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대의 시청률 주변을 맴돌며 더 이상의 상승을 버거워하던 전작 <보고싶다>와 달리, 첫방이래 순조롭게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는 <칠급공무원>이 시사하는 바는 심각한 주제 의식이나, 진지한 접근보다는 유쾌, 통쾌, 상쾌한 이야기에 대한 이 시대 대중들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좋은 시청률이 곧 좋은 드라마는 아니듯 <칠급공무원>이 보다 좋은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

 

 

1. 칠칠치못한 청춘들

<칠급 공무원>은 이미 맞선 시장에서 악연을 맺은 제임스 본드와 같은 스파이를 꿈꾸는 한길로와, 88만원 세대의 취직의 고통을 겪던 김서원이 국정원에서 조우하며 일과 사랑에 있어 성공을 이뤄가는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당연히 이 드라마는 그 시작이 국정원에 모여 1년간 훈련을 받게 된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한길로와 김서원을 비롯해 국정원에 모인 남녀들, 분명 대학 교육을 받은 20대 중반의 성인인데, 그 하는 양을 보자면, kbs2 월화 드라마 <학교 2013>에 모인 고등학생들 보다도 못하다. 처음 훈련지로 가는 버스에서 조우한 김서원과 한길로, 특히 한길로는 김서원과의 해프닝으로 인해 차도 망가지고, 그로 인해 집에서 오해를 받아 뛰쳐나온 처지이기에 김서원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토록 꿈에 그리던 '스파이'가 되기 위해 오른 국정원 버스에서 한길로, 그리고 그의 원수 김서원이 보인 행동은, 책임있는 성인이기 보다는 오히려 맘에 안들면 싸우고 보는 유치원생들 같았다.

그리고 그런 해프닝은 줄곧 극을 이끌어 간다. 구보를 하는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앙다툼을 하다, 어깨를 두르고 오리 걸음을 하고, 나란히 서있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선서을 하는 자리에서도 줄곧 신경전이다. 이런 행동은 <학교 2013>의 진짜 철천지 원수 고남순과 박흥수도 하지 않을 행동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맞선 자리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고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해명이나 설명을 시도하지 않은 채, 그저 도장이나 찍으며 다시 보지 말자는 식으로 그것도 거짓말로 각서나 쓰며 그 자리를 모면할 뿐이다.

두 주인공들 뿐만이 아니다. 국정원, 그게 그렇게 들어가기 만만한 데가 아닐텐데, 그 어려운 시험에 통과한 몇몇 여 요원 후보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멋진 남자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나름 자부심을 느끼며 반응을 보이는 신선민의 캐릭터는 완전 반 일진 분위기에, 낄낄 거리며 놀려대는 개그 캐릭터까지. 줄곧 눈을 부릅뜨고 있는 공도하를 제외하고는 이곳을 국정원 훈련원이 아니라, 국정 고등학교의 한 반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설정이다.

물론 작가는 이런 한심한 청춘들이 훈련을 받으며 제대로 된 국정원 요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지만, 그러기엔 이 청춘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너무 찌질하지 않은가. 요즘처럼, '취직'이 어렵다는 세상에, 그 어렵게 들어간 곳에서 그렇게 철없이 행동하는 거, 그걸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도 편하게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을까?

 

2. 진부함과 신선함의 묘한 조화?

<칠급 공무원>의 근간인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힘은 국정원 요원으로 거듭나는 청춘들과, 그들이 얽혀 들어 갈 최우혁을 둘러싼 스파이 작전에 있을 것이다. <칠급 공무원>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공식적인 스파이'를 할 수 있는 직업이자, 하지만 그 직업이 직업 이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적 상황이 빚어낼, '국정원'이란 특수 직업군의 매력에서 기인한다.

이미 훈육관인 김원석의 얼핏 보여지는 과거를 통해 국정원 선배 요원 중 누군가가 죽음을 당했고, 또한 당할 것같은 상황이 드러내 보여지면서, 최우혁의 존재감만으로도 앞으로의 전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 게 <칠급 공무원>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다보면, 전체적인 매력에 무색하게 그것을 메꿔가는 에피소드들은 '클리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작 원하는 곳은 방송국인데, 뜻하지 않게 국정원에 취직이 된 김서원이 자신의 미래를 놓고 고민을 하자, 무조건 밀어붙이는 그녀의 부모들의 반응도 그렇고, 한길로의 부모가 차를 없애버린 아들을 오해하고 집을 나가게까지 만드는 상황도, 도무지 이 드라마에선, 그 부모건, 자식이건, 혹은 연인이 될 상대방이건,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드라마의 진행을 위해, 자신의 입장을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고, 그로 인해 드라마는 사건을 만들고,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전체적으로는 궁금한 스토리가, 개별 에피소드로 돌아오면, 다음 상황에 어떻게 될 지 너무 뻔하게 예측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도하의 트라우마에서, 2회 엔딩 부분, 김서원의 '거짓말 탐지기 '통과까지.

과연 이 뻔한 세부적 에피소드들을 극복해 가며, 전체적인 흐름의 재미로 <칠급 공무원>을 제대로 견인해 낼지 지켜볼 일이다.

<칠급 공무원>의 유사함을 찾아가자면, 작가의 화제작 <추노>나 <칠급공무원> 보다는 오히려 <도망자 plan b>에서 더 그 유사함을 찾기 쉬울 듯하다. 주인공의 헐렁한 캐릭터라든가, 속고 속이는 첩보전이라든가, <도망자 plan b> 역시 화려한 캐스팅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화제를 끌어모으며 시작했었다. 하지만, 개연성 부족한 스토리의 진행으로 인해 그런 관심을 계속 끌어가지 못했는데, 과연 <칠급 공무원>은 그런 전작의 한계를 딛고 성공작으로 남을 수 있을 지 기대해 볼 일이다.

by meditator 2013. 1. 25. 10:13