춘들을 자발적 비혼으로 떠밀어 버린 사회, 결혼이 미친 짓이 된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떠받들고 있던 건강한 노동의 기본 단위였던 '가정'을 제도 자체가 파괴하는 딜레마를 증명한다. 과연 청춘들의 건강한 재생산조차 보장하지 않는 사회가 존재 가치가 있을까? 


by meditator 2016. 11. 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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