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차용한 mbc월화 드라마는 원작의 모티브에 충실하게, 남자 주인공의 '오만'과 여주인고의 '편견'을 설득해 내기에 고심한다. 특히, 지난주 방영되었던 4회와 5회에 걸쳐, 남자 주인공 구동치(최진혁 분)를 유괴되어 살해당한 자신의 동생 살인범으로 몰아간 한열무(백진희 분)의 편견은 정점에 이른다.

 

작가 이현주는 <학교 2013>에서 그랬던 것처럼, 남자 주인공에게, 천형처럼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준다. 구동치 역시 마찬가지다. 의대에 너끈히 갈 수 있는 수능 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그는 그것을 자랑하기 위해 아버지가 일하는 폐공장을 찾아든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유괴범과 유괴된 아이였다. 구동치의 찢겨진 수능 성적표 뒤에 씌여진 아이의 ''살려줘'라는 글씨를 보고 구동치는 아이를 구하고자 했고, 하지만, 아이를 안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그만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어 아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 경험은 의대에 지망하려던 구동치를 검사 구동치가 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구동치의 사연에 아랑곳없이, 단지 구동치의 수능 성적표라는 이유만으로, 여주인공 한열무는 다짜고짜 구동치를 유괴범으로 몰아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해를 하는 단선적 캐릭터의 전형이다. 드라마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유괴범으로 모는 여주인공을 안쓰러워하는 남자 주인공과, 그 남자 주인공의 배려로 어설프게 복수심에 마음만 앞서다, 제대로 검사로 성장하게 되는 여주인공의 성장담을 그려내고자 한다. 하지만, 성장담이라지만, 말끝마다, 법학 전문 대학원을 나와서 제대로 검사가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1차원적 편견에 사로잡힌 여주인공의 단선적 캐릭터는, 생각 외로 흥미진진하게 수사극으로서의 묘미를 가져 가고 있는 <오만과 편견>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더구나, 연달아 드라마에 출연해서 일까, 법학 전문 대학원을 나와 검사 초보라는 캐릭터보다는, 성마른 고등학생에나 어울릴법한 여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은 더더욱 몰입에 방해 요소가 된다.

 

‘오만과편견’ 시청률, 자체 최고 기록 경신 ‘거침없는 상승세’

 

오히려 회를 거듭할 수록, 시선을 끄는 것은, 어설픈 남여주인공의 '오만과 편견' 코스프레보다는, 쉽게 파악하기 힘든 캐릭터 부장검사 문희만과 그가 이끄는 수사팀의 수사극이다.

말끝마다 한열무에게 법학 전문 대학원을 운운하는 그는 딱 속물 부장 검사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미끼가 되어 들어온 범인을 눈빛 한번으로 제압하고 쥐락펴락 하는 순간, <오만과 편견>은 집중력이 배가된다. 어거지같던 구동치의 오만도,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며 그래도 검사같아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도 어색한 이장원(최우식 분)이나, 유광민(정혜성 분)도 그와 함께 합을 맞추면, 그럴듯한 캐릭터로 살아난다.

선한 사람은 아닌데도, 범인을 잡고, 범죄 수사에 있어서는, 노회하기가 뱀같은 그의 진두 지휘아래, 수사가 시작되면, 늘어졌던 극이 중심을 잡고,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어거지로 사연많은 검사 남녀의 '오만과 편견' 보다, 문희만의 '수사반장'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 예전 '수사반장'에서의 수사반장 아저씨는 낡은 버버리 코트를 입고 한량없이 사람 좋은 미소와, 그러면서도 범죄 앞에서는 단호한 강직한 선인이었다. 하지만, <수사반장>이 인기를 끌던 시대로 부터 몇 십년이 흐르고, 이제 더는 사람들은, 경찰이나, 검찰에 대해서, 마음씨 좋은 최불암 아저씨를 연상치 않는다. 가장 속물적이면서도, 자신의 일에 철저한, 문희만이야말로, 요즘 세상에, 설득력을 지닌 새로운 수사반장의 캐릭터가 아니까 싶다.

더구나, 뭔가 어거지로 사연을 만들어 가는 듯한 남여 주인공의 사연과 달리, 회를 거듭하면서, 마약 운반책 장공철의 죽음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과, 그 사건들이 매듭처럼 이어져 가며 그려가는 큰 그림은, 어설픈 주인공들의 연기를 차치하고도 <오만과 편견>을 보고싶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이공들의 러브라인보다, 차라리 문희만을 중심으로 한, 2014 수사반장 시리즈로 '오만과 편견'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싶은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1. 11.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