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일본 원작 드라마가 찾아왔다.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가 만화적 분위기와 일본의 정서를 한국적으로 걸러내지 못하여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다메 칸다빌레>에 못지 않게 한국에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라이어 게임>이 tvn의 드라마로 찾아왔다. 더구나, 카이타니 시노부 원작의 만화로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극한의 심리 드라마인 <라이어 게임>은 이미 tvn의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와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일본 원작과, 그리고 <더 지니어스>와 어떻게 다를까?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에서 총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한 게임을 벌인 곳은 LGT사무국이다, 그에 반해 TVN의 드라마는 보다 현실적으로 JVN이라는 가상의 방송국에서 벌이는 리얼리티쇼로 한국적 현실성을 높인다.

 

그에 따라, <더 지니어스>에서 처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게임 호스트는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강도영(신성록 분)이라는 구체적 인물이 되어 등장한다. 그는 위기를 겪는 JVN방송국과 손을 잡고,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들여, 총 상금 100억이라는 무지막지한 게임을 벌인다. 첫 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사행성 게임에 시니컬한 기자들을 향해, 광고료 5억을 걸고, 단번에 '라이어 게임'을 이슈로 만들어 버리듯, '라이어 게임'을 넘어 강도영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로 드라마에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렇듯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상금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파헤치는 것과 달리, 게임 호스트를 구체적 캐릭터로 구현한 것처럼, 보다 사연있는 드라마로써 첫 선을 보인다.

 

 

아직은 그 존재의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을 상대로,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인상깊은 강의를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후 잡혀가는 심리학과 교수 하우진(이상윤 분)은 원작의 아키야마 신이치와는 다르지만, 이상윤의 캐스팅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여론을 첫 회의 한층 날카로워진 모습과 연기로 논란을 기대로 변화시킬 만큼, 신선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라이어 게임에 반강제적으로 휘말리게 된 원작의 여대생 칸자키 나오와 달리, 라이어 게임의 초대장을 받는 과정은 비록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빚에 시달려 사라진 아버지, 그 아버지의 빚 독촉을 대신 받는 처지에서, 고등학교 은사의 부탁을 받아, 참가 결정을 보다 주체적으로 내리는 남다정(김소은 분)의 캐릭터 역시 일본 원작과는 그 주도성에서 결을 달리한다.

 

무엇보다,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가, 게임 자체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과 달리, TVN의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처럼 공개 리얼리티 게임이다. 물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사기 등 그 어떤 수단도 용인되지만, 공개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일본 만화적 색채가 한결 덜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변화된 한국판 <라이어 게이>의 관전 포인트이다.

 

첫 회, 남다은은 거리 한 복판에서 길을 묻는 할머니를 외면하지 못한 채 길을 가르쳐 드리다 할머니의 가방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은 착한 그녀를 '라이어 게임'에 초대하기 위한 초청장이자, 첫 번 째 관문이다. 매일 매일 찾아오는 사채업자의 유혹을 이겨내고, 돈 가방을 들고 경찰서로 향하는 남다은, 가장 정직한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여, 거짓말 게임에 참여하게된, 그 사연과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가 <라이어 게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마치 <더 지니어스> 매 시즌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참가자가 첫 번째 탈락자가 될 가능성이 높듯이, 중가장 정직해 보이는 그녀가, 과연 거짓말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즉, 결국, 진실의 힘이 거짓말이 판 치는 세상에서 무기가 될지, 그것이 <라이어 게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 처럼 리얼리티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가지만, 남다은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강직한 하지만, 빚에 시다리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보통 사람들의 대표자 같은 주인공의 사연을 극진하게 설명함으로써, 게임을 넘어 , 드라마로써의 강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첫 회부터, 고등학교 시절, 위기에서 그녀를 믿어주었던 은사님의 배신을 겪는 만큼, 그녀의 앞길이 순탄치 못할 것도 뻔해 보인다. 바로 그런 위기에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하우진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남다은의 콤비가 엮어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러브 스토리'를 배제했다고 하니, 그 어디서 무엇을 하던, 결국은 '사랑 놀음'으로 귀결되고 마는 TVN의 고질병을 <라이어 게임>이 지양할 수 있을지, 그것이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이다.

by meditator 2014. 10. 21.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